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16
포기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아이들을 다 출가시키고 난 뒤 제 꿈은, 산골로 들어가 평화로운 명상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출가시키기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관한 공부를 하고, 공동체를 함께 꾸릴 도반들을 모으고, 평화로운 시골 땅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도 출가시키고 자유로운 몸으로 공동체의 꿈을 실천하고자 하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함께 할 도반들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함께 움직일 수 없게 된 점이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라고 운전도 못 하는 제가, 혼자 산골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게다가 적정한 가격의 시골 땅도 나오지 않았고, 코로나 이후 집 짓는 데 필요한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고심 끝에 저의 오랜 꿈을 깨끗이 접게 되었습니다. 좋은 시골 땅이 나오면 사려고 모아두었던 큰돈을, 긴요하게 좋은데 쓸 분들에게 모두 기부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바로 그다음 날 만난 도반이 수도권의 어느 경치 좋고 풍수 좋은 곳에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저의 꿈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집에서 가까운 수도권이니 친지들을 바로 만날 수 있어 금상첨화입니다.
강렬히 집착했던, 욕망했던 꿈을 포기할 때, 그저 빈손으로 놓아버릴 때, 비로소 하늘은 그 꿈을 이루게 하고 빈손을 채웁니다. 모든 게 하늘의 뜻으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이치를 다시 한번 깨치게 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