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330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 마지막 남은 고지 춘천마라톤대회.....
지난 봄에 동아마라톤에서 330제패(?)를 한 여세를 몰아 나에게는 마의 코스인
춘천마라톤대회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고 나름 준비를 하고 나가긴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네요.
그러나 비록 목표달성에 실패했지만 실패의 사례도 교훈으로 남을 수 있기에
준비과정과 대회운영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1. 대회전 준비과정
[폭염속의 8월 : 168km]
유래를 찾을 수 없었던 폭염이 지속되던 8월에도 예년보다 훈련거리는 조금 더 늘었다. 동마대회 이후 잠재웠던 몸을 깨우는 기간으로 삼고 주로 조깅속도로 달리기위한 기초체력을 다질 요량으로 훈련에 임했다. 훈련거리를 늘릴 욕심에 8월15일오후 36~7도의 무더위속에 아라뱃길 따라 정서진까지 거리주를 나갔다가 돌아오다 탈수증에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제일 남는 달이다.
[아쉬움이 남는 9월 : 201km]
대회 2달~1달전 훈련이 제일 중요한 기간인데 억지로 거리는 채웠지만 훈련내용에 있어서는 전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든 달이다. 9월달 두 번의 하프대회를 통해 몸상태 점검과 컨디션 끌어 올리기를 하였으나 장거리훈련과 언덕훈련이 성공했던 대회에 비해 부족했다. 그러나 부족한 훈련은 10월달에 잔머리를 굴려 보충하기로 했다.
[뜻한대로 진행되지 않은 10월 : 148km]
그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부족한 훈련량은 거리를 늘리는 것보다 훈련강도를 높이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대회 직전에 거리주 훈련보다 스피드를 올리는데 주력했다. 월초에 강남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전반 섭4, 후반 330페이스로 끌어올려 345골인을 목표로 컨디션 점검을 하였으나 347로 실패하여 춘마 목표달성에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 게다가 목표로 했던 단거리 스피드훈련도 3회 밖에 실시하지 못했고 대회일 이전으로 역산한 한달 훈련거리가 180km(이렇게 되면 9월 훈련거리도 180km로 줄어든다.)밖에 되지 않아 결국 석달동안 목표로한 200키로는 한번도 채우지 못한체 대회에 나서게 된 것이다.
[대회 1주일전]
어쩔 수 없이 잔머리를 굴려 모자라는 훈련을 커버할 수 밖에.....
먼저 카보로딩을 위한 식이요법 실시. 월~수 3일간은 단백질보충을 위해 매일 저녁 수육을 먹어야 했는데, 목이 메어 막걸리의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나머지 목~토 4일간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위해 밀가루 음식 집중적으로 섭취하면서 다행스럽게 토요일 1잔을 빼고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다. 근무시간 틈틈이 수분보충과 함께 잣,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도 섭취.
다음으로는 다리에 쌓인 피로 풀어주기..
마지막주 월요일 짧은 훈련 후 1시간 이상 종아리 근육풀어주는 마사지 실시. 다음날 아침에 다리에 알이 밸 정도로 아픈부위가 많이 나타났다. 수요일 부터는 새벽에는 전동마사지기를 동원하고 저녁에는 박찬호크림에 온열찜질 마사지로 근육의 피로를 풀어 주었는데, 생각보다 다리근육 곳곳에 숨어 있는 통증과 근육의 피로가 많이 남아 있어 비록 많은 훈련은 아니지만 그동안 고생한 다리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정성껏 마사지를 실시 하였다. 그러나 대회 바로 전날 상암경기장에 축구관람을 가서 경기내내 서서 응원을 한 탓에 1주일동안의 정성이 물거품이 되었다.
2. 대회일
[출발전]
새벽 네시반에 일어나 후다닥 씼고 5시 10분에 아파트를 나섰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마치 장맛비 처럼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 찬 새벽공기와 함께 몸이 움츠러 들어 출발전 부터 분위기가 급다운되었다. 개화역에 주차를 하고 9호선 일반열차타고 김포공항에서 급행으로 갈아타고 노량진역하차 다시 1호선 환승하여 용산역하차하여 턱걸이로 춘천행 ITX열차 탑승 성공!!! 환승때마다 계단 뛰어다니느라 이미 준비체조는 끝났다.
