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키]靑血 19화 - 과거를 되짚을 용기
“그러니까, 말하자면…”
“악순환의 고리지.”
이누야샤가 돌아왔을 때, 새벽의 하늘은 대지를 갈라놓기라도 할 듯이 날카로웠다.
그것을 경계하듯 일행은 모두 일어나 있었고, 카에데와 미로쿠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누야샤가 물었다. 미로쿠가 어두운 표정으로 이누야샤에게 자리를 권했고,
간밤의 대화가 피곤했던 듯 이누야샤는 털썩 자리에 앉았다.
“지난 소동 이후 살아남은 무녀들은 모두 엄청난 영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니면
우리처럼 다른 능력을 가진 일행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건 아시겠죠?”
“당연한 거지.”
“그런데…그 중 일부에서, 아니, 살아남은 쪽이 일부이니 대다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요괴 집단에 대한 혈전을 감행한다고 하더군요.”
“…뭐?”
“그러니까…일종의…
의미 없는 복수라는 겁니다.”
“복수?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아뇨, 이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무녀들이…그럴 리가 없어.”
이누야샤의 근거 없는 주장을 곧 카에데가 차분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모든 무녀들이 키쿄우 언니나 여기 있는 카고메같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모든 요괴들이 너와 같지 않듯이, 이것도 마찬가지야.
게다가…키쿄우 언니도 나라쿠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살아 있으니까.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키쿄우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누야샤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게, 키쿄우는, 감정을 정리한 옛 연인이었으나 동시에 하나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인식의 그녀는 강했고, 완전함에 가까운 인격체였으며, 유일무이했다.
그는 카고메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른 일행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표정을 띠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톡톡 쳤고, 뒤돌아본 카고메에게 잠깐 나가자는 눈짓을 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야?”
“…카고메, 간밤에 키쿄우를 만났었어.”
이누야샤가 자진해서 키쿄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카고메는 적잖이 놀라면서도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확실하게 정리해 두고 왔어.
이제…우리의, 목숨으로 이어졌던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고….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가자고.”
카고메의 눈이 커졌다. 간밤에 그가 나갔던 것이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함이었다면,
그녀는 분명 그를 잡았을 것이었다.
키쿄우는 그녀의 전생인 동시에 연적이었지만 그가 내뱉은 <파기> 라는 단어에는
미묘한 전율이 흐르고 있었다.
카고메는 조심스레,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키쿄우는…뭐라고 했어?”
그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내 숨을 고르며 작게,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웃으면서 가라고 했어.”
“카구라”
칸나가 속삭이듯이 카구라를 불렀다.
피곤했던 카구라는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칸나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놀란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나라쿠에게로 향했다.
“나라쿠! 칸나한테 들었어?”
“뭘 말이냐.”
“…찾았대.”
“앞 뒤 잘라먹고 찾았다고만 하면 내가 어떻게 알겠나? 뭘 찾았다는 건가?”
“마지막…구슬 조각.”
카구라는 순간 나라쿠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본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빛남은 기쁨이었고 동시에 슬픔이었으니, 그런 감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만
그녀의 목격은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나라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운 목소리로 카구라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조각은 어디에 있지?”
“그게…미도리코라고, 사혼의 구슬을 만든 무녀 알지? 그 무녀의 몸속에 들어 있나봐.
그동안 그 무녀의 사체에서 나오는 영력이나 결계가 너무 강해서 조각의 기운조차도 묻힌 모양이야.
그런데 네가 없었던 3일 동안에 폭주한 요괴들이 영력의 냄새를 맡고,
물론 그 안에 있는 게 시체인 줄은 몰랐겠지.
끝도 없이 그 시체가 있는 동굴에 달려들어서 결계가 잠깐 흔들렸나봐.
그리고 칸나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그 안에 마지막 조각이 있는 걸 알아 낸 거고.
그런데 너, 이제 이것만 모으면 되는 거야?”
“…아마도.”
“그래서, 모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연한 걸 묻는군.
가장 먼저 키쿄우를 죽이고, 그 다음부터 찬찬히 생각해 봐도 늦지 않아.
명령이다. 지금 곧, 칸나를 남기고 이 안에 있는 모든 나의 분신과 부하를 방출시켜라.
물론 너도 포함이다. 그리고 그 동굴로 가서 결계를 뚫는다.
지휘는 네가 맡아. 달려 들 필요는 없다. 너는 주요 전력이니까.”
“그런데, 너도 갈 거야?”
