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얼마 전부터 마음을 강하게 때리는 곡이 있었다.
“내가 주인 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내 주 되신 주 앞에 나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내려놓고
주님만 사랑해”
2005년 여름 처음 만난 곡은 이미 예배 곡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에게는 구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배인도자 컨퍼런스를 통해 많은 예배자들에게 은혜를 끼친 곡 ‘내가 주인삼은'의 전승연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다. 우선 나이가 좀 있고, 약간은 듬직한 느낌의 사람일 것이라는…….
인터뷰 약속을 위한 전화를 할 때부터 그러한 ‘환상'은 이미 깨졌지만 직접 만났을 때에는 더더욱 기자의 기대감을 버리게 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빨리 이야기 하자면, 전승연이라는 사람은 이제 20대 중반을 지나는 의사를 꿈꾸는 의대생이었으며 순하디 순한,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에 약간은 어눌한 느낌이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는 보통의 크리스천 청년이었다.
약간의 쌀쌀함이 개강 직전의 묘한 분위기위에 덮여있는 경희대 근처 찻집에서 시작된 대화는 신변잡기로 워밍업을 하다가 뜬금없는 질문으로 접어들었다.
송재호(이하 송) : 원래 CCM이나 예배음악에 관심이 있었나요?
전승연(이하 전) : CCM이요? 음... CCM에 대해 관심이 많아 찾아듣거나 하진 않고요. 교회에서 찬양팀을 아주 잠깐 하면서 기타를 배웠어요. 그리고 동아리에서 찬양인도를 하다보니까 예배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예배인도자 학교에도 다녀오게 되었고요.
송 : 그럼 어떻게 곡을 쓰게 된 거에요?
전 : 제가 학교 동아리 대표를 했었어요. 한 해의 임기를 마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사줄 수는 없을 것 같더라고요. 돈이 없으니까요. 축복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제가 좋아했던 말씀들을 나열해 놓고 그것을 가사처럼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작곡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기타만 조금 칠 줄 알았기 때문에, 제가 잡을 수 있는 코드를 치면서 흥얼 거려봤는데, 어느 순간 노래 같아지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만들기는 했는데 제가 또 악보를 그릴 줄 몰랐기 때문에, 같은 노래를 그 자리에서 수백 번 불러 노래를 외웠어요. 그러다보니 부를 때마다 다르긴 했지만,(웃음) 그게 제가 만든 첫 노래였어요.
송 : 그렇게 한 번 곡을 만들고 나니까. 계속 작곡을 하게 되던가요?
전 : 네, 그런 것 같아요. 그 다음에 만든 곡이 있었는데, 시험 기간이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이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적이고 충동적인 부분이 있어요. 공부도 꾸준히 하는 게 아닌 편이라서 책상에 앉아도 공부가 안 될 때가 있었는데요. 언젠가 시험공부를 하다가 공부가 안돼서, 사사기에 있는 말씀을 가지고 저를 향한 곡을 만든 것이 두 번째였어요.
그렇게 만들다 보니까 그 전에는 일상의 삶에서 하나님이 깨닫게 해주시는 것들과, 성경의 말씀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짧은 글로 적어놓기만 했는데, 노래로 만들어 놓으니까 기억하기가 더 쉽더라고요. 제가 혼자 기타 치면서 있는 시간이 있는데, 그 때 노래들을 조금씩 만들었어요.
송 : 곡을 쓰는 것이 재미있었나요?
전 : 네, 기타 치는 것도 좋아했고요. 노래로 만든 말씀은 계속 남으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저는 길을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거든요. 갑자기 멜로디가 떠오르면 흥얼거리면서 혼자 좋아 하는 거죠.(웃음) 요즘에는 mp3플레이어가 생겨서 떠오르는 것을 바로 녹음해서 더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밖에서 떠오른 선율이 집에 와서는 기억이 안 나서 두 시간을 계속 불러 기억해내기도 했었거든요.(웃음) 악보를 그릴 줄 모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송 : 그럼 지금도 악보를 그릴 줄 모르나요?
전 : 요즘에는 악보 프로그램으로 그리기는 해요. 그런데 그것도 일단 노래를 녹음한 다음에 한음 한음을 마우스로 찍어서 들어보고, 음이랑 박자가 맞는지 확인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죠. 그래도 처음에는 가사입력까지 1시간 30분 걸리던 시간이 이제는 능숙해져서 40~50분 정도면 한 곡을 그릴 수 있게 됐어요.(웃음) 그런데 나중에 보면 틀리기 때문에 악보를 잘 안 그리게 되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박자나 음정이 안 맞는다고 하니까 안 그리게 되더라고요.(웃음)
송 : 이번 다리놓는 사람들 예배인도자 컨퍼런스 실황앨범에 승연형제의 ‘내가 주인 삼은'이라는 곡이 수록되었는데, 여기에 수록되기 전부터 불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나요?
전 : 네, 그 곡이 언제부터 불려 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지은 곡의 대부분이 2004년에 만들어 진거예요.
