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寵辱若驚(총욕약경)
- 백서본 제57장 여운 이준호
남회근 : 영화와 굴욕에는 누군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치청 : 총애든 치욕이든 놀란 듯이 한다
주춘재 : 공명심이 지나치면 불안에 떨게 된다
톨스토이 : 세상의 강자들이 명예와 수치를 유령처럼 대한다
오강남 :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 – 지도자의 요건, 자기 비움
도올 김용옥 : 사랑을 받으나 욕되나 늘 놀란 것같이 하라
여운 : 인정욕구를 버려라
13. 寵辱若驚, 貴大患若身。何謂寵辱若驚? 寵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謂寵辱若驚。何謂貴大患若身?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及吾無身, 吾有何患?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愛以身爲天下, 若可以託天下。
은혜를 입어도(寵) 미움을 받아도(辱) 둘 다(若) 경계할지니, 커다란 우환을(大患) 내 몸과 같이(若身) 귀하게(貴) 여길지니, 무엇을(何) 일러(謂) 총욕을(寵辱) 경계하듯 하라 하는가(若驚)? 은혜는(寵) 위에서 내려지는 것이니(爲下), 그것을 얻어도(得之) 경계함같이(驚) 여기고(若) 그것을 잃어도(失之)
경계함같이(驚) 여길지니(若), 그것을 일러(是謂) 총욕을(寵辱) 경계함같이(驚) 하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일러(是謂) 커다란 우환을(大患) 내 몸과 같이(若身) 귀하게(貴) 여기라 하는지 아시겠는가? 내게(吾) 커다란 우환이(大患) 자리하게 된 까닭은(所以)내게(吾) 우환이 생기는 육신이 존재(有身)하기 때문이다(爲). 내게(吾) 육신이 없게(無身) 된다면(及) 나에게(吾) 근심 따위가 뭔 대수가(何患) 있겠는가(有)? 내 육신처럼(以身) 천하를(天下) 사랑할(愛) 줄 알기에 그와 같다면(若) 가히(可) 천하를(天下) 맡길(託) 수 있을 것이다.
Favour and disgrace would seem equally to be feared; honour and great calamity, to be regarded as personal conditions (of the same kind).
What is meant by speaking thus of favour and disgrace?
Disgrace is being in a low position (after the enjoyment of favour).
The getting that (favour) leads to the apprehension (of losing it), and the losing it leads to the fear of (still greater calamity): this is what is meant by saying that favour and disgrace would seem equally to be feared.
And what is meant by saying that honour and great calamity are to be (similarly) regarded as personal conditions?
What makes me liable to great calamity is my having the body (which I call myself); if I had not the body, what great calamity could come to me?
Therefore he who would administer the kingdom, honouring it as he honour his own person, may be employed to govern it, and he who would administer it with the love which he bears to his own person may be entrusted with it.
제임스 레게(1815~1897) 영국 선교사, 옥스퍼드 중국학 교수, 최초의 도덕경 영어 완역.
寵辱若驚(총욕약경),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何謂寵辱若驚(하위총욕약경)?
남 : 영화와 굴욕을 놀라는 것같이 하고, 큰 근심을 귀하게 여기기를 자기 몸같이 여긴다. 영화와 굴욕을 놀라는 것같이 함은 무엇을 이르는가?
장 : 총애든 치욕이든 놀란 듯이 하고, 큰 환란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총애든 치욕이든 놀란 듯이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주 : 공명심이 지나치면 하루 종일 불안에 떨게 된다. 온종일 걱정하다 보면 정말로 재앙을 끌어들일 수 있다.
톨 : (현자에게) 세상의 힘 있는 자들로부터 받는 명예와 수치는 어느 것이나 똑같이 이상하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육체는 커다란 짐처럼 그를 짓누른다. (현자에게) 세상의 힘 있는 자들로부터 받는 명예와 수치는 똑같이 이상한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고난을 귀하게 여기십시오.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김 : 총애를 받으나 욕을 당하거나 다같이 놀란 것같이 하라. 큰 환란을 귀히 여기기를 내 몸을 귀하에 여기는 것같이 하라. 총애를 받으나 욕을 당하거나 늘 놀란 것 같이 하란 말은 무엇을 일컬음인가?
