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아홉 번째 - 2)
(고성∼통영, 2023년 11월 25일∼26일)
瓦也 정유순
경상남도 고성 땅 아래에 있는 통영시(統營市)는 경상남도 남해안에 있는 시(市)로 통영이라는 지명은 1604년(선조 37) 두룡포로 삼도수군통제영을 옮긴 것에서 유래한다. 과거 통영군과 충무시가 합쳐진 도농복합도시로, 통영시의 시내 동(洞)구역은 과거 충무시의 행정구역이다. 고성반도(固城半島)의 남부에 위치하며, 해안선의 총 길이는 617km다. 570개의 섬(유인도 44개, 무인도 526개)이 있으며, 한려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시청은 무전동에 있고, 1읍 6면 8동으로 행정구역이 구성된다.
<통영시 지도>
통영에 와서 먼저 찾은 곳은 산양읍 삼덕리에 있는 장군봉이다. 산양읍(山陽邑)는 섬이 많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한려해상국립공원구역으로 각종 양식장, 축양장이 집중되어 있는 수산물 생산의 중심지로서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 남동해수산연구소, 산양스포츠파크 등의 시설이 있다. ‘산양(山陽)’이란 이름은 ‘산 남쪽의 양지바른 곳’을 뜻하는 것이며, 1902년 옛 진남군 서면에서 분리될 때, 이 곳 지역이 미륵도 동서로 길게 연이어진 미륵산의 남쪽에 위치하여 산양이라 이름 하게 되었다.
<산양읍 삼덕항 앞바다>
장군봉 (將軍峯, 167.7m)은 산의 지형이 갑옷과 투구를 입은 장군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장군봉’이라 이름 붙였다. 옛날 고관(高官)이 말을 타고 세포곡(細浦谷)에 이르면 갑자기 말이 주저앉아 버리거나 다리가 부러져 산양 쪽으로 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군봉에다 목마(木馬)와 동마(銅馬)를 만들어 제사를 올린 뒤부터는 아무 사고 없이 말이 통과 하였다. 또한 장군봉은 임진왜란 때 탁연장군 3형제가 이 산에서 치열한 전투 끝에 아우 두 분은 전사하고 형은 혁혁한 전공을 세워 장군봉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장군봉 봉우리>
장군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삼덕리마을 주택 옆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초입은 어느 집 뒷동산 같은 길이었으나 올라갈수록 숲이 우거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돼지바위로 가는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통해 전진한다. 큰 산이던 작은 산이던 산은 산이다. 때론 오르막이 있어 숨 가쁘게 한다. 길이 끊긴 바위 앞에는 밧줄이 늘어져 있다. 이 밧줄을 잡고 조금 올라가면 서쪽으로 시야가 뻥 뚫린 조망바위다. 바로 눈앞에 사량도(蛇梁島)가 지척이고 그 뒤로 남해가 손짓하며, 아침에 들렸던 고성의 상족암이 아른거린다.
<삼덕리마을 제당 벅수>
다시 가파른 바위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면 ‘삼덕리 마을제당’이 있다. 이 제당(祭堂)의 좌측 건물은 천제당(天祭堂), 우측건물이 장군당(將軍堂)이고 단칸짜리 목조 맞배기와집이다. 장군당에서 모시는 장군신(將軍神)은 왜구의 침입을 막았던 장군 혹은 당포해전을 지휘했던 장군으로 여겨지나, 많은 마을 주민들은 장군신을 최영(崔瑩)장군이라고도 생각한다. 이곳에는 장군 무신도와 나무로 만든 말이 2마리 모셔져 있다.
<천제당(좌)과 장군당(우)>
장군당에는 장군 무신도와 나무로 만든 말이 2마리 모셔져 있다. 목마는 용마로도 부른다. 본래 철마(鐵馬)였는데, 철마가 사라진 뒤 목마로 대체되었다. 장군 무신도(武神圖)는 1935년 제작된 것이고, 당시 마을에 살던 일본사람이 기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 가운데에 있는 장군신화(將軍神畵) 1폭, 대목마(大木馬) 1개, 삼덕리리마을에 있는 벅수(돌장승) 1기가 중요민속자료(제9호)로 지정되어 있다.
