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7000가구 재개발 사업 관행 바꿀 첫 사례
사업기간 2년 단축 비용 21% 절감 기대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에서 공공(公共)의 개입을 늘리는 '공공관리자 제도' 시범사업이 서울 성동구에서 처음 진행된다.성동구는 '성수구역 지구단위계획(정비예정구역 지정)안'을 8일 공고했다. 성수동 72-10 일대 65만9190㎡에 7000가구를 들이는 재개발 사업으로, 서울의 개발사업 관행을 바꿀 첫 사례가 된다.
공공관리자 제도란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사업추진위원회가 설계업체·시공자를 선정하되 구청장 또는 구청장이 선정한 공공관리자가 선정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조합과 정비·철거·설계·시공업체 간 유착 비리를 없애 투명성을 높일 목적으로 지난달 서울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위원회가 안을 내놓았고, 서울시가 지난 1일 이를 확정·발표했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에 따른 사업기간 단축, 비용 절감 효과가 궁극적으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청장이 정비업체 선정
성수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은 성동구청장이 공공관리자로서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후 공공관리자를 지속할지 여부는 추진위가 선택하게 된다.
정비업체 선정은 공개 경쟁입찰로 선정되며 관련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한다. 정비업체는 권리관계 조사, 토지 소유자 명부 작성, 주민 설명회·총회 개최, 각종 안내문 제작·발송, 추진위 구성, 추진위원장 선출 후 주민동의서 받기 업무를 맡는다.
추진위는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조합설립인가 준비, 설계자 선정을 맡게 된다.
계획안은 추진위원장 후보들에게 계획을 발표하도록 했고, 주민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하도록 했다. 현재는 과반수 주민의 동의서를 먼저 받은 이가 위원장을 하는 방식이어서 정비업체 등과 결탁해 주민동의서를 매매하거나 위원장 경합에서 탈락한 쪽에서 반대·방해를 하는 등 비리·불신·갈등이 잦았다. 이호조 구청장은 "관(官)이 민(民)에게 투명·공정한 경합 공간을 내준다는 취지며, 이로써 갈등 요인을 줄이고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와 성동구는 추진위원장 투표 절차·방법의 세부안을 협의 중이다.
시는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에 따라 사업 준공까지 평균 8~9년 걸리던 총 소요기간이 6~7년으로 2년 이상 단축되고, 형식적 경쟁입찰과 공사비·용역비 과다책정에 따른 사업비 거품을 빼고 금융비용을 줄이게 돼 총사업비의 21%, 가구당 7000만원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추정사업비·비용분담내역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음으로써 추후 소송이 제기돼 금융비용 부담을 늘리고 사업이 지연되는 민간주도 조합운영의 단점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시와 구의 논리다.
- ▲ 성수 전략정비구역 재개발 후 조감도. 투명성 확보, 사업기간 단축, 비용절감 목적으로 공공관리자 제도가 처음 적용된다./성동구 제공
성수구역 정비의 두 축은 공공관리자 제도와 '한강 공공성 회복'이다. 성수구역은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할 당시 합정·여의도·이촌·압구정 구역과 함께 5대 전략정비구역으로 선정됐다. 한강 공공성 회복은 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지양하고 경관·공간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 주는 대신 기부채납(공공기여)을 늘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성동구역은 존치 지구를 제외하고 총 4개 지구(53만6391㎡)로 분할 정비되며, 높이는 최고 50층, 평균 30층 이하, 용적률 상한은 250% 이상, 공공기여는 25% 이상이 적용될 전망이다.
◆추진위원장 다음 달 선출
서울시와 성동구는 이달 중 정비업체 선정 절차에 착수해 다음 달 추진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며, 9월 추진위 승인을 거쳐 10월 성동구의 세부개발계획 입안, 11월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 절차가 진행된다.
이건기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향후 공공관리자 제도 성패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태스크 포스 팀을 꾸려 정비업체 선정 기준과 방법, 공정한 입찰 방법과 비용, 동의서 징수 방법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02)2286-5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