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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감동글 스크랩 찰자세 시즌2 제45호 ★ 태국의 시골인심
허오빠 추천 0 조회 13 09.01.14 17:5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거북이 섬(Koh Tao:????????)아, 안녕. 다음에 또 보자!



 

 

꼬따오에서의 4박 5일은 매일 내 마음 대로였던 일정과는 달리 스케줄이란 것이 있어서 정신없었다.

마지막 날이 유일하게 늦잠 잘 수 있는 아침이었는데

다음 행선지 꼬싸무이로 가는 배 중 가장 저렴한 배가 하필 오전에 있어서

엉덩이 한번 꼬집어주고 일어난다.

다음에 또 침대에서 잘 수 있는 기회 오면 그땐 푹 재워주마.



피곤하긴 했어도 명세기 자격증을 땄으니 보람된 일정이긴 했다.^^



 

 

뭐야, 근데 무슨 자격증이 이리 허접해? -.,/-

한국에서 헌혈만 해도 이것보단 때깔 나는 증명서 준다!



워워.. 이것은 진짜 증명서가 아니고 진짜가 나오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임시 증명서이다.

제대로 된 자격증은 본사가 있는 호주에서만 만들 수 있고 몇 주 후에 집주소로 날아온다고 한다.



글쿠나. 그런데 나처럼 집주소가 없는 홈리스는 어떻게 하지?

텐트에 번지수라도 달고 다니던지 해야지, 나 원 참.



따오 섬에서 해낸 것은 스킨스쿠버 자격증만이 아니다.

또 다른 큰 한 건 해냈다.

꼬따오 식당에서 밥 먹고 일어나면서 배낭의 어깨끈을 잡고 큰 포물선을 그리며 어깨에 걸치는데

뭐가 쿵 하고 떨어지면서 한쪽으로 때굴때굴 굴러가는 것 아닌가.



 

 

카메라다.

또 지퍼 잠그는 것을 깜빡했군.

유리조각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을 보면 드디어 해낸 것 같다.

주행 중이 아닐 때는 카메라를 배낭 아랫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니는데 지퍼를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여행 중 카메라를 한 대여섯 번은 떨어뜨렸으면서 망가진 적은 한번 도 없었다.

언젠간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인지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살펴보니

다행이 UV 필터만 깨지고 렌즈 옆 부분 플라스틱 조금 나간 것 말고는 말짱히 작동한다.^^

찰리 돈도 없으면서 뭔 깡다군지.. 주의 요망!!



 

 

배는 따오섬을 떠나 2시간 만에 팡안(Pha-Ngan)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고 하고 그 배는 30분 후에 출발한다고 해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끼니나 때우려고 섬에 들어가 본다.



 

 

아직 내륙보다는 비싸지만 시장 쪽에 가보니 따오보다는 가격이 착하다.



 

 

그렇다면 반찬까지 하나 추가!

따오에서는 먹고 싶어도 참았던 쏨땀을 새우파인애플 덮밥에 김치 역할로 먹으니 역시 맛있다.^^



 

 

다시 배 위에 올라 1시간 조금 못 가서 사무이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덕들을 보니 갑자기 다리가 ㅎㄷㄷ 하고 섬에서 며칠 지내다 오니깐 섬이 별로 당기질 않는다.

얄팍해진 지갑도 물가 비싼 섬이나 휴양지는 피할 것을 경고한다.



 

 

그래서 선원들에게 물어봤다.

여기서 내리지 않고 수랏타니(내륙)까지 계속 가면 얼마의 추가비용을 내야하나고.

그런데 그세 친해진 선원들은 그럴 것 없이 그냥 조용히 묻어가라고 한다.^^



 

 

그래서 꼬따오 떠난지 5시간 만에 종점인 돈삭(Don Sak) 선착장에 오후 3시에 도착하였다.

배에서는 선원들과도 재미있었지만 아일랜드에서 온 남아 셋과도 재밌게 놀고

자전거에 관심 많았던 오스트리아에서 온 Gunter와도 좋은 정보들을 교환했다.

이곳에서 다른 여행객들은 버스를 타고 수랏타니 시까지 가고 나는 자전거 타고 내려간다.



 

 

비교적 시골이고 여행객이 올만한 곳도 아니어서 도로가 무지 한산하다.



 

 

심심하던 찰나에 장이 열린 곳을 발견했다.



 

 

우아, 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얼마냐고 물어보면 대충 10~20밧 밖에 안 해서 무작위로 고른다.



 

 

그리고 먹을거리들을 조용히 음미할만한 장소도 찾았다.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 보니 또 눈 돌아가서 혼자서 먹기 힘든 양을 사버렸다.

섬에서 그동안 아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갑갑했던 마음을 풀 수 있는 기회였다.^^

현지인 표준가격이어서 그래봤자 100밧 어치.

새우튀김이나 너겟, 찹쌀 도넛(?) 말고 초록빛 나는 쌀 튀김 안에 바나나가 들어있는 것과

종이에 싸준 잡곡 찰밥의 튀김가루 안에 묻혀있는 돼지고기의 각종 부위들이 신기하다.



