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부르는 '역사적인' 제작발표회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개최
아픈 역사는 아픈 역사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일까? 상처받아본 자가 상처입은자를 치유하는 법이다. 역사의 동조현상이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부회뇌동’(conformity effect)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맥클린톡의 동조현상과 같은 것이다. 아픈 역사는 아픈 역사를 서로가 알아보고 보듬어준다.
그러기에 강혜명 감독은 이미 물이 오른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서울의 제작 발표회를 역사의 현장인 '서대문형무소'로 선택했다.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일제의 겁박과 총칼에 풀잎처럼, 그러나 소나무의 기개롤 품고 스러져간 죽음의 현장이 바로 서대문형무소가 아닌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야만 했던 제주학살 피해자들 역시 들불에 속절없이 타들어간 잡초같은 국민들이었지만, 영원히 죽지 않는 소나무처럼 역사속에 면면히 살아숨쉬고 있다.
강혜명은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러기에 아픈 역사는 아픈 역사가 치유해야 하기에 부득불 서대문형무소로 향했던 것이리라.
그동안 여수와 제주, 경기 등지에서 공연되어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순이삼촌이 마침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참으로 ‘역사를 부르는’ 공연이랄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죽었던 역사요, 나이든 이들에게는 잊혀져가는 역사, 아니 누군가는 죽어도 되살리기 싫은 역사, 그러나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는 법이기에 마침내 세종문화회관으로 끌고 온 것이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과 제주시(제주시장 직무대리 부시장 이상헌)가 공동 기획하고 제작한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예술총감독 강혜명)은 오는 9월 3일(토 19시)과 4일(일 1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석 초대로 펼쳐진다. 바로 이 공연을 알리기 위한 제작발표회를 서대문형무소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와 4.3희생자 배, 보상 등을 이끌어낸 국민적 관심과 격려에 대한 보답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4.3희생자 유가족들과 도민들을 대신해 국민들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이라고 할 수 있죠. ‘순이삼촌’을 통해 제주4.3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혜명은 힘있게 말한다.
8월 10일 오전 10시 30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실내외 공간에서 펼쳐지는 제작발표회에는 원작자 현기영, 예술총감독 강혜명, 작곡가 최정훈, 지휘자 김홍식, 출연배우 김신규·이동명(상수역), 최승현(할머니역), 장성일(고모부역) 등이 참여한다.
국내의 저명한 문화예술계 평론가를 비롯, 언론사, 문화예술지 관계자를 초청,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기획과 연출, 제작과정 등을 소개하고 질의응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식전 공연으로 출연 배우들이 직접 대표 아리아 3곡을 노래하는 특별 무대도 마련한다.
제주4.3의 아픔과 토벌대의 학살로 아이를 잃은 어미의 슬픔을 4막의 오페라로 표현한 ‘순이삼촌’의 이번 공연은 도립제주예술단, 극단가람, 제주4.3평화합창단, 제주시뮤지컬아카데미를 비롯, 밀물현대무용단 등 약 230명이 출연한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의 절절한 노래뿐만 아니라 제주의 실력파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열연은 관객들을 과거 70여 년 전 비극이 벌어진 북촌마을로 데려갈 것으로 보인다.
고희범 이사장은 “순이삼촌은 제주 지역 창작문화예술 공연 콘텐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 작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공연이 제주4.3의 진실과 교훈을 전국으로 알릴 수 있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 티켓은 1인당 4매까지 유선으로 예약 가능하며 현장에서 수령해 선착순 입장할 수 있다. 티켓문의 02-549-4133, 064-728-1509
[글과사진:월간리뷰 대표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