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열번째 스튜디오 앨범은 밴드의 셀프 타이틀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밴드가 미국 레이블 Atco Records와 레코딩 계약을 종료한 후 1992년 6월 10일, 일본의 Warner Music Japan에서 발표되었죠.. 원래 베이스 연주자였던 Masayoshi Yamashita는 X Japan 출신의 Taiji Sawada로, 前 보컬리스트였던 Mike Vescera는 Ezo 출신의 싱어 Masaki Yamada로 대체되었습니다. 앨범의 사운드는 밴드의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공격적이며 리듬 또한 매우 복잡하고 빠릅니다. 이러한 변화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아키라 다카사키가 미국의 레코드 시장에 남아 있기 위해 그들과 많은 타협을 했던 반응이라 볼 수 있겠네요..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트렌드에 민감한 아키라가 당시 급변하는 록 뮤직 씬에 대처하기 위한 모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주류였던 Pantera 풍의 헤비 사운드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음악을 구사했죠.. 구체적인 썰은 곡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풀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커버 아트는 일본의 명망 있는 아티스트 '요쿠 타다노리' 상이 디자인했네요.. 앨범의 한정판에는 스페셜 북클릿과 CD 케이스, 기타 피크, 밴드 로고 스티커 및 멤버들이 서명한 티셔츠가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앨범은 오리콘 차트 2위를 차지하며, 그들의 역사에서 자국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판매량 또한 역대 최고를 찍었죠.. 프로듀서는 Akira Takasaki가 거의 했지만 보컬 프로덕션에 한해서는 Jody Gray라는 인물이 담당했습니다. 그는 Twisted라는 곡에서 무시무시한 랩을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무렵 아키라 타카사키는 판테라의 Dimebag Darrel 영향을 많이 받았죠.. 아키라의 새로운 "수염과 작업복"과 결합된 다운 튜닝 기타와 그루브한 리프는 이러한 사실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타카사키 특유의 현란한 기타 솔로는 여전히 놀랍습니다. 그리고 이 레코드에 참여한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의 커리어 최고의 인물중 하나입니다. 신참 타이지 사와다는 앨범 전체에서 다카사키의 리프와 유니즌을 이루며 조화로운 연주를 무리 없이 노출하고 있죠.. 히구치의 드럼 비트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며 이전 앨범들에 비해 심플하면서도 파워풀한 면모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의 드럼 세트는 80년대에 사용했던 매우 복잡한 유형에서 상당히 단촐해졌죠.. 새로운 싱어 마사키 야마다의 보컬은 두 전임자와 매우 다릅니다. 딱히 그 둘에 비해 성량이 크거나 음역이 넓은건 아니지만 곡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훨씬 더 강하고 껄끄러운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죠.. 그의 보컬은 앨범의 새로운 다운 튜닝 사운드에 잘 부합하며 공격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신의 기량을 무한대로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위해서 절제하고 있다는 것이죠.. 앨범의 퀄리티를 떨어트리지는 않지만 그의 전 밴드 Flatbacker에서 발휘했던 야마다의 놀라운 가창력을 아시는 팬들은 이 앨범에서 그가 밴드의 음악을 위해 상당 부분 절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전임자들에 비해 성량이 작고 고음 소화력이 미진한 야마다의 보컬에 맞추어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두터워지고 중음 위주의 멜로디가 탄생했다고 평가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라우드니스 가담 전 마사키의 보컬을 전혀 들어보지 않은 거죠.. 부분만 알고 전체를 논하는 행위, 한 마디로 말해서 발뒤꿈치만 만져보고 코끼리 조또 아니라고 쪼개는 거랑 대동소이한 겁니다. 앨범의 사운드는 당시 메인스트림이었던 판테라 스타일의 그루브한 헤비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었고, 이런 음악의 분위기를 보다 잘 살리기 위하여 마사키 야마다가 의도적으로 중음역대로 노래를 불렀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죠.. 그리고 바로 여기서 마사키의 위대함이 나오는 것입니다. 보컬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음역이 낮은 사람들이 중음대로 노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고음역으로 노래하는 싱어가 중음 위주로 노래를 부를 때 생기는데, 하이톤 보컬들이 중음을 부르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어딘가 모르게 좀 어색하고 비어 보이고 가벼워 보이는 현상이 알게 모르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놀던 물이 아니다 보니 많이 생경하고 부자연스럽겠죠.. 