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긍 ․ 김정환 | 감수 및 해설 박인하 | 작화 기획 총괄 김지혜(청강만화 스튜디오) | 글 그림
무선제본․236페이지․사륙변형․값 9,000원
■ 왜 고전인가 그리고 왜 만화인가 - <무한만화 우리 고전 다시 읽기>
ㆍ우리의 고전, 아름다운 인연과 깊은 연민
‘고전(古典)’이란 말 그대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온 인류 지혜의 보물창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 속에서 쓰여진 수많은 책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면면히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책을 고전이라고 부른다. 이 고전 속에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귀한 가치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홍길동전>, <춘향전> 같은 우리 옛 고전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항상 새 시대의 이야기 원천이 되고 있다.
우리 고전 이야기는 단순히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컨텐츠(풍성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우리의 고전 속에는 서구의 판타지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가치들, 예컨대 아름다운 인연과 정성어린 보살핌과 측은지심의 깊은 마음들이 담겨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났다 사라지는 홍길동,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다시 살아나 왕비가 된 심청, 제비 다리를 고쳐 주고 부자가 되는 흥부, 기생의 딸로 태어났으나 온갖 신분의 장애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춘향…. 이 모든 인물들에서 현대 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기발한 상상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깊은 마음을 느낄 수가 있다.
ㆍ그러나, ‘판에 박힌’ 수많은 고전들
우리 고전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로운데도 그것을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것은 오랫동안 교과서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고전은 어려운 낱말이나 구절을 외워 시험을 보는 거라고만 여겨 질색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고전 소설을 공부가 아닌 작품 자체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과서는 보통 일부분만 뽑아 싣기 때문에 전체 내용을 알기가 불가능하다. 고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전히 그 이야기 전체를 읽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출판계에서는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다양한 책들을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이 쉽게 볼 수 있는 책으로, 중학생은 중학생이 쉽게 볼 수 있는 책으로,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 쉽게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물론 고전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대전제를 바탕에 두고 말이다.
ㆍ만화와 고전, 그 흥미로운 만남
그런데 초등학생용 고전 소설은 ‘소설’이 아닌 ‘전래 동화’로 읽혀지고 있어 고전의 풍부한 내용들을 맛보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고전 소설 속에 나와 있는 당시의 모습을 ‘줄거리’ 위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고전 속의 섬세한 인물 설정과 다채로운 세부 묘사를 줄여버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만화’라는 흥미로운 징검다리가 꼭 필요하다. ‘숨비소리’가 마련한 ‘무한 만화 - 우리 고전 다시 읽기’는 무엇보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고전의 풍부한 내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아울러 고전에 담긴 가치와 더불어 생각할 만한 요소들을 풍성하게 제공하여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교양과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편집하였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장 편하게 받아들이는 ‘만화’라는 아름다운 그릇(형식) 안에 고귀한 인간적 가치와 지식(내용)이 풍성하게 담은 책! 그것이 바로 ‘무한 만화 -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시리즈다.
■ 작품해설
《춘향전》의 가치와 인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8∼19세기에는 판소리 <춘향가>가 판소리 열두 마당 중 가장 인기를 끌었고, 고전 소설 중에서는 기본적인 내용은 같으나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이본(異本)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오페라와 유사한 창극으로도 공연됐으며 1923년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후 무려 11번이나 영화로 제작되었다. 임권택 감독이 조승우를 주인공으로 <춘향뎐>을 제작해 칸 영화제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KBS에서 방송한 드라마 <쾌걸 춘향>도 있다. 우리나라 근대 문학의 개척기인 1920∼30년대에도 대중적인 인기는 《춘향전》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자료도 많다.
《춘향전》의 알맹이는 ‘사랑’이다. 사랑 이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인류의 영원한 관심거리. 그런데 단순히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이 많은 작품들이 널리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하여 등장인물들이 음모와 계략을 꾸미고 싸움만 한다면 그것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열심히 읽을 만한 책이 되지 못한다. 고결한 자기 희생, 상대방에 대한 믿음, 사랑을 이뤄 가는 과정의 아름다운 배려 같은 것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그 많은 작품들을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춘향전>은 숭고한 희생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아름답게 담아 놓은 이야기이다. 춘향이는 신분 높은 양반 자제가 이른바 ‘러브 콜’을 한다 해서 쪼르르 달려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희생’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데 그 이전에 자기에 대한 사랑, 자기에 대한 믿음, 자기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춘향이는 그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춘향이는 상대방, 즉 이 도령에 대한 아낌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 어떤 고통이 밀려와도 춘향이는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도령이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으며 언젠간 찾아올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춘향전》에 대해, 여자(춘향)가 덮어놓고 남자(이 도령)에게만 의지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옛날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던 조선 시대 이야기이므로 이런 생각이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춘향이가 양반집 자제라고 해서 버선발로 뛰어나가 덥석 안기던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던가? 그렇지 않다. 춘향이와 이 도령의 사랑은 서로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당당한 사랑이다. 또한 춘향이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던 게 아니라 변 사또를 향해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면서 흡사 바위처럼 단단한 신념과 사랑의 힘으로 온갖 고통을 이겨낸다. 바로 이런 점이 《춘향전》의 알맹이다.