여운 : 은혜를 입어도(寵) 미움을 받아도(辱) 둘 다(若) 경계할지니, 커다란 우환을(大患) 내 몸과 같이(若身) 귀하게(貴) 여길지니, 무엇을(何) 일러(謂) 총욕을(寵辱) 경계하듯 하라 하는가(若驚)?
寵(사랑할 총) - 사랑하다, 특별히 귀여워하고 사랑하다, 교만하다, 높이다, 총애, 첩.
辱(욕될 욕) - 욕되다, 수치스럽다, 더럽히다, 모욕을 당하다, 욕보이다, 무덥다, 황공하다, 거스르다, 치욕, 수치.
若(같을 약) - 같다, 어리다, 이와 같다.
驚(놀랄 경) - 놀라다, 두려워하다, 놀라게 하다, 위험 다급하다, 경계하다, 빠르다, 경기.
貴(귀할 귀) - 귀하다, 지위가 높다, 중요하다, 귀중하다.
患(근심 환) - 근심, 걱정, 병, 재앙, 미워하다, 앓다.
何(어찌 하) - 어찌, 어느, 어떤, 언제, 얼마, 무엇, 왜냐면, 잠시, 꾸짖다, 받다, 당하다.
寵爲下(총위화), 得之若驚(득지약경), 失之若驚(실지약경), 是謂寵辱若驚(시위총약경)
남 : 영화를 나쁜 것이라 여겨, 그것을 얻으면 놀라는 것같이 하고, 그것을 잃으면 놀라는 것같이 하니,
이것을 일러 영화와 굴욕을 놀라는 것같이 한다고 한다.
장 : 총애를 받는다는 것은 미천한 것이니, 총애를 받아도 놀란 듯이 하고, 총애를 잃어도 놀란 듯이 하라는 말이다. 이를 일컬어 총애든 치욕이든 놀란 듯이 한다고 한다.
주 : 총애와 굴욕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총애를 받으면 고상해 보이고, 굴욕을 당하면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총애를 받아도 그것을 잃게 될까 걱정하게 되므로, 결국 두 경우 모두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만다.
톨 : 세상의 강자들로부터의 명예는 (현자를 위한) 굴욕이다. 그러므로 명예가 (그에게) 다가오면 (현자는) 그것을 경멸적으로 다룬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강자들이 명예와 수치를 유령처럼 대하는 것이다.
오 :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함이라 합니다.
김 : 총애는 항상 욕이 되기 마련이니 그것을 얻어도 놀란 것처럼 할 것이요, 그것을 잃어도 놀란 것처럼 할 것이다. 이것을 일컬어 총애를 받으나 욕을 당하거나 늘 놀란 것같이 하라 한 것이다.
여운 : 은혜는(寵) 위에서 내려지는 것이니(爲下), 그것을 얻어도(得之) 경계함같이(驚) 여기고(若)
그것을 잃어도(失之) 경계함같이(驚) 여길지니(若), 그것을 일러(是謂) 총욕을(寵辱) 경계함같이(驚) 하라는 것이다.
何謂貴大患若身(하위귀대환약신)? 吾所以有大患者(오소이유대환자), 爲吾有身(위오유신)。
남 : 큰 근심을 귀하게 여기기를 자기 몸같이 여긴다함은 무엇을 이르는가?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까닭은 나에게 몸이 있기 때문이다.
장 : 큰 환란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에게 큰 환란이 있는 까닭은 나에게 몸이 있기 때문이다.
주 : 큰 우환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몸에 재앙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톨 : 뭔가를 할 수 있는 육체는 커다란 짐처럼 현자를 짓누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큰 슬픔이 있다.
오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내 몸이 있기 때문,
김 : 큰 환란을 귀하게 여기기를 내 몸을 귀하게 여기듯 하란 말은 무엇을 일컬음인가?
나에게 큰 환란이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운 : 내가 무엇을 일러(是謂) 커다란 우환을(大患) 내 몸과 같이(若身) 귀하게(貴) 여기라 하는지 아시겠는가?
