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 46. 위산의 주인 / 위산 영우(潙山靈祐)선사
위산 영우(潙山靈祐 : 771~853)선사는 복주(福州) 사람으로 머리를 깎고 천태산 국청사에 가서 구족계를 받으려 하였다. 그때 한산(寒山)과 습득(拾得) 두 스님은 미리 길을 닦아 놓고, 오래지 않아 생불[肉身大士]이 여기 와서 구족계를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두 사람이 길옆의 깊숙한 풀숲에 숨어 있다가 선사가 그 앞을 지나가자 별안간 호랑이 시늉을 하고 포효하며 뛰어나왔다. 선사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니 한산이 말하기를, "영산회상에서 헤어진 뒤 다섯 생에 인간의 주인이 되어 오니 지금은 옛 일을 다 잊었구나"라고 하였다.
그후 백장(百丈)선사를 찾아갔다. 하루는 모시고 있던 차에 백장선사가 화로 속에 불이 있는지 뒤적여 보라고 하자 화로 속을 뒤적여 보고는 불이 없다고 하였다. 백장선사가 몸소 일어나 깊숙히 뒤적여 조그마한 불덩어리를 꺼내 보이니 선사는 여기서 깨달았다. 절을 하고 깨달은 바를 말씀드리니 백장선사가 말하였다.
"그것은 잠시 나타나는 단계일 뿐이다. 경에 말하지 않았던가. 불성을 보고자 한다면 시절인연을 살펴야 한다고. 시절이 이르면 마치 미망에서 홀연히 깨어난 듯하고 잊었던 것을 문득 기억해 내는 것과 같아서 비로소 자기 물건일 줄을 깨달아 다른 데서 찾지 않는다." 그리고는 선사에게 전좌(典座)소임을 맡겼다.
그때 사마두타(司馬頭陀)가 호남(湖南)에서 찾아와 백장선사에게 말하였다.
"장사(長沙) 서북쪽에 있는 산꼭대기는 터가 좋아서 천명 대중은 살 만합니다."
"내가 그곳에 가면 어떻겠소?"
"스님은 골인(骨人)인데 그곳은 육산(肉山)이니 알맞은 곳이 아닙니다."
"제일좌(第一座)가 가면 되겠는가?"
"아닙니다."
"전좌는 어떻소?"
"그 사람이야말로 위산(潙山)의 주인입니다. 그곳에 가서 10년만 있으면 대중이 모여들 것입니다."
이리하여 선사는 위산으로 가서 암자를 짓고 살게 되었다. 도토리와 밤으로 식량을 삼고 새와 원숭이와 벗이 되어 그림자가 산밖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조용히 좌선하였다. 그렇게 9년이 지났는데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 산지도 오래 되었건만 결국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구나. 본시 내 뜻은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혼자 살아서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그리하여 암자를 버리고 떠나려고 골짜기 입구에 다다르니 호랑이, 표범, 뱀, 구렁이들이 길을 가로막았다. 이에 선사가 말하기를, "내가 만약 이곳에 인연이 있다면 너희들은 각각 흩어질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나를 마음대로 잡아먹어라" 하니 말이 끝나자 다들 흩어졌다.
이에 다시 암자로 돌아왔는데 천신이 나타나서 말하였다.
"이 산은 옛날 가섭불 때에도 도량이었는데 이제 그것을 다시 짓게 될 것입니다. 이 산을 항시 수호하신다면 반드시 부처님의 수기를 받게 될 것입니다."
다음 해에 대안(大安)선사가 대중을 거느리고 와서 선사를 도와 총림을 일으켰다.
「사비(寺碑) 」
[선림고경총서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