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푸른 산, 아름다워라 청송

[수명산]

낙동정맥 종주 12구간(산줄기 168일째)

일 자 : 2003년 5월 29일

구 간 : 가사령 ～ 통점재 ～ 질고개 ～ 피나무재

날 씨 : 흐림

도상거리 : 21.7km

가사령(69번도로) - 1.2 - 776.1봉 - 3.3 - 통점재(68번도로) - 1.6 - 간장현 - 2.7 - 785봉 - 5.7 - 질고개(932번도로) - 3.3 - 611.6봉 - 3.9 - 피나무재(914번도로)

산행시간 : 8시간 30분(휴식시간 포함)

청송은 동쪽에 있는 불로장생의 신선 세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의 세계를 뜻한다고 했다. 사방이 높은 산악으로 둘러 싸여 있고, 따라서 예로부터 청송을 찾는 길손은 인적이 끊긴 산길을 수 백리 이상 걸어 하늘과 맞닿은 고개를 넘거나 깊은 하천 계곡을 따라 그저 걸어야만 당도하는 곳이다.

06시 05분 시작은 포항시 죽장면에 위치한 가사령이다. 젖어있는 절개지가 미끄럽다. PVC 배수관을 따라 올라 능선에 붙는다. 한차례 가파르게 5분 정도 올라 첫 봉에 오르지만 이내 오른 만큼 내려서니 절개지가 나타난다. 절개지를 미끄러지듯이 내려서서 임도(06:13)를 가로지른다.

소로를 따라 오른다. 솔잎이 가득 떨어져 있는 평탄한 능선길을 걸으면서 하루종일 이래만 준다면, 바램도 가지가지다. 장송 숲을 가르며 가파르게 봉에 오르고 이어 완만하게 서서히 고도를 높이다가 참나무숲길로 바뀌면서 한차례 코가 닿을 듯한 오름길은 고도계가 730m를 가리키는 능선마루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06시 39분 청송 땅에 접어든다. 좌측744.6봉을 조금 비껴나가는 듯하며 힘겹게 쌓았던 고도를 싱겁게 까먹는 순간이다. 진달래와 철쭉이 어루러진 내리막길로 5분 정도 내려서면 십자로안부가 된다. 예전 청송에서 포항으로 넘나들던 이름 없는 길이겠지....

십자로 안부를 가로지른다. 월성이씨 묘지에는 비석만 남아있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조금 틀며 가는 능선길은 호젓하다. 바위 위를 보금자리로 자리잡은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수많은 세월을 오직 바위하나에 의지하며 목마르게 살아왔을 저 소나무, 어느 연속극에 예전 즐겨 부르던 “소나무”를 부르던 연기자들이...

06시 53분 바위봉에 올랐다가 8분 뒤 만나는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왼쪽이다. 키다리 장송 숲이 시원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안부에서 잡목 터널 숲을 뚫고 바윗길을 오른다. 산새들의 지저귐,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곱아 운다고 했던가...

선답자들의 땀방울로 낙엽이 다져진 오름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으며 오른다. 정맥에는 자연의 아름다움 외에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그리고 선답자들의 발자취가 있기에 믿고 따른다. 거친 숨소리를 느끼며 걷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숨을 돌이키며 되돌아 아득히 걸어온 길을 뒤돌아봄만도 한데 시야가 가려있다.

07시 08분 776.1봉 오르기 직전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팍 꺾어야 한다. 박선배 부부가 몇 걸음이지만 “알바했네 알바했네”, 그리고 뚝 떨어지는 길이다. 가파르게 내려서면서 만나는 묘 2기, 풀밭 통과한다. 12분 뒤 좌우로 길이 선명한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른다.

다시 소로를 가로지르며 오름길은 10여분 동안 평탄하고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능선마루에서 오른쪽으로 참나무숲길을 뚫고 내려선다. 그리고 만나는 도로공사를 하며 생긴 넓은 공터 여기서 한참을 큰 대자로 누워버리는 특공대원들 3일간의 전쟁이 힘에 겨워 보인다. 통점재는 현재 포장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07시 42분 다리쉼을 끝내고 미끄러운 절개지를 내려서서 도로를 가로지른다. 수로를 타고 올라 숲길로 들어선다. 넓은 잔디밭에 쌍 묘지 그리고 장송 숲을 헤치며 오른다. 가파르던 오름길은 지적측량 말목이 있는 너덜지대를 통과하면서 누그러진다. 풀무덤을 통과하며 올라선 곳이 796봉이다. 삼각점은 찾을 수 없다.

