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살이를 감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업으로 농업을 선택하는 귀농뿐만 아니라 로망이던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골로 집을 옮기는 귀촌도 트렌드가 됐다.
귀농귀촌은 지자체의 인구 증가와 지가(地價) 상승에도 한몫한다. 경남도 10개 군 중에서 산청과 창녕은 인구가 늘고 있다. 각각 귀촌, 귀농 1번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 수는 산청은 469가구로 2013년 대비 2.8배 늘었고, 창녕은 1841가구로 5.7배 증가했다. 나머지 8개 군은 인구 감소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산청은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으며 공시지가 상승률도 도내 최고를 기록했다. 2018년 1월 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의 전국 평균 상승률은 6.28%, 경남은 평균 7.91% 오른데 비해 산청은 11.42% 올랐다.
한편, 하동군 가탄마을은 해마다 귀농귀촌인 화합 한마당 행사를 통해 원주민과 유대감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전원주택 붐 인구↑ 땅값↑ 농촌 활력소
산청군 전원주택지 수월·석대지구
산청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인근 시 지역 접근성까지, 전원주택지로 안성맞춤의 조건을 갖고 있다. 2014년 단성면 석대지구와 신안면 수월지구를 시작으로 전원주택단지의 대명사가 됐다. 토목, 조경, 상하수도, 전기 등의 기반시설을 마친 후 분양하는 방식이 성공 비결이다.
이 같은 대지조성사업은 ‘전원 속의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골치 아픈 민원들을 피하는 해답이 됐다. 마을 빈터나 헌집을 사들여 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방식이 원주민과의 갈등을 낳아온 현실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산청군내 전원주택단지 기반시설 현황은 65곳 1511가구. 이 중 570가구는 벌써 준공했거나 공사 중이다. 대지 구입 이후 건축까지 시차가 있어서 당장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 증가 보험에 든 것은 분명하다.
2015년 31필지를 조성해 인기리에 분양한 수월지구 선유동전원마을에는 이미 7가구가 입주해 산청군민이 됐다. 현재 2만4362㎡ 가운데 3필지는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선유동전원마을을 조성한 세영하우징 박경혜 대표는 “최근의 부동산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전원주택지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은 편”이라며 “돈 있는 사람의 별장식 전원주택에서 실속 있는 작은 전원주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산청의 전원주택 붐은 지가에도 그대로 반영돼 수월지구와 석대지구의 나대지가 3.3㎡당 30만원 전후로 올랐고, 토목공사가 끝난 택지는 50만원에서 80만원대까지 호가한다.
산청읍에서 부동산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중천씨는 “지가가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인기 있다. 은퇴한 50~60대 도시민들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마을기업으로 富村 꿈 이룬다
창녕군 대합면 계동리 성지골
귀농 1번지로 도내 귀농인구가 가장 많은 창녕군에서는 귀농인 마을기업까지 성공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대합면 계동리 성지골은 귀농가구가 들여온 새 작물인 천년초로 인구도 늘리고 소득도 증대시킨 대표적인 경우이다.
고령 마을로 별다른 소득자원이 없던 지난 2016년 굿데이영농조합법인(대표 김영우·63)이 설립됐다. 2008년 귀농한 김 대표와 지정숙(62)씨 부부는 천년초 재배로 귀농에 성공하며 이웃들에게도 천년초를 전파해 조합을 만들었다.
마을 3가구에 한 가구꼴인 15가구나 조합에 가입했다. 원주민도 6가구가 동참하면서 추가 가입을 고려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이제 마을은 눈 닿는 곳마다 천년초밭. 재배면적은 6만6000㎡에 이른다. 가구당 연간 수입도 1500만원선을 유지하며 1~2인 가구가 대다수인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천년초 제품은 농축액, 환, 분말, 화장품 등 모두 8종. 생협과 하나로마트, 창원롯데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조합 사무국장 지정숙씨는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 50~60대가 유입되면서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며 “어르신들은 기존의 농사를 지으면서 천년초 재배는 부업 삼아 한다. 소득이 생기니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영우 대표는 “주문물량을 다 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천년초 재배면적은 계속 늘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성지골은 2018 창조적마을만들기 국비공모사업에도 선정되는 등 경사가 겹쳤다.
‘귀농귀촌인 화합잔치’로 행복한 동네
하동군 화개면 탑리 가탄마을
가탄마을은 지리산둘레길 제16구간의 출발지이다. 외지인의 방문이 잦은 편이라 민박과 펜션이 많다. 그래서인지 유입인구는 대부분 귀농보다 귀촌이다. 전체 122가구 가운데 71가구가 귀농귀촌 가구. 외지인이 60%에 육박한다. 경사지의 마을이라 예전에는 땅값이 싼 편이었는데, 지금은 빈 땅이 거의 없다.
심윤섭(55) 이장은 “귀농은 아니더라도 펜션사업이나 자연을 누리며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은퇴자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인근에 초·중학교가 있어 시골이지만 교육환경이 나쁘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20년 전 가탄마을로 이주한 심 이장도 학교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한다.
가탄마을은 화목한 마을분위기로도 유명하다. 4년째 ‘귀농귀촌 화합 한마당’을 열어 마을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리를 공식화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 농번기를 피해 마을잔치가 열리곤 했는데,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것 같아 잔치이름에 아예 귀농귀촌을 넣었다.
덕분에 1년에 몇 차례씩 마을 잔치가 열린다. 원주민과 귀농귀촌가구가 돌아가며 한턱 내는 식의 공동잔치가 이어진다는 것. 하동군이 올해부터 6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마을 분위기는 더 신바람을 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