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등 정치인으로서 최정점을 구가한 정균환 국회의원이 과연 5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지역적인 차원을 넘어 17대 총선의 전국적인 관심사중 하나이다.
고창·부안 선거구의 역학구도는 큰 틀에서 바라보면 ‘정균환대 비정균환’세력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지역에 뜻을 둔 입지자는 모두 9명. 우연히도 정 의원을 제외한 입지자 모두 김씨이다. 이들 8김은 ‘타도 정균환’을 외치며 5선 길목 막기에 나서고 있다.
순풍을 등에 지고 달리던 정 의원이 역풍을 맞은 것은 지난 대선 전후. 현 정권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정 의원은 연일 고창부안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며, 자신의 정치 행보의 당위성 전파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거침없이 내달렸던 지난 정치 행로가 순탄하게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많지 않다. 정 의원의 한 측근도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지역민심도 예전같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5선 고지로 향하는 길목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정 의원 가로막기에 나서는 가장 큰 세력은 열린우리당. 김봉직·김수길·김주섭씨가 지난 17일 대규모 지구당 창당대회를 열며 경선을 향해 각개약진을 벌이고 있고, 김춘진씨가 3차공천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경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주섭씨는 열린우리당 경선 후보자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 지난 15대 총선에 출마해 30% 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씨가 가장 내세우는 강점은 1급 공무원까지 거친 행정경험과 한국담배인회중앙회 회장 등을 거치며 닦은 잎담배경작인과 담배판매인 조직. 당적을 바꾼 약점에 대해선 “정치의 최대 폐단인 지역구도를 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길씨는 상대적으로 얼굴이 덜 알려진 인물. 김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창 부안지역 인맥을 통해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한편 24일엔 부안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손님 맞이에 분주. 장로회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봉직씨는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지난 대선땐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 포함되었다. 김씨는 “열린우리당 후보중 정균환 의원의 고정표를 가장 많이 잠식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고창 부안지역 읍면에 조직된 가락종친회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직은 한국비료공업협회 전무이사.
지난 4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김춘진씨는 정치 초년생. 경희대 치대를 거쳐 서울 영등포에서 개업의로 활동하다가 “열린우리당의 입당 권유를 받아 정치에 입문했다”며 지역구 활동 준비에 착수했다. 영등포갑과 고창부안 지역구를 저울질 하다 고향행을 결심. “의료와 복지를 한차원 높이겠다”는게 출마 변이다.
부안 토박이인 김 준씨는 한나라당 간판을 들고 선거판 준비에 나섰다. 성균관대 정치학과를 거쳐 ROTC로 임관해 군생활을 마친 후 줄곧 부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지지율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며 당 조직을 모으고 있다.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입지자는 김경민 김종엽 김옥현씨 세사람.
16대 총선에도 출마한 김경민씨는 개혁신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정작 열린우리당 창당 참여는 거부. 김씨는 이에 대해 “핵폐기장으로 고통받는 부안군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1995년 창립된 미래부창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엽씨 역시 16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1997년 금속관련 주식회사를 창업해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재경 부안군 향우회장 등 활동을 통해 다진 인맥을 가동하고 있다. 또 부안 김씨에도 애정을 표현하며 혈연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고창읍이 고향인 김옥현씨는 지난해부터 틈틈이 주민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2001년 전북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박사논문을 준비중인 늦깎이 학생. 현재 밀알회 전북지구 회장을 맡고 있다.
관전 포인트
17대 총선 고창부안 지역구의 최대 변수는 방폐장. 고창지역이 방폐장 후보지에 포함되며 한동안 수난을 겪은데 이어, 부안은 지난 한해동안 군민들이 아예 생업마저 포기하면서 극한 투쟁에 나선 지역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투쟁에 나서면서 다져진 방폐장 민심이 17대 총선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 것인가는 군민들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사이다.
각 입지자들은 아전인수격으로 이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 부안의 핵반대대책위와 함께 투쟁의 목소리를 높인 한 입지자는 대책위가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가 압도적 반대라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측근들과 함께 모처에서 밤늦도록 축배를 들었다. 이 입지자는 반대표를 던진 90%이상 군민들을 몽땅 자신의 지지표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하지만 대책위와 군민들의 정서는 전혀 딴판이다.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한 군민은 “핵폐기장 투쟁과정서 뭉쳐진 민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오산”이라며 “그런 정치인이 있었다면 군민의 아픔은 뒤로 제치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은 정치꾼일뿐”이라고 분개했다.
이런 가운데 대책위 한켠에선 아예 자체 후보를 총선에 내보내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들어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입지자마다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
한편에서 방폐장 변수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 의견의 배경은 반대운동에 참여한 군민들과 각 단체의 인맥이 크건 작건 각 후보 진영과 연관되어 있고, 대의적인 군민 운동을 선거판이란 시각으로 해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