정맥은 오른 만큼 내림길이 되는 듯하다. 참나무숲길로 펑퍼짐한 안부에 내려섰다가 오름길은 1분 뒤 오름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간다. 장송숲의 오르내림, 한차례 가파른 오름 끝에 작은 암릉, 조금 더 올라선 능선분기점에서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팍 꺾으며 내림길이 된다. 암릉을 우회한다. 철쭉 밭을 헤치다 보니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08시 27분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으며 내려선 곳이 간장현이다. 청송군 부남면과 포항시 죽장면을 오가던 옛 고갯길, 간장공장 공장장 쉬었다 갑시다 만장일치, 8분간을 쉰다. 오름길은 솔밭길이다. 어제와는 달리 솔밭길이 자주 나타난다. 숲 사이로 785봉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봉을 비켜나가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간다. 능선마루에서 왼쪽으로, 다시 갈림길이 보이는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풀무덤을 보며 올라 다시 한차례 올라선 밋밋한 봉우리(09:05), 고도를 제법 올려놓은 것 같다. 암릉을 통과하며 간다. 평탄한 초원지대, 그림이 너무 좋아 그림 한 장을 남기고 간다. 왼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며 오른다. 한차례 가팔라진다.

09시 27분 묘지를 통과하며 올라서면은 헬기장이다. 블록이 깔려있다. 여기가 785봉 직전 봉이다. 잡목 숲을 뚫고 8분 정도 내려섰다 올라선 곳이 785봉이다. 넓은 풀밭에 헬기장, 걸어오면서 우측의 지능이 내내 정맥의 능선으로 착각했었지만 여기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간다.

또 하나의 헬기장인 싸리나무 군락지를 뒤로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간다. 능선분기점(09:47)에서 왼쪽으로 팍 꺾으면서 내리막길이 가팔라진다. 5분 뒤 잡목 숲의 안부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이 바뀌다가 다시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섰다가 좌우로 방향을 바꾸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정맥길, 시야에 산줄기가 가로막는다. 그러나 정맥은 그 뒤쪽으로 꽁꽁 숨어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09시 50분 능선마루에 올라 왼쪽으로 다시 틀며 간다. 키다리 참나무 아래 수풀이 무성하다. 10분 정도 내려선 안부에서 오름길은 한차례 코가 닿을 듯하다. 고사리밭의 묘지를 통과한다. 아내에게 점수를 따고싶지만 9정맥 졸업 후로 미루자. 고도 700m 정도 되는 봉에서 10분 간 휴식, 분대장 정확하게 1시간 걷고 10분 정도 쉬고, 분대장 능력 있어...

진달래와 철쭉이 어우러진 정맥길, 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숲을 비집고 밀려오는 햇살이 그리 싫지가 않다. 좌측으로 동대산(791.3m), 내연산(710m)이 보인다.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계곡으로 떨어지는 듯하던 정맥길이 서서히 능선길로 바뀐다. 정맥의 오묘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질고개가 있는 서쪽 방향이다.

연이어 봉을 넘는다. 고만고만한 봉들이 사람을 잡는다. 우측 아래로 마을과 도로, 능선분기점(10:50)에서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으며 가파르게 내리막길이 되는데 우측이 수직에 가까운 능선길이다. 낙엽이 수북한 키다리 참나무 숲은 장송 숲으로 바뀌고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철쭉터널로 한차례 내림길이 된다. 아름드리 장송숲이 늘어서 있는 안부에는 애타게 뻐꾸기 한 마리가 임들 찾고 있다.

11시 02분 커다란 흙무덤이 나타나고 소로를 따라간다. 2분 뒤 좌측으로 작은 연못이 눈길을 끄는 안부를 통과한다. 그리고 6분 뒤 넓은 묘지 한쪽에 잔치 상을 벌려놓는다. 잔치 상이라야 김치 한 가지와 김 몇 장, 한마음 선교산악부의 중식시간이 그리운 순간이다. 식사시간은 물 말아 15분이면 모든 것이 충분하다.

묘지를 뒤로 이제 밥을 먹었으니 밥 힘으로 간다. 좌측에 웅덩이가 보이는 능선분기점이다. 오른쪽으로 밋밋한 봉우리를 통과한다. 긴 내리막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밋밋한 언덕을 넘는다. 질고개는 어디 있는가, 보여줄 듯 보여줄 듯 여인네의 속살처럼 가려진 질고개는 얼마나 가야 보일 것인가...

11시 49분 산불초소가 있는 봉에 오른다. 시야가 탁 트인다. 지금까지 숲속에서 헤매었는데 고밥다 산불초소야, 가야할 정맥의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마을도 보인다. 이제 질고개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왼쪽으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등로를 따라 내려선다. 드디어 질고개로 올라서는 도로가 보인다. 불청객에 놀란 토끼 한 마리가...

11시 57분 쌍묘지를 통과하며 내려선 곳이 질고대다. 청송군 부동면과 부남면을 가르고 있다. 경계표지판이 있는 1m 옹벽을 올라서며 다시 능선에 붙는다. 소나무들이 누렇게 죽어가고 있어 애처롭다. 흙무덤인 인동장씨묘지를 통과한다. 이 곳 대부분의 묘들이 잔디하나 없는 풀무덤 또는 흙무덤이 조금은...

