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까지는 11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간 조정이 안된 한국시간이 9시가 넘었고 사우디 시간이 3시 넘었으니 사우디와 시차는 6시간인가 보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반에 도착한다. 도착하기 1시간 전 쯤에 조식을 제공했다. 여기 시간으로 새벽 2시에 주는 셈이다.
새벽인데 바깥기온은 31도란다. 역시 사막 도시답다. 아니면 더 더워야 맞는 걸까?
공항청사에 들어서니 니깝 쓴 여성들이 보이고 빨간 체크무늬 구뜨라 쓴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중동에 온 것이 실감난다. 입국 줄과 환승 줄이 나뉘어 있어 환승 줄로 간다.
제네바행 비행기는 터미널4에서 출발한다. 다른 비행기들은 게이트가 배정되었는데 제네바행은 아직 빈칸이다. 왜지?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라운지를 찾아보니 터미널4에는 없고 터미널3에 있다. 걸어가도 멀지는 않다. 탑승시간에 맞춰 오면 되겠네.
새벽시간인데도 Hayyak 라운지에는 사람이 꽉 차있다. 6시부터 영업하는 라운지도 많던데 여기는 새벽에도 열어주니 좋다. 5시간 정도를 여기서 보내야 한다.
핫푸드는 아직 제공되지 않고 음료나 빵 종류만 있다.
6시가 다되어서야 내가 탈 비행기에 게이트가 배정되었다. 한참동안 게이트가 정해지지 않아서 혹시 캔설되는 건 아닐까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캔설된다면 이후의 일정이 엉망이 되고 예약해둔 숙소, 산장의 숙박비가 날아간다.
431번 게이트로 이동해서 안내판을 보니 내일 새벽 뉴욕행 항공편이 써있다. 전광판을 다시 확인해보니 431번이 맞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제네바행은 5분 뒤에 탑승시작이란다. 왜 내일 것을 지금 안내해서 헷갈리게 하는지 모르겠네.
비행기에 탔는데 뒤쪽은 사람들을 꽉꽉 채우고 앞에는 텅텅 비었다. 어느 한심한 직원이 이렇게 자리 배정을 했나. 국적기가 저가항공처럼 돈받고 자리를 파는 것도 아닐텐데.. 조금 후에 승무원이 승객이 원하는 자리로 이동하게 한다. 비행기에는 승객이 1/3 정도만 찬 것 같다. 예정시간보다 약간 일찍 움직인다.
리야드에서 제네바까지 무려 6시간 반 정도 걸린다. 유럽이 이렇게 먼 곳이었나. 사우디 경유하는 것이 많이 돌아가는 건가? 지도 상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이슬람 국가의 비행기라서 기도시간과 메카의 방향을 표시해준다. 무슬림은 비행기에서 기도하려나?
제네바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알프스 고봉에는 눈과 빙하가 쌓여있다.
제네바 기온은 26도이고 화창하다. 샤모니는 10도 정도 낮은데 지대가 높아서일까?
공항에는 줄이 길지 않아 금방 수속을 밟았다. 짐 찾는 카로셀에 가니 이미 짐이 나와 있다.
환전은 트래블월렛과 트레블로그로 했다. 기준 환율로 환전하니 이익이고 인터넷으로 환전해두고 현지에서 ATM기를 이용하여 인출한다.
샤모니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보니 인터넷으로 표를 구매하란다. 그런데 유심을 갈아끼어서인지 국민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는다.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현재 유심과 매치가 되지 않아서인 것 같다.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냐고 물으니 운전사에게 말하란다.
정거장을 물어 찾아간다. 버스가 오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신한카드로 결제를 시도하니 이번에 된다. 한국사람이 내게 다가와 정거장이 맞는지 묻는다. 나이든 사람이 일행인지 온다. 이 사람들은 한국에서 이미 버스표를 구입했단다. 모두 TMB를 한단다. 두사람은 일행은 아니고 공항에서 만났다고 한다. 버스에서 같이 타고 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이든 사람은 70세이고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며 산을 많이 다니는 사람이란다. 산장 예약을 하지 못해 백패킹으로 다닐 예정이란다. 배낭도 크다. 70세에 큰 배낭을 지고 야영을 한다니 참 존경스럽다. 다른 사람은 산장 예약을 못했지만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산장에 자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단다. 그러다 자리 없으면 어쩔려고.. 70세 할아버지는 버스타고 가면서 보이는 설산에 설레인다고 한다. 그 나이에 설레임이 있으면 청춘이다.
도로에 차가 많아 막힌다. 6시 넘어서 샤모니에 도착했다. 내 숙소는 Wanderlust Hotel인데 샤모니 시내에서 멀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마침 1번 버스가 와서 바로 탔다.
호텔이 길 옆에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빙 돌아가야 했다. 한참을 걸어 도착했다. 체크인하는데 도시세를 얼마 내란다. 안 냈나? 조식을 먹겠냐고 묻더니 16유로란다. 뭔 조식을 2만원 넘게 받냐.
현재시간이 7시이지만 한국시간이 새벽 2시라 좀 졸립다.
저녁은 호텔식당에서 했다. 돼지고기 바베큐를 시켰더니 팔뚝만한 갈비를 두개나 준다. 감자튀김도 한그릇 가득이다. 결국 반도 못먹고 남겼다. 콜라까지 26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