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
이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으니 그만큼 더 세월지난 그 옛날에...
백설공주가 일곱난장이와 살고 있었어요...
백설공주가 왜 일곱난장이 집에 오게됐는지는.... 다들 아시죠?
암튼... 백설공주가 오기전의 난장이네 집안 살림은 너무나
엉망이었답니다.
널려진 팬티며 청소안한 푸세식 화장실이며...
공주가 이집에 첨들어왔을때는 정말 고추냄새 가득한 노총각네 집이었지요.
그런 집을 번쩍반짝 만들어논 공주를 보았을때 난장이들 기분이
어땠겠어요?.... 흐으...그야말로 하얀천사를 만난 기분이었을 거에요...
그렇게 일곱난장이들과 만나게된 백설 공주.....
먼저 난장이들과 하나씩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백설 공주에요~ 이숲 저편 나라의 공주랍니다~~
'아아~~ 그 눈꽃사슴과 홍등수리가 말하던 숲속에 들어온 아가씨가
공주님이었군요?'
'전 난장이네 대장 비뿌릴껴에요...여기서 나이가 제일 많답니다.
'저는 레난장이라고해요....집안 살림을 맡고 있지요....'
'길님이 라고 해요..........'
그렇게 공주는 난장이들과 마음을 열었어요...
'아...그런데 저기 저분은...왜 아무말도 없으세요...'
두목난장이 비뿌릴껴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저애는 말을 하지 못해요.... 태어날때 부터 그랬답니다.
반달아. 이리와... 인사 드리렴...'
반달이라 불린 어린 난장이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공주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는 .... 그날 광산옆 꽃밭에서 꺽어온 하얀 안개꽃 다발을 내밀었습니다.
'반달이가 인사드리는거에요....우리모두의 마음이니 받아주세요..'
하얀 안개꽃 다발을 받아들며 환하게 미소짓는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에
반달이의 빨개진 얼굴은 식을줄 몰랐답니다..
'정말 예쁜 꽃이에요..... 이꽃 이름이 뭐죠?'
푸히히... 사실 공주는 그동안 궁안에만 갇혀 살아왔기 때문에
안개꽃을 처음 보았던 거에요....
그 물음에 난장이들은 당황했어요... 안개꽃을 모르리라곤....
그때~~ 반달이가 뭔가 몸짓을 시작했어요...
잔잔함....을 팔과 표정으로 말했고... 촉촉히 젖어오는 물빛의 느낌을
가슴과 눈으로 표현했어요....
'잔잔함?....촉촉함?.......죄송해요..모르겠어요..전...'
'으음...그건 안개꽃이라고 해요....이 안개숲 어디서나 볼수있죠..'
레난장이가 말해 주고서야 백설공주는 작은탄성을 내었습니다.
'아아..잔잔하고 촉촉한 안개?....
안개꽃이라... 정말 이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꽃이네요...'
자신의 몸짓으로 백설공주에게 뜻을 전달하지 못한 반달이는
그만 풀이 죽어 버렸답니다.......고개를 다시 숙여 버렸죠..
하지만...다음순간 반달이는 태어나 처음 느끼는 황홀감에 고개를
번쩍 쳐들고 말았답니다..
왜냐면....
'고마워요 반달님...' 이라는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공주의 촉촉한입술이 그의 뺨에 닿았기 때문이었죠...
그 답례의 키스로 백설공주는 난장이들과 함께 살수 있게 된거였습니다....
그날의 피곤함에 지친 공주는 난장이들이 자신들의 침대를 모두모아
마련해준 잠자리에 곤히 잠들었답니다...
두목 난장이 비뿌릴껴도 한참을 오늘의 기쁨을 떠들다 잠들었고..
부두목 레난장이도 새근새근 잠들었고...
길님이도 음냐음냐하며 콜~콜~~ 거렸고...
여섯 난장이들이 잠에들었어요....
하지만.... 마지막 난장이 반달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백설공주의 입술이 닿은 뺨의 온기를 느끼며....
자신이 한마디라도 말을 할수 있다면....에 언제나 보다 더욱 간절함을
느끼며.....
반달이는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안개꽃보다... 그 꽃에 싸여있는 공주님이 더욱 아름다우신걸요...'
라는 한 마디를요....
하지만....반달이의 말 못하는 시간은 흘러만 갔답니다...
우이이이이... 그사이 누구나 다알고 모두가 다 인정하는 악랄한
백설공주의 새엄마왕비는 공주를 죽이려고 안개숲에 2번이나 왔답니다.
휴우...청소 잘하고 예쁘기만 한 우리의 순둥이 백설공주는
두번다 꼴딱 속아 넘어갔지 뭐에요....
야비치사잔악비겁악독악랄한새엄마왕비의 첫번째 꾀임은
공주를 호수에 빠뜨리는 것이었어요.......
예쁜 상아빛 원피스수영복과 물결무늬 수영모로 백설공주를 꼬신겁니다.
바보 백설공주..... 그만 변장한 새엄마가 인도한 호수의 가장
깊은 곳에 빠지고 만거였어요...
회심의 미소를 띈 새엄마는 안개숲에 몰래 들어왔듯 몰래 사라져버렸습니다.
백설공주는 자기가 정말 죽는줄로 알았습니다...
