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1년 10월 16일(토)
장소 : 경남 남해군 삼동로 죽방로 일대
주체 : 한국철인3종경기본부
(대회신청) 코로나 시대, 각종 철인 대회는 개최의 보장이 없다. 목표대회가 없는 운동은 체력증진일 뿐이다. 항상 대회를 준비하며 운동을 해왔기에“열리는 대회”를 찾는 것이 내겐 중요했다. 박기섭 본부장이 주최하는 대회는 “열리는 대회”라는 믿음이 있었다. 태철의 추억이 가물해져가는 어느 날 나는 원주철인3종 어벤져스(규성이형,상윤이형,영국이형,영태)와 함께 그러한 믿음과 치악산 막걸리에 취해 대회를 신청하게 된다.
(대회준비)
[훈련]
장거리 운동의 기본은 페이스를 찾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사실 페이스를 찾기위한 과정이다. 단거리 철인3종이나 단일 종목만 뛰었을 때의 페이스를 철인 킹코스 대회의 페이스와 같이 생각할 수 없다. 킹코스 철인3종은 3가지 종목이 연계되어 있어 자기 페이스를 찾기가 무척 힘들다. 특히 런 페이스는 도무지 예측이 안된다. 수영과 싸이클로 인해 데미지가 크게 쌓인 상태에서 마지막 종목인 마라톤 페이스를 찾는 것은 실전 대회가 아니고는 찾기 힘들다. 페이스를 찾아보자.
<런> 지난 태양의 철인대회에서 런은 정말 힘들었다. 특히 21km 이후 장단지로부터 햄스트링까지의 근육경련으로 인한 고통은 상상도 하기 싫다. 대회 이후 주종목인 런에서의 자신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새롭게 나타난 왼쪽발바닥 위 주상골부근 통증으로 인해 런 훈련은 계속 힘들었다. 재활운동과 휴식으로 통증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으나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그나마 하루를 달리면 그 다음날은 무조건 쉬니 부상이 조금씩 나아졌다.
일주일에 3번정도 런을 뛰었다. 그중에 한번은 인터벌 훈련 또는 언덕 훈련을 통해 포인트를 두었고 나머지는 조깅이나 가속주, 전환런을 했다. (인터벌 훈련은 최대 산소 섭취, 젖산역치 훈련에 좋고 언덕 훈련은 자세 훈련에 좋은 것 같다.) 장거리는 20km가 최대였는데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 하고자 되도록 천천히 뛰었다. (결국 장거리 훈련의 부족이 이번 대회 런에서의 후반부 페이스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었던거 같다.)
경험상 킹코스 런에서의 페이스는 훈련시 조깅 수준의 페이스보다 약간 상회하는 페이스가 좋은 거 같다. 인터벌훈련(빠르게 달린후 휴식조깅)과 장거리훈련을 통해 조깅 페이스를 찾았고 km당 5분 10초 정도가 킹코스에서 적당한 페이스임을 알았다. 런을 매일 뛸 수 없기에 훈련을 하면 조깅페이스는 보다는 빠른 페이스(5분이하/km)로 훈련했다.
<싸이클> 싸이클은 부상이 적다. (부상부담이 없기에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실력이 쌓이는 것 같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부담은 많다.^^) 런부상으로 인해 싸이클에 더욱 집중했다. 싸이클은 주중에 60~70km 템포훈련 한두번, 주말에 100km이상 장거리 훈련, 비가 오거나 시간이 없으면 집에서 로라 훈련을 했다. 항상 파워미터와 심박수를 보고 훈련하면서 페이스를 찾아 갔다. 그 결과 평균파워는 190, 평균심박수 140이하, 케이던스 85가 180km에 적합한 페이스 값이라는 것을 알았다.
<수영> 나에겐 수영은 노답이다. 선천적으로 어깨가 약한건지 물을 타고 잡는 능력이 부족한건지 몰라도 15년을 허우적했지만 수영실력은 언제나 제자리다. 다른 종목은 부상없이 시간투자와 집중훈련을 하면 계속 잘 할거 같은데 수영은 투자하는 만큼 성과가 없는거 같다. (그만큼 투자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집 근처 수영장에 혼자 막연하게 수영했다. 장거리 훈련은 반계리에서 한두번 했던거 같고 가능한 자세와 물잡기에 신경을 쓰며 일주일에 3번 정도 그날그날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시간을 채웠다. 여태까지 수영은 항상 기본목표 페이스가 2분/100m이었다. 수영이 잘 되는 날은 1분 55초 안되면 2분 10초가 항상 나왔기에 2분정도의 페이스면 적정했다.
(대회전)
10월 10일(일) 대회를 신청하고 보니 10월 9일(토)이 사촌동생 결혼식이다. 꼭 가야하는 결혼식이라 대회를 포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막걸리 결의 후 조금씩 운동을 준비했던게 아깝기는 했지만 부상도 있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접었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박기섭 본부장이 8회 분산개최라는 사상 초유의 대회방침을 세워 버렸다. 대회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분산개최로 대회가 진행될 같았고 8월 16일(토) 3번째 대회를 참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원철멤버들과 함께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혼자라도 대회를 뛰고 한해를 마무리 하고 싶었다.