내게(吾) 커다란 우환이(大患) 자리하게 된 까닭은(所以)내게(吾) 우환이 생기는 육신이 존재(有身)하기 때문이다(爲).
所(바 소) - 일의 방법, 것, 곳, 처소, 도리, 경우, 얼마, 거처하다, ~을 당하다. 나무찍는 소리
者(놈 자) - 놈, 사람, 것, 허락하는 소리, 여러, 무리, ~면, ~와 같다.
吾(나 오) - 글 읽는 소리, 나의 말, 나, 우리, 막다.
身(몸 신) - 몸, 신체, 자기, 자신, 출신, 신분, 몸소, 친히, 나이, 체험하다.
及吾無身(급오무신), 吾有何患(오유하환)?
남 : 나에게 몸이 없다면 나에게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장 : 나에게 몸이 없다면 나에게 무슨 환란이 있겠는가?
주 : 육체와 나를 동일시하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슨 우환이 있겠는가?
톨 : 육체를 상실할 때 나는 어떤 슬픔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오 : 내 몸이 없어진다면 무슨 고난이 있겠습니까?
김 : 내가 몸이 없는데 이르면 나에게 무슨 환란이 있겠는가?
여운 : 내게(吾) 육신이 없게(無身) 된다면(及) 나에게(吾) 근심 따위가 뭔 대수가(何患) 있겠는가(有)?
故貴以身爲天下(고귀이신위천하), 若可寄天下(약가기천하)。
남 : 그러므로 몸을 귀하게 여겨 천하를 다스린다면 천하를 맡길 수 있다.
장 : 그러므로 제 몸처럼 천하를 귀히 여겨야만 천하를 맡길만하고,
주 : 그래서 자신의 생명보다 천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야 천하의 사명을 맡을 수 있다.
톨 : 육체를 상실할 때 나는 어떤 슬픔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자가 우주를 지배하는 것을 두려워할 때
그에게 슬픔을 내려줄 수 있다.
오 :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김 : 그러므로 자기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천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겐 정녕코 천하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여운 : 그러기에(故) 내 육신을 귀히 여기듯(貴以身) 천하를(天下) 귀히 여기면(爲) 만약(若), 그리할 수 있다면(可) 천하를(天下) 맡겨도(寄) 좋다.
寄(부칠 기) - 부치다, 보내다, 맡기다, 기대다, 의지하다, 빌리다.
愛以身爲天下(애이신위천하), 若可以託天下(약가이탁천하)。
남 : 몸을 사랑하여 천하를 다스린다면 천하를 맡길 수 있다.
장 : 제 몸처럼 천하를 아껴야만 천하를 내어줄 만하다.
주 :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는 이상으로 천하를 사랑해야 천하의 책임을 맡을 수 있다.
톨 : 그가 우주를 지배하는 것을 후회할 때 그때도 그에게 슬픔을 줄 수 있다.
오 :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 : 자기 몸을 아끼는 것처럼 천하를 아끼는 사람에겐 정녕코 천하를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
여운 : 내 육신처럼(以身) 천하를(天下) 사랑할(愛) 줄 알기에 그와 같다면(若) 가히(可) 천하를(天下) 맡길(託) 수 있을 것이다.
愛(사랑 애) - 사랑, 자애, 물욕, 탐욕, 사랑(사모)하다, 즐기다, 아까디.
託(맡길 탁) - 맡기다, 의탁하다, 부탁하다, 의지하다, 받치다, 밀다, 받침.
흔히들 인간을 감정의 동물이라 한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상당한 고민을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밥을 거르는 일은 있어도 책만큼은 정말 부지런히 읽었다. 책 읽는 재미에 빠지면 영화나 여행도 재미가 없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간은 어떻게 생겼는지? 생명은 어떻게 작동되는지? 감정은 무엇이고 뇌는 인간에게 왜 중요한지? 이러한 궁금증이 끊이질 않았다. 더욱이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기에 세상 만물에 관한 기원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알고 싶었고 미치듯이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알아낸 내용을 첫 번째 저술한 세상 모든 만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책이었다.
