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8월 10일 공개한 White lion의 3번째 풀 렝쓰 앨범 Big game은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 골드를 달성했지만 전작에 담겨있던 비기(When the children cry)를 능가하는 히트 싱글을 내놓지 못하고 서서히 추락하고 말았다.
빌보드 앨범 차트 19위에 머무르고 그 시절에는 플래티넘을 따지 못했는데 (지금은 땄으려나?? 왠지 지금도 플래티넘을 달성하지 못한듯 한데 으음) 나는 이 앨범이 전작인 Pride보다 더 좋다.
물론 아쉬운 면도 분명 있긴 하다.
프라이드 앨범에 비해서 팝적인 감각이 조금 떨어지고 어딘가 모르게 투박한 락 뽀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골든 이어링의 커버곡인 Rader love와 B면의 서주를 장식하는 Let's Get Crazy가 대표적인 곡들인데 프라이드 앨범에 비하여 연주가 상당히 앞으로 나와 있다.
보컬 멜로디 라인 못지 않게 현란한 연주가 전면에 나선다.
보컬의 멜로디 라인도 프라이드 앨범처럼 파퓰러하고 스위티한 거시기가 많이 엷어졌다.
물론 Little fighter같은 곡을 들어보면 특유의 팝적인 감각(흡사 엘튼 존을 연상시키는)이 아직도 많이 살아있긴하나 전반적으로 앨범에서 자아내는 분위기가 프라이드 앨범보다 어둡고 무겁다.
다소 을씨년스럽다고나 할까??
아니 우중충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이들의 강점이었던 해맑고 청순한 새내기 여대생같은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 점은 솔직히 조금 아쉽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을 더 사랑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면
이 앨범에 대한 나의 애착도가 어느 정도인지 심히 헤아릴수 있을거다.
내가 이 앨범을 사랑하는 이유는 사실 딱 한 가지 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60Y_a03lU
White Lion - Cry For Freedom (Official Music Video)You're watching the official music video for White Lion - "Cry For Freedom" from the album 'Big Game' (1989)Subscribe to the Rhino Channel! https://Rhino.lnk...www.youtube.com
B면 마지막곡 Cry for freedom 바로 이 노래가 담겨있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북클릿을 보니까 이 음악이 남아공화국 내전을 담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적혀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않다.
이 노래는 나에게 한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와 나의이야기
그는 가장 강렬하고 순수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기타리스트였다.
아주 오래전
나는 그와 같은 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교환했는데
그때 화이트 라이언이라든가 크라이 포 프리덤에 대한 구체적인 언질은 서로 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내가 평소 그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떠올리며 이리 저리 짠돌을 굴려보니 왠지 그가 화이트 라이언을 좋아할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언젠가는 그에게 화이트 라이언과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고 다짐만 하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와 화이트 라이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느 봄날이었다.
내가 운영하던 뮤직바에 그가 여자 친구와 놀러왔을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때 깜박하고 화이트 라이언과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것을 망각해버렸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그와 만날때마다 화이트 라이언과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본적이 없다.
그때마다 꼭 다른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고 화이트 라이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미처 들지 않았다.
항상 헤어질때마다 다음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해보지 뭐 ~~ 이런 식이었다.
사실 그때는 화이트 라이언이나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꼭 해야된다는 당위성을 느끼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자주 볼텐데~~
다음에 만날때 생각나면 한번 물어봐야지~~
이런 식이었다.
그날도 그런 식으로 화이트 라이언과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헤어지는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형 나 이제 가야 되는데~~
마지막으로 노래 하나만 틀어줄래??"
"어 그래
뭐 듣고 싶냐??"
"화이트 라이언의 크라이 포 프리덤....."
앗 깜박 잊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먼저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다니 그때 이 노래를 틀면서 나는 그와 나 사이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끈이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노래 좋아하냐??"
"웅....."
"하하하,,,,, 사실 너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왠지 네가 이 노래를 좋아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쿡쿡~~"
"정말 멋진 곡인것 같아.....
형도 이 노래 좋아해??"
"그럼~~"
이것이 내가 그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화이트 라이언과 크라이 포 프리덤에 관한 대화의 모든 것이었다.
"형 갈께
또 다음에 보자....."
크라이 포 프리덤이 끝나자 그는 나에게 인사를 하며 여자친구와 함께 떠나갔다.
나는 그때 이것이 나와 그의 마지막 만남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그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에게 기타를 배웠던 소년 하나가 내게 와서 씨디 한장을 주었다.
"이게 뭐야??"
어색한 웃음을 짓던 소년은 내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형이 생전에 만들었던 데모 씨디에요."
"그거 나도 가지고 있는데....."
"아..... 그 EP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또 하나의 곡이 있어요~~"
"그래??"
"드릴께요~"
그 씨디에는 그가 생전에 내게 직접 주었던 자신의 밴드 EP에 미처 수록되지 못한 곡이 하나 있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소년에게 살며시 물어보았다.
"곡 제목이 뭐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아직도 이 노래의 제목을 모른다.
그러나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온몸을 미친듯이 휘감아 오던 전율은 명확히
기억한다.
이 음악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던 바로 그 노래
White lion의 Cry for freedom과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물론 보컬의 멜로디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곡 분위기가 크라이 포 프리덤 특유의 애절한 분위기를 투명하게 머금고 있었다.
문득 마지막 보았던 그의 눈빛이 생각났다.
크라이 포 프리덤 MV를 보면서 왠지 모를 감동을 머금고 있던 그의 눈빛이 떠오르자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슬프다기 보다는 무언가 말로 표현할수없는 가슴 벅찬 감동이.....
그의 음악으로부터 나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전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살아 생전 우리가 인간의 언어로 체험할수 없었던 교감을 그의 음악이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가 만든 그 이름 모를 곡에서 그의 기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도 형이 그 노래 좋아할줄 알았어!!!!!
이 노래 어때?? 마음에 들지??
그 노래와 비슷하면서도 나만의 느낌을 가득 담았는데 어때??"
음악은 인간의 미천한 언어로는 교감할수없는 부분을 가능하게 한다는 면에서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그와 내가 좋아했던 화이트 라이언의 음악과 그가 만들었던 이름 모를 음악 안에서 우리는 결코 다른 세상에 있지 않다.
음악 안에서 우리는 같이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생전에 미처 나누지 못했던 그 어떤 간절한 것들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생명체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앨범 Big game을 좋아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첫댓글 감동적이지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은 기억속에서 잊혀졌을때 진짜 죽은거에요 ...
화랑님이 기억해주고 있으니까 그 동생분도 늘 함께할꺼에요...
기억 속에서 영원하기를...
ㅠㅠㅠㅠ
ㅜ
음악 속에서 영원히~
뽀레버~
언제까지나 편안하게...
음악 속에서 항상 행복하시길요~
감사합니다
GRRR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