대회 인원이 50명이하이기에 소규모로 대회가 진행되지만 이 시국에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주최측의 불굴의 의지가 아니고는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 8번 분산개최 대회는 아마 철인3종 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 힘들 것이다.
10월 16일(토)이 가까워 올수록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구라청의 인터넷 사이트는 비를 예보하고 있었다. 우중주를 대비해야 했다. 기온예보는 아침17도로 시작해 한낮에 17도로 대회하기에는 최적이었다. 이제 몸 컨디션만 최적으로 끌어 올리면 되었다.
대회가 있는 주에는 테이퍼링을 하면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았고 조깅과 질주, 짧은 인터벌로 컨디션을 조정하였다.
(대회전날)
오로지 혼자 가는 대회는 처음이다. 혼자 떠난다는 것에 마음이 새로웠다. 서울에서 남해까지 가는 길은 멀었고 오전 일로 인해 아침일찍 출발하지 못하고 급히 내려가다 보니 마음이 바빴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서 싸이클코스는 차로 꼭 답사를 하고 싶었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해가 지기 전 도착하여 코스를 둘러보고 등록을 했다. 홀로 천막을 정비하고 있는 박기섭 본부장이 보였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대회를 열어 주심에 감사를 한다. 30년동안 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불굴의 의지와 헌신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저멀리 구름 사이로 지는 해의 기운은 따사롭게 전해졌고 잔잔한 바람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한 바다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혀졌다. 바다에 떠있는 작고 아담한 섬들이 귀여웠다. 이런 날씨와 분위기가 내일도 계속되면 좋으련만...
숙소에 짐을 풀고 보급을 챙긴다. 대회전 보급은 항상 고민이다. 평소에 잘 먹지 않는 파워젤을 물통에 채워넣으며 하루종일 이걸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미쓱거린다. 근처 식당에서 이지역 명물인 죽방멸치 쌈밥을 먹고 일찍 잠을 청했다.
(대회날)
새벽에 일어나니 빗소리가 들린다. 해가 뜬 시각인데도 밖은 어둡다. 먹구름이 잔뜩끼어 있어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인거 같았다. 7시 경기장에 도착하니 자전거 2대가 바꿈터에 걸려 있었다. 한가했다. 참가한 인원이 20명 정도라고 한다. 아마 비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참가를 포기한거 같았다. (내년에 하면 되니깐^^)
선수들 중 충주에서 온 동생 용우를 빼고는 아는 이가 없었다. 외국인 3분이 보였고 일산클럽 멤버분들이 보였다. 나머지 분들은 다 근처 지역에서 오신 거 같았다.
남해바다에 입수. 느낌이 좋았다. 바닷물은 적정한 온도다. 너울도 많이 없고 잔잔했다.
8시 정각 출발. 수영거리가 390m 10회전이라도 참가자가 적어서 여유가 있었다. 몸싸움은 거의 제로.. 잔잔한 바다를 390m 돌고 나니 9분정도가 걸린다. 10회전이면 1시간 30분이 넘을 거 같다. 회전수를 까먹는다고 해도 시간을 보면 체크가 가능할 거 같았다. 회전을 하면 할수록 너울이 생겼으나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계속 회전하다보니 바다로 나아가는 물길은 쉬운데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힘들다. 조류가 조금 있는거 같다. 발차기는 거의 하지 않고 슈트의 부력과 스트로크만으로 수영을 한다. 나와 보니 1시간 34분..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오버되었다.
바꿈터에 나와보니 용우의 자전거가 없었다. 용우가 요즘 수영이 좋아 졌다고 했는데 얼마나 차이가 난건지 알 수는 없었다. 비가 오고 있어 양말을 신기가 너무 어려웠다. 주로로 나서자 앞에 한 선수(대구철인 허남수 선수)가 보인다. 피지컬과 자세가 좋다. 속도가 나랑 비슷하다. 13회전 길 중에 4회전 정도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다보니 내가 지치는 거 같다. 먼저 보내 주는 것이 맞는거 같다. 비는 오락가락 하고 바람은 점점 거세진다.
파워미터는 200에 가까운데 속도는 나지 않는다. 보통 평지에서 34~35정도는 찍혀야 하는데 33을 넘기 힘들다. 바람의 영향인지 계속되는 코너링과 턴의 영향인지 알 수 없다. 바람의 방향과 주로의 방향이 뒤엉켜 혼돈이다. 마주치는 용우와는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다행히 심박수는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 140전후로 잘 관리되고 있는 거 같다. 컨디션도 좋다. 지난주에 미녀3총사가 응원했던 지점에서 오늘은 용우 애들 3남매가 파이팅을 외쳐준다.
90km까지 페이스가 좋았는데 그 뒤로 조금씩 힘들다.