두 번째 글은 감정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 감정을 지배하지 못함으로 극단에 이르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유 없이 묻지 마 폭력을 가하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인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총기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감정이 뭐라고 말이다. 그러다 제자의 부탁으로 주역 등 동양고전을 가르쳐 달라는 청을 받고 동양고전을 다시 살펴보다 도덕경이 삼라만상 모든 것을 다루고 있음을 알았다. 도덕경에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집대성해야겠다는 결심으로 하루 꼬박 10시간씩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주말에는 집 근처 마포도서관에서 꼬박 넉 달 동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앞으로 3개월은 더 써야 한다. 제일 힘든 건 목 관절과 등짝 그리고 눈이다. 제자의 수업료 말고는 경제활동이 거의 없기에 생활고는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 직전이다. 눈에서 고름이 나올 정도로 이글에 내 인생을 걸었다. 그런데도 아직 주해해야 할 장들이 67장이나 남았다. 매일 한 개의 장을 주해하니 앞으로도 67~70일은 꼬박 써야 한다. 그래도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었다. 내 생각을 후대에 활자로 남길 수 있음에 만족한다.
10여 년을 계급장 획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공부해보니,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제대로 배워서 세상으로 나가지 못한다. 특히 교육 내용과 과정은 정말 잘못됐다.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들은 너무도 당연하듯 대충 넘어간다. 내가 내린 결론은 세상 사람들이 시험성적은 좋을지 모르나 진정한 지성과지혜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일본 다마대학 대학원 다사카 히로시 교수가 저술한 『슈퍼제너럴리스트 : 지성을 연마하다』를 읽어 보시길 권유한다.
특히 우리는 감정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 서양 철학은 감정을 아예 상대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성만이 철학의 대상이었고 감정은 나약한 인간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다. 그러다 최근 신경과학자들이 감정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2022년은 박문호 박사님의 권유로 감정에 관한 공부를 주도적으로 했다. 박문호 박사님은 개인적으로 나를 알지 못한다. 10년 전 유튜브 강의를 통해서 박사님의 강의와 책을 열심히 읽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분을 스승 삼아 정말 피나게 공부했다. 유튜브로 박사님께서 추천해주신 책들은 반드시 읽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강의를 죄다 찾아들었다. 배움에 목마른 분들은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를 추천드린다. 특히 빅히스토리사를 강조한다.
최근 감정 관련 출간된 책들을 살펴보면, 노스이스턴대학의 심리학 석좌교수이자 하버드의대 '법·뇌·행동센터'의 수석 과학책임자인 리사 펠트만 배럿(Lisa Feldman Barrett 1963~) 교수는 신경과학적 감정 연구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이다. 그녀가 서술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책들이다. 예일대 감성지능 센터장 마크 브래킷(Marc Brackett, 1969~)의 『감정의 발견』과 캘리포니아 공과대 교수이자 이론물리학의 거두 스티븐 호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레너드 믈로디노프 교수가 저술한 『감정의 뇌과학-지금 느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랜디 타란의 『감정은 패턴이다』라는 책들이 나와 있다. 국내에서도 봇물 터지듯 감정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 박용철이 쓴 『감정은 습관이다』, 특히 동아대학 사학과 교수인 김학이 교수의 『감정의 역사』는 반드시 읽어 보시길 권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춘추 시대에 노자는 벌써 감정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자발적 내면의 감정과 사회적 감정으로 나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를 이루고 유지하기 위해 주고받는 사회로부터 출발한 감정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평판본능에서 나오는 눈치와 타인의 시선으로 나타나는 감정들이다. 예를 들면 타인으로 받는 감동이 있으면 불쾌감이 있다. 이를 우리는 공감 능력(共感能力, empathy intelligent) 또는 ‘공감 지능’이라 부른다. 이 능력 덕에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고 하는 것이다. 또한 보이스피싱(이놈들은 정말 잡아서 다 사형시켜야 한다)을 설계한 악당들은 사람들이 가진 이러한 공감 능력과 측은지심의 감정을 악용한다. 얼마 전 나도 당할 뻔한 보이스피싱 메시지를 소개한다.