나라쿠는 단순한 조소인지 자조인지 모를 웃음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네가…나를 비난하던 것이, 자신은 결코 어렵고 더러운 일을 하지 않으면서
부하들에게 모두 시킨다는 점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심장을 찾을 수 있겠나?”
카구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 3일 동안 뭘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넌 상처도 아직 다 낫지 않은 것 같고…
결계도 쳐야 하니까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만, 심장, 꼭 찾아 주마.”
“…마음대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다.
그들이 위협을 마주하는 방식은 항상 정면에서의 대결이었고 그것은 이번 경우에도 여지없이 적용되었다.
불과 며칠 전 여기 저기 널려 있던 무녀의 사체와 대조적으로 아직 피 비린내가 다 가시지 않은 땅에는
그보다 배 이상 많은, 죽은 요괴들이 쓰러져 있었다.
복잡한 이누야샤의 속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카고메가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보면 요괴나 인간이라는 종류는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흘렸고,
순간 목표에 균열이 감을 다시 느낀 이누야샤는 잠시 움찔했음에도 곧 쉼 없이 달렸다.
그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키쿄우 또한 움직이고 있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그녀의 숙명이었으나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며칠 전의 나라쿠가 그랬듯이, 영력을 가진 집단이 단체로 움직이는 지금
그녀는 나라쿠의 위험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전의 언젠가, 이누야샤는 그의 결계를 뚫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후 요괴가 된 그의 힘이 강해지고 결계의 강도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살아남은 무녀들이 대거로 싸움을 걸어 왔을 때 나라쿠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라쿠는 구슬을 다 모아야만 했고, 그녀는 그 구슬과 함께 그녀 자신의 손으로 그를 소멸시켜야만 했다.
그를 죽이는 과정에는 어떠한 오점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진 빚을 갚아야 했고, 그래서 그녀는 결계로 둘러싸인 그의 성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숨기거나 숨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나라쿠의 성은 어떤 조그만 기척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찰나, 그녀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멀지 않은 곳에서 나라쿠의 강한 사기가 짧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 방향을 기억해 냈고, 곧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도착한 그 곳에는 결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적은 그 결계를 깨고 그를 없애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앞에 서서 마치 파수꾼이라도 된 양 서 있었다.
석양이 내리는 하늘에는 붉은 빛의 구름이 떠 있었다. 그녀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러나 감상도 잠시, 저녁의 거북한 침묵은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작은 발자국 소리에 의해 깨졌다.
그녀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무녀들의 무리였다.
그들 또한 어둠에 가려진 인영을 보고 경계 태세를 갖춘 듯했으나,
곧 그 인영이 무녀의 것임을 알아보고는 긴장을 풀었다.
“이런 곳에, 무녀님께서 홀로 무슨 일이신지요.”
무리 중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키쿄우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낮은 목소리로, 질문과 다소 관계가 없는 듯한 대답을 내뱉었다.
“요괴를 섬멸하시려고, 순찰이라도 하고 계시는지요.”
“그렇습니다. 당신께서는 왜 이런 외진 곳에 혼자 계십니까?”
키쿄우는 작게 숨을 들이쉬고 대답했다.
“이 근처를 돌고 있습니다. 만일 요괴가 나오면 제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
당신들께서는 이 근처에 안 오셔도 될 듯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이 근처는 제 관할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예.”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키쿄우는 입가에 비웃음을 걸었다.
단체로, 그들이 이를 갈아 마지않던 그 과오를 똑같이 범하는 것은
홀로 동떨어지는 것이 두려움에서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수준을 낮게 잡고 있기 때문인가.
복수를 위한 복수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들이 알고 있다면,
그들의 이런 행동에는 정당화시킬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만 했다.
요괴의 섬멸? 평화? 이런 것은 궤변에 지나지 않았다.
키쿄우는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막힌 숨을 차게 뱉어 냈다.
그러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숨과 함께 빠져 든 감상은 다가오는 요기에 의해 곧 방해받았다.
이누야샤와, 그 일행이었다.
“무슨 일이냐.”
얘기를 나눴던 지난밤과 달리 지나치리만큼 건조한 그녀의 말투에
이누야샤는 잠시 멈칫하는 자신을 다독였다.
“나라쿠의 사기를 느끼고 왔어. 발원지는 이곳이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그 녀석을 없애고… 구슬을 모아야지.”
카고메, 미로쿠, 산고는 키쿄우와 이누야샤의 대화를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키쿄우가 더욱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서…다 모은 다음에는, 뭘 할 거지?”