 

 

좋아하는 튀김 류 위주로 사서 느끼하고 배불러서 반밖에 못 먹었다.

역시 시장은 배고플 때 가면 위험하다. 이 느끼함을 어찌 달랠꼬.



어두워지기 전에 많이 달려 놓으려고 다시 안장 위에 오른다.

그리고 아직 어디로 갈지 결정내리지 못한 갈림길이 나왔다.



서쪽, 수랏타니 방면으로 가면 그 유명한 안다만 해변이 펼쳐지고

동쪽, 나콘시타마랏 방면으로 가면 여행책자에도 나오지 않은 소위 위험하다는 태국 남동부 지역이다.



나야 물론 동쪽이 당긴다.

서쪽 안다만 해안엔 푸켓이나 크라비 등의 유명한 휴양지들이 있어서 가볼 기회가 나중에도 있겠지만

동쪽은 요번 자전거 여행 아니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동쪽으로 가자니 세계여행이 그곳에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걱정되기도 해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다.

그래서 주위의 지인들께 전화해 봤다.

무턱대고 “서쪽으로 갈까 동쪽으로 갈까?”

서쪽이 대다수다. 나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주위사람도 좀 생각해 달란다.

“넵, 알겠습니다.”



 

 

결국엔 안전한 서쪽 수랏타니 방면으로 가다가 44번 국도를 만나 끄라비쪽으로 내려간다.

꺾고 나니깐 가로등이 사라지면서 나의 라이트가 비추는 전방 3m 말고는 암흑 같이 어두워진다.

다니는 차들도 없어서 숲속에서 흐르는 귀신 나올법한 소리 말고는 내 숨소리와

페달 질을 잠시 멈췄을 때 자전거 뒷바퀴에서 나는 ‘띠리리~’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조금 더 가니깐 시골 개들까지 쫓아오기 시작한다.

태국 개들은 자전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밤이 되면 민감해지는 것은 마찬가지구나.

오늘 늦은 오후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늦게까지 많이 달리려고 했던 계획은 어렵겠다.

너무 외진 곳이어서 공공기관이 나올리는 없고 다음 불빛 나오는 곳까지 참고 달려보자.



 

 

그리고 나타난 도로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불빛을 쫓아 샛길로 들어가 봤다.

가정집이다.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기에 우선 자전거를 새워놓고 상황설명을 한다.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이고 푸켓으로 가는 길인데 주변에 텐트 칠 만한 곳이 없어서

집 마당에 혹시 텐트 쳐도 되냐고.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느냐가 많이 궁금할 텐데

물론 대부분이 바디렝기지 이지만 태국에서 4개월 동안 헤매면서 거리에서 배운 태국어도 많이 섞였다.ㅋ

태국 문자나 정식 태국어가 어렵지, ‘서바이벌 타이’는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 단어 몇 개 외워서 부정하고 싶을 때는 ‘마이’(???:‘매이’로 들리기도 함)를 앞에 붙이면 되고

질문하고 싶을 때는 마이를 맨 뒤에 붙이면 된다.

매우라는 표현은 형용사 뒤에 ‘막막’을 붙여주면 되고

문장 마지막에는 우리나라 ‘요’처럼 공손하게 ‘캅’(Krap여자는 ‘카’)만 붙여주면 된다.



 

 

모기향으로 쓰이는 코코넛 껍질.



 

 

처음에는 약간 경계 하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내 표현을 이해하고는 앉으라고 한다.

어디서 정식으로 태국어 배운 적도 없고 거리에서 배운 독학이라 많이 어설플 텐데

외국인이 태국어 하려고 애쓰는 노력이 가상해 보였나보다.



 

 

배고프지 않으냐고 물어봐서

시장에서 잔뜩 산 것들 못 먹어서 남았을 정도로 배부르다고 표현을 했는데도

이것저것 내어준다.



 

 

내장 소스에 먹는 국수.



 

 

3대가 같이 사는 가족이고 인상 좋으신 할아버지까지 나와서 환영한다고 인사해주신다.



 

 

시간이 지나니 동네 사람들 한둘씩 이상한 여행자를 보러 놀러온다.^^

 

 

 

아줌마들은 아이들 재우러 한 둘씩 돌아가고 남자들만 남았다.

태국 남자 둘 이상 모였다 하면 하는 축구 예기.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어리그를 무지 좋아하고 좋아하는 팀은 꼭 하나씩 있다.

리버풀이나 첼시 좋아하는 아저씨들도 박지성 모르는 사람 없고 박지성 칭찬하지 않는 사람 없다.



우리의 자랑 박지성 선수. 2009년에도 열심히 뛰어주세요!^^



그런데 막상 텐트는 어느 곳에다 쳐도 되냐고 물으니 내 텐트는 성가시게 치지 말라고 한다.

네?

아이 엄마가 이미 넓은 베란다에 애들의 놀이터인 듯한 텐트 안에 안락한 이부자리를 깔아주었다.



