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사진=픽사베이)
4대 금융지주가 예상대로 올 3분기에 호실적을 거뒀다. 3분기가 시작되는 7월 한국의 기준금리는 2.25%로 지난해 7월(0.50%)에 견줘 훨씬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사의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하는 만큼 좋은 실적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호실적을 넘어 강원도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2금융사들은 경쟁도 심화에 따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최근 몇 년간 부동산PF 분야에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해왔다. 이들 4대 금융지주도 2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자금경색으로 PF 부실화가 일어날 경우 전 계열사에 대한 위험심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8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4조3718억원)보다 11.7%, 지난해 3분기(4조1208억원) 대비 18.6% 늘어난 규모다. 이자이익의 증익이 주효했다. 또 지난 2분기에는 금융당국의 권고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대규모 적립해 1분기보다 이익이 줄기도 했지만, 3분기에는 충당금 영향이 소멸했다.
4대 금융지주들의 실적 설명도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은행 NIM 개선과 기업대출 중심 대출자산 성장이 지속됐다"(신한금융), "이자이익은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성장과 적극적인 조달 비용 관리를 바탕으로 개선세를 이어나갔다"(우리금융), "여신성장과 NIM 확대에 힘입은 견조한 순이자이익 증가와 철저한 비용관리가 결실을 맺었다"(KB금융) 등이다.
금융지주들의 컨퍼런스콜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은 "좋은 실적 감사드립니다"로 따뜻한 인사말을 시작했지만 우려는 적지 않았다. 4분기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하고 있는데 PF 전략이 어떻게 되냐는 것이었다.
하나금융은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 임원이 컨콜에 직접 참석했다.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해명해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최근 키움증권은 하나금융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다며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5만8000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정승화 하나증권 CRO는 "본PF 1조1000억원, 실물부동산 2000억원, 브릿지대출 6000억원을 합한 부동산금융 규모는 1조9000억원"이라며 "본PF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분양률을 대부분 달성했고 일부 미달성도 대부분 우량 건설사와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정한 만큼 채권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가장 큰 관심사는 브릿지대출(부동산 개발 사업 인·허가 전 단계의 대출)인데 우량한 데이터센터, 물류오피스를 제외한 주거용 4500억원 규모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기동 하나캐피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 금융자산 15조원 중 부동산PF 관련은 73건, 잔액 6954억원이다. 브릿지대출은 12건, 2000억원 규모"라며 "본PF와 브릿지대출을 합산해 대략 9000억원의 익스포저가 있는데 연체 중인 사업장은 전남 순천 50억원 규모, 인천 주안동 40억원 규모뿐으로 이외에는 분양률과 엑시트 방안을 감안해 정상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저축은행 측 역시 "모든 사업장을 전수조사해 공정률, 분양률, 사업성을 점검한 결과 연체는 2건, 총연체율의 1% 수준"이라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브릿지대출과 PF는 취급하지 않고 있고 우발채무를 고려해서 지속적으로 PF 익스포저를 관리해나갈 것"이라 했다.
4대 금융지주 중 1위를 차지해 '리딩뱅크'를 탈환한 신한금융도 부동산PF 현안 설명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는 "저희 그룹의 총여신 중 부동산 PF와 브릿지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 정도"라며 "최근 부동산PF와 브릿지론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정이하여신이 200억원 수준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방 CRO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는 각 사업 부서 및 리스크 관련 부서와 지금 굉장히 타이트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내년도의 한도 관리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의 기조를 조금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최근 레고랜드 관련 이슈가 있었는데 정부가 기금 지원을 발표하면서 급한 불은 꺼진 거 같다"면서 "신한은 위기관리 체계에 따라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리스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이 이번 컨퍼런스 콜에도 직접 참여해 투자자들을 만났다. 손 회장은 "2023년에도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여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경영계획은 내실경영 및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금융과 관련해 정서경 우리금융 CRO는 "그룹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18조원인데 이 중 1조원 정도는 은행 쪽이고 은행은 지금 전혀 부실이 없다"며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종합금융 쪽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정 이하로 분류된 건 400억원 정도, 충당금은 약 200억원 적립한 상태다. 시장에서 많이 우려하는 브릿지론 익스포저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전했다.
KB금융의 경우 금융사로서 민감한 기한이익상실(EOD) 규모까지 직접 언급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임필규 KB금융 CRO는 "해외 부동산은 5조원 정도 익스포저가 있는데 이 중 EOD 같은 건 250억원 정도 된다. 작년에 일부 이슈 있는 사업장은 100% 손상인식을 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종결 단계에 따라 호텔에 들어갔던 자금이 굉장히 정상화되고 상환 스케줄로 가고 있어 해외 부동산에 대한 리스크 시그널은 아직 못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임 CRO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등 부동산 전체 자금 시장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부동산 전망을 말씀드리면 저희는 오피스 빌딩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재택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부분이 굉장히 이슈가 있다고 보인다"고 부연했다.
강승혁(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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