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8년 3월 24일.
성남 모란시장으로 새로 이전했다는 5일장터 구경이나 갈까 하다가 중학교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숲 전철 4번 출구로 나와라 말했다.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귀농귀촌 관련박람회를 3일간(3. 23 ~25) 열기에 친구한테 알렸다.
점심을 일찍 먹고는 양재동으로 나갔다.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실버농장 회원에 당첨되어서 소꼽장난같은 텃밭을 가꿀 친구한테나 또 엉터리 농사꾼인 나한테도 전국의 귀농귀촌에 관한 정보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기회였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핸드폰이 작동불량인지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깥에서 한참이나 기다리는데 친구한테서 이미 박람회 안에 있다고 전화가 왔다. 나만 공연히 바깥에서 시간을 조금 헛되게 보낸 셈.
박람회는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농촌진흥청이 후원.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조합중앙회, 국민연금공단, 한국관광공사 등 공공기관과 전국 지자체가 참여해 귀농 지원책을 소개.
전국적으로 160개의 부스를 운영하면서 지방의 특색 있는 식품과 상품을 전시했고, 홍보 자료를 무료로 나눠주고, 때로는 특산 식품을 시식하게 했다.
사과를 재배하는 지역과 과수 농가가 많다는 느낌이고, 경북 청송군의 사과 맛이 아주 좋았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달작지근 부사(사과 종류) 맛이 출중했다.
부스 안에서는 귀농귀촌을 상당하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농업, 임업, 수산업, 가축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홍보였으며, 귀농귀촌(귀어, 귀산 등)에 대한 현지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원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방 농업기술센터 안에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운영하기에 상담하기가 무척이나 실용적이다.
내가 판단하기에는 농사를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공해서 판매하고, 특히나 지역문화를 연계하는 6차산업이 활성해야만이 보다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 시간 남짓 구경하는데 분당 친구는 도시텃밭지기답게 조금은 지루한 듯 바깥으로 나가자고 한다.
귀농귀촌 관련 홍보자료를 얻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거실에서 미나리를 다듬고는 줄기 부분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기에 내가 마디가 있는 줄기를 골라서 플라스틱 바가지 담았다. 물을 자주 갈아주면 실뿌리가 생길 것이다.
전남 광양시 어촌에서 자란 아내는 미나리 농사를 이해하고 있다.
'싹 내서 키우려고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크게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다.
나는 안다. 도시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은 그릇에 미나리를 키워도 성장세가 별로이라는 것을.
시골 미나리꽝(터) 환경과는 전혀 다르기에.
그런데도 혹시 실뿌리가 내리면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에 심으려는 심산이다.
물속에서 키워야 하는데도 물기가 전혀 없는 텃밭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단 성장세는 아주 불량하지만 그래도 산다. 내 경험이다.
증조모 제사를 지낸 뒤, 4월 초에 시골로 내려갈 때 미나리 모종을 가져가야겠다.
친구는 도시텃밭지기이다.
며칠 뒤 3월 29일 성남시청에서는 실버 텃밭지기에 대한 첫 모임이 있다고 한다.
나는 성남시민은 아니로되 옵서버로 참관해서 도시텃밭의 분위기를 파악해야겠다.
결언한다.
손가락 한 마디도 채 안 되는 길이로 자른 미나리 줄기.
음식쓰레기 통으로 버려야 할 미나리일 망정 나는 이들을 살리고 싶다. 식물은 잘라낸 부위에서 세포분열을 하기에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새로운 모종을 얻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아파트에서 사는 내가 플라스틱 바가지에 미나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글 쓰고 있으니 착각이 심각한 건달 농사꾼이다. 어쩌면 사이비 농사꾼이다.
몸은 서울 아파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 텃밭에 가 있으니 나는 어쩔 수 없는 시골 사람인가 보다.
오늘도 사이버세계로 넘나들어도 마음은 농사꾼이 되어서 무엇인가를 가꾸려고 궁량한다.
첫댓글 뭐하나 버릴것이 없군요
저는 농사는 잘 모르고 제 체험을 살려서
글쓰기는 즐겁습니다
예. 저한테는 버릴 게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기에.. 늘 창의적일까요?
우리한테는 창의성, 창발성이 부족하지요. 그런데 저는 이따금 아꺼쓰는 버릇이 있어서...
사실은... 경제가 발전하려면 조금은 소비 즉 낭비하는 측면이 있어야만 업체가 살아서 발전할 수 있지요.
나같은 사람을 만나면 업체는 망합니다.
제 아내는 쪽파의 실뿌리를 잘라 씻어서 말린 뒤 차로 물 끓여서 마시대요.
조 선생님도 한 번 해 보세요. 작은 화분에 식물 키우는 재미를요. 단 큰 돈은 들이지 말고요.
최 선생님께선 건달 농사꾼, 사이비 농사꾼이란 말씀을
많이 하시던데
시골 고향집에 딸린 농토(텃밭)가 있으니 묵힐 수는 없고(묵히자니 아깝기도 하고),
또 서울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그래도 텃밭 가꾸며 몸을 움직이고 내가 손수 가꾼 야채와 과일을
얻는 재미를 쏠쏠 느끼시는 분 같습니다.
예 건달 농사꾼, 사이비 농사꾼이지요.
시골에 주소지를 두어서 촌사람이지만 농사를 지어서 그것으로써 돈 벌어서 생활하지는 않지요.
돈 버는 농사보다는 돈 쓰는 농사를 짓지요. 텃밭농사 일을 즐긴다는 뜻이지요. 사람은 자연을 이기거나 지배할 수 없지요. 잠깐만 이용한다는 것에 불과하지요. 늘 움직이며, 늘 생각하며, 늘 진화하는 그런 모습을 그립니다.
도시의 삶도 그렇지만 시골의 삶은 정말로 부지런해야 되지요.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슬기로움이 배어 있지요. 자신을 낮추며, 하늘의 날씨,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배우며 사는 것이지요.
이런 글도 어쩌면 새로운 문학으로 진화하는 길이겠지요.
생태문학, 생태수필로요.
@최윤환 모두가 농사를 잘 지으면? 좋을까요?
아닌데요. 도시인들이, 귀촌인들이 농사를 짓되 돈 쓰는 농사를 지어서 조금은 실패를 해야 하지요.
그래야만 진짜 농사꾼이 물건을 만들어서 팔 수 있지요. 모두가 자급자족하면 시골사람 농사 축산 어업 임업하는 분들은 진짜로 힘들게 되지요. 적당히 즐기는 텃밭농사, 즉 화분농사이기를 빕니다. 촌의 삶을 이해하는 저는요. 모두가 전문가여서는 안 되지요. 우리나라 직업숫자가 거의 4만 5만 개에 달하는 것처럼 특출한 전문가들이 살아야 하고, 저처럼 아마츄어들은 이해하고 즐기는 쪽으로 학습되었으면 합니다.
댓글이 본문보다 더 유익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