춘천에는 7시반경 도착무렵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 수록 거세지는 빗속에 수많은 참가자들이 뒤엉켜 엉망진창이 출발지에서 허둥지둥 물품을 맡기고 체조를 할 시간도 갖지 못한체 B그룹출발대기선으로 달려갔는데 서두르다 너무 일찍 왔는지 B그룹 주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기에는 주변상황이 너무 복잡해 그대로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혼자 몸풀기를 하며 출발을 기다렸할 무렵부터 비는 더욱 더 내리기 시작하여 이미 온몸은 비에 흠뻑 젖고 말았다. 늦가을 비를 맞아 추위에 떨면서 비닐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이에 출발이 되어 말그대로 얼떨결에 고행의 레이스는 시작되고 말았다.
[0~5k : 25:00]
참가했던 많은 대회에서 이구간은 항상 컨디션이 역대 대회중 가장 좋은 것 같아 오늘은 사고를 칠거라는 착가이 들게하지만, 오늘은 전혀 상황이 달랐다.
출발하자마자 젖은 신발에서 물빠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추위 방지를 위해 입은 긴팔상의는 피부에 완전히 달라붙어 맞바람에 체감온도가 급냉시켜 팔이 저릴 정도로 시렸다.. 올해 첫 참가대회인 대관령알몸마라톤대회때보다 더 추운것 같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었다. 추위 탓인지 주위에 주자들이 빠른속도로 추월해 나갔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지만 5분페이스 유지를 위해 내리막에서도 브레이크를 걸으며 조심조심 달렸으나 오른쪽 윗무릎 근육이 초반부터 뭉치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5~10k : 25:03]
맞바람이 불때마다 체온은 더 떨어져 추위가 심했지만 급수대를 거르지 않고 물을 마신 탓에 출발전 소변을 해결 했음에도 다시 방광이 차올라 해결할 장소를 탐색하며 주행. 의암댐 통과이후 뒷바람으로 바뀌어 추위가 덜해지기 시작했고, 10k무렵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해 주행여건이 대폭 좋아져 하느님께 감사하며 추위에 의한 위축감이 사라지고 이제부터 추위걱정 없이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10~15k : 25:15]
비가 그친 이후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달리기 동작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다행이다. 12k통과무렵 살짝 커브길 도로변에서 차오르던 방광을 비우고 나니 몸도 가벼워졌고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그러나 노상방뇨에 빼앗긴 시간을 만회하느라 스피드를 올렸으나 랩타임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15~20k : 24:45]
초반에 불편했던 윗무릎부분이 계속 걸리기는 했으나 아직은 달릴만 했다. 비어 젖었던 옷이 이번엔 땀으로 젖을 정도로 목표스피드에 도달했다. 15k급수대에서 첫번째 아미노산 투입...살짝 느껴지던 허기도 없어졌다.
[20~25k : 24:36]
하프통과 시간1:45:24. 일단 악천후속에 오버하지 않고 목표페이스 유지가 되어 다행이다. 그러나 하프통과 이후 몸이 살짝 무거워지는 것이 느낌이 좋지 않다. 게다가 무릎부위는 점점 불편해져가는데 곧 마의 언덕구간이 기다리고 있고,,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지 걱정이 들기 시작. 지금부터는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것 보다 다리 통증부위에 붓는 것이 바쁘다. 25k급수대에서 두번때 아미노산 투입, 바나나 반개 섭취
[25~30k : 25:09]
춘천마라톤대회의 하이라이트구간.. 마의 구간이라고도 하는 춘천댐 통과하는 29k지점 까지 완만한 오르막길...이 구간에 대회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프통과 이후 걱정이 들긴 했지만 스피드를 약간 낮추고 조심조심 그래도 생각보다 어렵지않게 오르막 구간을 통과했다. 걱정했던 구간에서 스피드가 크게 밀리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고, 다리 근육은 뭉쳐오는 느낌이 점점 강해져 걱정도되는, 희망과 걱정이 교차되는 묘한 감정속에 일단 마의구간은 통과했다.
