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어쩌면 이런 일도?

[포근경남]

우리(에밀스)는 그를 ‘별 그대’라 부르기도 한다. 마치 저 너머 어느 별에서 갑자기 지구에 불시착한 것처럼 그는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모습이나 부르는 노래, 심지어는 말과 글의 내용마저도 남달랐다. 가수 데뷔 후 그가 팬들에게 주는 그의 인사 글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자신은 노래하는 사람이기에 노래하는 것이고 자신의 소망은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그것도 지구촌도 모자라 온 자연과 우주까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글을 보고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이제 막 가수에 입문한 사람이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로서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하니, 몽상에 빠진 아이도 아니겠고 아무튼 그의 처음 모습은 이 세상과는 저만치 벗어나 있는 듯했다. 하지만 또 평화라는 말이 일찍이 이렇게 신선하게 들린 적이 있었나? 그동안 나는 평화라는 말을 너무도 진부하고 걸리적거리는 비현실적인 단어로 치부하면서 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화라고 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평화통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 평화 시민운동가였던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이고, 자신도 앞으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수긍은 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 평화라는 말 못지않게 ‘우리는 하나’라거나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쓰기도 했다. 간혹 팬들 사이에 서로 불화가 일거나 그와 비교하면서 다른 가수를 폄하하는 말을 할라치면, 그는 남을 함부로 헐뜯거나 비방하지 말고 항상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을 가지자고도 했다. 이와 같은 그의 모습에서 나는 종종 존 레논의 Imagine이 떠올랐다.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쉬운 일이에요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우리 아래엔 지옥이 없고

우리 위엔 오직 하늘만 있을 뿐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산다고 상상해 봐요.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무엇을 위해 죽일 필요도 죽을 필요도 없죠.

그리고 종교도 마찬가지죠.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간다고 상상해 봐요.

You,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 모르지만

하지만 나 혼자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에요.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언젠간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랄게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 갈 거예요.

Imagine no possesions,

I wonder if you can

소유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

당신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욕심을 내거나 굶주릴 필요가 없죠.

인류의 형제애로서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모든 사람이 함께 세상을 나누며 살아간다고 상상해 봐요.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하지만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에요.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랄게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 갈 거예요.

누구의 팬이 된다는 것은 정말 묘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고, 때론 유치해지기까지 한다. 나아가 그가 하는 말이나 생각, 표정, 몸짓 등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심지어 매사를 그의 의도대로 맞추려 애쓰기도 한다. 그가 ‘평화’, ‘하나’, ‘사랑’이라는 말을 들먹이면 왠지 나도 좀 착해져야만 할 것 같고 또 그와 비슷한 무엇을 해야만 될 것 같았다.