“010-7603-83..으로부터 아빠! 폰화면 고장나서 as센터에 보냈어.지금 이번호로 카톡추가하고 톡줘급! 답장:아빠한테 전화해! 지금 통화안돼아빠지금 바빠?바쁜거 아니면 부탁하나만 해도돼?
답장: 뭐?
폰액정 때문에 온라인상으로 액정보험 가입하고 통신사 인증받아야되는데 폰수리 맡겨서 문자인증 확인이안돼서 아빠명의로 신청해도돼?
답장:어떻게 하는건데? 인증번호 알려주면 되는거야?
잠시만 필요한거 말하면 보내줘. 아빠 주민등록증 앞면 사진 사각잘보이게 빛반사없이 찍어서 보내줘 그리고 환불 받을 계좌번호랑 비번 필요해
답장: 신분증 없어 지금.
운전면허증도 괜찮아
답장: 없어 지금. 엄마한테 부탁하면 안되
아빠 명의로해야돼
답장: 안되. 너 누구냐 근데?
......................................”
위급한 딸의 도움 요청에 나도 당할 뻔했다. 어떻게라도 신분증을 만들어서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평소 딸이 하는 문자 스타일과 달라 바로 딸에게 카톡을 보냈다. 너 전화기 망가졌니? 바로 답장이 왔다. 아니!
부성애와 모성애와 같은 지고지순한 감정을 이용하는 나쁜 범죄이다. 가장 약하고 여린 감정을 악용한 인면수심을 한 짐승들의 잔악함. 정말 침팬지라고 칭해주는 것도 아깝다. 인면수심의 짐승들은 어렵게 획득한 지능으로 더욱더 사악하게 진화해 가고 있다.
개인적 사회적 감정은 또다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나뉜다. 또한 감정은 진화 시기와 환경에 따른 감정의 순차가 있다. 예를 들면 가장 원초적이고 오래된 감정은 생존과 번식에 관한 감정이다. 식욕과 번식욕은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인 감정으로 인간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가 공통으로 느낀다. 결국 이 감정을 어떤 식으로 환경에 맞게 처리하느냐가 감정의 진화이다. 인간은 대형 유인원 수컷 중 음경의 길이가 가장 길다. 그 이유는 완벽한 직립보행을 하면서 여성의 자궁이 몸 깊숙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정자를 안정적으로 난자에 수정시키기 위해서는 음경의 길이가 길어져야 했다. 그래서 침팬지에게는 남아 있는 음경 뼈가 도태되었다. 사피엔스 수컷에게 뼈가 아직 남아 있었으면 늘 골절을 염려하느라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팬티 역시 텐트처럼 앞이 넓게 부풀어 있어야 한다. 직립보행으로 자유로워진 손은 중요 부위를 보호하는 용으로 써야 했기에 아마 굶어서 멸종했을 것이다. 이렇듯 감정이란 생존과 번식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진화인류학과 교수 로빈 던바(Robin Dunbar, 1947~ )의 『사회성, 두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에서 제시한 ‘던바의 법칙’은 바로 이런 복잡한 감정이 사회관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타나는 지속, 관리가 가능한 적정 관계의 수이다. 던바의 수의 크고 작음은 영장류들을 실험한 결과물로 뇌 전체 중 신피질(Neo Cortex) 크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류 중에서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인간은 150~200명, 침팬지 65, 오랑우탄 50, 고릴라 33, 긴팔원숭이 14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가 크고 복잡할수록 스트레스와 감정의 친화도 및 피로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인간은 지난 20만 년 동안 지배와 복종의 서열 우위관계에서 수평적 구조의 평등사회로 진화해 왔다. 그러다 1만 년 전 소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안정화되자 중석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수렵채집 시절을 뒤로하고 농업인의 시대 즉 정주(착)문화를 선택한다. 원시인에서 농부가 된 것이다. 불을 이용하여 숲을 불태우고 그곳에 식용작물을 기르기 시작했다(火田農業, 화전농업). 초기 재배 작물은 사탕수수, 수수, 콩, 밀과 보리, 쌀 같은 곡식류였다. 그리고 야생의 동물을 길들였다. 이를 가축화(Domestication) 또는 길들이기라고 한다. 다윈이 표현한 인위적(人爲的) 선택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졌다. 가축은 인간의 노동력을 배가시켰다. 