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 String Quartet in G major D 887
슈베르트 - 현악4중주 15번 G장조 D 887
Franz Schubert [1797 ~ 1828]
Brandis Quartet
Thomas Brandis - Violin I
Peter Brem - Violin II
Wilfried Strehle - Viola
Wolfgang Boettcher - Cello
Recoding - 1995
전체 연속듣기
1. Allegro molto moderato
2. Andante un poco moto
3. Scherzo, allegro vivace
4. Alegro assai
현악 4중주 15번 (String Quartet No.15 G major D887)
시대 / 낭만
분류 / 낭만주의 음악 > 실내악 > 4중주
제작시기 / 1826년
작곡가 /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출판 / 1851년
편성 /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요약 / 이 곡은 슈베르트가 남긴 15곡의 현악 4중주 중 마지막 곡이다. 1826년 6월에 완성되었다. 슈베르트가 남긴 현악 4중주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명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울한 여름 날씨 속에서
1826년 6월 슈베르트가 살던 비엔나의 날씨는 이상하게 춥고 비가 왔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날씨에 대해 자신의 친구인 바우언펠트에게 편지를 쓴다.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우리를 정말 버리신 것 같군. 태양은 빛나기를 거부하고 있어.
5월이 되어도 우리는 마당에 앉아 있을 수가 없네. 최악이야!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이야! 나는 아무 작업도 끝낼 수가 없어.”
당시의 기록에 의하면, 기온이 14도가 채 안되었고, 연일 비와 구름 낀 날씨가 계속 되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슈베르트는 이 시기에 그의 마지막 현악 4중주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곡은 열흘 만에 완성되었다. 이 곡의 길이와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열흘 만에 1500마디가 넘는 곡을 쓴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또한 당시 청중들이 이렇게 긴 길이의 실내악곡을 듣는 일이 거의 없었음을 고려할 때 슈베르트는 왜 이렇게 야심에 찬 계획을 놀라운 속도로 완성했던 것일까?
슈베르트 말년의 야망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슈베르트는 유약하고 가난한 예술가 친구들과 모여서 노래를 작곡하고 연주했던, 평생을 지독한 가난에 찌든 작곡가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슈베르트는 엄청난 야심의 작곡가였다. 그는 살아생전 리트 작곡가로서 이름을 떨쳤지만, 그의 마음속에 있었던 장르는 오페라와 교향곡이었다. 그러나 이 장르에서 슈베르트는 커다란 실패를 맛보았다. 이 장르들은 모두 당대에 큰 인기를 누렸던 장르였고, 오페라에서는 로시니가, 교향곡에서는 베토벤이 이미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터였다. 슈베르트는 오페라에서 이미 큰 실패를 맛본 터였고, 1824년까지 그가 작곡한 6개의 교향곡은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연주되지 않았다. 이 두 장르 모두 ‘규모의 예술’이기 때문에, 슈베르트에게는 분명히 대규모의 작품에서 존경받는 작곡가가 되고픈 열망이 있었음에는 분명한 듯 보인다.
현악 4중주에서 찾은 슈베르트의 새로운 길
그런 그가 1824년부터 새로 관심을 보였던 것은 바로 현악 4중주였다. 이 장르 역시 베토벤이 유래 없는 성공을 거둔 장르였다. 자신의 인생의 끝을 보고 있던 그 시점, 슈베르트의 타개책은 현악 4중주에 있어서만 이라도 자신이 이 장르에 숙달된 작곡가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또한 베토벤이 이룩해놓은 이 장르의 전통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결국 슈베르트는 소나타 형식이라는 익숙한 형식과 현악 4중주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이 어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로 한다. 그 결과가 슈베르트의 마지막 세 개의 현악 4중주이다. 그는 이 곡이 연주되건 되지 않건 간에 상관없이, 새로운 시대의 타개책으로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일군의 학자들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완성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부분에서 답을 찾고 있다. 즉, 어차피 연주가 되기 힘든 상황에서 완성되고 말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
1악장은 종래의 소나타 형식의 관습을 교묘한 방법으로 뒤틀어놓은 실험적인 형식감으로 유명하다. 슈베르트는 이 악장에서 종래의 소나타 형식이 가지고 있던 커다란 틀(전개부에서 제시된 음악적 소재들을 가지고 조성적으로 발전을 시켜 재현부에 이르러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틀)을 새롭게 해석한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의 근간이 되어왔던 음악적 목표점이 특이하게 어그러져 있다. 1주제는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조성을 확립하기는커녕 G장조에서 g단조로 이동한다. 이것은 슈베르트가 다른 곡에서 많이 보여주던 장단조 혼용의 단편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 2주제는 D장조에서 B♭장조를 거쳐, 아주 먼 조성인 F#장조까지 간다. 이렇게 길고 긴 화성적인 우회를 거쳐 재현부에 다다르지만, 여기에서 우리의 귀에 쏙 들어오는 ‘재현’은 없다. 원래의 1주제는 거꾸로 g단조에서 시작하여 G장조로 진행된다. 제시부의 스포르찬도는 재현부에서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는 피치카토로 뒤바뀐다.
2악장 안단테 운 포코 모토
처음 슈베르트가 이 곡의 느린 악장의 조성으로 선택했던 것은 b단조였다. 그러나 그는 b단조를 스케르초를 위해 남겨두고, 이미 남겨놓은 스케치를 e단조로 다시 쓴다. 첼로가 시작하는 주제 선율은 열정에 가득 차 있다. 우아하면서도 우수에 찬 주제 선율은 때로 아주 폭력적으로 돌변한다. 이러한 모습은 슈베르트의 후기 기악작품들, 즉 〈방랑자 환상곡〉의 느린 악장이나, 후기 피아노 소나타의 느린 악장에서 자주 볼 수 있다.
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비바체
멘델스존적인 투명함으로 가득한 스케르초와 또 다른 긴 첼로의 솔로로 시작하는 렌틀러 풍의 트리오로 구성되어 있다.
4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슈베르트가 피날레에 타란텔라를 쓴 것은 이 곡 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미 바로 직전에 작곡했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의 마지막 악장에서도 회오리가 치는 듯한 타란텔라를 선보인 바 있다. 아마도 슈베르트의 타란텔라의 모델이 되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는 작품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일 것이다. 하지만 베토벤의 타란텔라보다 슈베르트의 것은 훨씬 더 죽음의 무도로 초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악장에서 보여준 장단조 혼용은 결국 G장조 현악 4중주의 마지막 악장이 G장조가 아닌, g단조로 쓰인 데에서 작곡가가 이 두 조성 사이의 갈등을 얼마나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중간부의 로시니적인 가벼움의 순간에도 음악은 종국의 비운의 소용돌이를 향한 길을 멈추지 않는다.
글 정이은
서울대학교 작곡과 이론전공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음악학을 공부한 뒤, 홍콩대학교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글 출처 클래식 백과
클래식 음악의 개요는 물론, 작곡가와 음악에 담긴 이야기들까지 세세하게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