어느 날 살짝 싫었던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게 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항상 경계의 눈빛이고 주눅 들어 보이던 그가 그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알게 모르게 내가 그동안 무언의 어두움을 그에게 주고 있었다는 것에 깊이 반성도 하게 되었다. 운전 중에 옆 차가 억지로 밀고 들어오면 예전과는 달리 ‘몹시 바쁜 모양이구나!’ 하며 양보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그런데 여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을 두고 ‘사고의 확장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상하게 나의 미래에 대한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는데,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마치 눈에 보이듯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그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또 나의 욕심이 과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어쨌든 나는 그, 즉 전통가요지킴이 조명섭 가수를 두고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의 글도 쓰게 되었다.

~~~~~~~~~~~~~~~~~~~~~~~~~~~~~~~~~~~~~~~~~~~~~~~~~~~~~~~~~~~~~~~~~~~~~~

80년 가까이 인간 스스로 외면하자고 한 땅, 하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의 상태로 남아 자연의 보고로 다가온 땅, 오직 사람과 사람과의 화해만을 기다리며 긴긴 세월 묵묵히 견뎌 준 바로 그 땅, 여기가 DMZ라고 하는 소위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다.

2030년 7월 16일 오후 6시 30분, 이 지역의 유일한 학교 - 대성동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조금 뒤 저녁 7시에 있을 공연에 특별히 초청된 사람들이 일찌감치 도착해서 착석해 있다. 간간이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다고 서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누그러뜨려 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오늘 같은 역사적인 날에 사람들은 자신이 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어떤 이는 상기 된 얼굴로 앞으로, 옆으로, 뒤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억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애써 자세를 고쳐 앉으며 헛기침을 뱉어 목을 다듬기도 하고, 또 감회에 젖은 듯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눈을 감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2층으로 된 아담한 교사를 옆으로 두고 설치된 무대 뒤로 한반도기가 파란 하늘로 향해 축하를 더 하듯 쉼 없이 펄럭이고 있고. 그 양옆으로 은행나무 몇 그루가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산을 가리고 있는데, 산과 은행나무 사이에는 몇 채의 인가가 언뜻언뜻 보인다.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7월의 중순이지만,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자유로워서인지 여기에서만큼은 뜨거운 열기가 희석된 듯 살갗에 닿는 해 질 무렵의 바람은 선선하고 상쾌하다. 다만, 햇살 줄기는 강렬해서 빛을 받은 뿌연 앙금들이 제 세상 만난 듯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서로에게 겨누었던 총부리의 대가는 여덟 번의 강산이 변한 후에라야 그 차돌 같았던 응어리가 조금씩 해체의 기미를 더해갔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천지 발 디디지 못할 곳 어디 있으랴! 만은, 한반도의 북녘과 남녘의 땅은 결국 80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고서야 서로의 땅에 살짝이나마 발자국을 찍게 되었는데, 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랴! 우주의 한 점밖에 되지 않은 지구에서, 또 그 한 점밖에 되지 않는 이 조금만 땅덩어리가 세계 평화의 전초기지가 될 줄을 말이다.

오늘 공연의 무게감은 막중하다. 다음 날 남북 정상들이 인근의 판문점에서 연합정부 수립을 위한 마지막 협상이 있는 날이거니와, 협상이 잘 진행되면 조인식도 함께 거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성의 동물 이전에 감성의 동물이 아니던가. 80년 이상 저 밑바닥에 팽개쳐져 있던 공감의 먹이인 감성을 들추어서 남북한을 넘어 지금 숨죽이며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이 공연의 큰 관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세계인의 여론 여하에 따라 조인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하지만 150년여 동안 인간 탐욕의 각축장이었던 이 땅이, 오늘과 같은 날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의 모임이 있어야 했던가? 시대의 조류는 이제 눈에 보이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것만이 힘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음이리라. 땅의 시대에서 흐름의 시대에로의 진입, 즉 IT 기술과 한류가 지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또 삶의 향방이 좌우됨에 따라, 이제는 이 조그마한 땅의 사람들이 지구를 움직이는 중심축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여세와 맞물려 천년만년 동토로 남아 있을 것 같았던 저 북녘의 땅도 이 뜨거운 열풍 앞에서는 한갓 얼음조각에 불과했음이다. 이번 남북한 연합정부 수립의 성사는 시대적 흐름의 반영인 동시에 인류 역사에 또 하나의 분기점을 예고하고 있다. 즉, 한반도에서 출발한 평화 열차가 지구 곳곳으로 뻗어나가 이제는 인류의 평화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전 지구인의 시대적 과업임을 더욱 뼈저리게 자각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 공연은 내일 있을 협상과 조인식을 위한 단순한 축하 행사가 아니다. 