하지만 이 마사키 야마다는 중음역에서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습니다. 마치 원래 중저음 위주 보컬처럼 탄탄하고 강력하면서도 사포처럼 껄끄러운 맛이 감도는 것이 아주 매력적인 느낌을 발산하죠.. 이렇게 귀두를 사포로 갈아 뭉개버리는 듯한 까칠한 톤은 원래 음역대가 낮고 두꺼운 음색의 소유자들은 좀처럼 내기 힘든 목소리입니다. 하이 피치가 가능한 싱어들이 중음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독특한 톤이죠.. 야마다는 바로 이 유니크한 음색을 십분 활용하여 라우드니스의 새로운 앨범에 매우 독특하고 영묘한 컬트적인 뉘앙스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 마사키 야마다의 훌륭한 점입니다. Pray for the Dead 자 그럼 오늘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곡 Pray for the Dead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 곡부터 매우 강력하고 불길하며 어두운 느낌을 발산하며 청자의 목을 애타게 조여 오고 있습니다. 핵전쟁으로 불타오르는 도시를 유랑하는 거지와 창녀들을 바라보며 종말을 기다리는 대다수 나약한 청년들의 마음을 묘사한 이곡은 헤비하면서도 그루브한 아키라의 새로운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블루지하게 진행하는 새로운 헤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판테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으면서도 그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라우드니스 특유의 오소독스한 정체성이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기타 솔로에서 아키라는 다임백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이 실려있는 솔로를 구사하고 있죠.. 위에서 길게 썼던 야마다의 보컬은 첫 곡부터 극적으로 발현되며 청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읊조릴땐 읊조리고 지를땐 확실히 지르는 그의 보컬에는 서정과 광기가 동시에 영글어 있죠.. 흡사 북두의권에 등장하는 세기말 악당 자칼을 연상케 하는 야마다의 카리스마는 핵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수많은 원혼들을 잔인하게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어둠의 벽에 갇힌 나는 더 이상 미래를 볼 수 없다 거지와 창녀들이 문 앞에 서 있다 충격에 빠진 도시들, 전쟁에 빠진 도시들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해라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해라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해라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해라 |
Slaughter House
Munetaka Higuchi의 드럼 필인으로 시작하는 이곡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충격적인 곡이었습니다.
아마도 저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드럼 인트로 곡 중 하나일 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믿을 수 없습니다.
10대 시절 '히구치상이 세계에서 가장 드럼 잘 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는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라우드니스의 심장에서 우뚝 서있던 그의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사실 저는 1989년 내한 공연때 딱 한번 보러 갔을 뿐이지만
그때 스테이지의 한 중심에서 크게 울리던 히구치상의 심장 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LOUDNESS가 없는 제 삶이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커다란 존재였죠..
지금까지 정말 많이 뜨거운 연주와 추억, 정말 감사드립니다.
히구치상, 언제까지나 편안하게..
어마무시하게 헤비한 기타 리프와 살벌하게 몰아붙이는 압도적인 리듬, 그리고 미친듯한 괴수의 살벌한 울부짖음으로 완성된
이 곡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강렬하면서도 충격적인 곡이었습니다.
그들의 조상들이 시전했던 죽음의 마루타 생체실험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그로테스크한 가사 역시
메탈의 공포와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당시 주류였던 Pantera 스타일의 그루브한 리프가 중간에 선보이기도 하지만
이곡은 어디까지나 전형적인 그들의 곡으로 이전에 많이 노출했던 패턴 중 하나였습니다.
In the mirror로 대변되는 라우드니스 특유의 민첩하면서도 육중한 스피드 메탈이
90년대의 헤비니스와 결합하여 진화했다고 보는 게 합당하죠..
중간에 기타 솔로에서 Akira Takasaki의 전매특허인 태핑이 여전히 흐르고 있으며
멜로딕한 프레이즈와 어그레시브한 노이지성 드립이 이상적으로 배합되어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과거에는 아키라의 기타 솔로가 무척 기대되는 부분이었던데 반해,
이 시기에는 애드립을 초월하여 전반적인 곡 자체의 포스에 압도당한다는 것이죠.