“그건 모은 다음에 생각해 볼 거야.
비켜 줘, 키쿄우.”
“또 네 옆에 서 있는 그 여자에게 정화를 맡기고, 죽어가게 할 건가?”
“…무슨…말이야?”
“…나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라는 말이다.
너는 목적을 잃은 듯한 눈을 하고 있으니 그 물건을 다뤄 낼 수 없어.
그러나…어쨌든 지금은 행복해 보이는구나.”
키쿄우가 내뱉는 말은 그 자체로는 지독한 원망이었다.
그러나 그 어조는 지나치리만큼 무미건조했다.
이누야샤는 새삼스레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는 나로도 충분해. 그 녀석은, 내가 죽인다.
방해하지 마라.”
기계적이던 그녀의 말에 처음으로 차가움이 실렸다.
이누야샤는 차가움을 넘어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가시 같은 말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작게 어깨를 으쓱했고 곧 뒤돌아서서 일행을 재촉했다.
되돌아가자는 손짓에 일행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음에도 꽤나 이성적인 그의 속삭임을 듣고는
곧바로 무거운 발을 움직였다.
-말했잖아, 계약을 파기했다고. 이제 키쿄우와 나는…각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거야.
나에게 지금 구슬은 아무런 필요도 없어. 이제 우리의 목표는 하나, 나라쿠의 소멸이다.
지금은 그를 은신처 밖으로 끌어낼 수 없어.
아침, 부하의 무리가 돌아왔다. 키쿄우는 그의 성이 빈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을 날던 카구라는 키쿄우를 보았으나 그녀에게 그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결계는 쉽게 열렸고, 그들은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한 명의 부하까지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키쿄우는 작게 혼잣말을 했다.
“이제는 위험하지 않겠지….”
그녀는 다시 늘 그랬듯이 길을 떠났다.
결계가 열릴 때 사혼의 구슬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으나, 어떤 형태로든 그는 구슬을 모두 모으고 나면
그녀를 자진해서 찾아 올 것이었다. 아직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조용히 걸었다.
한낮의 햇살은 뜨겁지는 않았으나, 온기를 잃고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양 따갑게 피부를 파고들고 있었다.
햇빛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 그저 불쾌하여 그녀는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
천천히 걷던 그녀의 눈에 헌 이불조각마냥 쓰러져 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녀는 그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신음하고 있었다.
적어도 다섯 군데는 뼈가 부러진 듯 보였고, 피부의 색으로 미루어 볼 때 체온도 정상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는 그의 근처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잡으려고 애쓰는 지옥의 사자들이 보였다.
그녀는 화살을 꺼내 사자를 몇 마리 없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얼굴에 그의 나이는 팔다리의 주름살로밖에 유추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젊은 축에 속하는 노인이었다.
그녀는 가까운 마을로 그를 옮겼다. 따가운 햇볕이 더욱 불쾌하게 느껴졌다.
도착한 마을에서 의원을 찾고 그곳에 그를 내려놓은 그녀는 곧바로 마을을 떠나려다,
자신이 특별히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잠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신음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이 순간 50년 전 오니구모와 겹쳐,
그녀는 연기처럼 피어 오르는 이미지를 지워버리려는 생각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그 녀석은, 어딜 가나 떨어지지 않는구나….
그러나 그 한숨에도 불구하고 오니구모의 얼굴은 곧 나라쿠로 바뀌었다.
환각처럼 오니구모보다도 더욱 지독히 선명해진 그 얼굴을 견디지 못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마을을 떠났다.
지우려고 피눈물을 흘리며 애를 써도,
그의 얼굴, 목소리, 그리고 작은 행동거지가 그녀의 뼈마디 하나하나에 새겨 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그녀는 이 감정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한 치의 티끌도 없는 증오와 원망이어야만 했고,
그것은 그녀의 지난 세월에 대한 우울한 보답이었다.
그러나, 짙은 안개처럼 그 원망을 향한 길은 부옇게 흐려져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고,
이정표가 사라진 지 오래인 지금 그녀는 그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괴로움과 마주하는 것은 그 괴로움 자체보다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녀는 용기를 냈고
처음으로 과거 50년 전부터의 세월을 찬찬히 손가락으로 짚어 갔다.
50년 전, 분명 그녀는 그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이누야샤는 그녀의 손으로 봉인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생존에의 가능성을
구슬과 마을을 위해 스스로 포기함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그것은 그녀의 선택이었다.
