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렸냐고?
말도마. 잠을 자는데 거의 두시간 마다 깼어.
시간이 더럽게도 안간다는거 그거처럼 사람 미치게 하는것도 없더라고.
평상시엔 정말 후딱후딱 지나가던 시간들이
김남준을 만나기로 한 그 날까지는 세상에 그렇게 느린것도 없다고 느껴졌지.
난 그 좋아하던 라면도 끊었지 .ㅋㅋ
얼굴 부을까봐. 난 최대한 빠른 기간동안 살을 빼줄수 있다는 다이어트에 돌입했고 옷도 최대한 사랑스런 여친룩. 샬랄라 하얀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준비했지.
그리고 헤어스탈은 뭘로 했냐고? 그 왜 있잖아?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뿅간다는 똥머리.
난 내 긴머리를 모두 모아 올려서 이쁜 똥머리를 했어. 머리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비록 안색은 똥색이 되었지만.ㅋㅋ
거울을 보면서 남준을 향해 발사할 눈웃음도 몇만번을 연습했는지 몰라.
나중엔 눈가에 경련이 다 일어나서 그만 뒀지 뭐야.ㅎㅎㅎ
있잖아...나 이렇게 행복해도 돼?
나 김남준 만나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는다던지 맨홀에 빠진다던지 뭐 그런거 아니겠지?
죽지는 말고 사고가 난다면 그래도 남준오빠가 내 병상을 지키며 옆에만 있어준다면 참 좋은 삶이었다 하고 죽을수 있을듯.~
남준은 집근처로 나를 데리러 왔다.
농구하러 갔을때 이후로 처음 타보는 그의 차. 그의 옆자리 조수석. 어김없이 그의 향수가 보인다. 아~! 나 이 향 너무 좋아.
나는 안전벨트를 하려는데 드레스의 성가신 레이스 때문에 잘못하고 버벅거리고 있던 그때 남준 그가 내쪽으로 몸을 돌려 안전벨트를 당겨서 매준다.
남준의 얼굴이 바로 내 왼쪽 뺨에 거의 살짝 닿았고 그의 빼곡하게 자란 앞머리가 살짝 내 뺨에 닿았다.
나는 그의 향수를 첨으로 강렬하게 느낄수 있었다. 내 심장은 청진기로 듣는 수준보다 더 크게 뛰었다.
남준: "오늘 이쁘네?"
남준이 보조개를 보이며 자신도 수줍은듯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 그의 훅 들어온 멘트에 난 당황하다가
아미: "네? 아..선생님도요. 선생님도 멋지세요."
남준: "그냥 오빠라고 불러도 되는데."
그는 운전을 하다가 나를 살짝 보면서 웃는다.
순간 내 안에서 터지는 폭죽소리. 펑 펑 펑!!!
우린 놀이동산에 도착했고 그가 앞서 걸어가 입장표를 내민다.
남준은 흰색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그의 길고 근육이 멋지게 잡힌 긴다리를 뽐내며 성큼성큼 걸어갔고 나는 종종 걸음으로 그를 뒤따라갔다. 아잉~! 왤케 다리가 길고 멋진거야? 저 각자 제자리에서 서로 자기를 봐달라고 조르는듯한 저 근육들은 또 뭣이고?
남준은 말을 하지 않을때도 또 그 멋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줄때도 섹시 큐티 그자체였다.
남준은 음료수를 사서 내게 건낸다.
어머나 색깔도 너무나 이쁜 핑크색 슬러쉬.
어쩜 지금 내 마음도 이 슬러쉬 색깔과 같지 않을까?
남준: "아미야~! 우리 뭐 부터 탈까?"
아미: "아무거나요, 오빠 !"
남준: "진짜? 무서운것도 탈수있어?'
아미: "네! 무서운것도 탈수 있어요. 오빠"
남준은 나를 보고 빵 터지듯 웃는다.
남준: "오빠라고 부르는게 그렇게 좋아?"
아미: "네, 너무 좋아요. 오빵~~"
그의 웃음 속에 살짝 비치는 수줍음. 자신도 갑자기 나와 데이트를 하게 된데에 보여지는 준비안된듯한 수줍은 미소가 보인다.
아웅~! 오빠 너무 기여워용~!
나는 속으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이 사랑스러운 기운에 취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는 그 무섭다는 싱귤레리티 롤러코스터로 나를 데려간다.
남준: "이거 진짜 무섭다고 난리던데? 아미 진짜 괜찮겠어?"
아미: "그럼요, 오빠랑 타니까 괜찮아요. 오빠."
나는 쓸데없이 오빠라는 말을 마구마구 쓰고있었다. 싱귤레리티 롤러코스터는 한 칸에 두명이 앉는 롤러코스터인데 마치 작은 우주선을 시뮬레션 해놓은 작은 공간안에서 연인들이 공포를 느끼며 서로에게 더 밀착할수 있도록 만든 그런 놀이기구였다.