그것의 종지부가 되기를 열망하는 세계인에 대한 응답이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해 2시간 동안 펼쳐질 공연에서 유독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는 것은 단연코 노래하는 시인이면서 평화의 전도사 ○○○가수의 출현이다. 이 시대의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리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폭이 가장 넓은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세계인을 상대로 오늘 이 공연과 가장 적합한 가수의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더구나 그의 노래는 인간의 심연까지 파고들어 사람의 언 마음도 녹인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신비로운 목소리를 지녔는데, 오늘 이 무대에서 그가 부르게 될 노래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100년 이상의 시대를 넘나들며 온갖 장르의 음악을 섭렵하면서 무수한 자작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그이기에, 분명 오늘도 그는 이 분위기에 가장 걸맞은 노래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리라는 것을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히려 부지기수의 사람들은 다음 날에 있을 행사보다도 그가 이 자리에서 부르게 될 노래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지구상에서의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인이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의 노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시대정신도 한 못을 했다. 인간 탐욕의 끝은 결국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의 추방을 의미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지난 10년을 보내는 동안 절감하게 되었다. 즉, 지구에서 인간이 삶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공감과 공존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나 몰라라 했던 인간 본연의 감성을 일깨워야 했는데, 여기에 가장 부합되는 사람이 통합적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사람의 영혼에까지 파장을 일으키게 하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여기에다 인간과 자연과의 화합을 갈망하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있는 아름다운 노랫말이 함께 어우러져 사람들로 하여금 공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남남북녀라 했던가. 따뜻하고 정감이 흐르는 남성 사회자의 목소리와 힘차고 비장함이 감도는 여성 사회자의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시작된 공연은, 갈수록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어 갔다. 보름을 하루 지난 하늘에는 어느새 휘영청 밝은 달이 엷은 구름 사이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하고, 살랑대며 지나가는 바람은 주변의 청정한 나무들의 향기를 실어 왔음인지 싱그럽다. 간이식으로 설치된 운동장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가로등에는 불빛을 보고 달려든 나방과 온갖 곤충들이 때 이른 외출을 했음인지 윙윙대며 정신없이 부채춤을 추는 듯하다.

무대 뒤 벽면에는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모습도 비춰주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오늘 공연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점차 공연에 몰입하게 되면서 참석한 사람들도 처음의 긴장되었던 얼굴과는 달리 웃음꽃이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했고, 손뼉 치는 힘과 속도도 더해져 마치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들과 한 몸이 된 듯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열기에 젖어서인지 달빛과 불빛을 동시에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윤기가 흐르는 듯 반들거리고, 생기를 품은 눈빛은 유난히 반짝거린다. 공연이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사람들의 얼굴에는 또다시 긴장감이 어우러진 흥분된 표정이 역력한데, 마지막 가수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하나 포석을 깔 듯, 앞서 등장한 나이 어린 소년 가수의 청량한 목소리의 노래가 사람들의 흥분된 마음을 잠시나마 가라앉힌 듯, 잠시 적막감이 감돌면서 한 박자 늦은 관중들의 박수가 일은 후 남성 사회자의 차분한 음성이 이어졌다.

‘맑은 시냇물이 흘러 마음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한 아름다운 무대였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 번 ㅇㅇ군에게 큰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공연은 다가올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면서, 새날을 맞이하기 위한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지난 80년간의 오랜 반목의 세월을 끝내고, 내일이면 이제 우리는 이 아름다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게 됩니다. 아무쪼록 이 꽃씨가 잘 뿌려져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또 그 씨앗이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 이 땅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어우러져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어 봅니다.‘