새로운 시대의 명반을 상징하는 의미심장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Black widow
뿌리 깊은 라우드니스 광신도가 아닌 메탈 팬들에겐 어쩌면 이 앨범은 최강의 음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지만 엄청난 재능을 가진 각 분야별 최고봉의 연주인들이 한순간 스쳐 지나갔던 이 시기는,
그 어떤 보석과도 바꿀 수 없는 눈부신 광채가 빛났던 시간이었습니다..
Black Widow 역시 Pantera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루브의 절정을 보여주는 곡으로
네 멤버들의 기량이 확실하게 발휘되었습니다.
특히 Akira와 Taiji가 이루어내는 고난도 테크닉 유니즌은 길고 늘씬한 느낌으로 묵직한 곡의 허리에 깍지를 끼고
능숙한 장인처럼 쫑긋쫑긋 잡아당기며 청자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어 버리죠..
거기에 Masaki 특유의 날카롭고 차가운 보컬이 둘이 충분히 달구워놓은 기름진 리프 안쪽 여기저기를 푹푹 쑤셔대고
히구치상의 심상찮은 드럼이 뒤에서 쎄게 쳐주자 청자는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죠..
곡 중간에 펼쳐지는 아키라 특유의 위력적인 속주 또한 인상적이지만
그보다는 아키라와 타이지와 지속적으로 이루어낸 협공 플레이가 무척이나 위력적입니다.
두 사람은 블랙 위도우의 프레이즈에 동시에 똑같은 선율을 박고 힘차게 연주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 경쟁하듯 미친 듯이 달려대며,
남자를 유혹하여 심연의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마녀의 섬뜩한 공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죠..
이 앨범과 조합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간이 갈수록 통감하고 있습니다.
Racing The Wind
Racing The Wind는 유령들이 지배한 도시 한복판에서 비를 맞으며 피를 흘리며 경정맥을 관통하는 메탈 음악의 진수를
선사합니다.
빨간 눈을 번득이며 머리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리는 네 남자가 연주하는 메탈 사운드는 청자의 마음을
곧장 어디로든 빠른 차선으로 태우고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려 하는 곳은 라우드니스가 정하는 크롬 멜로디와 강철 리프에 의해서 강력하게 펌프질 하기 시작하죠.
대부분의 청자들은 유튜브와 토렌트로 무임승차를 시도하고, 그들이 쏟아내는 거친 멜로디의 바람 속으로 함께 달려갑니다.
절대 죽고 싶지 않은 그들의 음악은 멋진 솔로와 박진감 넘치는 리프, 사악하면서도 애절한 멜로디로 멋지게 피어오르지만,
잠시 후 무관심이라는 이름의 휴지통에 비참하게 버려질 운명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죠.
그들과의 공통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무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랑해.
그건 죄가 아니야.
바람을 타고 미친 듯이 달려봐.
우린 만들고 너흰 훔치고,
우리가 버리면 너희는 또 만들지."
이 허망한 유령 도시를 통해 사람들은 금단의 영역을 넘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음악을 약탈하고 착취합니다.
일단 범죄에 길들여진 그들은 절대 술을 마시고 돈을 지불하지 않죠..
그들은 계속 자유롭게 말을 타고 이 어두운 도시를 가로지르며 강간과 절도, 살인을 즐깁니다.
과거는 잊어버린 지 오래이며 미래는 생각하기 싫은 그들에겐 오직 현재의 즐거움만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날마다 다른 사람들이 힘겹게 가꾸어온 논밭에 오토바이를 몰고 무단침입하여
오랜 시간 일구어놓은 농작물을 깡그리채 빼앗아가죠..
나에겐 달콤한 예수 따윈 없어.
나는 너희가 만든 음악 따위에 경의를 표하고 싶지 않아.
니들이 만든 음반을 돈 주고 사느니 차라리 그걸로 술이나 먹을 거야.
우리가 판을 안 사면 니들이 힘들어진다고?
굶어서 죽을 수 있다고?