숲을 태워 땅이 생기면 길들어진 말과 소로 열심히 땅을 갈았다. 동이 틀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사피엔스는 죽어라 일했다. 유발 하라리의 기막힌 표현대로 사피엔스가 풀을 길들인 것인지 풀들이 사피엔스를 길들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드디어 배고픈 감정이 해결된 듯 보였다. 참고로 길들이고 싶어도 길들이지 못하는 동물들이 있다. 야생의 동물을 길들인다는 행위는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지니는 폭력성과 공격성 그리고 감옥처럼 좁은 공간에 가두어 길들인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들 대부분은 길들어지지 않는다. 지나치게 넓은 영역과 폭력성 때문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길들어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또 다른 감정을 선물했다. 부지런함, 풍족함, 든든함, 책임감, 의무감 등이다. 그러나 사피엔스의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백질과 다르게 탄수화물은 장기간 저장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작물이라 필연적으로 잉여생산물을 낳는다. 잉여생산물이 사피엔스에게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분화되는 결과가 됐다. 지난 20만 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배고프면 사냥 나가고 철마다 열리는 것들을 주워 먹고 살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안정화되자 풀의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인이다’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잉여생산물에 의한 가지고 못 가진 것이 정의와 계급이 되어 인간의 노예가 되었다. 드디어 자연이 아닌 힘이 권력이 되고 힘이 정의가 되는 과정이다.
계급이 생기면 또 다른 감정이 탄생한다. 바로 억울함이다. 힘이 정의가 되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은 핵심은 힘이 있고 없음의 차이이다. 기억나시는가? 다시 침팬지 사회가 된 것이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공정과 정의가 수직적으로 찍어 내리는 힘일 것인가? 평등과 공정과 정의, 약자에 대한 배려심과 같은 수평적 힘일 것이냐? ㄱ,리고 이 두 힘이 만나는 필연적 대립이다. 그게 정치고 경제고 사회학이다. 사피엔스에게 가장 강력한 감정의 탄생은 정의심과 공정심, 도덕심, 이타심, 배려심, 자발적 협력심, 희생정신 같은 감정들이다. 짐승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고귀한 감정들이 생겼다. 재물과 권력을 귀히 여기지 않고 천하 만물을 귀히 여기는 사람, 자기 길들이기의 신독(愼獨)하고 그것을 오래도록 실천하는 능구(能久)하는 사람을 일러 자사(子思)는 군자의 중용(中庸)이라 칭했다.
노자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은혜를 입어도(寵) 미움을 받아도(辱) 둘 다(若) 경계할지니, 커다란 우환을(大患) 내 몸과 같이(若身) 귀하게(貴) 여겨라! 무엇을(何) 일러(謂) 총욕을(寵辱) 경계하듯 하라 하는가(若驚)?
은혜는(寵) 위에서 내려지는 것이니(爲下) 그것을 얻어도(得之) 경계함같이(驚) 여기고(若), 그것을 잃어도(失之) 경계함같이(驚) 여길지니(若), 그것을 일러(是謂) 총욕을(寵辱) 경계함같이(驚) 하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일러(是謂) 커다란 우환을(大患) 내 몸과 같이(若身) 귀하게(貴) 여기라 하는지 아시겠는가? 나에게(吾) 커다란 우환이(大患) 자리하게 된 까닭은(所以) 나에게(吾) 우환이 생기는 육신이 존재(有身)하기 때문이다(爲).
내게(吾) 육신이 없게(無身) 된다면(及) 나에게(吾) 근심 따위가 뭔 대수가(何患) 있겠는가(有)? 그러하기에(故) 내 육신을 귀히 여기듯(貴以身) 천하를(天下) 귀히 여김(爲) 으로(若), 그리할 수 있다면(可) 천하를(天下) 맡겨도(寄) 자신의 육신처럼(以身) 천하를(天下) 사랑할(愛) 줄 알기에 진정 그와 같다면(若) 가히(可) 천하를(天下) 맡길(託) 수 있음이다.
아! 노자여! 그대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