<장군당의 장군신과 목마>
장군당 옆의 천제당에서는 산신제를 지낸다. 마을 안에는 당산 숲이 있는데, 이 숲에 있는 나무들을 당산할매라고 하며, 마을입구에 있는 장승은 벅수라고 부른다. 당산제는 매년 음력 정월 초하루에 지낸다. 장군봉의 꼭대기에 있는 장군당에서의 제의(祭儀)는 승려(과거에는 무당)가 전담하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안에 있는 당산에서만 제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을제사의 주체가 스님(과거에는 무당)과 주민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 같다.
<천제당 신도>
당포포마을과 원항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남녀 한 쌍의 석장승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벅수라고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 제당을 신성하게 생각하며 마을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당산 숲과 함께 석장승인 벅수에 술을 올리고는 무탈하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농어촌에 동제신당(洞祭神堂)의 하나로 천신제, 산신제, 용마제, 잡신제 등이 혼합된 다신적신앙예배처(多神的信仰禮排處)로 민간신앙과 마을공동체신앙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다.
<석장승(벅수)>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와 원항마을 앞을 지나 장군봉과 마주하는 당포성지로 향하는데, 원항마을이 장군봉 바로 아래이고 마을 앞으로는 삼덕항이 천혜의 자연을 자랑한다. 삼덕항은 어항(漁港)으로 이곳 방파제가 낚시 포인트로 알려져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봄에는 볼락, 여름은 벵에돔, 가을은 감성돔, 겨울은 학꽁치가 특히 많이 잡힌다. 마을에서는 일반인은 살 수 없는 가두리 양식 참돔 위판장이 열리고 있다.
<원항마을과 장군봉>
그리고 휴가철이면 욕지도(欲知島)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삼덕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가장 저렴하고 빠른 것으로 알려지고, 주차 요금이 별도로 없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통영으로 배낚시를 온 조사(釣士)들의 출항지로도 유명하다. 삼덕항은 소박한 어촌의 풍경이지만, 관광객들과 낚시꾼들을 대상으로 횟집, 식당, 민박, 매점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일몰 무렵에는 낙조가 아주 아름다워 남해의 정취를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다.
<삼덕항>
발길은 당포마을을 가로질러 당포성지로 올라간다. 당포성지(唐浦城址)는 고려시대의 성지로 경상남도 기념물이다. 이 성은 1371년(고려 공민왕 23)에 최영(崔瑩)이 많은 병사와 백성을 이끌고 성을 쌓고 왜구를 물리친 곳이라고 전한다. 조선 선조 25년(1592)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6월 2일 왜구들이 이 성을 점령하였으나 이순신이 다시 회복하여 통제영이 있을 때까지 사용되었던 성이다.
<당포성지>
이때의 전투를 당포승첩(唐浦勝捷)이라고 하는데 옥포승첩(玉浦勝捷)에 이은 이순신의 두 번째 승리였다. 당포성의 특징은 자연석을 이용하여 2단의 기단을 형성하는 고려·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석축진성(石築鎭城)이며 평산성(平山城)으로 삼덕리의 야산 정상부와 구릉의 경사면을 이용하여 남쪽 방향으로 성을 쌓았고 사방에는 각각 포루(砲樓)를 설치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석축의 길이는 752m, 최고 높이 2.7m, 너비 4.5m이다.
<당포성>
다음 발길은 산양읍 신전리에 위치한 박경리기념관이다. 박경리기념관은 통영 출신의 소설가 박경리 선생을 기념하고, 작품에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한 고향 통영을 소개함으로써 선생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2010년 건립됐다. 박경리 선생은 대하소설 <토지>, 고향 통영을 배경으로 한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통해 민중의 삶과 한(恨)을 새로이 부각함으로써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노년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고 하면서 이승의 모든 업보를 훌훌 털어버렸다.
<박경리기념관>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전시관 내에는 쪽진 머리와 수수한 한복 차림의 젊은 시절 모습과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결혼한 당시 모습, 한국전쟁 때 남편이 납북된 후 딸과 함께 살았던 시절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 박경리선생이 살아온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대표작인 <토지> 친필 원고와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선생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실, 집필한 책과 작품에 관한 논문 등을 모아놓은 자료실도 마련되어 있다. 기념관 주변으로는 추모공원과 묘소가 있어 둘러보고 <통영달아공원>으로 이동한다.
<집필 중인 박경리선생>
<박경리선생 묘소>
미륵도 남쪽 끝에 있는 달아공원(達牙公園)은 통영시 남쪽의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km의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있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일주도로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있어 동백로라고도 하며, 다도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완만한 공원길을 따라 올라가면 관해정(觀海亭)이 서 있다. 이곳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달아전망대에서 본 한려수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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