7분 뒤 안부에서 다시 완만한 오름길로 밋밋한 봉우리에 올랐다가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며 이어간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주인처럼 자리잡은 커다란 묘지, 다시 밋밋한 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잠시 내려선 안부에서 서서히 오르면서 오른쪽방향이다. 흙무덤을 통과한다. 시야에 높아 보이는 봉 하나, 그러나 정맥길은 사면길로 간다.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하늘을 치솟은 낙엽송군락이 나타난다.

12시 28분 안부 통과, 완만하게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우측으로 갈라지는 지릉을 확인하며 간다. 철쭉군락의 터널 숲을 빠져나오며 만나는 묘지도 아름드리 참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한차례 올라선 넓은 공터에 커다란 함안조씨 묘지, 정맥능선에 묘지들이 어떨 때는 정맥꾼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곤 한다. 발아래 계곡 너머로 채소밭과 마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중키에 잡목들이 철쭉과 합세하여 길을 막아 성가시다. 그러나 인적이 없는 정맥의 숲은 건강한 생태계로 보존되어있다. 이 땅에 소중함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으며 간다.

13시 11분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뒤로 능선길에는 고사목 한 그루가 을씨년스럽다. 돌밭길, 다시 완만한 오름길이 된다. 돌무더기를 타고 오른다. 6분 뒤 잡목과 수풀로 가득한 평퍼짐한 헬기장, 여기가 611.6봉(평두산?)이다. 삼각점(416 재설, 78.8 건설부)을 확인한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꺾으며 내려서는 길에는 한동안 숨어있던 바람도 불어준다.

다시 억새밭의 꽁꽁 숨어있는 또 하나의 헬기장을 통과한다. 그리고 10분간의 휴식을 달기만 하다. 싸리나무와 키 작은 떡갈나무 숲을 벗어나면서 완만하던 오름길이 한차례 힘겹게 능선분기점에서 가야할 방향은 오른쪽이다. 2분 뒤 밋밋한 봉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더 꺾으며 간다. 좌측 숲 사이로 무포산(716.7m)이 커다란 등치를 자랑한다. 좌측으로 희미한 하산로가 보이는 안부에서 다시 오름길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13시 57분 능선마루에 올라 오른쪽으로 간다. 우회길로 이어지던 정맥이 무포산 갈림길에서 이제 동쪽으로 방향을 바뀐다. 베어놓은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오름길에서 만나는 떨어진 청송군의 안내표지 글귀, “푸른 하늘, 푸른 산, 아름다워라 청송” 묘지를 돌아 사면으로 이어지는 정맥길...

완연한 능선길을 버리고 가파르게 내려서는 정맥길은 흙무덤이 보이는 능선을 우회하면서 검은등뻐꾸기는 여전히 산줄기에 주인행세를 한다. 금남호남정맥을 걸을 때 늘 같이했던 포천의 오도균 선배는 쪽박새의 전설을 들려주었다. 쪽박이 작아 굶어 죽은 며느리의 이야기인데 한이 되어 “쪽박바꿔 쪽박바꿔”하며 운다고 했다.

14시 16분 임도를 가로지른다. 커다란 잔디하나 없는 흙 묘지, 역시 능선에는 길이 나있지 않아 많은 종주자들이 우회길을 따른 것 같다. 봉에 오르니 드디어 좌측으로 하늘을 치솟은 낙엽송 군락 사이로 피나무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도로가 보인다. 도로가 보인다” 기뻐하는 특공대원들...

14시 35분 철조망 아래 구멍으로 빠져 나온 곳이 청송군 부동면에 위치한 914번 도로가 지나는 피나무재다. 일찍이 퇴계 선생께서는 관향이 청송이며 진성 이씨로 항시 선대가 묘소가 있는 청송에 살아보기를 동경하면서 단양 수령으로 있을 당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靑松白鶴雖無分 (청송백학은 비록 분수에 없으나) / 碧水丹山信有緣 (벽수단산은 참으로 인연이 있었네) 청송백학(靑松白鶴)은 청송을, 벽수단산(碧水丹山)은 단양을 뜻하면서 관념상의 이상의 세계를 뜻한다나...

[소그미]

전형적인 산꾼들 모습이시네요. 궁금한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611.1 봉 하면 cm 단위까지 높이가 계산되어 있는 것인가요? 백운대 등은 그냥 점 단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은데, 봉우리는 이상하게 점이 있더라고요. 첫번재 두번째 이런 의미도 아니고...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청송 교도소로 유명한 청송이군요. 이름은 참으로 이쁘고 좋은데, 교도소를 만든 건 웬지.. 언젠가 저 길도 한번 가보게 되겠지요?.. 지금은 어디 멀리 가기는 아직은 부담스러운 발걸음이고요. 혹시라도 근처에 가면 모를까요?...^^ 즐감했습니다.

[수명산]

정맥꾼들은 보통 국토지리원에서 발행한 50,000/1이나 25,000/1 지도를 가지고 다니지요. 지도에 표기된 높이입니다. 그리고 북한산 백운대의 높이는 835.5m입니다. 청송은 예전에는 교통편이 참 불편했지요. 반면에 청정지역이었지요. 오늘 교육부에서 개학을 늦추고 온라인 교육은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애고 언제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