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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물, 정말 제 값할까? 가격의 올바르고 객관적인 기준이란 참 모호한 것이지만, 그래도 한 번 얘기해보련다. 푸짐한 한식 백반과 물 3컵(5천원선), 청담동 레스토랑에서의 그럴듯한 한끼 식사와 물 5컵(1만9천원)의 가격이 같다! 이쯤 되면 그 물들을 먹으면 기적수나 생명수까지는 못 되더라도 뭔가 눈에 보이고 몸이 느끼는 효과가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영 탐탁치 않다는 반응. "제 아무리 비싼 물이라 해도 그것은 약품이 아니죠. 기본적으로는 우리 몸에 크게 영향을 주는 약효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 상수도사업본부 홍보팀 전형준 박사의 말. "물은 분명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입니다. 물을 마신다는 것은 건강을 위해 또 아름다움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생수들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기능과 효능은 그 가격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 예를 들어, 5천원에 판매되고 있는 알칼리 이온수의 성분 표시를 보자. 칼슘 2.2, 칼륨 1.5, 나트륨 4.0mg/l... 500ml의 물에 들어있는 성분들로, 이 정도의 미네랄은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물에도 충분히 함유되어 있다는것.
더 쉽게 말하자면, 자그마치 물 200병 정도를 마셔서 섭취할 수 있는 칼슘은 멸치 1마리 또는 우유 1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턱없는 효능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리미엄 생수들이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100만원짜리 영양크림이 (그 가격에 비해) 피부에 주는 효과가 기대이하로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좋다니까 귀하다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난 소중하니까' 일단 사용하는 현대인들의 심리 때문이다.
무엇을 마시느냐보다는 어떻게 마시느냐! 어쨌든, 어떤 물을 얼마의 값을 치르고 마시느냐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습관, 테이스트 그리고 경제력에 달린 일이다. 일반 물보다 산소가 15배 더 녹아있다는 산소수이든, 일본의 바다 깊은 곳에서 끌어올렸다는 해양 심층수이든, 핀란드의 자작나무 수액을 담았다는 유기농 물이든 간에 말이다. 하물며 보틀을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로 장식했다는 할리우드의 파티용 물인 bling H2O(750ml가 3만9천원이라고) 를 미국에서 공수해 드신다 해도! "좋고 귀한 물의 조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올바르게 물을 마시는 방법이겠죠. 꾸준히 마시는 습관도 중요하고요." 물 전문 웹 사이트인 워터카페 매니저의 말. 일단 한 번 개봉한 물은 가급적 24시간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되도록 병 입구에 입을 대고 마시지 않고,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이 좋은데 제 아무리 비싸고 좋은 물이라 해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변기물과 다름없는 수의 세균이 번식한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병이 예쁘고 스타일리시하다고, 한 번 사용한 물병을 재활용해 갖고 다니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이야기.
냉장 보관을 하면 물에 녹아있는 미네랄이나 탄산이 온전히 유지될 뿐 아니라, 10도 정도의 찬 물은 사람이 물을 가장 '맛있다, 상쾌하다'고 느끼게 하는 온도라는 사실! "난 E물은 너무 비린 맛이 강해서 못 먹겠더라." "T물은 뒷 맛이 정말 깔끔해! 확실히 다르다니까." 혀끝이 유난히 예민하신 요즘 그녀들의 대화다. 둔한 에디터로서는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라고 넘기고 말았지만 정말 물에도 맛이 있는 걸까? 맛있는 물, 좋은 물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느껴지는 물이 제일 좋은 물입니다. 유해 물질이 없고, 미네랄 성분이 균형 있게 들어 있어야 함은 기본이지만요." 옳거니, 그렇다면 미네랄 성분이 균형 있게 들어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면 되겠구나! 분주해질 필요 없다. 하물며 싱크대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에도 미네랄은 충분히 함유되어 있으니까. 한선희 박사는 나무 수액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의 맛에 대한 느낌은 플라시보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물의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1:1:1의 비율로 나오니까요." 어떤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라는 광고나 세련된 디자인 등에 의한 심리적인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물론 미네랄의 양에 따라 물 맛에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미묘한 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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