[30~35k : 26:08]
두 개의 짧은 언덕이 있는 구간. 여기만 통과하면 이후는 꽃길이다. 그러나 앞에 오르막길에서 까먹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스피드를 너무 올린 것이 화근이었나..두 번째 언덕길에서 스피드가 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괜찮았던 왼쪽 윗무릎 근육까지 뭉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진정한 레이스가 시작 된 것이다. 스프레이존에서 효과도 없는 스프레이를 양 무릎부위에 잔뜩뿌리고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사투를 시작했다. 페이스가 떨어지자 나를 추월해가는 주자들이 늘기 시작했으나 따라가야 하겠다는 의욕조차 생기지 않아 기분이 갈아 앉았고, 춘천인형극장 통과할 때 도로중앙까지 나온 관객들과 어깨를 부딪쳐 지친몸에 다시 시작되는 비까지 짜증은 극에 달했다.
[35~40k : 28:30]
37k 상마클 자봉지점에서 마지막 아미노산 투입하고, 콜라 한 잔에 홍삼엑기스 한 봉지 털어넣고 마지각 힘을 짜내보기로 했다.. 체력이 떨어져 말도 나오지 않아 자봉님들과 말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다시 출발했으나 소양대교 직전에서 몸이 완전히 멈춰버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주로를 벗어나 인도에서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실시한 후 겨우일어나 다시 레리스를 시작, 다리를 지나 마지막 골인구간으로 진입.
[40~42.195k : 12:42, 최종 3:37:03]
골인구간 접어들면서 빗 방울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고, 다리는 거의 마비가 되어 서너차례 더 스트레칭을 하고 끌다시피 골인점 통과하면서 악몽같은 레이스는 끝났다. 출발전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은 그대로 현실로 이루어졌지만, 12번째 춘천대회 참가에서 처음으로 우중주를 해야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에 대한 뿌듯함이 들었고, 골인 직후 찾아 왔던 저체온증이 가라앉자 막걸리가 생각나기 시작했다......살았다는 증거다.
3. 궤변으로 맺음
12번 도전하여 11번째 완주를 한 춘천마라톤대회.
이번 대회 목표는 나름 거창하게 메이저대회 330달성이었는데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네요.
그러나 기록은 실패했지만 성공한 대회로 기록해도 될 만한 합니다.
춘천11회 완주중 최고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에......
그리고, 내년에 다시 도전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계속 달려야하는 당위성도 이어가게 생겼고요....
부단한 훈련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 마라톤임을
몸으로 다시 한 번 체험을 하고 배워서 즐거웠고,
올 한해 도 같이 훈련하고 달려준 상마클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달릴 수 있도록
적극 도와 준 마라톤 동반자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마눌님 김정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첫댓글 준비부터 대회까지 생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멋찝니다..ㅎ
성공은 기쁨을 낳고
실패는 경험을 주는거라 하던가요?
달린량이 조금만 더 보탰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년에는 꼭 성공하실겁니다~
멋찐후기 감사요~~^^
330 그랜드 슬램 아쉬움 속에서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마라톤은 그 자체가 드라마입니다.
껶어보지 않으면 이런 드라마를 어떻게 글로 쓸 수 있겠습니까.
잘 읽었습니다.
내가 뛰는 것마냥 빠져드네요.
다시 도전~~~엄지척!
힘!
늘 처음처럼 멋진모습 보기좋습니다.
내년에는 목표 꼭 달성하시길 기원하며 마눌님과 행복하세요~~
귀한 경험..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읽으면서, 촉박한 느낌보다는 대회자체를 즐기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춘천 11회 330 고수 였군요. 전 동마만 낸년 330
내년 춘천 중앙 꼭 기록 달성 해봐야겠어요.
계획적으로 잘 하셨습니다. 올 한해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