예전처럼 그냥 기타 치면서 노래한 것을 녹음했고, 그 파일을 한 크리스천 기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었죠. 그때 어느 분이 예배 때 제 곡을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셔서 좋다고 했었죠. 그게 수원 다리놓는 사람들 예배자 학교였던 것 같은데요. 그 때 강의하러 오신 분이 이민욱 간사님이셨대요. 저에게 물어본 분이 이민욱 간사님에게 곡을 드린 것 같고 간사님이 그 이후에 예배 때 부르셨나봐요. 그래서 부흥 한국 집회 때에도 불렸는데, 그 곡이 어떻게 인터넷 사이트에 악보로 만들어져 올라갔고요. 처음에 그 곡을 봤을 때 깜짝 놀랐고, 제가 만든 곡이 아닌 줄 알았어요. 오히려 그 곡을 어디선가 듣고 제가 따라했나 생각했을 정도니까요.(웃음) 그런데 계속 들어보니까 제가 쓴 가사랑 같은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제 곡인 줄 알았었죠.
송 : 곡을 들을수록 큰 은혜가 되어서 더욱 이 곡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전 : 학교 동아리에서 찬양을 인도하던 어떤 날이었어요. 그 날 모인 사람들이 왠지 예배 중인데, 하나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자기 생각만을 가지고 예배에 참석한 것 같았고요.
그런데, 제가 예배인도자 학교 등에서 배웠던 예배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우리가 이렇게 예배해도 되는지 하나님께 여쭤보면서 혼자 기도하면서 울었어요. 그 때 마음 중에 ‘너희가 살아가면서 주인 삼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오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거기에 감사하면서 개인예배 하듯이 노래를 만들면서 불렀어요.
원래 ‘내가 주인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주님만 사랑해'까지만 만들었어요. 그 뒷부분은 나중에 만든 거예요.
그 날 이후에 화요모임을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그 감사한 마음에 혼자 부른 노래가 지금 곡의 뒷부분이에요. 그 가사도 제가 만든 것은 아니에요.
예전에 저희 교회에 계셨던 한재호 전도사님이 ‘바다에 풍랑이 불고 파도가 쳐도 깊은 심해는 굉장히 조용한 것처럼 깊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그것을 계속 묵상하고 있었거든요. 그 메시지가 가사로 들어간거죠.
송 : 그렇게 만들어져서 알려진 곡이군요.
전 : 그런데 사실 제가 곡을 만들어 몇 번 불러보면 꼭 어디서 많이 듣던 곡인 것 같아요.(웃음) 그게 제가 많이 불러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이미 있는 곡을 가져다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막 알리거나 그러진 않았거든요. 좀 소극적이었죠.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이 달라졌어요.
송 : 자신의 곡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지신 건가요?
전 : 그렇다기 보다는 제가 만든 곡이지만, 곡의 운율이나 가사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님이 주시고 만드시게 하신 거잖아요.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 후로는 곡을 나누는 것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송 : 그러면 곡의 가사가 책의 내용이나 누구의 말을 인용한 것은 아니었네요?
전 : 그렇죠. 사실 제가 쓴 곡이었지만 나중에 다시 보니까 ‘주인 삼은'이라는 표현은 잘 안 쓰잖아요. 다른 친구들이나 선배들도 그 부분을 전혀 다른 뜻으로 착각하기도 할 정도로 생소한 표현이었는데, 곡을 만들 당시에는 그런 표현이 나왔던 거죠.
가사의 내용은 우리가 고백하는 내용이지만, 사실 하나님은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명하신 것이었죠. 우리가 이런 고백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마음을 저에게 주셨던 것 같아요.
송 : 저는 처음에 전승연 형제가 음악을 전공 했거나 아니면 음악사역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의대생인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전 : 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역 교회의 찬양팀 에서는 계속 섬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송 : 지금 의과대학을 다니는 부분도 있지만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어서 승연형제의 비전 역시 확실히 있을 것 같아요.
전 : 어릴 때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데, 직접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하나님을 알고 있으니까 그 중에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그런 막연한 생각뿐이었죠. 그러다가 CCC에서 훈련받고 생활하면서 확실해 졌어요. 마태복음 28장의 지상명령에 대한 말씀을 보게 되면서 그전에 그저 막연히 가졌던 삶의 모습을 더욱 확실히 하게 되었어요.
아직 굉장히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에서 열심히 전하며 돕는 삶을 살고 싶어요. 또 섬기는 교회에서 교사로도 열심히 봉사하고 싶고요.
(기자가 제대로 봤다면) ‘내가 주인 삼은'을 만든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하며 눈물을 보일 뻔 했던 그의 그렁한 눈을 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만나지 못한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전승연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일반적인 CCM사역자들이나 뮤지션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고 예배하고 있었다.
그는 그냥 ‘일반인'이었지만 정말 특별한 ‘예배자'였다.
‘세계열방을 향한 비전', ‘한국 교회의 인정받는 예배인도자'가 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찾고 순종하며 예배하려는 그의 모습이 변질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송재호
첫댓글 은혜 많이 받았었지.ㅎ 이곡 정말 쪼아~~~
저의 삶에 적용되는 가사입니다. 요즘 베스트 1위 더군요 하나님과 더 가까이 가기 위함보단 내가 주인 삼은 것들이 더 많은 것같아 회개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