춘향이가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는 것은 일단 사랑하는 사람 이몽룡을 위해 절개를 지키는 일이니다. 하지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살펴보면, 춘향이는 단지 님을 그리워하며 고통을 견디는 게 아니라 얼토당토 않은 명령과 무자비한 폭압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춘향이는 남성 중심 세상에서 자신의 몸과 영혼의 존엄성을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춘향전》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고전 속에 인류의 보편적인 지혜와 가치가 무궁무진하게 깃들어 있다. 물론 서양에도 뛰어난 걸작들이 많다. 그것을 가까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고전 문화 유산에도 인류가 참다운 가치로 여기는 사랑, 존중, 희생, 인내, 열정 같은 것이 청포도처럼 싱그럽게 맺혀 있다. 특히 이렇게 만화로 엮은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춘향전》를 통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랑의 진정한 힘과 아름다움을 느껴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감수 및 해설을 해주신 선생님
권순긍 — 감수 및 해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영란여자중학교, 경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현재 세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문학교육연구회와 교육문예창작회에서 청소년을 위한 문학교육 작업을 하였습니다. 한국고전문학회, 판소리학회 이사, 한국고소설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고등학교 <문학교과서> 검정심의위원을 지냈습니다. 저서로는 《다시 읽는 우리 소설》 《달빛 아래 맺은 약속 변치 않아라 - 채봉감별곡》 《고전, 그 새로운 이야기》 《고전 소설의 풍자와 미학》 등이 있습니다.
김정환 — 생각 돋보기
책 읽기를 좋아하여 국문과에 진학했고 고전 서사 문학을 공부하며 고려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사이 <조선 후기 가정 소설의 가부장권 연구>, <창선감의록 연구사> 등의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세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겸임 교수로 대학생과 성인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으며, 청소년 문예 계간지 <논>의 편집 위원이기도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고전 소설의 재해석과 글쓰기, 그리고 그것에 대한 교육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작화
청강만화스튜디오는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의 교수 및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전문 만화 기획·창작 스튜디오입니다. 천재교육의 교과서 만화, 삼성출판사의 사진 만화, 거북이북스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만화 무크지 출간, 북스힐 출판사의 교과서 만화·게임 만화 등의 작업에 참여했으며, 여러 작품을 기획·제작중에 있습니다. (문의_ enterani@ck.ac.kr)
김지혜 — 글·그림
2008년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전공심화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그동안 동아오츠카 홈페이지 이벤트용 ‘포카리 스웨트’ 광고 플래시 단편 작업을 하였으며 청강문화산업대학 정기 간행물인 <100도씨>에 원고를 게재했습니다. 2008년에는 경인일보 릴레이 만화 ‘심한가족’에 연재했고 현재는 대한결핵협회 ‘보건세계’ 사보 만화에 연재 중입니다.
■ 차례
1장 춘향, 이 도령과 만나다
│생각 돋보기│ 춘향은 실존 인물일까요?
2장 광한루에서 맺어진 사랑
│생각 돋보기│ 춘향의 사랑이 서린 광한루와 오작교
3장 이 도령과 춘향, 이별하다
│생각 돋보기│ 양반들의 출세의 문, 과거
4장 변 사또, 수청을 들라 하다
│생각 돋보기│ 판소리 다섯 마당과 <춘향가>
5장 이 도령, 장원 급제하다
│생각 돋보기│ 열녀란 어떤 사람일까요?
6장 옥에서 다시 만나다
│생각 돋보기│ 나쁜 관리를 혼내 주는 암행어사
7장 이 도령과 춘향, 혼인하다
│생각 돋보기│ 《춘향전》에 대해 생각하며 편지 쓰기
작품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