허우적 거리다가 힘과 정신을 잃는 순간... 공주는 누군가의 팔이
자신을 강하게 붙잡아 주는것을 느끼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쩜.쩜.쩜..
아침 햇살에 살며시 눈을 뜬 공주는 자신이 살아있는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강한 팔의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것도 보았답니다...
반달이는 그만 심한 독감에 걸려 일주일을 누워 잇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마냥 기쁘기만 했어요....
다시한번 공주에게 따듯한 키스와 간호를 받았기 때문이었죠...
반달이는 '좋아해요 공주님....'이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정도의 서글픔은
공주를 구했다는 기쁨에 가려 살며시 사라졌답니다..
으으으... 그런데 이놈의 야비치사잔악비겁악독악락한 왕비는
진실의 거울을 통해 공주가 살아있느걸 알고는 또 왔지 뭐에요..
두번째는 저번의 경험으로 많이 똑똑해진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
........ 대신 창문으로 주는 왕비의 독가시를 지닌 장미를 받고는
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바보 백설공주.....
쓰러진 공주를 발견한 일곱난장이는 너무도 슬펐습니다...
반달이는 다른 여섯난장이의 여섯배를 더 슬퍼했습니다.....
앗!! 그런데 독장미를 발견한 경험많은 두목 난장이가 말하는거에요~
'이 장미는 독장미야! 가시에찔리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지..
하지만 해독약이 있어...음...있지만....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어..'
비뿌릴껴의 말을 들은 반달이는 당장 그 해독약을 구하러 떠나겠다고
했고....정말로 떠났습니다,..너무도 힘든 여행을요...
한달후.... 반달이는 초생달 처럼 비쩍 마른 모습으로 안개숲에
돌아왔습니다..... 폼속엔 장미의 요정이 준 장미요정의눈물을 들고요....
반달이의 몸은 성한곳이라곤 한군데도 없었지만...
그의 품속의 싸인 눈물단지는 너무도 곱게 반짝거렸답니다...
하지만........ 반달이는 또다시 기뻐만 했답니다....
백설공주의 세번째 키스가 그의 이마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죠.....
온몸의 상처를 치료하는 석달동안 반달이는 계속 기쁨의 미소만 띠고 잇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좋아해요 공주님.....'이란 말을 할수 없는 자신의 서글
픔이 좀더 오래 가고 있음을 알았답니다.....
휴우......진실의 거울도 밉고... 새엄마왕비도 너무 싫네요..
세상에...또 온거에요...... 백설공주가 빨간사과를 좋아한단 정보를
홍등수리를 고문끝에 알아낸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심층 계획된음모를
가지고 안개숲에 들어온겁니다...
그리고는 안개숲에서 백설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한 사과나무에
마법을 걸었답니다....
이 사과 나무에 열린 사과를 먹는 이들중... 동물도 난장이도 아닌
단지 사람만이 먹었을때 두번다시 깨어나지 못하게하는 마법을요..
이숲엔.... 백설공주외엔 사람이라곤 한명도 살지 않았거든요...
자신의 이 계획에 크게 만족한 나머지 새엄마왕비는 한가지 조건을 걸었답니다.
먼 이웃나라 왕자의 입맞춤만이 백설공주를 깨어날수 있게 할수있다...
라고 말에요....
그리고는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뒤로한채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한데 눈꽃사슴이 계속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건 알지 못했었지요
그날도 어김없이 사과를 따러온 백설공주....
백설공주같이 한없이 하얀 마음을 가진 사람들 말고는 모두들 난장이들의
모습조차 보기 싫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징그러운 코와 무릎까지도 안오는 그들의 모습만보았지
난장이들의 맑은 마음은 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래서 안개숲같이 깊숙한 곳에 난장이들은 숨어 살아야 했던거였죠.
모두의 깊은 한숨속에 반달이가..... 조용히 일어섰습니다...
내가..내가 다녀오겠다고.... 그왕자를 내가 데려오겠다고....
모두들 깜짝 놀랐지요.... 반달아 너 미쳤니?! 방금 쟤가 뭔소릴 한거야?
'안돼!! 너를 절대 보낼수 없다... 그곳에 가면 니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줄 몰라서 그러는 거니? 더구나 말도 못하는 네가 거기
가서 뭘 할수 있단 말이야!! 반달아!!!!'
여섯난장이의 걱정스런 만류와 말도 안된다는듯 질책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반달이는 달리기 시작했어요..
공주를 깊은 호수에서 구한것도 반달이 자신이었고
그 험한 여행끝에 장미요정의눈물을 구해온것도 자신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공주를 구해야할이는 바로 자신일것을 원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원한것은...
자신의 힘으로 깨어난 백설공주에게 보여주고픈것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람의언덕을 지나 벌꽃의 호수를 건너 이곳 안개숲에
오신 당신을....나는...반달이는 진실로 사랑합니다.'
라는 긴 제목을 가진 춤이었습니다...반달이의 몸짓언어였지요.
이 춤을 만들기 위해 반달이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모릅니다..
하루종일 광산에서 일한 지친몸을 쉬지않고 언어를 생각했어요.
아무도 보지 않게 하기위해 밤늦게 혼자 만들었습니다..
가는손짓으로 바람을.... 벌꽃의 느낌을 세찬팔놀림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망설임도 많았지요....