‘다음 무대는 오늘과 같은 날을 맞이하는데 선봉장이 되어 주었죠. 지난 1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싸움이 있는 곳에는 화해를, 굶주림이 있는 곳에는 나눔을 부추이기도 했죠. 그의 노래를 들으면 지구를 넘어 우주마저도 그를 사랑할 것 같습니다. 사랑과 평화의 아이콘이라 불리기도 하죠. 여러분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시던 ○○○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성 사회자의 뜨거운 감정이 실린 카랑카랑하고 힘이 들어간 목소리에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성에 차지 않은 몇몇 사람들은 발까지 동동 구르며 함성을 내질러 주변의 나무들마저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앞 벽면에는 세계인들의 왁자지껄한 외침도 들리는 듯, 그들의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비춰주고 있다.

박수 소리가 차츰 잦아들자, 무대는 갑자기 사방의 모든 빛을 차단해 버린 듯 칠흑 같은 어둠을 한참 동안 연출했다. 순간, 천둥과 번개가 휘몰아치듯 클래식하고 웅장한 리듬과 함께 사방에서 네 개의 빛줄기가 쏘듯이 내려앉아 중앙의 한 지점을 비췄다. 눈 깜짝할 사이, 그 네 개의 빛은 또 네 개의 커다란 푸른 잎으로 화하여 활짝 펼쳐지고, 그 속에서 하얀 꽃봉오리 하나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음악이 잦아들고 잠시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한 잎 한 잎 꽃잎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데, 숨죽이며 이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가에서는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얀 꽃잎 위의 검은 눈동자였다. 검은색 슈트 차림과 말끔히 쓸어 올린 머리가 빛과 어우러지면서 하얀 꽃잎 위에 실려 있는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를 연상시켰다. 그 눈동자 속의 또 다른 눈동자는 먼 허공으로 던져져 허허벌판의 허무와 같은 인간의 끝없는 그리움이 담겨있었는데, 묘하게도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가슴에는 알 수 없는 통증이 일었다.

일깨우는 듯 피아노의 강한 리듬이 일자, 긴 눈길을 거둬들인 그의 눈빛에서는 이제 무한한 따스함이 스며있었는데, 그 기운을 나눠주기라도 하듯 객석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길을 건네면서 그는 부서질세라 조심스럽게 잡은 마이크를 들어 올려 입가로 가져갔다.

우리 이제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들여다보기로 해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해요.

어쩌면 저 깊은 곳에 또 다른 내가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 안에 내가 아닌 우리가 있을지도 몰라요.

이제 보이네요. 내 속에 우리가 함께 숨 쉬고 있었네요.

희한했다. 단지 다섯 소절이었는데 사람들은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난 듯 그의 흐름에 이끌려갔다. 폐부에서 올라 온 그의 깊디깊은 소리의 울림이 사람들의 눈이 되고 귀가 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모든 감각이 깨어나 안으로 잦아들었고 서로 어우러지면서 어떤 기운의 흐름 속에 들어 있는 듯했다. 거기에는 나와 너의 경계가 없었다.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이었다. 물아일체의 경지였다.

궁금해요. 나는 여기에 왜 왔을까요.

신기해요. 우리는 왜 여기 함께 있을까요.

나는 그리고 우리는 같은 별을 가슴에 품었기 때문이죠.

잊지 말아요. 나와 우리에겐 소중한 별이 있다는 것을요

이제 우리 저 광막한 벌판의 별을 함께 꿈꾸기로 해요.

물음이었다. 즉, 이 광막한 우주에서 나는 누구이며, 나는 여기에 왜 왔으며, 이곳에서 나에게 부여된 소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깊고 넓은 목소리에 실린 물음에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함께 있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를 깨우는 듯했고, 동시에 사람들도 저마다의 가슴에서 크고 긴 파장이 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별은 이제 어제의 그 별이 아니었다. 턱 끝을 치켜들어 밤하늘로 향해 있는 그의 갈구하는 듯한 눈빛과 애절한 리듬이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은 저 광막한 벌판에서 자신이 이 작고 아름다운 지구별의 한 생명체인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귀한가를 새삼 깨달았으며, 동시에 야릇한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부질없어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서의 피 튀기는 싸움은 저 넓은 우주에서는 한갓 모래알 크기에도 미치지 못한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메시지의 크기에 사람들은 압도되었다. 이 지구를 소중히 보듬고 이제 우리의 시선을 저 넓은 우주를 향해 꿈꾸어 보자는 것이었다. 즉, 우주에서의 우리는 하나의 ‘지구인’이고, 이러한 인간 의식의 수승함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커다란 나무이고 우리는 작은 나뭇잎이에요.

우리는 큰 나무이고 나는 작은 나뭇잎이기도 해요

나무와 나뭇잎이 하나이듯 나와 우리도 하나죠

잊지 말아요. 나와 우리는 같은 뿌리를 품고 있어요.

이제 우리 아름다운 이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어 줘요.

이카로스의 날개가 되어 한정 없이 치닫고 있던 인간 탐욕의 결과는 지구별과 인간의 멀어짐이었고, 인간과 인간의 멀어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세 번째 소절로 접어들 때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옆 사람의 손을 더듬어 잡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타인의 손이 아니라 나의 손에 대한 감촉이었다. 노래하는 그와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 모두 혼연일체였다.

[순수백합(busan)]

혼연일체였다.2030년에는 가수님과 우리민족의 미래가 정말 이랬으면 좋겠습니다.일요일에 에세이 한편에 마음 녹이며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포근님♡

[포근경남]

순수백합님! 잘 계시죠? 감사합니다.~ㅎ

[꽃길(서울)]

정말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

[포근경남]

꽃길님! 우리 가수님!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ㅎ 감사합니다.

