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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속 정치인 가운데 몇 안 되는, 내 신경을 자극하는 사람이다. 덧붙이자면 이한구, 김성식. (김성식에 대해선 아직 태도를 결정할 수가 없다. 고진화의 아픈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혹시 김성식이 내가 듣고 알던 그가 아닐 수도 있고…)
그 윤여준이 안철수와 손을 잡았단다. 당도 만들겠단다. 사심 없고 자존심 강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 게다.
그러나 아마도 그 정당은 귀족적인 당이 될 것이다. 품위있는 원로원 같은. 근원적인 맹점,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경제사회적 한계에 갇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냥 따르던가 아니면 배척해야 하는 그런 정당. 정말로 클래시컬한 모던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대신할 자유주의 보수정당. 아아 이 자욱한 계몽주의의 냄새.
많은 중도보수적 자유주의자들이 줄줄이 투항(?)하는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손 안 대고 대청소 하는 셈이 될까?
이 구도가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개혁당 시절, 처음으로 제대로 된 리버럴들의 당이 만들어지는 것이냐 하고 기뻤던 마음이 분질러지고 나서 나는 ‘우리편’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접었다. 그 진도는 ‘리버럴을 국민의 표준적 이상으로 교육했던 박정희의 전략’이었음을 깨닫는 지금. 진도내기는 진도를 중단시켰던 그들의 손으로 해야 하는 법,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은 오답을 쓴 손이어야 하는 법.
늘 이야기하듯, 한나라당은 사라지거나 극우정당이 되고 한나라당 좌파와 민주당 우파가 합쳐서 보수정당이 되고 민주당 좌파와 현재의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세력이 진보정당이 되고 그 왼쪽에 래디컬 좌파정당이 있는 양당구도가 가장 낫다는 데 동의한다면, 윤여준의 이번 시도는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그 일을 윤여준이 시작한다는 것이 지닌 위험성. 만일, 윤여준이 진실로 사명감에서 시작한다면, 좌절한다 하더라도 보수진영 내에 깊은 반성의 우물을 하나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성 -근대로 넘어오기 위한 필연적 절차로서의 우물. 상식과 몰상식의 전선.
그러나 책사가 경세가가 되고 모사가 사상이 된 예는 역사에 없다.
흥미롭다. 정치인의 두 갈래길은 김상헌과 최명길뿐인 줄로 생각했는데 이완용의 길도 있구나. 우아하고 예술적이며 품위 있고 온화한, 그러나 역사와 민중에 대한 각성이 없던, 그래서 나라 팔아먹은…. ‘개인’이 아닌 ‘유아독존’이 지닌 이 치명적 위험. ‘대한민국의 리버럴’에는 역사의식이 없다. 시민이면 시민이지 왜 ‘깨어 있는’ 시민이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이 유효한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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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위에 안철수는 왜 또 섰나?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리버럴이 빠지기 쉬운 자기확신의 함정에 빠지지 말기를 바란다. ‘문제적 개인’으로서의 안철수가 이 시대에 어떤 상징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진보를 이룰 수 있는지를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사람들이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싫어하니까 무소속. 이런 정도의 담론으로 출발한다는 것 자체가 책사 윤여준이 사상가로 점프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무소속이란 정략적 호소력이지 시대정신이 아니다.
처음으로 윤여준이 만만해 보인다. 그는 강물의 진도를 가로막을 수 있는 호수가 될 수 없다.
안철수, 소금 호수에 빠지지 마라. 혼자 갈 수 없다면, 가지 마라. (아, 멋 부리면서 쓰려니 참 힘들다. 윤여준이 아닌 진짜 자유주의자들과 손잡을 용기는 안철수에게 없을까?)
또 덧붙인다. 안철수는 아이콘이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게 시대가 정치인에게 바라는 바 아닐까?
윤여준이 멘토라면 안철수는 다시 봐야 한다
(서프라이즈 / 화씨911 / 2011-09-03)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돌면서 안철수의 멘토가 윤여준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지금 안철수와 박경철이 전국의 대학을 돌면서 진행하고 있는 청춘콘서트란 대담행사가 윤여준의 기획품이란 사실이 곧 윤여준이 안철수의 멘토라는 간접증거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는 바로 안철수를 다시 보자는 뜻으로 윤여준이 어떤 사람인지 그에 대한 소고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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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 그는 신문기자 출신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경향신문에서도 기자생활을 한다. 그런데 윤여준이 기자생활의 대부분을 한 경향신문은 경향이란 이름으로 창간된 이후 발행된 신문사 연혁 중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추악한 경력을 갖고 있던 시기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5.16재단, 지금의 정수장학회가 인수하여 MBC와 계열 언론사가 된 경향은 박정희 정권 내내 박정희 나팔수 신문이었다. 이후 전두환 정권에서 MBC와 분리되어 한화그룹이 인수하기도 했었으나 끝내는 한화그룹에서 사원지주 회사로 독립, 현재는 재벌이나 족벌과 연관성이 없는 개혁적 언론사로 거듭나 있다.