알게 뭐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니들 없어도 유튜브에는 수많은 음악들이 날마다 쏟아진다고..
힘들면 그냥 죽어버려!
내가 댓글로 RIP 한번 써줄게 ㅋㅋㅋ
하지만 그거 아니?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아..
니들이 죽어도 음악은 영원하다는 거.
니들이 돈 안 내고 몇 번 듣다 휴지통에 아무 생각 없이 갖다버린 음악들은 너희들의 세상 안에선 쓰레기일지 몰라도,
한번 만들어진 음악은 영원한 성정을 부여받아 후세의 인간들에게 대대로 전승된다는 걸..
남이 만든 음악 함부로 훔쳐 듣다가 백 살도 못 되는 생을 마감하고 썩어 문드러지는 너희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영생을 누리는 것이
바로 음악이란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고귀한 작곡가와 연주자의 숭고한 혼이 담겨 있다.
그때그때 유행에 휩쓸려 돈 되는 음악에만 정신이 송두리째 팔려있는 니들처럼 저열한 인간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소중한 마음이
그 음악 안에 영글어 있단 말이다.
좋은 음악은 결코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대중에게 속지 마라.
본디 대중은 미친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않고,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도 않다.
난 오로지 나의 가슴을 울리는 음악만을 좋아한다.
그것이 바로 Loudness이고, 라우드니스가 만든 헤비메탈이다.
나는 내가 사는 이 무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랑한다.
그건 죄가 아니야.
바람을 타고 미친 듯이 달려봐.
Love Kills
Black Sabbath-ish 하면서도 당시 트렌드였던 Pantera 스러운 느낌이 혼합된 곡으로 지금 들어도 전혀 구리지 않은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보컬 코러스 부분에서는 Mike Vescera 시절의 글램 메탈틱한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죠..
전반적으로 블루지하면서도 헤비한 이곡은 심히 정적입니다.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설정된 Akira Takasaki의 블루지한 연주는 흡사 Jimi hendrix 같은 빈티지한 멋을 강하게 자아내고 있으며
두 번째 기타 솔로 역시 약간 다임백스러우면서도 상당히 쿨한 블루스를 바탕에 둔 연주였죠..
단지 시대에 영합했다기보다는 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진화를 했다고 보는 게 합당하겠습니다.
Hell Bites (From the Edge of Insanity)
Judas priest의 Love bites와 비슷한 내용의 '뱀파이어와의 사랑'에 관하여 다룬 곡입니다.
이 곡 같은 경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히구찌 상의 멋진 드럼 인트로로 문을 여는 전반부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질풍노도마냥 휘몰아치는 스레쉬 메탈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판테라 스타일의 그루브한 리프 위에서 느릿하게 전개되는 블루지한 연주가 이끌어가는 후반부는 둠 메탈적인
무드를 자아내고 있죠..
한 곡 안에서 다양한 테크닉이 총동원되는 매우 화려한 곡으로서 진일보한 라우드니스의 포스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멤버 네 명의 연주가 모두 출중한데 어느 하나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가 아니라 모든 파트가 정말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가공할
스킬을 쏟아붓고 있네요..
이 곡 같은 경우는 특히 그들이 예전에 한번 써먹었던 멜로디나 리듬 섹션이 다시 등장하여 무척이나 반가움을 자아냅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아키라 상의 멜로딕한 프레이즈는 베세라 시절 음반들에서 자주 선보였던 글램 메탈/네오 클래시컬 메탈
연주였으며, 중반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들려주는 리듬 섹션은 Thunder in the east 시절 명곡 No way out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죠..
다른 많은 곡들과는 달리 이곡은 일본어 가사를 영어 가사보다 더 많이 쓰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그들을 사랑하는 외국 팬들을 갑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인지하게 만들었죠..
마사키 상의 보컬은 영어보다는 오히려 일어를 부를 때 더욱 잔인하고 내추럴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마사키 야마다는 확실히 노래를 잘 합니다.
곡이 빠를 때나 느릴 때나 거의 큰 차이 없이 분위기를 잘 타고 극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보컬리스트가 거대한 사운드에 정점을 찍는 이펙터의 성능도 보유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스토리 텔링
아니겠습니까?