나라쿠는 그녀를 곧바로 죽이지 않았다.
그녀가 기억하는 오니구모는 살인에 미친 정신병자가 아니었고 심지어 그 도적은
그녀를 연모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그녀를 그 자리에서 살해하지 않은 점과 구슬을 노린 점을 미루어 생각해 볼 때,
그는 그저 약간의 과격한 방법을 이용해서 그녀와, 동시에 구슬을 바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또다시…그 녀석의 입장을 합리화시키고 있어…
아니, 이건 객관적인 평가야….
키쿄우는 생각의 선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누군가의 소행인지도 모른 채 우라스에라는 요괴에 의해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 요괴가 도대체 왜 자신을 살린 것인지 그녀는 아직도 알지 못했다.
다시 부여된 저주받은 새 생명을 그녀는 원망했고, 또 원망했다.
따라서 그녀는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끈질기게 살아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나라쿠에 의한 것이었다.
위험한 순간에, 그녀는 나라쿠를 지켰고, 나라쿠는 그녀를 지켰다.
이전, 그가 인간의 마음을 빼 내지 않았을 때 그녀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으로
그가 구슬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자신을 달랬었다.
그러나 나라쿠는 그녀를 죽이지 못했다. 그것이 단지 인간의 마음 때문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는 그 마음을 빼낸 이후 곧바로 그녀를 죽였어야만 했다.
그는 그 시도에서 실패만을 안고 돌아갔고 그 증거로 그녀의 활은 두 동강이 났었다.
몇 번이나 대면했던 그들이 서로의 목숨을 노린 것은 극히 드물었고 드문 경우조차도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려고 애썼다.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라쿠는 대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
키쿄우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곧 그녀는 무엇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고개를 들었다.
그는 분명 빛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 수단으로 구슬을, 그 확인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고 말했다.
그를 구원할 빛을 그녀는 눈이 멀 것이라며 맹목적으로 비난했지만
비유가 완전한 개념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 빛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만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단지 빛의 확인을 위해 죽여야 할 존재로 그에게 인식되고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 가정은 그의 지나치리만큼 조심스러운 태도에 모순점이 있었다.
-이런 복잡한 심리를…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인가….
그러나 그녀는 생각을 해 내야만 했다.
50년 전 그는 그녀를 곧바로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죽음을 선택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지금, 그는 그녀를 몇 번이고 구해 주었다.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서로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것을 위해 상대를 지켰다.
이것은 그들이 원수라는 가정 하에서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이론이었다.
문득, 끔찍한 생각이라도 떠올린 것처럼 그녀의 눈이 커졌다.
-설마…이런 걸…사랑이라고 지칭하지는 않겠지….
그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적막한 땅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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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생각보다 빨리 올리게 돼서 기쁩니다.
<아마도>라는 키워드를 붙여 놓기를 잘 한 모양이예요.
그나저나 지난 편, 친절한 나라쿠 많이 어색했습니까?orz..
나름대로 애정씬이 너무 부족해서 넣어 둔 거랍니다.
사실 이런 겁니다. 음.. 얼굴을 붉히면서 다른 곳을 보면서 먹을 걸 무뚝뚝함을 가장해서 쓱 내미는
귀여운 모습이랄까요..
뱐은 농담, 반은 진담입니다.
이번 편 기네요. 지루하시지는 않으실지 걱정입니다^^
아, 노파심에 써 두자면.. 완결은 20편이 될 듯합니다.:D 곧 끝날 거예요.
제 글은 나라쿠가 구슬을 모으는 시점과 비슷하게 끝나야 하기 때문에...^^;
하강이 너무 급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저 둘을 잇는 매개체가 구슬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괜찮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So-A[♡]
나라쿠도 슬슬 속내를 드러내야지요!
이들의 운명에 대한 결말은 마지막 편에 나올 듯합니다.
다음 편은 늦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요. 제가 다 기쁘답니다.
소아님 글도 늘 기대하고 있답니다.
감사해요!
ウォアイ료코
사실 배경이 이 장면을 노린 건 아니었는데 이것도 서비스(?) 로 들어간 애정씬이랍니다.
이누야샤는 점점 흐릿해지는 그녀의 존재감에, 그리고 나라쿠는 점점 선명해지는 그녀에
같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죠!
둘이 친해지는 전개로 나가버릴까 봐요 :D 물론 농담입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사실 지난 편 멋진 나라쿠의 이미지를 노린 거였답니다..