[희정(경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저 개인적 생각인데요

내용을 좀
함축해서 써 주시면 좋겠어요.
글이 너무 길어서요.
죄송합니다♡

[포근경남]

희정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수다쟁이는 아닌데 ,우리 가수님!에 관한 것에는 주저리주저리
자꾸 말과 글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ㅎ
애써 보기는 할 텐테, 어쩌죠? 아직 긴 글들이 몇 편 남아있거든요. ㅎ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 드립니다~~

[희정(경기)]

어머?
미리 써놓고 준비된 글을
올리시군요..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훌륭한 글들입니다♡♡

[나미(전남)]

포근님~♡ 아침에 눈 뜨면 카페 들어오는데 오늘은 포근님 글로 행복하고 평화롭게 열었답니다~
'어쩌면'이 아닌 '당연히' 일어날 미래의 장면들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멋진 글~ 감사드리고 그 무한한 상상력에 존경의 마음~~ ❤️
읽는 내내 같이 공감하며 행복한 마음, 벅찬 마음이었어요~~

[포근경남]

나미님! 좋은 말씀 주셔서 힘이 나는데요.~ㅎ
감사합니다

[온유(대구)]

진심담긴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꼭 ,머지않아 그런날이 오리라~공감입니다
응원합니다 😊

[포근경남]

온유님! 우리 가수님!은 밝은 미래를 예비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ㅎ

[초록향기(서울)]

우와~참 멋진 글입니다.👍👍👍👏👏👏❤️

[포근경남]

초록향기님! 멋진 글이라고 하니까 기분 좋은데요~ㅎ
감사합니다

[윤슬/ 충북]

가수님이 꿈꾸시는 일중하나일수도있겠네요~~ㅎㅎ?
가수님을 일찌기 만났더라면 좀더 성숙한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저두 가끔 해본답니다~^^;;;

[포근경남]

윤슬님! 우리 가수님! 보면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ㅎ
감사합니다.

[박영원(대구)]

포근님, 기분좋게 출발하는 아침 🌄
시간여행하듯 안내하시는 그 장소와
공간속으로 동행해 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사랑과 평화의 중심에 선 울 가수님의 메시지와 천상의 목소리가 세계로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무한대의 창조성을 가진 포근님ᆢ이참에 작가로 등단해 보심 어떨까요?

[포근경남]

박영원님? 잘 계시죠?
매번 따뜻한 응원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로빙화(청주)]

일제강점기에 발표한
홍명희 작가의 대하장편
임꺽정 소설이 우리나라
토속어의 보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포근님의 글 속에는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모든 말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희망의 메세지와 같은 글이 가슴
뛰게 합니다

그리고 imagine가사를
다시 음미해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포근경남]

로빙화님! 글 보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ㅎ
사랑이여 다시 한 번 열심히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웃는여인(용인)]

?????????👏👏👏👏👏👏

[포근경남]

웃는 여인님! 제가 너무 심했나요? ㅎ
감사합니다.

[김영아(충남)]

포근 님~ 입장에선
아~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겠군요
울!명보스 만의
사고와 신념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면서
당혹감 을 초월해서
그 를 온전히 이해 하는 것이야 말로
평화요 사랑이요 베품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찐 팬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울!명보스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면은
모든 물음 표?에 대한 의문은 쉽게 풀릴거에요
처음부터
울!명보스의 에밀스 님들은
울!명보스가 우리들에게 던진 화두인
이매진imagine (사실일지도 모를 생각)을 완전 하게 이해 하신 분 들이고
울!명보스를 사랑하는 이유가 됐으며
노래는 울!명보스의 생명이고
그 생명의 뿌리를 내린 곳이 바로
울! 에밀스 님들 마음 한켠에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님~을 응원합니다

[포근경남]

김영아님! 좋은 글, 응원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흰바람벽(부산)]

개인적인 일로 요즈음 카페 글만 눈팅하다 나가곤 했는데,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ㅎ
요즈음 이런 말이 유행이라지요?
'포근님이 포근님했다'^^
유려한 글을 따라 2030년의 그 빛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함께 기원합니다!

[포근경남]

반가운 닉! 대하니 너무 반가운데요~ㅎ 잘 있죠?

[늘푸름(부산)]

오호호~
'2030년' 순간 오타인줄 알맜다가.. 아 미래 얘기구나.
요즘 드라마 재벌집막내아들을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짝은 과거로 갔거든요.
요짝은 미래로 갔네요. 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촣겠네요. 그 역사적 순간에 명섭님의 노래가 공연장에 울려퍼지는 그날을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포근경남]

늘푸름님! 지금으로부터 8년 남았습니다.
열심히 응원하면서 기다리려고요~ㅎ
감사합니다.

[꽃님이(서울)]

포근님!
다른작가의 글이라면 조금만 읽었을텐데..
포근님의 가수님 얘기는
밤 새워서라도
읽고 또 읽을 것입니다!
어쩜 그리도 미래 지향적인 글로
에밀스를 매료 시키는지
감동입니다!
아무리 길어도
포근님의 글은 너무 좋아요~
에밀스로 동행하니 행복합니다!
응원하고 시랑합니다!

[포근경남]

꽃님이님! 닉이 참 정겹고 멋지네요.~ㅎ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사(인천)]

짧은 여행길에 포근님의 글을 다시 읽어 보는 저 만의 시간입니다
오늘 여행길에도 처음 쓰신글 가수님 만남부터 시작한 몇 글과 7년후의 미래의날을 잘 읽고 갑니다
부족한 표현이라 글은 못 쓰고 포근님 마음이 제 마음인지라 읽으면서 참 행복합니다
다음 여행길에 또 다른 가수님의 지독한 사랑을 느끼겠습니다
좋은글 기다리면서~♡
늘 건강하시고 미래에 그곳에서 뵙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