혹시나 공주님이 못알아듣지 않을까...날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공주님의 따뜻한 눈빛을 다시는 볼수 없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꼭 보여주고 싶었어요...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안그러면 반달이의 마음은 꼭 터져버릴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그춤의 끝엔..
공주의 이마위에 자신의 키스를 살며시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조그만 키스로 말 못하는 자신의 수줍은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반달이는 달렸습니다..
안개숲을 떠나 도착한 사람들의 나라는 반달이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바삐 움직이지만 표정없는 사람들.... 웃음을 잃은 아이들....
그사람들의 대화속엔 이나라 왕과 왕비에 대한 불만과 욕뿐이었습니다.
이 나라는 공주가 태어난 나라... 나쁜새엄마왕비가 살고있는 나라였어요
나쁜 새왕비는 자기마음과 같은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었던거에요..
그제서야 반달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좋은 놀림거리를 만난듯한 눈빛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반달이가 아무리 몸짓을 해도 그 사람들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어요...
'저것이 뭐라 발버둥을 치는겨?....흐흐 잡히기만 해봐라..'
삶에 지친 그들의 눈엔 작은 난장이의 표현따윈 들어오지 않았던 거죠.
반달이는 다시 냅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어요... 백설공주님은 이러지 않았는데... 공주님의
눈빛은 따스하기만 한데.... 다른사람들은 왜이리 차가운 눈빛 뿐일까..
만약 공주님이라면 이사람들의 마음에 하얀빛을 심어줄텐데...
더욱더 공주님을 깨어나게 해드려야한다는 용기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 큰 나라를 몰래 벗어나기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낮에는 몰래 숨어야만 했고 밤에만 살금 움직여야 했어요
음식을 얻기란 큰 모험을 감수해야만 하는일이었죠.
보름후에야 겨우 새엄마왕비의 나라를 빠져나올수 있었습니다.
먼 이웃나라로 가는숲과 늪의 길은 차라리 매우 편한 여행이었어요.
난장이들의 친구인 새들과 나무들이 가득했거든요..
한 착한새의 안내로 먼 이웃나라에 도착할수도 있었습니다.
반달이는 다시금 깜짝 놀랐답니다...
이 나라는 새엄마왕비의 나라와는 모든게 달랐어요..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활짝 웃고있었고..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저번일에 겁먹고 숨어있는 반달이를 발견한 사람들의 반응도
달랐어요.
'아니... 난장이잖아...옛날에 우리 사람들이 너무 괴롭혀서
사라진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다니... 정말 다행이군...
반달이는 넉넉한 아주머니가 준 우유한잔을 급하게 들이키고는
말을 했습니다...아.... 몸짓을 시작했습니다..
'전 안개숲에서 온 난장이 반달이라고 합니다...
저희숲에 잠들어계신 백설공주님을 구하기 위해선 이나라 왕자님의 키스
가 필요해요... 제발 만나게 해주시겠습니까?'
그러나...이걸 어쩌죠.... 착하디 착한 사람들이었지만..
아무도 반달이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저 아름다운 춤을 추는 이상한 난장이야.... 라고만 생각하고
마는거였어요..
아무리 몸짓을 하고 춤을 추어도 누구도 반달의의 뜻을 완전히 알아듣지
못했어요..
누구는...
'저건 날지못하는 새의 아픔을 노래하는거야...'라고 말했고
'아냐...바람에 쓰러지는 안개의 모습을 표현한거야...'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이나라의 한 난장이 연구학자는
'음...이 난장이는 결혼할 때가 된거요..지금 저 춤은 짝짓기를 원하는
수컷의 뽐내기라고나 할까?...하하하~~ 그런거요~~ 내말을 믿으시요~'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기도 했습니다.
그말을 들은 한 귀족부인은 이런말도 했어요.
'어머 안됐네요..제가 중매라도 설까봐용...
근데 참한 여자 난장이를 어디서 구하죠?'
반달이의 춤은 계속 됐지만.........
이 나라에 도착하고난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사이 반달이는 하루도 쉬지않고 춤을 추었답니다.
'거리를 지나는 누군가가 언젠간 나의 언어를 알아줄꺼야...
잠시 쉬는 사이 그사람이 그냥 지나가버리면 어쩌지?...
그럼 공주님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몰라....그래 난 쉴수 없어...
너무 너무 지쳐 힘이들때도 이생각만 하면 다시 일어서서 춤을추는
반달이었습니다..
그러나.... 힘든 시간이 흘러갈때마다 공주님을 구할수 있다는 희망은
반달이의 마음에서 조금씩 식어갔어요...
희망이 식어감에 따라 반달이의 몸도 허약해져갔죠...
매일 마다 맛있는 갈색빵과 우유한잔을 가져다 주는 넉넉한 아주머니의
식사도 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이곳에서 멀리... 안개숲에서 멀리 도망가고 싶었어요..
'나 같은것!... 말도 못하는 못생긴 난장이 같은것!...
공주님도 구하지 못하는 멍청한 난장이 같은것!!...'
보잘것 없는 자신에게 항상 봄날같은 미소만 지어주던 공주님을 생각하면
눈물만이 흘렀어요...