섹시코만도
예. 저는 나름대로 원작 공인 커플 추종인지라.. 이누야샤는 카고메를 선택한 겁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키쿄우에겐 나라쿠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D
상냥한 나라쿠 어색했나요..T-T
늘 꼬릿말 감사합니다!
by.Chaos
결말은 곧 날 터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셔요^^
제 글의 나라쿠는 현재 오니구모의 마음을 빼 낸 상태구요.. 친절한 나라쿠는 컨셉이었습니다.
오니구모 때문이라고 변명하다가 알고 보니 키쿄우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지요:D 귀여운 나라쿠입니다.
감사합니다!
가야伽椰
가야님! 지난 편에 남겨 주신 코멘트도 너무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나라쿠의 말에는 모순이 있지요. 그리고 바로 그걸 노린 겁니다!
키쿄우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 나라쿠(의 죽음) 인 것이지요. 죽음은 살짝 생략하셔도..^^;;
전에 나/키로 너무 귀여운 팬아트를 본 적이 있어서 저도 알콩달콩한 나/키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팬아트가, 나라쿠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찌개를 들고 있고
키쿄우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TV를 끄고 있는 그림이었어요. 귀엽지 않습니까?:D
괴도고양이
감사합니다. 이 지루한 걸 어찌 다 보셨는지..T-T
닉네임에 대한 변명을 조금 하자면..사실 제가 이공 처음 가입할 때
이렇게 글을 연재하게 될 줄 알았으면 닉네임을 조금 성의있게 지었을 겁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쓰게 된 거죠..생각나는 대로 막 지었다고 할까요^^;
제가 이름 짓는 걸 정말 못한답니다.
아무튼 꼬릿말 감사해요! 남겨주시기만 하도 감사하죠^^분량은 부담가지시지 않으셔도 된답니다T-T;
난향♡
감사합니다!
제가 난향님께 나/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게끔 할 수 있었다면
그 이상의 찬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1편부터 다 보셨다니 정말 감사해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멸치맛사탕
예^^ 사실 추천글에 부족한 소설 써 주시는 분들께 늘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런..어머니의 째림;을 받으면서까지 읽으셨다니 괜스레 죄송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저 나라쿠 굉장히 좋아한답니다.:D
나/키 많이 이뻐해 주세요^^
첫댓글 헉헉 ;ㅁ; 1편부터 읽고 올라오느라 죽는줄 알았어요 ;ㅁ;! 엄청난 길이와 묘사력에 저는 감탄할 따름입니다. 나라쿠는 저도 좋아하지만 나/키는 조금 생소한 커플이라 더욱 신선하답니다. 하하; 사실 건성으로 쓱쓱 읽느라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 하겠지만, 너무나도 멋진 소설입니다^^ 건강하세요 //
20편에서 완결인가요… 섭섭해요T_T 이 소설 완결하시고 꼭 다른 소설도 쓰실꺼죠?+_+! 그나저나 완결이 다가오면 아쉽기도 하겠지만 제목의 뜻이 끝에서 드러난다고 하셨으니..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편.. 직접적으로 닭살스럽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닭살스러운편이었어요*-_-* 키쿄우... 마지막 대사 .. 이제 자신
도 깨달아야 할텐데! ^_^ 그리고.. 아주 조금씩 등장하는 카구라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지으실건지도 꽤 궁금해요! 항상 건필하세요♥
안되요 ㅜ ㅜ 완결은 ........... ;; 이제읽기시작했지만 ㅜ ㅜ .... 완결이다가온다니..읽다보면서 느끼는 건데 . 정말 이 소설 알찬내용과 멋있는 묘사가 대단하네요 ^^ . !! 너무 멋집니다 ~! 건필하시구 새복많이 !!
이번편도 역시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_+ 나/키 커플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전이 슬슬 나가고 있다니 그저 좋을분입니다=ㅁ=* 키쿄우도 상황을 되짚어가면서 눈치를 채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마음을 알아채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역시 겉으로 표현해야 아는걸까요.. 키쿄우에게 계약파기를 선언한
이누야샤도 냉소해진 키쿄우의 태도에 흠칫한것 같지만.. 키쿄우 역시 그 관계를 철저히 하기위해 그랬을거라 생각합니다.T_T 이렇게 되면 나라쿠와 키쿄우만 더욱 괴로워지는게 아닌가 싶은데, 읽어내려오다가 20편을 완결로 잡으셨다는 말씀에서 깜짝놀랬습니다T0T(털석)덧, 전편의 애정씬 너무 좋았었답니다+_+
개인적으로 이번편은 감정적인 문장들이 많아 공감하기 쉬우면서 이해가 빨리 되었던 것 같군요^^ 여러 팬픽들을 다시 읽어보묘.. 이런저런 기대감으로 인해 이누야샤만화에 더욱 애착이 가는 듯 한 료코입니다~+_+멋진 커플링과 더불어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듣고있자니 왠지 애절한 풍이 나는듯 하군요.
