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통역사 외 1편
이원오
소식은 문자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산상의 가르침도 소리를 통해 전달하지 않았던가
까아약 까아약
까마귀 울음에 대해 불길하다는 낙인을 찍는다
그해 어머니가 풍이 들어 누운 날도 알아채었을까
기다림이 있을 때 소식은 목마르고
소식에 목매이는 일은 또 다른 인내의 시간
돌이켜보면 소식에 시험당한 인생이고
소식을 기다리는 삶이다
소식을 기록하던 이들은 대개 장수하지 못하고
‘새’라는 말을 남겨놓고 생을 마감한다
이른 아침에 까마귀 두 마리가 울어제낀다
부리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자동 통역기
과시행동을 할 때 운다고 현학적인 해석을 하는 이를 알고 있다
구애할 때에만 그런다는 등 굽은 아주머니의 재치에
수긍할 때쯤 숲의 빛깔이 살아난다
오합지졸은 불순한 이들이 씌운 음모여서
박제로 남을 것이다
까마귀가 우는 날은
퍼뜩 정신을 차리게 하는 묘한 힘이 있고
신화와 현실 사이에서
통역사는 늘 의역에 목이 매인다
농촌 빈민
낙향한 형은 초보 농사꾼이다
화려한 스펙이 무색하게 시간강사라는 이름이
미안했던지 교수로 불리었다
긴 세월 땅에 투자를 했으면 토지주가 되었을 텐데
정교수의 논문을 대필해주고 가난을 하늘에 지고 살던 직업
겨우 자신의 이름을 찾았을 때 학과가 통폐합되자 내린
결단, 귀농
버려진 계곡의 비탈진 땅은 하늘 아래 첫 동네
오미자는 삼 년 만에 말라비틀어지고 외딴 마을
산자락 논을 임대한 비닐하우스 열기를 온몸에 안는다
비탈의 골처럼 이마의 주름이 깊어갈 때
이미 터를 잡은 형의 친구들은
농사의 관록이 배어있는 농촌의 기득권자
또다시 땅과의 전쟁이다
까만 염소를 키우기 시작한다
항생제가 많은 사료를 먹이지 않으려
하루 일곱 번씩 산과 들을 헤매며 풀을 베어 먹인다
염소의 까만 눈은 그를 세상으로부터 떼어놓는다
책과 담쌓고 스마트폰만이 세상과 유일한 소통이라고 한다
한때 파릇파릇한 담뱃잎 같던 형은 말라버린 빛바랜 얼굴이
되어 있다
깊게 내뿜는 담배 한 갑으로 하루를 버티는 삶은
만족스럽다고 한다
아내마저 도회지에 두고 온 마음이 귀한
농촌 빈민이다
이원오|2014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간의 유배』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