말을 할수 없는 목을 가지고 태어난 자신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한마디만....단 한마디만...... 죄송해요 공주님.....
자꾸 자책만 하며 눈물짓는 밤이 많아져만 같답니다..
차츰 야위어가는 자신을 매일밤 걱정해주는 시릴이라는 아이가 아니었다
면 벌써 멀리 도망 가버렸을지도 몰라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지요...
새벽이 찾아온 거리에 햇살이 막 비칠 무렵이었습니다.
시작된 햇살이 반달이의 눈을 포근히 감쌌어요.
전날의 피곤함을 간직한채 살짜기 눈을 뜬 반달이는
새벽햇살 사이에 서있는 한 청년을 보았습니다.
왜일까요.. 해를 뒤로 하고 서있는 그 청년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반달이는 분명 그청년이 부드럽게 웃고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당신의 춤을 보여주겠어요?'
눈을 비비고 고개를 들어 일어선 반달이는 청년이 매우 핸섬하다는걸 알
았고 그의 목소리가 매우 부드러움을 알았어요.
마치 옛날 동화속에서 항상 주장하는 왕자님같은...바로 그 모습이었지
요.
'당신의 춤을 보여주겠어요?'
혹시?......
설레였습니다....두근거림을 감싸안고 반달이는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안개숲...'
아!! 그 청년이 반달이의 말을 알아 들었습니다.
놀란 반달이는 다음 몸짓을 해보았습니다.
달빛의 느낌을 반으로 갈랐습니다..
'반달이....'
새벽사이에 서있는 그 청년은 반달이의 몸짓를 알아주었습니다.
그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반달이의 언어를 그 청년이 알아주었습니다.
기쁨에 찬 반달이는 환한 햇빛 사이에서 처음부터 다시 춤을 추었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고난도 슬픔도 눈물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자신의 말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걸요..
손짓하나.... 고개짓하나..... 모든마음을 집중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춤이었지만... 그 사이 느낀 반달이의 기쁨은 누구도
알지 못할겁니다.
새벽이 아침으로 바뀔때 춤을 끝낸 반달이는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이
빠진듯 그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어요.
하지만 마음만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지요.
'일어나세요... 같이가요'
청년이 반달이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어요.
혹시...혹시...
"예...제가 당신이 찾으려던 그 왕자랍니다..'
새벽과 함꼐 찾아온 그청년은.... 옛동화에서 말하듯 핸섬하고 부드러운
왕자같은 이청년은 정말로 핸섬하고 부드러운 진짜 왕자였던거랍니다.
'저 같은걸 어떻게 왕자님께서 직접 찾아오셨나요?'
반달이의 떨리는 물음에 왕자는 말해주었어요.
'이 나라에서 당신이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시나요?
아름다운 춤을 추어주는 착한눈을 가진 난장이...
난 당신이 보고 싶어 궁을 몰래 빠져 나온거에요..'
반달이는 알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 싶어 추었던 춤이...
절망으로 가는 맘을... 아니라고 되내이며 추어댔던 자신의 춤이
결국엔 희망이란 빛을 끌어내 주었다는걸요.
나의 춤이..나의 몸짓이....
벅차오르는 맘을 부여안고 반달이는 물었습니다.
'아아... 왕자님... 그럼 저와 안개숲에 가주시겠어요?'
왕자님은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그럼요... 당신의 공주님께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같이 가드리겠어요..'
한줄기 눈물..
'..어째서...어째서 저같은 난장이의 말을 믿어주시는거죠?'
왕자님은 진지하게 말해주었습니다.
'이나라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춤을 보여주었던 당신에게
나는 이 나라의 왕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의무를 하는것 뿐이랍니다.
그리고... 당신의 착한눈에게라면 난 무엇이든 해줄수 있을꺼에요.....'
두줄기 눈물..
'자아... 나를 안개숲에 데려다 주겠어요?'
멈춰지지않는 눈물...
반달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없이 펑펑 소리내어
울었습니다...왕자의 물음에 답조차 하질 못했어요..
반달이의 기쁨을 눈물로써 표현한다면...
그 눈물은 끝이 없었다 말해주고 싶네요...
왕자는 말없이 반달이의 옆에 서있어 주었습니다. 반달이의 눈물이
자신의 옷을 적시는것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어요.
마침 따뜻한 아침바람 하나가 반달이와 왕자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러
흘러왔습니다.. 그리곤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안개숲 난장이 반달이와 먼 이웃나라 왕자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답니다.
넉넉한 아주머니와 시릴의 작별 인사를 뒤로한지 일주일만에 반달이와
왕자는 안개숲입구에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어느나라 왕자든 다 백마를 타는지 어떤진 몰라도 이 왕자의 백마는
정말로 빠른 백마였거든요.
말을 타고 있는동안 왕자는 많은 것을 물었고 말에서 내린동안
반달이는 그것을 대답해 주었습니다.
'반달님의 공주님은 어떤 분이죠?'
'저의 백설공주님은 정말로 아름다운 분이세요...
누구보다 하얗고 누구보다 착한맘을 가진 고귀한분이시죠...
죄송스럽지만 왕자님의 나라에서 백설공주님의 발끝만큼이라도
아름다운사람은 한번도 보지못했답니다.'
공주님이 아름답다고 대답하는데만 30분이 넘게되는 몸짓을 했습니다.