벌써 세번째 읽어보면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벌써 완결이니....T_T섭섭해요..
해피해피해피해피+_+ !! [응 ?] 어머니께서 외출하셨습니다. 정말 행복하답니다. 님의 소설을 보면 제가 직접 관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ㅠ 저 묘사 캬~~~ 정말 부럽습니다 ㅠㅠㅠㅠㅠ 묘사 하나 없는 메마른 소설을 쓰는 전 무엇인지 OTL 꼭 보고 배워야겠습니다!! 나/키랑 미/산 만쉐이 !!
우와.................(어이)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수가 없네요. 스토리가 빨라진게 완결을 앞둬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제 개인적인 느낌일 뿐인걸까요(ㅜㅜ) 그렇게 빨리 완결을 생각하신다고하니 슬프네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완결'이란 것은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 조금만 늘려서 30편까지만이라도<- 야. (ㅜㅜ)
다들 나라쿠를 ('죽이기')위해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네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감정을 서서히 확신(?)해가는 키쿄우- 너무 좋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되어왔고 또 그렇게 표현될 서로에 대한 감정과 미묘한 나/키커플의 사이가 (-_-) 역시 나/키 커플은 만세인겁니다!! 하핫;ㅅ;
음(..) 솔직히 이누야샤에게 그렇게 쉽게 돌아설 수 있던 키쿄우와 오니구모가 아닌 나라쿠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 키쿄우의 모습이 너무 상반되서 연결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멍..) 하지만 그런 이유때문에 제가 키쿄우를 좋아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여자입니다만T-T) 나라쿠도 그런 모습이 좋은걸지도..(;ㅅ;)
아무쪼록, 이 소설이 조금만 더 늦게 완결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과 함께(-_-* 완결은 새드여도 괜찮다는 욕심만 가득찬 말을 남기겠습니다. 참. 완결내시고는 다른 소설 써주실거죠(염치불구..) 그때는 셋/카구커플도 괜찮..<- 건필하세요 ㅜㅜ;
엣... 본지 얼마 안되었는데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뒤통수 맞았ㄷ...[<탕탕탕!!] 키쿄 사마의 마지막 대사를 읽는 순간 '헉'하고 숨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왠지 호흡곤란이 오는 듯 하군요;[<어이] 20편 정도면 좀 서두르는 기분도 들 듯한데.. 사혼의 구슬에 맞춰 끝낸다면[뭘 맞춰?] ... .... .... ....
우어어어!!!!!!!! 좀 쉽게 써주세요!!![<] 그나저나, 앞에 말은 무시해 주시고[<] 완결 까지 남은 편 건필하시구요, 다른 글도 써 주시리라고 믿습니다[번뜩<]
우와... 이번 편은 정말로 길었습니다! 마치 동양판 오만과 편견을 읽는 듯 했어요^^;; 키쿄우와 나라쿠의 그.. 연민의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은 아주 조금씩, 그것도 미묘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에에, 그리고 전편에서 나라쿠가 약간은 상냥해져서 놀랐던 게;; 원작에서는 오니구모의 마
음을 지워서 키쿄우를 그렇게 하쿠레이산에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것도 가차없이 죽였는데;ㅂ;! 이 소설에서는 그래도 꽤 상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를 한 건데~~ 어쩌다가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나라쿠가 이상하다는 색의 댓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라쿠도 좋아요^-^ 알고 보면 나라쿠도 불쌍한 존재
이니까요..^^ 이누야샤에서는 선역도 선역이지만 악역들도 꽤 좋다는. 뭐랄까; 악역이 없으면 스토리가 안 돌아가는 식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아아~~ㅜ_ㅠ 저번날엔 해피도 새드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해피였으면 좋겠네요. 키쿄우도 나라쿠도 소설에서만큼은 행복해져야죠. 특히 키쿄우가 더 이상은
몸 고생 마음 고생 안 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소설 잘 보았습니다+ㅁ+/ 꽤 철학적이어서 중간에 이해 못하는 단어들도 몇 개 있었지만 정말로 재미있었어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