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세계 205개국에서 런던으로 온 젊은이들이 펼치는 꿈의 향연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우리나라는 22개 종목에 245명의 선수들을 파견했다. 결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그리고 동메달 7개의 성과를 올렸다. 해외원정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에서 5등을 했다. 나라의 인구수나 면적으로 볼 때 대단한 성과물이다. 1948년 같은 장소인 런던올림픽에서는 동메달 2개뿐이었던 우리다. 64년이 지난 지금 메달 수 28개에 세계5위라니 믿기지 않는 사실이 눈 앞에 다가왔다. 그간 흘린 피와 쏟은 땀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체조선수 양 학선의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과 리듬체조선수 손 연재의 피맺힌 발 고락을 보면 더 설명이 필요 없다.
관전 소고
우리는 체격조건에서 서양 사람에게 불리한 입장이나 이를 극복하는 힘이 대단하다. 태권도 종주국이 한국이라면 펜싱의 종주국은 프랑스다. 그들은 우리보다 키가 크고 펜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팔이 길다. 키가 작고 팔이 짧은 우리는 빨리 달리기, 등산 등의 많은 훈련을 통하여 발이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했다. 1초 동안에 5M를 움직이기도 하고 1분당 스텝 수를 그들은 40회인데 우리 선수들은 2배에 해당하는 80회로 늘렸다. 우리 선수들이 빠른 공격을 하면 상대는 허를 찔려 넋을 잃고는 했다. 펜싱 사브로에서 남자단체와 여자개인전에서 김 지연이 그들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뿐인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추가해서 획득한 메달의 합계가 6개나 된다.
유도의 81kg급의 김 재범과 91kg급의 송 대남의 빠른 기술과 파이팅이 넘치는 경기운영은 상대를 제압하고도 남음이 있다. 공격은 최대의 방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였고, 기대주였던 수영의 박 태환, 펜싱의 신 아람, 그리고 유도의 조 준호의 잇단 오심으로 가라 앉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바꾸는데도 일조를 했다. 금메달을 3개나 건진, 떠오르는 별인 사격 그리고 전통우세 종목인 양궁의 여자 개인전 관전도 흥미로웠다. 은메달에 멈춘 멕시코 선수 뒤에 한국인 코치가 있었기에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전통 득점원이였던 역도, 복싱 그리고 레슬링에서 줄어든 메달 수를 사격, 펜싱에서 보충을 했다. 이는 헝그리정신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운동종목에서 선진국 형으로 바뀌어 감을 읽을 수 있다. 선수들의 태도 또한 금메달감으로 변했다. 시합에서 지면 울고 불던, 보기에도 민망했던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신세대들은 즐기면서 운동을 하고, 이기지 못해도 의연하게 처신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낙천적이면서도 도전정신이 강한 그들을 보노라면 믿음이 간다.
어머니의 힘
체조의 금메달리스트인 양 학선이 연습 중에 갈등을 느끼고 연습장을 이탈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을 오 상봉 감독에게 데리고 가서 “이제부터는 내 아들이 아니고 당신 아들이니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아들을 감독에게 맡기고 훌훌 떠났었다는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유명한 선수의 뒤에는 희생정신이 강한 한국의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 뒤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기업가들이 포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획득한 메달 수의 합계 28개 중에서 22개가 기업들이 후원한 종목에서 나왔다.
특히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펜싱에서 신기술을 개발하여 금 은 동 6개를 획득했고, 수영의 박 태환 선수가 은메달 2개 그리고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을 지원한 SK그룹 최 태원(물리76 )회장이 눈에 뜨인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원한 양궁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정의선(경영86) 부회장이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음은 아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위에서 말한 두 개회사에서 지원한 종목에서 획득한 메달이 12개나 된다. 기업이 후원해서 얻은 매달 수의 절반 이상이 된다.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그룹이 지원한 태권도와 레슬링에서 그리고 한화그룹이 후원한 사격 부문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는 괄목할만한 성과다.
일본열도를 잠재운 축구
한일전은 언제나 뒤로 물러설 수 없이 멋있는 한 판의 승부를 내야 한다. 한국이 브라질 전에서 그리고 일본이 멕시코 전에서 어느 한 팀이 이겼어도 숙명의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은 부딪칠 일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동메달을 놓고 자웅을 겨룰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어쩌면 두 나라 선수들은 자국민의 열화 같은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팬 서비스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일전에서는 한국선수들이 기량외의 힘이 솟구치기에 일본선수들은 겁을 먹는다고 했다. 한일전에 나가는 양국선수들은 남다른 각오를 하고 경기 임한다.
고연전 유도시합에서는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 2단인 선수가 4단인 선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경쟁관계이기에 어느 팀보다도 상대에게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에 의외의 승부가 나기도 한다. 선의의 경쟁관계는 양 팀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원수지간에 존재하는 복수개념이 짙다. 일본은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다. 독일은 세계 제2차 대전, 전후 처리에 문제에 있어서 피해국가 들에게 성의 있고 깔끔하게 처리하고 현재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은 대전이 끝 난지 67년이 지난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부터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걸까? 통이 크고 활달하게 말이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속으로 떳떳하게 걸어가면 상호이익은 물론 세계인이 보기에도 얼마나 좋은가? 이웃이고 같은 동양인이기에 연민의 정이 있어 하는 말이다.
박 주영(체교) 선수가 4명의 일본선수를 제치고 넣은 한 골은 축구시합을 관심 있게 치켜보던 모든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공을 치고 달리다가 여러 명의 일본 수비수 사이를 왼쪽으로, 다시 번개같이 바른 쪽으로 공을 몰고 가는 모습은 호랑이가 먹이 감을 사냥하는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주심에 항의하던 구 자철의 이글거리던 눈동자 그리고 수비수의 발 사이로 차 넣은 쐐기 골은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다. 파이팅이 넘치는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남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 하는 일에 간섭을 하고 꾸지람을 하는 것 보다는, 분위기만 조성을 해주고 신바람이 나게 하면 몇 배의 성과를 올린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말이다.
남의 일에 말 많은 사람들의 말장난 속에서 고민하던 박 주영 선수와의 대담에서
“박 주영이 군대를 가지 않으면 제가 대신 군대에 가겠습니다.” 라는
홍명보(체교87) 감독의 후배를 사랑하는 끈끈한 말 한 마디는 지장이면서도 덕장의 일면을 보여 준다. 독일 사람들에게 갈색폭격기로 기억되고 있는 차범근( 체교69)해설위원의 해설을 들으며 한일전을 관전 하는 중에는 손에 땀을 쥐면서도 행복했었다.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을 보면 기쁨이 배가된다. 금메달보다도 값진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안겨준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에게 국민의 일원으로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우리나라 국민들은 끈질긴 근성이 있습니다 이겨야 겠다는 집념 하나로 온몸을 던저 경기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 참으로 대견 스럽습니다 더구나 고지식한 성품은 의리파인 우리 대한의 아들답게
후배를 배려하고 염려하는 홍명보 감독의 자상한 마음으로 훈련에 매진시키는 통솔력이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둔것이라 생각 합니다
단순한 승부에 그치질않고 여러경기나 각선수들을 비교평가 하거나 격려하시는 내용들이 어느정도 신문지상에 발표된바 있었지만 모두 빠짐없이 기억하고 정리하신점이 놀랍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독려가 그들을 더 뛰게 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