'그런분이 어쩌다 안개숲에서 잠들게 되셨죠?'
'으으~~ 모두 그 치사잔악비겁악독악랄한 새엄마왕비 때문이에요.
공주님을 궁에서 쫓아내곤 그것도 모자라 3번씩이나 잠들게
했다구요..정말 그런 나쁜 왕비따위는 꼭 사라지게 만들어야해요.
공주님의 나라까지 좀먹고 있다니깐요...으으.. 제가 키만 좀 컸어도
막 때려주는건데..'
왕비가 나쁘다고 말하는데만 1시간이 넘게되는 몸짓을 했습니다.
'반달님이 그렇게까지 아껴주는 백설공주님은 반달님에게 어떤 존재지요?'
'.............................................................'
반달이는...잠시 아무 몸짓도 하지 못했습니다.
공주님은 반달이에게.... 그래요... 너무도 사랑하는 존재였죠...
하지만........
'공주님은.........우리 안개숲의 빛과 같으신 분이에요...
우리 난장이들.. 숲속의 살아있는 모든것들의 빛이랍니다..
때론 너무 멍청할만큼 착하셔서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모두의 소중한분이에요....
안개숲 누구나 다 저만큼 공주님을 아껴준답니다...
안개숲 식구 모두가 사랑하는 존재....그분이 백설공주님이세요..'
반달이의 진실한 몸짓이긴 했지만...정말로 진실하지는 않았습니다.
왕자에게 말할수가 없었어요...
불안했거든요... 안개숲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과연 공주님께 말할수
있을까....나 같은것의 고백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자꾸 망설여지기만 했어요...
그런맘을 왕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던 뭉게구름하나가 달빛을 가리며 반달이의 눈에 그늘을 드리워 준
것도 반달이의 감정을 숨기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요?....후후훗.... 백설공주님이란분은 참 좋겠어요.
이렇게 아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정말 아름답고 착하신분일것 같아요....꼭 보고 싶은데요..'
안개 꽃밭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백설공주가 누워있겠죠...
'반달아!!!!'
길님이가 반달이를 발견하곤 달려왔습니다.
뒤이어 비뿌릴껴와 다른 난장이들도 뛰어왔구요..
후후..눈꽃사슴과 홍등수리도 같이 있었네요...
'반달아...돌아왔구나... 정말...
정말..... 너 너무 말랐어.... 고생이 심했겠구나..'
반달이와 여섯난장이는 서로의 반가움을 힘차게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왕자님을 여섯난장이에게 소개했어요..
여섯난장이는 너무 놀랐죠...세상에 반달이가 진짜 왕자를 데려오다니..
그동안의 고생이야기를 들은 여섯난장이는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며
매우 부끄러워 했습니다...미안하다 반달아...
너혼자 고생을 시켰구나...우리들이 바보였어...
한참을 오랜만의 정담을 나누던 반달이는 공주님을 보고싶었습니다..
아니 사실...공주님을 제일 먼저 보고 싶었었어요...
공주님이 계신 안개 꽃밭을 바라본 반달이....
아.....
'이..아름다우신분이....'
세상 모든이들의 눈을 멀게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공주의 모습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뺨의 엷은홍조와 눈감은 긴 속눈썹의 얼굴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눈부시도록 새하얀..... 두근거림이 당연하도록....
한발 다가감이 어색하지 않게....
왕자는 저도 모르게 꽃밭사이로 들어 섰습니다...
살짜기 무릎을 숙여 공주의 입술로 다가갔습니다.
왕자는 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황홀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습니다..
달콤함..... 촉촉함..... 무엇보다 부드러운.....
이 글을 적은 작가가 아직도 느껴보지 못한 그 녹아버릴듯한 느낌....
멀리서 바라보던 난장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가슴이 두근거렸죠...그러나 그 누가 반달이의 가슴만큼
두근거릴수 있을까요....
'왕자님이 공주님께 키스를 한다...이제 공주님이 깨어나실수 있어..
그런데 왜 이러지.....왕자님이 키스를 해야 공주님이 깨어나시는데..
그러기위해서 내가 왕자님을 데려왔는데....아.. 왜 이러지....'
반달이는 왕자의 키스에 왠지모를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어쩔수가 없었어요...
왕자의 키스가 너무 부러웠습니다...만일 내가 왕자님이라면....
부질없기만 한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얼마만큼 흘렀을까요.... 수십번의 두근거림이 흘렀다고 할까요..
왕자는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아..... 백설공주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어요.
깜빡 깜빡....공주의 눈이 살며시 떠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솜사탕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한 청년을
찾아냈습니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이보다 멋진 청년이었죠...
막 잠에서 깨어났는지 멍한 머리 때문에 이건 꿈이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공주는 손을 뻣어 왕자의 뺨을 만졌습니다.
왕자의 뺨은 매우 따뜻하고 보드랍게만 느껴졌습니다..
꿈이 아니었어요....
공주는 그만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습니다..덩달아 왕자의 뺨도 함께
붉어졌어요...
그렇게 왕자와 공주는 서로를 발견한거랍니다...
'와~~~ 공주님이 깨어나셨다!!! 공주님~~~~'
숨죽여 지켜보던 난장이들과 숲속동물 친구들이 모두 환호하며 뛰어왔습니다.
