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대학가에서는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저항시위가 벌어지고, 지하에서는 금지서적을 돌려보며 사회주의 이념을 습득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서울대 지하운동권에서는 법대 82학번 김영환이 쓴 ‘해방서시’라는 문건이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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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영 저/도서출판 선 간행(2005) |
“한국사회는 미 제국주의와 그 앞잡이가 파쇼적으로 지배하는 신식민지사회”라고 규정하고 “한국 사회의 기본모순이 한국 민중과 미 제국주의의 모순”이므로 당장 해야 할 일은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민족해방 투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NL(민족해방)이론의 등장한 것이다.
NL이론은 순식간에 서울대 사회주의 혁명 운동권을 장악했다. 이어 나온 ‘민주주의 혁명’ 문건도 선풍을 일으키며 대학 운동권의 지도이념으로 자리잡게 된다.
5共에 대한 격렬반대, 主思수용*NL창설로 이어져
80년대 중반, 미래의 권좌에 오를
386세대에 일어난 이러한 사상전환에 대해 당시 국민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당시 조선일보의 서울대 출입기자였던 저자는 1986년 시위현장의 구호가 ‘
학원민주화’에서 ‘양키 고홈’으로 바뀐 것을 목격한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운동권을 석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북한 방송을 듣고 시위의 방향을 정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서울대 운동권에서 일어난 이러한 충격적인 변화는 외부로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환이 NL이라는 포장을 씌워 도입한 주체사상은 서울대의 울타리를 넘어 같은 시기에 한국 사회의 혁명을 꿈꾸었던 젊은이들과 재야 정치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당시 ‘강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김영환의 행적을 따라가며 386운동권이 주체사상을 수용하게 된 연원을 밝히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386세대의 정치의식이 형성된 1980년대의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다. 유신체제와 80년 광주사태를 겪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가에서 접한 사회주의를 통해 한국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결국엔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운동권을 혁신하고 지도하는 공산주의 혁명가가 된다.
386권력핵심, 당시의 시국인식 큰 변함 없어
NL이론은 386을 대표하는 사상으로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한국 사회에서 최대의 터부였던 북한의 주체사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386운동권의 문제의식과 상황인식은 무엇이었는가?”라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아직도 상당수
‘386’들은 대학생 때 가졌던 문제의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파쇼정부이며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라는 인식, 모든 부는 부패나 특권과 연결된 것이며
빈부격차는 사회주의적인 분배정책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 등은 지워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오늘날 386세대는 1980년대 권위주의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이끌어낸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386세대가 추구한 민주화는 서구식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386세대가 건국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한 부친살해의 정체성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 서울대 박효종 교수의 지적처럼, 이 책은 이념적인 측면에서 386의 가장 앞에 섰던 김영환의 행로를 통해 386세대 전체의 행로를 예감하며 끝을 맺는다. 239쪽.
김정은 기자 hy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