1966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윤여준은 1969년 경향신문으로 이직한 뒤 박정희가 유신쿠데타로 장기집권에 들어선 시절까지 이런 경향의 기자로 있었다. 그리고 1977년 주일대사관 공보관으로 변신, 독재정부에 직접 복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일대사관 공보관을 거쳐 싱가폴 대사관 공보관으로 근무 중 박정희의 죽음으로 박정희 정권은 막을 내린다.
그러나 곧 전두환 신군부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전두환 일파는 박정희 당 민주공화당을 해체한 뒤 전두환 당 민정당을 창당한다. 윤여준은 이렇게 하여 구성된 11대 국회에서 민정당 대표를 지낸 뒤 국회의장이 된 채문식 의장의 공보비서관으로 또 변신했다.
그리곤 다시 군부독재의 핵심부인 전두환 청와대에 입성, 공보비서관을 지낸다. 또 노태우 대통령 청와대의 공보비서관, 정무비서관, 잠시 청와대를 떠나 당시 권력 2인자였던 박철언 정무장관실 보좌관(차관급), 그리곤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으로 복무한다.
이어서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김영삼 대통령의 청와대에 롤백, 공보수석비서관까지 역임하는 놀라운 변신력도 보인다. 즉 박정희에서 김영삼에 이르는 권력의 공보와 정무를 섭렵하는 엄청난 생명력을 보인 것이다. 그뿐 아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으로 입각, 재상이 되더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정무특보로 발탁되어 정치권에 입문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다.
이후 2002년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본부장으로 이회창 홍보를 총괄했다. 그리고 2003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있다가 2004년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본부장을 지내면서 전국 선거를 지휘했다.
그럼 이런 윤여준이 정치권을 떠난 뒤 어떻게 지냈을까? 윤여준은 현재 경제신문인 재경일보 회장이다. 또 평화재단이란 것도 하면서 이회창도 은근 훈수하고 박근혜도 은근 훈수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정중동을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현재 보수 시니어그룹 이론가이면서 이명박 정부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4인방 중 1인이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온건파 시니어 이념가로는 4인방을 드는데 그중 1인이 윤여준이란 얘기다. 윤여준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은 아래와 같다.
박세일 - 서울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탄핵 후폭풍으로 다 쓰러져 가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박근혜에게 픽업되어 2004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되었다가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되지만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한 뒤 지금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이라는 보수세력들의 전진기지 이사장으로 있다. 이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도 물망에 오르고 대선후보로도 종종 나오는 보수 이념가다.
김진현 -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논설위원까지 거쳤다.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 과기부 장관을 지냈고 서울시립대 총장도 역임했으며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 회장을 역임한 보수 이론가다. 현재는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이다.
안병훈 -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조선일보 대표이사까지 지낸 언론인으로 현재는 도서출판 기파랑이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안병훈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선대본을 책임진 경선본부장이었다. 이후 조선일보 출신 보수 이념가들을 규합, 인터넷 신문 뉴데일리를 인수, 현재 뉴라이트 전진기지로 만든 핵심인물이다.
수구꼴통 이미지가 들어 있지 않은 보수진영 시니어 이론가가 이들 이 4인방이란 거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보수이론가들이 있다. 전원책 변호사, 이상돈 교수 등도 이들이다.
그런데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보수 이론가임에도 이명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불가근불가원이다. 즉 지켜보겠다는 정도다. 그럼에도 또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조갑제나 지만원 김동길 등의 수꼴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변신을 바라는 것은 이명박이 개심하여 진보 개혁주의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어렵다. 원천적으로 이들은 현재 현실 정치권의 보수나 진보 모두를 백안시하고 있으며 새로운 보수이념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이 주류세력이 되기를 바라는 그룹이라는 거다. 그리고 그 인터넷 전진기지가 먼저는 업코리아였고 지금은 뉴데일리다.
나는 윤여준의 안철수 픽업을 이런 맥락으로 본다. 그렇기에 윤여준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관한 인터뷰에서 현재 여야 1,2당인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민노당 같은 진보계열 당이나 재야 시민단체도 더더욱 거론하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제3의 세력’이란 말을 썼다. 따라서 이 말은 또 다른 명망가로 서울시장 후보 출마설이 도는 박원순 변호사의 ‘시민사회단체 추천후보’론과도 전혀 맥락이 다르다. 박 변호사는 그나마 진보 운동권들의 결합체인 ‘시민사회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윤여준은 이들과도 다른 ‘제3의 세력’이라고 하며 ‘야권통합후보’ 협상에도 참여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만약 안철수가 이런 윤여준과 함께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면 내가 위에 적시한 보수 시니어 그룹들이 상당 부분 안철수의 멘토노릇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궁극적으로 안철수를 앞세워 그들이 집권을 노리고 있음도 보인다. 이들의 무서운 행보… 그럼에도, 안철수를 범야권 통합후보 대상으로 주장한다면 나는 그들과 한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화씨911
첫댓글 몇 줄 읽다가, 말려다가, 마지막 좀 읽었지만, 쓸데 없는 짓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