 

 

 

 

진짜 잠 잘 오게 생긴 이부자리다. 껴안고 잘 수 있는 긴 베게까지.^^

내일은 몇 시에 출발 할 거냐고 해서 최대한 일찍 5시 6시쯤 떠날 계획이라고 하니깐

주인아저씨인 다레스씨는 그때 못 일어난다며 7시에 일어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그러죠 뭐.

그냥 조용히 일어나서 혼자 출발해도 되는데 참 감사하다.



 

 

다음날 아침.

정말 달콤하게 잤다.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기다리라고 한다.

밥 짓고 있다고.^^



 

 

우아.

닭 카레에 돼지고기 탕(?)에 생선 그리고 오믈렛.

그런데 저 말고 아무도 안 먹나요?

아침밥을 원래 안 먹는지 아니면 늦게 먹는지 모르겠지만

난생 처음 보는 이방인만을 위해 차려준 따뜻한 아침밥이다.ㅡ.ㅜ



 

 

이렇게 끝나면 안 될 인연이기에 주소 교환하고 깊은 포옹 후 떠난다.



 

 

이제 끄라비까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점심은 오래간만에 찰밥 주물럭거려서 먹고 다시 달린다.



 

 

자주 그런 것 같다.

필요하면 없고 필요 없으면 있고.ㅋ

오늘도 물 파는 곳이 자주 보이기에 물을 많이 사들고 다니지 않았는데

꼭 물이 다 떨어지고 나면 슈퍼가 안 나타난다.

그러면 괜히 더 목마른 것 같고 평상시에 별로 당기지 않는 음료수가 마구 당긴다.



 

 

한 참 후 음료수 파는 곳이라도 나오면 그냥 보이는 데로 집어 마신다.^^

그리고 마시고 난 후 지불해야 할 때야 정신 들어 생각한다.

그냥 물만 마실걸..

갈증 해소는 물이 최고인데.



 

 

목적지는 끄라비가 아니고 푸껫이기에 작은 국도로 빠진다.

썽테우 타고 하교하는 학생들의 시선.

나도 학창시절 도로에서 깜순이 같은 자전거 봤다면 신기했을 것 같다.



 

 

태국 국도는 번호 수가 짧을수록 크고 번호가 길수록 외진 지방 국도다.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4197번 국도도 굴곡이 심하고 갓길이 좁다.



마땅히 저녁을 먹을 만한 식당도 보이지도 않고 아침 점심 모두 든든하게 먹어서

저녁은 그냥 간단히 슈퍼에서 빵이랑 우유로 때우기로 했다.

슈퍼 앞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간장 병 같은 것을 사가면서 반갑게 인사해준다.



 

 

자전거에 올라타 다시 출발하는데 슈퍼 옆 집 앞에 있던 친구들이 마구 손짓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냥 인사만 하고 가려고 하는데 한잔 맛보라고 한다.

이건 뭐지?

크~아 >.<

Lau Kau 라고 하는데 태국 시골 술인가 보다.

35도나 되는 걸 이친구들은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안주는 물 한 모금씩이다.ㅋ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모르던 사이에서 비바우/농바우(형/동생)사이가 된다.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서 먹었다고 했는데도 ‘디’라고 하는 3살 농바우가

자기 아내에게 밥 가져오라고 한다.

오믈렛 밥이야 자주 먹어봤지만 스프는 처음 먹어보는 것 같은데 무진장 매우면서 시큼하다.

한국 음식의 국이나 찌개처럼 한술 들이켰다간 맨밥 다섯 숟가락 정도는 삼켜 줘야 얼얼함이 사라진다.

신기한 것은 찌개에 파인애플이 들어가 있다는 거.^^

아니 찌개라고 하기 보다는 매운 소스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ㅋ



 

 

내가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념사진 찍고 인화해주는 것.



아니 잠깐만..

나도 같이 찍은 것 같은데 사진 속에 왜 내가 안 보이지?

아, 저기 있구나!ㅋ



 

 

끄라비 주의 까우터(Kau To)라는 작은 마을의 시골길에서

잠자리 찾을 필요도 없이 우연히 만난 현지친구의 집 앞에 치게 되었다.



 

 

2008년 12월 7,8일

7일 이동거리 : 54km, 난이도 : 하

8일 이동거리 : 125km,, 난이도 : 중

세계일주 총 거리 : 11569km

마음의 양식 : 에베소서 4,5장.

7일 지출 : 뱃삯 300+100(자전거), 생수1.5L 15, 아점(밥,쏨땀,생주스) 80, 시장 100. 계 : 595Baht(17$)

8일 지출 : 점심(닭/돼지BBQ,콜라) 115, 음료(주스,콜라,두유,물) 47, 슬러시 20, 물 15, 빵 30, 물 5. 계 : 232Baht(6.6$)


 

http://7lee.com

charlies world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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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1.19 23:14

    첫댓글 우리도 이런 인심들이 예전엔 많았었는데...여유란 가진자 많이 베푸는게 아닌것 같다...밥 한끼 내미는 따뜻한 손길...인간의 사람다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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