공주는 난장이 친구들이 기쁜얼굴로 뛰어오는걸 보고 매우 놀랐죠..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거든요...
모두들 공주가 새엄마 왕비의 마법에 걸렸던것과 왕자님의 키스로
깨어나게 된걸 이야기 했지요....
그리고 왕자를 데리고 온이가 반달이라는걸 가르쳐 주었습니다.
또다시 자신을 구해준 반달이....
공주는 반달이를 사랑에 가득찬 눈으로 보아주었습니다..
왕자와 함께 반달이에게 다가왔죠..
반달이는 공주의 눈빛을 보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공주님이었습니다... 그 공주님이
또 다시 자신의 힘으로 깨어 바로 눈앞에 환하게 서있었습니다.
그토록 꿈꿔왔던 순간이 반달이의 앞에 펼쳐져있었습니다.
공주님....
두근.....한발짝...
'나의 기사 반달님.... 고마워요..'
두근.....두발짝...
'정말 고마워요...'
공주의 다정한 키스가 또다시 반달이의 이마에 닿아왔습니다..
그래요.. 이순간이라면 반달이는 그동안의 모든 고통을 잊을수
있습니다....바로 지금의 이 활홀감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수
있을것 같았습니다...왕자님이 같이 있다해도 아무 상관 없었어요..
반달이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눈으로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 벌꽃의 호수를 건너 이곳 안개숲에
오신 당신을... 나는 반달이는 진실로 사랑합니다...'
라는 긴 제목을 가진춤..... 수줍은고백을 시작하려했습니다....
모든 고난을 이 몸짓한번으로 희망삼아온 반달이.....
그토록 원했던 고백이었지요....
기나긴 여행끝에 이제야 비로서 그 몸짓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하지만...신은 사랑에 빠진 한 난장이의 순수를 져버렸답니다.
'백설공주님...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왕자님의 조용하고 부드러운...그러나 떨리는 한마디....
반달이의 몸이 굳어버리기에 충분한 한마디였죠...
깜짝놀란 공주님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않게 빨개져 버렸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당신같이 아름다운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의 첫 키스를 드린 공주님과 영원히 함께 살고 싶어요...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백설공주는 너무도 당황했죠... 하지만 싫지 않았어요..
왕자는 자신과 닮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도 따라가지못할
부드러운 미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
이었는걸요....더구나....
공주의 입속엔 왕자의 달콤함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백설공주와 먼 이웃나라 왕자는 이미 서로에게 반해 있었던 거에요.
'..........'
공주는 빨개진 얼굴을 풀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 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반달이의 마음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환희가 날아가고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모든 난장이가 왕자의 프로포즈에 환호하며 소리쳤지만
반달이의 귀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의 공주님이....공주님이.....'
옴몸의 힘과 마음이 텅 비어버렸습니다.. 지금 서있는 자신은
그저 빈 껍데기뿐인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깨어진다는게 이렇게 아플줄 몰랐습니다...
'반달아...반달아...'
반달이를 몇번 불렀던가 봅니다...비뿌릴껴가 반달이를
살짝 흔들었습니다.....
'반달아 춤을 추어주겠니~ 우리들의 기쁨을 공주님과
왕자님께 전해 주렴..'
그제서야 비뿌릴껴의 말이 들렸습니다.
'우리들의 기쁨....을요? 공주님과 왕자님께요?...'
'그래.... 오늘 같이 기쁜날엔 너의 춤으로 답례를 해야지..'
'........그래요...'
반달이는 억지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춤을 추기가 이렇게 싫은적이 없었어요.... 왕자를 찾아
매일 힘들게 추어댈때도 이렇진 않았습니다...
그러나...모두가 원하고 있었기에 추어야만했어요...
모두가 반달이를 지켜보았습니다...백설공주님도 왕자님도...
'바람의언덕를 지나...벌꽃의 호수를 건너 이곳 안개숲에 오신...'
그 시선속에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자신의 고백을 바꾸어 표현해버렸습니다.
'백설공주님과 왕자님을... 안개숲 식구 모두는....'
그리고 반달이의 마음....
'진실로......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춤의 끝과 함께 반달이의 눈에서 눈물 하나가 반짝였습니다.
왕자가 공주에게 반달의 춤의 뜻을 설명해주었고...
모두들... 아름다운 춤이야 라고 감탄의 탄성을 내는 사이에서
반달이는 털썩 주저앉아 큰 울음을 터트려버렸어요..
모두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죠..
울먹이는 사이 사이로 반달이는 대답을 했습니다.
'기뻐서...기뻐서 그래요....백설공주님이 깨어나신게 기뻐서
그러는거에요.. 공주님이 왕자님을 만나셔서...
그게 너무 기뻐서...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에요.....'
나..원래 잘 우는 난장이인거 아시잖아요...'
끝내 반달이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말았어요...
못난 난장이인 자신과는 비교도 할수 없이 멋진 왕자님이 나타난걸요..
그 왕자님이 공주님에게 청혼을 한걸요.......
이제........ 공주님에겐 왕자님이 필요한걸요...
자기 목숨보다도 훨씬 더 백설 공주를 사랑한 안개숲 난장이 반달은
그렇게 펑펑 우는것 밖에 할수 없었답니다.