아웅~! 김남준 너도 이런거 다 계산하고 그른거였어? 으흐흐흐 나만 속이 타들어가는줄 알았더니 아흥~ 요 앙크한 김남준 같으니라고~!
나는 싱귤레리티가 공중회전을 할때마다 남준의 팔을 꼭 잡고 비명을 질렀고 남준은 간혹 짧은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하는 내손을 꼭 잡아주었다. 남준의 팔을 잡았을때 느껴지는 그의 맨살의 촉감.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팔이 나를 잡아주느라고 그의 근육이 움찔움찔 움직인다. 싱귤레리티는 구심력 회전력 원심력을 마구 뽐내며 우리 두사람을 최대한 밀착시켜주었다. 으흐흐흐 나는 그런거 모른다. 나는 남준력밖에 모른다. ㅎㅎㅎ 남준도 그 작은 공간안에 자신이 잡아주는 손을 꼭 붙잡고 신난 아이처럼 소리지르고 행복해하는 아미가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남준도 아미와 같이 아이처럼 소리지른다. 어쩜 남준 그에게도 오래전부터 필요했던건 이런 그들 나이다운 풋풋한 사랑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8분정도 되는 롤러코스터가 도는 동안 두사람은 그 어떤 공포도 느끼지 못했고 아미가 느낀건 오로지 남준. 그가 내옆에 있고 내손을 잡아줬다는 단 하나 그것 뿐이었다. 얼마나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순간인가! 단하루라도 좋으니 남준과 단둘이 데이트 하는 상상. 내가 남준을 오빠라고 부르며 남준이 내손을 잡아주는 상상.
우리는 걷는 내내 서로 바라보고 웃었고 내 귀에는 달콤한 사랑 노래가 놀이공원 전체에 울려 퍼지는것만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놀이기구를 여러개 탔고 같이 얼짱 각도로 셀카도 여러번 찍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누가 더 우스꽝스런 표정을 만드나 내기도 하고 우린 예쁜 티셔츠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비슷한 문양의 티셔츠를 같이 사서 입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남준은 자나가던 솜사탕 장사에게 다가가 보라색 커다란 솜사탕을 하나 사서 내게 준다.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잡고 걸었고 두사람 모두 이쯤에서 어딘가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마침 그들은 큰나무가 있는 공원을 발견했고 그곳엔 이미 많은 연인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 어떤 연인들이 자리를 뜨고 일어났고 그들이 앉았던 자리에 남준과 나는 자리잡고 앉았다.
바람과 햇빛이 적당히 들어오는 공간.
남준은 전화기에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웃는다. 찍은 사진들중에 제일 맘에 드는건 남준과 같이 셀카를 찍는데 그가 기습적으로 내 볼에 그의 손가락으로 보조개를 만들어 준것이다. 나는 그사진을 보다가 너무나 좋아서 손가락으로 사진속 그의 보조개를 가리키며
"전 오빠 보조개 보이는 웃는 얼굴이 너무 좋아요." 라고 말했다.
내 말이 끝나자 남준이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남준은 그런 내손을 잡고 내 검지 손가락을 오물조물 펴더니 자기 보조개에 갖다 댄다.
"이거 네꺼 할래?" 그가 내게 묻는다.
그의 기습적인 질문에 잠시 내가 멍 하고 있으니 그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아웅~! 내가 태어나서 들은 말중에 가장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말이였다. 난 대답 대신 집에서 연습한 환한 미소로 답했다. 내 손에 있던 솜사탕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제서야 문득 드는 생각.
호석이 오빠가 남준에게 말해줬다는것을.
내가 제주도에서 호석의 남준과 사귀면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 했던 답. 놀이공원. 솜사탕.
나는 솜사탕을 손에 쥐고는 남준을 바라봤고 남준도 내 눈을 응시했다. 내가 용기를 내어 남준에게 물었다.
"오빠는 왜 갑자기 저랑 여기 오고 싶으셨어요?"
이거 한마디 묻는데 내 심장과 혀가 미꾸라지처럼 트위스트한다. 남준이 그대로 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나 사실 너가 가끔 보고 싶은 날이 있었어. 그리고 너가 나한테 호감 갖고 있다는것도 알았고. 그런데 내 직장에서 알게된 관계라서 좀 많이 조심스러웠는데 ....."
"그런데요?"
"널 보면 내가 많이 웃게되고 맘이 편하고 무엇보다 너 진짜 귀여워." 하더니 그가 막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게 묻는다.
남준: "자! 이제 네 차례."
아미: "난 말하기 많이 창피한데?"
남준: "말해봐, 나 안웃을게."
그래도 망설이고 말을 못하자 남준이 자세를 고치고 내 다리를 배고 눕는다.
그리곤 눈을 감고는
"나 들을 준비됐어. 진짜 안웃을거니까 말해봐."
남준이 내 다리를 배고 누웠다. 그의 무게가 내 몸에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이건 뭐랄까? 아까 싱귤레리티 안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과는 또 달랐다.
