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세대에끼어

[심성자]

베이비부머 세대에 끼이다보니

                                                                                        심 성 자

   어느 날부터인가 베이비부머들의 이야기가 방송과 신문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휴전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712만 명 정도라고 한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세대, 그러면서 자식들에게는 짐이 되고 싶지 않는 자립형의 세대이기를 바라는 외로운 세대.

그런데 요즘은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해 100세의 수명을 이어갈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대고 있고 사회도 노령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11%에 달하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출산은 최하위를 달리는 사회에서 노인들로만 넘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지 무서워진다. 더구나 준비된 자에게는 늘어난 수명이 축복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무서운 재앙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2018년까지 집중적인 은퇴가 예상되지만 노후 준비와 재취업 대책이 부족한 상황이란다. 지금도 청년실업의 대란을 맞고 있는데 나이 먹은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나 할까 의문스럽다.

   가끔 우리부부의 대화에서도 노년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세워진 것도 아니고 비축된 자금도 없으니 불안해진다. 아이들의 뒷바라지도 아직은 먼 길을 가야하는데 남편의 퇴직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으려니 생각이 많아진다. 자녀교육에 올인 하지 말라고 하지만, 부모란 자리가 나를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부모님 모시고 자식들 교육시키는 것이 삶의 기준이었으니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편이 직장에서 받는 압박감은 몰라라하면서 가능한 오랫동안 직장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이기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되지 않는 퇴직 후의 삶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더군다나 직장생활만 오래하던 사람이 뚜렷한 대책 없이 일을 놓으면 병을 얻는다는 인생 선배들의 충고에, 옥죄어 오는 퇴직 앞에서 갈등하는 그이지만 버티라고 닦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에 이것저것 자격증에도 도전해보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지만 격려를 해주기보다 불투명함 때문인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해주었으니 이제부터는 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보라고 권하는 아내들도 많다는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조급하게 만드는 걸까.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면서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물러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동안 생활하면서 얻어진 지혜와 연륜에서 나오는 능력과 상황판단 등이, 젊은 열정과 합해진다면 더 좋은 결실을 낼 수도 있으련만, 나이에 떠밀려 100세 인생 중 절반의 생에서 물러나는 사회의 시스템이 안타까울 뿐이다. 영원한 직장을 보장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에서도 아닌 환경에 의한 퇴사라는 것에, 필요한 인력의 낭비가 큰 국가적 손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100세 시대에 퇴직 후의 인생을 짧게 잡아 20년이라 해도 216,000시간의 리스크를 안고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관심이 건강문제가 아니겠는가. 평균수명의 연장이 아니라 건강한 수명의 연장만이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으니 병원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내게는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명 중 7명의 자식이 부모 치매 때엔 요양원에 보내겠다는 설문의 내용이 보도되었다.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식과 살겠다는 사람보다 배우자와 요양원에 가겠다는 대답이 10배 이상이라고 한다. 자식과 살면서 뒷방 늙은이가 되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더욱 여성들의 수명이 배우자 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하니 가족의 건강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여성 자신의 건강에도 투자를 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또한 건강과 돈 문제만큼 노년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역할’의 문제라고 한다.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받았으니 되돌려 준다는 의미에서라도 봉사를 할 수 있다면 더욱 보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큼 즐겁고 큰 활력이 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이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시장입구에는 눈이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좌판을 펼치고 야채를 파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모두 칠순은 족히 넘어 팔순에 가까운 노구를 끌고 앉아 장사를 하신다. 비록 삶이 고단할 지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스스로 움직여, 손자들 용돈도 주고 내 쓰고 싶을 때 쓰기도 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할 일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거란다.

반면 적당히 출타할 곳이 없어 이곳저곳 구석진 곳에 앉아 하루를 허송세월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그 어르신들에게는 하루의 삶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100세의 인생에서 50대는 인생의 반환점일 뿐이다. 그렇다보니 정년후의 재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물론 노후의 돈은 어떤 천군만마보다도 더 커다란 위력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남은 인생에 필요한 만큼이면 되지 축적하라는 것은 아니다. 노인도 인간이기에 시간을 죽이며 지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좀 더 보람되게 살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기본적인 경제력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와 시간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준비가 되어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실천하고 노력하는 삶이 되도록 해야겠다. 자식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남은 생활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삶이 되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 위축되고 소외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에, 삶 자체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지금부터 벌어질 나의 노후에 대한, 준비된 미래를 맞이할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겠는가.

 f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좀 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서 텃밭도 가꾸고 그동안 못했던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는 꿈을 꾸어본다. 특별한 재주는 없어도 어르신들에게 말벗도 되어드리고 삶에서 나오는 경험들도 배우며 나누는 삶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동안 소같이 벌었으니 쥐처럼 먹는다면 그리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은 젊다는 열정으로 남은 시간, 소비하는 삶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야겠다.

[소봉]

ㅎㅎㅎㅎ. 오늘에사 이 글을 읽어보네요. 소같이 벌어서 쥐처럼 먹는다는 말이 아주 재미있군요. 잘 지내나요?

[심성자]

제가 교통사고로 이곳을 들어오지 못했어요. 오늘 잠시 들려가려는데 선생님께서 오셨네요. 지어진 인연은 깊은데 잘 뵙지를 못하네요. 요즘 출근과 치료로 주위가 어수선해서
좋은 사람들과의 연도 잠시 접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항상 건강하세요.

[소봉]

앗! 그런 일이?? 그래도 출근하는 걸 보니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나 봐요.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