그날은 안개숲 식구 모두의 축제날이 되었어요....
하지만.......누구도 반달이의 눈물은... 진실은 몰랐지요....
알마뒤 백설공주님와 왕자가 성대한 결혼식을 치뤘다는 소식이
노란박새들의 노래속에 들려왔습니다....
새엄마 왕비의 나라에서 도망나온 집쥐 한마리가 새엄마왕비가 죽었다는
애기를 전해주었어요... 백설공주가 또 살아난것을 알게된 왕비의 머리가
그만 미쳐버렸다나봐요..그리고 높은 궁에서 뛰어내렸다고 했어요..
왕자와 백설공주는 공주의 고향나라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데요..
공주의 나라를 왕자의 나라처럼 아름답게 돌려놓기 위해서랍니다..
결혼식에 왕자와 공주는 일곱 난장이들 모두를 초대했지요..
그러나 안개숲 난장이들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답니다...아직 그들에게
사람들은 두려운 존재였거든요...
그래서 대표로 반달이를 보내려고 했었지만... 할수가 없었어요..
그즈음 반달이는 시름시름 앓고 있었어요.
누가 물어보면 난 괜찮아요라고 웃기만 했고...밝게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반달이는 분명 아픈게 분명했어요..
결국 반달이는 자리에 끙끙 누워버렸습니다.
'반달아 도대체 어디가 아픈거니?...우리한테 말을 해주렴....'
여섯난장이는 너무 걱정스러웠습니다.
아무말도 없이 아파누워있는 반달이가 답답하기만 했죠.
'모르겠어요....저도 어디가 아픈건지...
그냥 아무 힘도 없어요....'
'그럼 이거라도 좀 먹으렴..벌써 몇끼를 굶은지 알기나 하는거야?'
'후우...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아요....
배가 고프지않은걸요...'
'반달아!...제발.... 왜 이러는거야..'
'모르겠어요...모르겠어요....'
반달이는 자신의 마음이 산산히 깨져버렸다는 말을
차마 할수가 없었어요.
그냥 이대로 모든걸 잊고싶었지요..
어느날이었어요...
햇살이 방안가득 비쳐 손을 대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화사한 날이었어요.
난장이들의 집안엔 반달이와 반달이를 간호하기 위해일을 나가지 않은
길님이만이 있었어요...
깊은잠에 빠져있던 반달이가 눈을 떴습니다...
한참 햇살을 만지며 방안을 오랫동안 둘러보던 반달이가
길님이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길님이 아저씨....나..죽으려나봐요....'
'무슨 소릴 하는거니!! 넌 안죽어!! 반달이 니가 죽긴 왜죽어.
자! 빨리 이거나 먹어보거라...니가 좋아하는 버섯 스프다'
'아저씨....'
'그딴 소린 하지말고 이거먹고 빨리 나으란 말이다!!'
'아저씨.....제가 죽거든 절 안개꽃밭에 묻어주시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설마 너?!'
'절 바보멍청이...미친난장이라고 비웃어도 좋아요....
그냥 절... 꼭 공주님이 계시던 그 안개꽃밭에 묻어주시면 되요..'
'너....너...그랬던거야?...공주님을 좋아했던거야?'
'...............예..'
너무도 힘든 대답이었습니다...
긴긴 쓰라림과 고통의 끝에 다다라 이제야 겨우 이뤄진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주님께는 나.. 그냥 멀리 여행 떠났다고 해주세요...
공주님께 친하던 사람의 죽음이란건 너무 아프실꺼에요...'
'오오..제발 너한테 바보멍청이라고 미쳤다고 하지 않을테니
제발 일어나기만하거라.... 반달아...제발...'
'아시겠죠.... 안개꽃밭이에요.....
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것 뿐이에요..
그럼 전 편안해 질꺼에요...'
'반달아.....'
'미안해요....길님이 아저씨...'
'바보녀석!!.....멍청한 녀석!!......'
반달이는 깊은 한숨을 내쉰뒤 다시 잠들어 버렸습니다..
난장이들이 일터에서 돌아오기전인 따스했던 그날 저녁...
반달이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난장이들은 너무도 슬펐어요....
길님이의 말을 들은 그들은 더욱더 슬퍼했습니다....
안개숲이 떠나갈듯 울어대는 밤이었습니다.
얼마뒤 백설공주가 안개숲에 혼자 놀러를 왔습니다..
공주는 누구보다 반달이를 보고 싶어 했지요....
그러나 그가 멀리 여행을 떠났다는 말에 크게 실망을 했어요..
반달님의 춤을 보고 싶었는데.......그래서 공주는 안개꽃밭에나
가보기로 했답니다...
아...... 백설공주는 한동안 입을 다물수 없었습니다..
안개꽃밭은 예전보다 훨씬더 새하얗고 탐스러웠어요... 햇살 사이에서
부드러운 그 빛을 발하고 있는 안개꽃.... 바람이 불어올때마다 꽃들이
찰랑거리며 공주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것 같았습니다...
싱그런 꽃내음과 이슬에 젖은듯 맑은 꽃들의 눈동자...
백설공주는 안개꽃 사이에 몸을 포근히 내맡겼습니다...
너무도 편안한 이느낌.... 공주는 예전의 마법때처럼 저도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잠에는 아름다운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속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누군가와 영원의 춤을 추었습니다.
