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연가
고홍림
성당의 종소리 울리면
접시꽃 목화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검게 그으린 엄마 얼굴
앳된 누이가 함께 서 있다
천봉산 하늘 아래 첫 동네
고구마를 심었던 비알 밭
올해는 목화씨앗을 심었다
초가집 장독대 앞 접시꽃
엄마와 난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내년 봄 네 큰 누 시집간다
목화밭 가는 비탈길
접시꽃 사립문 사이로
부리나케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연한 분홍빛 볼그스레 하얀 꽃
목화다래로 갈증도 풀었었지
하얀 솜사탕 꽃으로 피어난 누이
살구꽃 만개한 이듬해 봄날
앞마당 전통혼례 큰 잔치 열렸다
목화솜이불 소달구지
영빈교 다리 너머로 실려 나갈 때
아버지는 물끄러미 보고만 계셨고
어머니 눈가에 이슬방울 맺혔다
부모님 어린 동생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자꾸만 뒤 돌아보던 누이
초가집 지붕 달빛아래 하얀 박꽃
해마다 피었다 지고 또 피었다.
2024. 01. 22
* 팔순을 맞은 큰 누이 시집가던 날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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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연가
고홍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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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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