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pid Live 보다 댓글 웃겨서 하나 박제

[말이되나]

외국인들이 대체 무엇에 푹 빠져서 데뷔 후 첫 싱글 낸 한국의 아이돌 노래를 듣고 있는지, 이유를 매일 새로이 찾아 보고 생각해 봐도 매번 정말 신기한 현상이다 싶을 때가 많은데요. 그래서 원랜 거의 읽질 않는 유튜브 코멘트를 봅니다. 보면 참 공감되는 말들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웃겼던 건 이거였어요. 이번에 선물로 받은 라이브 영상에서 찾은 거죠.

I'm a hardcore metalhead and usually listen to songs about death and destruction but Jesus Christ this song is so good, one of the most enjoyable songs I've heard recently.

핍티 멤버들은 다들 한국인 발음이 아니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영어에 조예가 있으니 혹시 이미 읽었다면 다 같이 웃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네 명 발음에 놀랐거든요. 어릴 때부터 잘한다는 애들만 주변에 있었고 지금도 제 근처엔 토익 만점에 근접한 점수 받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도 다들 발음이든 스피킹이든 '영어 교육 부질없네' 정도 생각만 들게끔 하거든요. 쉽지 않단 거죠. 그런데 핖 멤버들은 그냥 한 마디를 해도 엇 할 정도의 그것이에요. 귀엽게 봐줘서 우리 핍둥이들 잘하네 그게 아니라 일반인은 물론이고 공부를 잘한다는 사람들을 데려다 놔도 월등히 차이가 날 정도로 잘해서 너무 신기합니다.

아무튼 저거 의미는 아래와 같아요.

저는 하드코어 메탈에 미친 사람이고 죽음과 파괴를 다룬 곡을 주로 듣는데요. 근데 이 곡은 허 너무 좋아서, 최근 제가 들어 본 국 중에 가장 즐기고 있는 곡 중 하나예요.

그 메탈이라는 장르와의 대비와, K-Pop이니 한류니 해도 그 사각지대에 있는 리스너들이 훨씬 많은데 그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실력이나 곡 자체의 퀄리티, 나아가 그것들의 조화까지 다 갖춘 핍티 작품들의 매력에 빠진 사람의 장난 섞인 한탄에 공감돼서 이건 박제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저만 해도 어릴 때부터 브릿팝이나 락만 듣다가 슈게이징을 거쳐 더 이상 대중음악은 듣지 않고 클래식만 듣고 살고 있는데 지금 희한하게도 팬카페에 글을 적고 있는데요. 핍티의 음악은 단순히 이지리스닝이라는 말로 정의하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인터뷰를 읽어 보니 질리지 않는 음악과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목표로 하고 프로젝트에 진입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언뜻 들으면 '그렇구나' 정도의 반응이 나올 단순히 잘하겠다는 목표에 불과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달라요.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소구력 있는 검증된 코드진행이 필요하고, 퍼포먼스를 위한 음렬이나 비트를 자제해야 합니다. 너무 실험적이어서도 안 되고요. 그러면 '질리기 쉬운 음악'이 되기 일쑤입니다. 짧게 유행하고 바로 차트에서 내려오는 곡이 되어버리죠. 요즘은 그것만도 되지 않아서 높은 순위로 데뷔한 곡도 금세 차트에서 사라지지만요.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임은 물론 맞지만, 무엇보다 좋은 음악이어서이죠. 어떻게 좋은지, 무엇이 갖추어졌는지에 관해선 또 하루종일 적고 있어야 할 테니 생략하겠지만, 단순히 이지리스닝이니 레트로 팝이니 하는 걸 앞세운 다른 아이돌 혹은 그러한 유행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적어 보고 싶었습니다.

[램프의 바바]

그러게요. 저도 큐피드 전까지만해도 출퇴근길 운전중엔 메탈만 들었는데 말이죠.

[엉클즈]

저 역시 이렇게 푹 빠지게 될 줄 몰랐어요..ㅎㅎ
어느 댓글 중에 볼만한 아이돌이 아닌 들을 만한 아이돌이 나타났다는 글에 참 많은 공감을 했어요
노래도 듣다보면 가사는 얼마 없고 특정 비트나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이 참 많죠
쉽게 보여지고 확 이목 끌었다가 쉽게 소비되는 요즘 가요계에 뭔가 새로운 획을 그어줄것 같네요

[고르쥬]

저도 락 - 재즈 - 클래식 순서로 음악을 듣게되었는데 피프티 피프티 음악들에 빠지게 된 게 신기하더라구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이번 유튜브에 올라온 B side 공연을 보고 답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노래가 좋고 음색이 좋고 가창력이 뛰어나고.. 이런 기계적인 요소들이 전부가 아니라 음악에 영혼이 담겨 있습니다. 그걸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느껴서 이런 반응들이 오는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