그 춤의 끝에...
그 꿈속의 사람은 공주의 이마위에 매우 따뜻한 키스를 해주었어요...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난장이들과 작별을 나누었습니다..
아...반달이에 대한 안부도 잊지않았죠..
담에 다시올때는 꼭 만나자구요....
그후로도 공주는 계속 찾아왔지만...그때마다 반달이는 없었습니다..
긴....긴 여행을 떠났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어요...
그러나 공주는 매번 반달이를 만나고 간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상했습니다..
하지만....공주는 안개숲에 오는 횟수가 차츰 줄어만갔고....
그렇게 세월은 흘러...흘렀습니다....
어느날 백설공주는 그동안 쓰지않던 방하나를 청소하기위해 들어갔습니다.
한나라의 왕비의 몸이건만
아직도 예전의 청소하는 습관은 버릴수 없었나 봐요..
이곳은 옛날 새엄마 왕비가 가끔 들리던 곳이었다고 했습니다..
안에 뭘 숨겼는지 꽁꽁 잠궈놓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었어요.
결국 그곳의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바람에 아무도 이방엔 아무도
찾아오질 않았었죠...
방안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먼지가 끼여 뿌옇게 바랜 거울 하나만이 있을뿐....
공주는 그 거울을 공들여 닦았어요...
하아..하아..입김을 불어가며 열심히 닦던 공주는 이거울의 이름이
진실의 거울이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옆엔...
'저는 진실만을 대답하는 거울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으시다구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라고 적혀있는것도 보았죠.
음...그래?...하며 공주는 한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건 누구니?'
포로로로로로~~~~ 찌리리링~~
샤라샤라 빠라빠라~~
몇번의 효과음과 하드 읽는 소리가 나더니 거울이 반짝이며 대답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건 백설공주님....
이 낳으신 공주님의 세째딸 아스파샤공주님이세요...'
그래요...... 백설공주는 더이상 예전의 어린공주는 아니었어요...
왕자와의 사이에서 다섯아이를 낳아기른 어엿한 중년의 왕비였답니다.
호칭도 공주가 아니에요...그건 그냥 독자가 쉽게 이해하라고
작가가 써놓은 예전의 호칭일 뿐이랍니다...물론..
이웃나라 왕자님도 마찮가지겠지요...
암튼 공주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어머 정말로 대답을하네?..... 그래...
이제 내딸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지....후후훗...'
역시 공주는 새엄마왕비와는 달리 질투따윈 생각도 않는군요..
공주는 또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거울아...거울아...이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는 누구니?'
표로로로로로~~~~ 뽀롱뽀롱...
삐빠빠 빠라빠빠....삐빠빠 빠라빠빠....
'이세상에서 공주님을 가장 사랑하시는 분은.........
지금의 왕이신 먼 이웃나라 왕자님이시랍니다......'
공주는 매우 기뻤어요...왕자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할꺼라는
믿음을 확인할수 있어서였죠....
그때 거울이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님을 가장 사랑했었던 분은.....
공주의 고개가 살짝 들렸습니다..
'안개숲의 안개꽃밭.....'
안개숲과 꽃밭.....희미해진 기억이었습니다...
'그곳에 잠들어계신 난장이 반달님이셨답니다.......'
아...............
백설공주는 그제서야 모든걸 알게 되었어요....
반달이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그 많은 친절한 행동....
목숨마저 아끼지 않았던 용기....그 모든게 반달이의 사랑이었다는걸요.
백설공주는 지금까지도 반달일 너무도 친절한 난장이.. 천사표 난장이로
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안개꽃밭에 잠들어계신.....'
공주는 오래전 안개꽃밭에서의 꿈을 기억해냈어요....
자신을 지켜주던 따뜻했던 느낌의 누군가가........
그것이 누구인지 기억해냈습니다...
이렇게 백설공주는 반달이 떠났다던 길고긴 여행의 종착역이 안개꽃밭
임을 알았습니다....그리고 자신의 뺨에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느꼈죠...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그쳤어요...
다섯아이의 엄마가된 백설공주에겐 이제 모든것이 추억일 뿐이었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고 고귀한 사랑이었다 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왕과 사랑하는 자녀들이 있는 한 어머니에게...
반달이의 사랑은 한줄기 눈물에 불과했어요...
가끔은 생각하고 오늘처럼 눈물질수도있겠지만........
어차피 짝사랑의 상대자에겐 쉽게 잊혀지고 마는 일인걸요....
그러나... 백설공주의 경우는 좀 다를수도 있겠지요... 반달이를 쉽게
잊지는 않을겁니다...
짝사랑을 해주었던 이가 잊을수 없는 크나큰것을 남겨두고 떠났으니까요...
가끔은...
가끔은 기억해 줄겁니다....
그래요...
그것으로..... 반달이는.... 영원히 행복할겁니다....
잠시 흘렸던 눈물의 뒷정리를 끝낸 백설공주는 바닥에 떨어진
걸레를 살며시 집어들고 그방의 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조용히...아주 조용히... 그방의 문을....영원히 잠궈버렸습니다...
백설공주를 사랑했던 어느 안개숲 난장이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그저 먼 옛날 이야기 한조각으로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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