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한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허리의 뼈마디가 두둑 거리기 시작하더니 전신의 뼈마디로 번져나가 안면 근육까지 비틀어버린다. 그러자 갑자기 온 몸에서 막대한 열기가 솟구치며 깔개를 뜨겁게 만든다. 도무지 더워서 견딜 수 없고 머리까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호전되었던 치질까지 악화되는 느낌이 든다.
자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이고 평소라도 이렇게 막대한 뼈마디 비틀림과 열기는 처음이다. 30년전 수련시의 열기는 주로 손발과 등 뒤의 독맥을 중심으로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내장과 골반 쪽 그리고 허벅지 안에서도 일어나더니 어제는 전신에서 폭발적으로 솟아 오른다. 물론 가장 강력한 열기는 독맥에서 발생하긴 한다. 아무리 더워도 더위를 못느껴 30도가 넘는 방안에서도 마작 하나로 여름을 나는 체질인지라 더더욱 신기하다.
거실과 내 방의 기온은 편안하게 생활하고 취침하는 29.5도로 변화가 없건만 몸이 평소와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마작을 꺼내 그 위에 누워 삼십여분을 식히니 겨우 열이 진정을 하고 잠이 든다. 그런데 불과 한시간이 못되어 몸에 한기를 느끼며 깨어난다. 다시 마작을 걷고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일반 이불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한다. 치질은 다시 호전된 상태를 유지한다.
변고인지 경사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어지러움이 없고 그 후에 잠을 잘 잤으면 경사라 단정했겠지만 불면증은 아니라도 세시간 한시간 삼십분 이렇게 쪼개가며 잠을 설쳤으니 변고의 가능성도 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 막대한 현상의 원인을 파악한다. 단백질 섭취에 미련이 남아 혹시 식사량이 반으로 줄었으니 하루에 고기 한조각은 몸이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그 원인이었다. 그저께부터 시작한 하루 고기 한조각의 위력이었던 것이다. 그저께 한 젓가락은 어제 아침의 미약한 설사를 동반하고 어제의 한 젓가락은 잠자리에 들기 전 막대한 기운 현상을 유발하고 오늘의 한 젓가락은 학교에서의 막대한 기운현상을 동반한 것이다. 그 두 기운현상은 완전히 똑 같았다. 어제 어지러움이라고 느꼈던 것은 내장으로부터 상단전에 주어지는 신경증적 자극이었다.
막대한 기운 현상과 함께 체력은 상승하고 무릎에도 힘이 들어온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혼재하니 나는 어떤 길을 가는게 좋을까? 체중 감소 효과가 없고(체중이 준다면 단학 수련처럼 결국 미래의 삶을 당겨서 사는 것이니 가늘고 길게를 원하는 나의 길이 아니다.) 치질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나는 당연히 하루 단백질 한 조각 섭취를 선택할 것이다.
단백질을 다시 끊었더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의 나를 관찰해보니 강도가 훨씬 약하지만 그런 일은 항상 있어왔다. 인간에게 이기심이 항상 있어왔듯... 채식도 해롭지만 육식보다 덜 해롭기에 먹는 것이다.
채식과 육식의 해로움을 모두 이기는 사람은 둘 다 이롭지만 육식이 더 크게 이롭기에 육식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바람 피우는 부자 배우자에게 진심으로 웃어주면서 계속 결혼을 유지하는 사람들처럼...
PS : 윗 글을 쓰고 일주일 뒤 나는 단백질 하루 한 조각에 대한 미련때문에 다시 한 번 시도를 한다. 역시 첫 날에는 미약한 설사가 나타나더니 두번째 날에는 덥지 않은 날임에도 마구 더워지며(날씨가 선선하여 어지러움이나 신경증까지는 가지 않았다. 더운 날에는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단백질을 적게 먹어야 한다.) 안면 근육이 비틀리는 등 부정적 기운 현상까지 고개를 든다. 체력이 상승했던 지난 번 단백질 하루 한 조각 시도때와 달리 체력이 더 떨어져 평소보다 힘겹게 일상을 헤쳐나간다. 단백질 하루 한조각으로 내장에 아픔이 오는 일은 채식을 시작한 후 늘 있었으나 변비까지 오기는 난생 처음이니 시간이 갈수록 단백질의 해악이 커지고 있다. 마치 소금(인스턴트 음식이나 약간 상한 음식같은데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을 안먹다 먹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힘이 나다 한 달후에는 대상포진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난 번처럼 최소 3일은 시도해보려 했으나 이틀만에 모든 미련을 접고 내 인생에서 단백질을 완전퇴출 시킨다.
단백질 하루 한조각이 혈압까지 하락시키는 것 같으나 단 한 번 일어난 일인지라 단정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