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광시 좡쭈(壯族) 자치구 동북부에 위치한 구이린은
한폭의 수묵산수화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산들은 지평선에서 우뚝 솟아나 갖가지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이 산에는 기이한 동굴들이 산재해있다.
구불구불 도시를 가로지르는 리장강의 거울같이 맑은 물을
따라 즐기는 유람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닉슨 전 미국대통령은 “내가 세계 80여개 나라들과
100여개 도시를 방문했어도 구이린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말했다. 또 안드레 오티 전 이탈리아 총리도
“구이린의 산수는 세계 8대 기적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구이린은
전형적인 카르스트지형으로 특히 산세가 독특하다.
완만한 등성이도 없이 우뚝 솟은 봉우리만 있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시작되는 산들이 대부분이다. 봉우리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는 우리나라 전북 진안의
‘마이산(馬耳山)’과 흡사하다면 상상하기 쉽겠다.
이 봉우리 산들이 수없이 이어지고 포개져 특이한 풍광을
연출하며 강가 바로앞에 절벽을 이룬다. 청록색, 은처럼
빛나는 백색 등 여러 색이 혼합되어 한 폭의 신선도 같다.
그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말들이 귀를 세우고 있는
모습과 같은데 자세들이 서로 다르다. 서있기도 하고
엎드려 있기도 하며 뛰기도 하고 강물을 마시려고도 한다.
광시성엔 이런 산들이 10만6000여개나 된다. 바위가
단단하지 않은 석회암 지대여서 산들은 그리 높지 않다.
빗물 등의 자연현상은 이 석회암산의 모양을 다양한
형태로 빚어 놓았다.
이 봉우리 산들이 연출하는 산수화는 배를 타고 리장강
유람을 하며 더욱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구이린의
산수는 천하 제일이다(桂林山水甲天下)’라는 말이
유명무실하지 않다.
북쪽에 있는 먀오얼산(描兒山)에서 발원한 물길 30%가
구이린 쪽으로 흘러 강을 이룬 것이 리장강이다.
리장강 수면에 비친 그림자만 해도 특이한 경치다. 그 물
속의 산은 기슭의 산보다 더욱 또렷하게 보이고 물이
흐르므로 인해 산도 마치 움직이는 것 같다. 산의 자태가
배의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
리장강의 물은 특이하게 맑다. 어떤 강의 물도 이처럼
맑을 수가 없다. 너무나 맑아 아무리 깊어도 밑이
들여다보이고 강 밑의 조약돌과 그무늬, 모래의 빛남과
모래 위에 벌레가 지나간 흔적까지 보인다. 강 밑의
수초가 많이 자라 파란빛을 내며 물의 방향따라 움직인다.
강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아 강가에 발을 담그고 작은
고기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대나무로 만든
‘조바이’라는 쪽배를 탄 원주민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저녁무렵이 되면 한사람이 겨우 앉을 만한 이 길쭉한
조바이를 타고 주민들이 고기잡이를 한다. 고기 낚는
방법이 특이하다. ‘가마우지’라는 검은색 물새를 풀어
놓으면 새가 물고기를 낚아챈다.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을 가볍게 묶어 놓고, 주인은 목에 넘어가는
작은 물고기는 놔두고 큰 물고기만 챙기는 것이다.
주강부두에서 유람선을 타고 리장강을 유람한 지 1시간
만에 관옌(冠巖) 동굴에 도착했다. 양숴(陽朔)의
인쯔옌(銀子巖) 동굴도 관옌 동굴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름도 구이린에는 수백개의 동굴이 있는데, 그
중 5개만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그 중 외국 관광객들은
구이린의 관옌동굴과 양숴의 인쯔옌동굴을 즐겨 찾는다.
산 모양이 황제의 금관같이 생겨 이름 붙은 관옌동굴은
거대한 지하수 동굴로 전체 길이가 12㎞이며, 3층으로
나뉘는데 개방된 곳은 1㎞정도다.
동굴안에는 36m의 엘리베이터, 모노레일과 기차는 물론
배까지 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오락시설도 있다.
관옌동굴의 특징이 남성적인 웅장함이라면, 양숴의
인쯔옌동굴은 종유석과 석순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사랑을 받는다.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라 믿기 어려울만큼
정교한 은빛 종유석들이 맑은 지하수에 비치고 다시
형형색색의 조명과 만나 황홀한 광채를 발한다. 신선이
산다는 무릉도원도 이보다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다.
양숴 슈통 언덕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붉은 수수밭’
등으로 유명한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야외극이 매일 밤
무대에 올려진다.
소수민족 좡쭈 류씨의 셋째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미지극 ‘인샹·류싼제(劉三姐)’인데 리장강과 12개
산봉우리를 그대로 무대로 활용하고 여기에 좡쭈의
전통노래가 가미된 초대형 전통 야외극이다. 배우들은
강위를 쪽배를 타고 쉴새없이 움직이며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장감독의 화제작 ‘붉은색 사랑’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 리장강을
피빛으로 물들이는 그 강열한 색채는 섬뜩하리만치 강하고
웅장하게 다가온다. 자연과 사람, 빛을 훌륭하게 조화한
장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과연 명불허전임을 실감케
한다.
구이린의 야경을 보려면 리장강과 탸오강(桃花江) 및
무릉후(木龍湖), 구이후(桂湖), 룽후(榕湖), 산후(杉湖)로
이루어진 량장쓰후(兩江四湖)를 유람하면 된다.
도시를 감싸는 호수를 따라 중국 전통의 다리, 절, 궁전,
성벽 등 고건물들이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줄지어 서있다.
마치 수백년전 중국으로 과거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찾아가는길=중국 난팡(南方)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구이린에 동시 취항했으나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만 매주
3회(월·수·목) 비행기를 띄운다. 남쪽 지방인 구이린은
사시사철 따뜻하다. 제일 추운 1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7.9도. 요즘에도 20도 안팎을 넘나들어 가벼운 반팔에
재킷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매년 4∼11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