조금씩 힘들어질 찰라 터질게 터진 건가. 110km 지점에서 뒷 바퀴 평크...“아..”탄식이 나온다. 이제 경기 기록보다는 완주만이라도 하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예비 타이어를 준비하지도 않았기에 어떻게든지 본부석까지 가서 도움을 구해야 했다. 다행히 본부석까지는 2km 정도만 가면 되었고 가는 도중에 응원팀에게서 펌프를 구해 공기압을 채울 수 있었다. 본부석에서 예비휠을 빌렸다. 대선배님이신. 경수형님의 도움을 받으며 휠에 바람을 채우고 있으니 용우가 온다. 자기는 앞바퀴 펑크란다. 다행히 내가 뒷바퀴 펑크라 용우는 앞바퀴 예비휠을 빌릴 수 있었다.
싸이클 후반부로 갈수록 파워는 떨어 졌다. 다행히 바람이 잔잔해진다. 펑크로 인해 용우와 허남수 선수와의 차이는 더 벌어졌지만 그만큼 쉬었기 때문에 몸상태는 괜찮았다. 바꿈터에 자전거를 거치하고 양말을 다시 갈아 신었다. 런 양말을 따로 준비하길 잘 한거 같다. 싸이클 양말은 비와 오염물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런 페이스는 5분으로 하고 뛰어 보았다. 몸은 가벼웠고 다리도 뒤로 잘 올라 갔다. 5.3km 8회전 코스라 앞서간 용우랑 허남수 선수를 계속 만났다. 마주칠 때마다. 서로 파이팅을 해주며 달렸다. 허남수 선수는 나를 만날 때 마다 너무 잘 뛴다고 자기가 잡히겠다고 걱정한다.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용우도 허남수 선수가 거리가 좁혀졌다. 귀염둥이 3남매 꼬마들의 응원에 힘이 났다. 최고의 갤러리다. 하프를 넘어서니 허남수 선수가 잡혔다. 허남수 선수는 잡히니깐 이제 편안하다고 한다. 달리는 내내 내가 뒤에서 쫓아와서 불편했나 보다. 25km 이후 5분 페이스가 점점 떨어진다. 자전거를 끝마친 선수들이 런을 시작하면서 주로에 생기가 돈다. 아직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들 뛰고 있다.
나도 뛰고 있다..뛰자..뛰자...힘이 들어가는 것은 똑같은데 페이스는 느려진다. 한계점에 가까이 왔음을 느꼈다. 고통은 없지만 페이스가 떨어지는 지점....모든 에너지는 다 고갈되었다. 온 몸에 남은 희미한 에너지를 끌어 모아 15km에 뿌려야 한다.
날이 저물었다. 어둠은 삽시간 주위를 삼켜 버렸고 선수들은 희미한 가로등과 랜턴에 의지한 채 좀비처럼 달리고 있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아직 싸이클을 타고 선수들이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 바람은 더욱 차가워진다. 아..이 분위기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다. 여긴 어딘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모든 선수들이 되뇌였을 읊조림...
이제 마지막 랩이다. 결승점으로 들어오는 용우가 보인다. “수고했다, 용우야” “형님..이거 다시는 안해요”ㅋㅋ 엘리트 용우는 킹코스가 처음이라 거리와 페이스에 적응이 안된거 같다. 용우야..난 다시 한다...너도 아마 다시 할껄...ㅋㅋ 철인 킹코스는 모든 선수들에게 처절하게 힘들다. 그래서 완주의 기쁨이 공평하며 완주한 모든 선수가 위대하다.
반환점을 돌아 골인지점으로 들어오는 길...최선을 다 해본다.‘이번에도 완주했구나 수고했다....8회 완주 축하한다’ 나 자신을 다독이며 자축하며 결승선을 통과한다. 11시간 14분.. 참 열심히도 달렸다.
(에필로그)
올 한해 참 열심히 운동했던 거 같은데.. 이제 40대 중반이니 몸은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회복은 늦고 스피드는 쳐진다. 이 운동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이제는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거 같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위해 또 하루하루를 쌓아 나갈 것이다..
(감사)
항상 응원해주지고 지원해주시는 원주철인3종클럽 가족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표합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대회가 열리길 바라며, 클럽 멤버들과 함께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길 기대합니다.
(축하)
올해 힘든 상황에서도 킹코스 첫 완주한 영태, 동현, 영국이형, 상윤이형에게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내년에도 하실거죠? ^^
첫댓글 고생 많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였네여. 싸이클에서 이벤트만 발생되지 않아더라도 준비한 것 보다 잘 했을텐데. 아쉽겠지만 언제나 우리클럽의 에이스 입니다. 정인덕 화이팅..
영원한 나의 사부 인덕형님
혼자 않좋은 날씨에 고생 많으셨어요 형님의 많은 노하우가 많은분들의 도움이 될 껏 같네요!
내년에도 같이 열씨미 훈련하면서 추억 쌓겠습니다~^^
장문의 글을...
고생했어^^
카페를 오랜만에 들어오다 보니 이제서야 훈부님 후기를 접하네요. 장문의 글을 읽으면서 올 한해도 목표한 바를 위해 참으로 열심히 달려온 그 꾸준함과 성실함에 경의를 저절로 표하게 되더군요.
대회일 심란한 우중상태에 타이어 펑크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드셨을텐데 끝까지 완주하셔서 입상하심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쭉 계속 힘내서 가셔야죠. 언제나 응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