"저는요, 오빠 보던 첫 강의부터 너무나 좋았어요. 오빠가 강의실 들어오는데 나 거의 숨멎 기절할뻔. 오빠 목소리 듣는데 정신이 막 아득해지고 기억하세요? 그때 강의실 밖에서 셔츠에 커피 쏟으셨을때 그때 바로 옆에서 제가 막 닦아드리고 했을때 저 오빠 보조개 보고 집에가서 청심환 먹었잖아요."
그가 웃지 않겠다고 하더니 배가 들썩일정도로 웃는다.
남준: "아 미안 미안 진짜 안웃을게. 더 얘기해줘."
아미: "그리고 오빠랑 농구하러 갔을때 오빠 소매없는 옷입고 막 뛰면서 저 그때 공 맞고 바닥에 쓰러졌을때 나 막 걱정해주고...."
남준: "아 맞다. 그때 눈 붓고 그랬지? 근데 나는 그때도 네가 귀엽더라. 하나도 안 아픈척 오뚜기 처럼 일어나서 웃을때. 그리고 내가 한말 엉뚱하게 알아듣고는 다시 물을때 난 진짜 귀여워서 볼 꼬집고 싶었는데 참았어."
아미: "진짜요? 아웅 난 그것도 모르고.ㅜㅜ"
남준: "그리고 너 석진이 형 영화 캐스팅 됐을때 너 연기하는거 보고."
아미: "잠깐!!!!!!!! 잠깐만요!!!"
나는 그 순간이 떠올라 창피해서 더이상 듣지 못하고 그의 말을 막았다.
남준: "왜? 왜그러는데?"
그가 일어나 앉으며 묻는다.
아미: "아..아 그건 말하지 마세요. 큰 존재니까."
그가 또 사랑스런 얼굴로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남준: "나 그때 되게 기분 좋았는데.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나는 남준의 이야기를 듣고 훨씬 더 그와 친해졌다고 느꼈고 내 마음도 훨씬 더 가벼워졌다.
우리는 배가 고파져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근처에 파스타 집으로 향했다. 그때도 남준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고 손에서 땀이 나도 내손을 다른손으로 잡고 놓지않고 전화를 받을때도 내 손을 자신의 옆구리에 끼고는 전화를 받고 다시 내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감동했고 나는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 땅을 바라보며 걸으며 말했다.
"오빠랑 단 하루라도 좋으니 이렇게 손잡고 걸을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는지 몰라요."
남준은 아미의 그 말을 듣고 머릿속에서 쓰고 싶었던 가사와 멜로디가 떠오른다.
하루만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다면
하루만 너와 내가 손잡을 수 있다면
하루만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다면
하루만 (하루만)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다면
너와 하루만 있기를 바래 바래
(Do it, do it, do it)
너와 단둘이 보내는 party party
(Do it, do it, do it)
너와 하루만 있기를 바래 바래
(Do it, do it, do it)
너와 단둘이 보내는 party party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어둑어둑해진 시간 우린 놀이공원을 나와 주차장까지 걸었다.
수많은 연인들 사이에 단연 우리오빠 남준이 제일 멋있었고 그 어떤 여자보다 내가 가장 사랑받고 행복한것만 같았다.
집으로 오는 길 맑았던 하늘은 점점 검은 구름이 덮히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준은 와이퍼를 켜고 운전을 해서 내가 사는 동네로 차를 몰았다. 집근처로 돌아오니 이젠 컴컴한 밤이 되었고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남준이 차를 세웠다. 아직 우리집까지 가려면 좀 더 가야하는데 그는 차를 세웠고 트렁크에서 우산을 하나 꺼내더니
"아미야, 나랑 더 걷다가 들어갈래?" 하고 묻는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네~" 하고는 그가 든 우산속으로 쏙 들어가 같이 걸었다. 남준은 내 어깨를 꼭 감싸며 나를 우산안으로 끌어들였고 우린 우산에 떨어지는 예쁜 노랫소리 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어느새 남준의 컨버스는 빗물로 젖어갔고 내 샌들도 젖어 발이 축축해져 왔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아무도 그런것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때 골목으로 들어오는 트럭 하나가 우리 옆을 쌩하니 지나면서 길가에 고인 빗물을 바퀴로 뿌리며 지나간다. 남준은 나를 안전하게 해주려 나를 더 꼭안았고 그대로 잠시 서더니 고개를 숙이고 우산을 잡은 맞은손으로 내 얼굴을 살짝 들어올려 입을 마춘다. 나는 그의 입술을 느끼며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비는 계속 내렸고 우리 옆으로 몇대의 차가 지나갔는지 우린 알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건 오로지 우산속 빗소리 그의 입술의 촉감 그리고 내 심장소리였다.
To be continued
저...저기요??
이거 네꺼 할래???라니.. 안된다 남준아 ㅠㅠ
저 질투의 화신 되어갑니다. 어쩐지 읽기 망설여진다 했더니...ㅎㅎ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