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절박 했어면 분유 2통을......,
O 19살 때 부터 대형마트 보안팀에 입사하여 매장 입구 도우미로
알바를 하다, 회사가 세번을 주인이 바뀌고 홈플러스로 바뀌어
저도 도우미에서 절도범 검거 담당이 되었습니다.
마트에 훔치는 사람이 없다 하시 겠지만 의외로 많 답니다.
그런데 절도를 하시는 분이 절박한 상황에서 하는게 아니고 훔친
물건을 보면 대부분 고가의 상품과 명품이며 신원을 확인 하면
좋은 차주이고 좋은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많 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방재실에서 CCTV 를 보는데 어느 아주머니
고객님이 유모차에 애기를 태우고 매장을 도는데 자꾸 눈길이
가드군요. 다소 허름해 보이는 차림 일까..., 매장을 돌던 아주머니는
유모차 아래 짐을 싣는 공간에 분유 2통을 담으시고 계산도 하지
않고 매장 박으로 나가 셨습니다.
물론 분유 2통 이외는 다른것 훔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절도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물품들로
가득 했는데.., 막상 그 상황을 보니 그 분의 절박함을...., 여자로서의
뭔가 가슴이 저려 왔어요. 어른들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갓난생이
아가가 먹는 것이 잖아요. 얼마나 절박 했으면..., 얼마나 힘이 들었어면
얼마나 아기가 배가 고팠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지금 나의
임무는 절도 검거 인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했습니다.
보통 절도 하는 모습을 보는 즉시 팀장님께 보고 해야 하는데....,보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CCTV는 아주머니를 찍고 있었고
보관 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모른척 지나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가서 아주머니를 따라가서 상황을 설명 하였습니다.
보통 대부분 절도 하신 분들은 단호히 아니라며 화를 내거나, 들먹 거렸는데
아주머니는 제가 잡자마자 주저 앉고 잘못 했다면서 미안 하다면서 펑 펑
우시 더군요. 아주머니가 우니 칭얼대는 갓난 아기 마저 같이 울더군요.
같은 여자 잖아요. 애기가 먹을 밥이 잖아요. 단지 저 아주머니가 배가 고파서
먹는것도 아니고, 자기 새끼가 배가 고파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해 훔치기라도
해야 했던 어머니 심정이 웬지 뼈저리게 느껴 왔습니다.
저는 아직 미혼자 이지만 제가 언젠가 결혼을 해서 아이에게 모유도 먹이기
힘들 만큼 그러한 상황 이라면 나 역시 그 어머니와 같은 절도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제가 일단 계산을 해 드린다고 했습니다.
세상에...,분유 값이 그렇게 비싼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2통 사는데 5만원이
넘어 가더군요. 뭐, 저는 생존 때문이 아니라 학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고 10시간 내내 마트에 있다 보니 친구들 만날 일도 거의 없었고 돈 쓸 일도
없고 해서 계산해 드렸습니다. 아주머니 께서 왜 제가 사주냐고 물어 보시길래
그냥...., 아기가 너무 예쁘서 선물 해 주는 거라고 둘러대고 계산해 드리고 보내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웬지 보안요원 으로써 뭔가 잘못된 일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
도 있었고 CCTV 자료는 보존 도기 때문에 언젠가 들킬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석달이 지난후 회식 자리에서 팀장님에게 솔직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혼이 날 줄 알았는데..., 팀장님께서 지갑을 꺼내더니 오만원권 두장을 주며 분유
2통 값이랑 나머지 잔돈은 잘 햇다는 칭찬의 의미라며 보너스라고 저에게
주셨습니다. 지금 약 2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 아기는 지금쯤 아장 아장 걸어
다니고 있겠죠...,?
그리고 지금 남자 친구에게 이런 경험 이야길 해 줬더니, 저 보고 하는 말이 앞으로
그런 고객을 보면 제가 계산 해 주고 자기에게 말 하라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계산한 값을 주겠다고...,
정말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면 그저 길거리 적십자 같은 곳에 기부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격 하는 즉시 도와 주는것이 최고의 방법 아니 겠나며...,
자기는 그런 경험을 할 상황이 되질 않으니 그런일이 있어면 자기에게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삭막 하고, 이기적이고, 물질 만능 주의인 세상 이라고 느껴 졌던 저에게
이런 저런 일을 보면서 세상은 아직은 따듯하구나..,그래서 살아야 할, 살아볼
가치가 있는 세상 이라고 감히 얘기 하고 싶습니다.
ㅡ 옮 긴 이 ㅡ 청 명 .
첫댓글 높이나는새님
안녕하세요
게시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즐겁고 행복
가득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상록수님..., 오늘 하루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즐거운 하루 보내 십시요....,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