작사가가 곡을 통해 리스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느낌 있게 전달하는 능력, 소위 표현력이라고 하지요?
야마다는 그런 스토리 텔러로서 역할을 너무나도 잘 하는 보컬리스트입니다.
Everyone Lies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음산한 아르페지오로 문을 열어 이내 박진감 충만한 리프로 달려나가는 업템포의 그루브 파워 메탈 곡이죠..
동적인 연주와는 달리 마사키 야마다의 보컬은 심히 정적인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가식과 위선, 구라와 통수로 점철이 된 자본주의 사회의 허무한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곡으로 보컬리스트의 극적인 표현력이
빛을 발하죠..
이곡의 묘미는 중간에 선보이는 타이지의 유니크한 베이스 라인입니다.
마사요시 시절엔 단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통통 튀는 groovy/funky 한 라인이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댄서블하죠..
Twisted
앨범에서 가장 유니크한 곡으로 그루브의 끝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반부 펑키한 연주는 주목할만하죠..
당시 트렌드였던 Funky rock적인 요소를 대량 수렴한 부분으로 Extreme의 Nuno Bettencourt를 연상케 하는 펑키한 기타 커팅과
RHCP의 세례를 듬뿍 느낄 수 있는 베이스 슬랩(일어 오역으로 정형화된 '초퍼')이 동시에 우러나오는 중반부 솔로 타임은 매우
놀라운 부분입니다.
라우드니스의 역사상 처음 선보이는 연주였죠..
정통 헤비메탈 작법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부분으로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펑키한 리프를 기반으로 보컬이 능란하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죠.
마사키 야마다가 펑키한 리프에 맞추어 섹시한 저음으로 노래하는 이 프레이즈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건 영락없이 RHCP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외도에도 불구하고 이곡이 완벽한 헤비메탈 음악이라는 것이죠..
블루지한 하드록 스케일로 진행하다가 중간에 완전히 삼천포로 빠지며 레드 핫 칠리 페퍼즈질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헤아려보면 보편적인 헤비메탈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올드 스쿨 정통 메탈에 뿌리를 두고 있는 깊이 있는 사운드입니다.
오소독스한 올드 스쿨을 기반으로 당시 트렌드였던 그루브 펑키 뉴 스쿨을 수용한 매우 영민한 곡이었죠..
올드팬들과 뉴 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작이었습니다.
Firestorm
드디어 마지막 곡입니다.
봄에 시작했는데 여름이 돼서야 끝나네요..
히구치 상의 드럼으로 점화하여 헤비하게 시작되는 곡은 곧이어 미친듯한 속도로 내달리며
그야말로 심장 한복판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어떤 스레쉬 메탈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휘몰아치는 리프는 라우드니스 역대급 통틀어 가장 빠르고
파괴적이죠..
그러다가 초반부에 등장했던 헤비 블루지 사바스틱한 리프가 다시 한번 등장하여 긴장을 이완시켰다가 또다시 미친듯이
휘몰아칩니다.
야마다 상의 마력적인 보컬은 이곡에서도 변함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는데
그의 사악하면서도 잔인무도한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흡사 가냘픈 철근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허리를 잡아당겨
탄탄한 광부의 쇠망치와 사악한 요괴의 탱탱한 마루가 힘껏 부딪히는 소리가 공사장 밖에서도 크게 들릴 정도로
존나 세게 치는 느낌입니다.
청자의 귀속에 거꾸로 엎드려 미친 듯이 혀를 박고 고막을 뽑아버릴 듯이 쭉쭉 빨아대다가
정신없이 휘돌리 다가가는 한바탕 굉음을 쭉쭉 싸대고 있는데
그건 정말 라우드니스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장 치열하고 강맹한 전투였죠..
이로서 1992년 공개했던 라우드니스의 동명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다 소개해드렸습니다.
열람해주신 회원님들께 모두 감사드리며..
첫댓글 역시 지존이세요~~~^^;;
Rock and Roll Ain't Noise Pollution!!
타이지 그립습니다ㅜㅠㅜㅠ
Black widow의 조여오는 듯한 위압감은 정말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