“줄탁동시(啐啄同時)”(루가 4:14-21)
한용걸(프란시스) 신부
나의 올해 사자성어는 교학상장/ 줄탁동시로 정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은 학생과 선생이 서로 가르치면서 배우며 서로 같이 성장한다 는 뜻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어미 닭이 알을 품고 20일쯤 되면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삐약ㆍ삐약'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려고 알 속에서 부리로 쪼기 시작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 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병아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은 쪼을 줄啐이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행위로 밖에서 쪼와 주는 것이 쪼을 탁(啄)이다.
교학상장과 줄탁동시가 서로 어울려 닭들은 살아남고 학생과 교사는 서로 성장한다,
절집서 행자에게 불목하니 역할을 맡기는 이유는 갓 마음 공부를 시작한 행자의 초발심이고 승의 도력보다 높다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일과 기도에도 정신줄을 놓치않고 졸지 않아야 구들에 불을 잘 들이고 밥도 안태우고 고슬하니 잘지은 가마밥을 만들어야 한다.
밥도 잘 짓고 구들에 불을 잘 넣으려면 정지간 바닥을무릎팍으로 설설 기어야 한다. 그게 하심이다.
학식이 높고 사회적 직위가 높아도 하심과 겸양지덕이 없다면 자리가 주는 알량한 권세를가지고 인격고하 구분없이
호령하며 아랫사람으로 알고 드잡이하는 불량배들도 있다. 곡학아세하면서 학자연하는 사람들과 법전 외우기로 벼슬을 땃으면서 세상이치 다 깨달은 양 가르치러 하는 법비들도 세상엔 우글우글하다,
결국 종의 직을 받은 우리는 세상 낮은 곳에서 신자를 섬기고 타인을 섬기는 자기비움의 길을 갈수 밖에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겸손의 꼴을 갖춘 종의 모습을 가진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새해엔 우리교회를 찾아오는 모든이들을 감싸안고 교회안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을 섬기고 모시자.
밥도 나누고 성령도 모시자. 교회에서는 마음의 양식이되는 성경말씀도 점심에 밥도 나누면서 비우고 낮추는 종의 모습을 가지자. 그래야 교학상장이며 즐탁동시가 된다. 그래야 알에서 깨어나와 진짜가된다. 새해는 더 바닥으로 내려가자
끊임없이 솟아나는 더 많이, 더크게 ,일을 벌이려는 욕망과의 한판 승부다. 더 낮은데로 기어가야 그 자체 존재를 살 수 있다. 칸트는 다스 딩 안 지히’Das Ding an sich, 즉 ‘물자체物自體’라고 불렀다. 인간이 삶속에서 발견한 물자체는 신, 자유, 진리다.
나는 자원봉사자들과 밥집에서 밥을 푸면서, 밥을 나누면서 낮아져서 세상 바닥을 기어가길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