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W병원장 칼럼[反哺報恩(반포보은)]

[행복지기(은종)]

몇 년 전,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지로 소개되어 많은 청취자들의 심금을 울린 사연이 있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일찌감치 남편과 사별한 후 파출부는 물론이고 목욕탕 때밀이까지 하면서 억척스럽게 일을 해 외아들을 번듯하게 키운 한 할머니가 있었다. 아들을 대학까지 졸업시켜 좋은 직장에 취직시킨 것은 물론이고 결혼할 때는 집도 장만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력이 없어지면서 함께 살고 있는 아들 내외가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이었다. 가끔씩 아들이 며느리 몰래 몇만원씩 용돈을 주기도 했지만 젊은 시절에 몸을 너무 혹사시킨 탓에 얻은 관절염 치료비 지출이 많아 수중에 한 푼도 없는 날이 흔했고 그런 탓에 가끔씩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에게 늘 밥을 얻어먹는 처지였다.

아들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친구들에게 꼭 한번 밥을 사야 되겠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어느 날 용기를 내 아들에게 용돈을 부탁했고 아들은 며느리에게 그 말을 전했는데 며칠째 아무 반응이 없자 직접 며느리에게 용돈을 요구했다.

그런데 분명히 10여명의 친구들에게 밥 살 돈이라고 이야기했는데도 4만원밖에 주지 않자 재차 요구, 2만원을 더 받아냈고 3차까지 구걸(?)한 끝에 또 2만원을 받아내자 그 돈으로는 만 원짜리 국밥 한 그릇씩도 못 사주겠다는 판단에 돈을 며느리의 화장대 서랍에 다시 넣어두려다 못 볼 것을 보고 만 것이었다.

서랍 속에 며느리의 가계부가 있기에 무심결에 펼쳐봤는데 할머니의 표현대로라면 그 순간이 일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자신이 용돈을 얻었던 바로 그날 이런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9월 14일 웬수 4만원, 9월 15일 웬수 2만원, 9월 17일 웬수 또 2만원'.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지를 보낸 할머니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다리가 풀려서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가 간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그 후 한 달 만에 10년은 더 늙은 듯하다"면서 라디오에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가계부에 있던 '웬수'란 두 글자도 잊고 맘을 다독여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손의 통증이나 이로 인한 기형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을 많이 다루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냈던 '웬수 할머니'의 사연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차라리 그 사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것 같은 사연을 너무 자주 접하게 된다.

며칠 전, 화상으로 인해 손가락과 손바닥이 붙어버린 구축(사지의 운동이 제한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을 치료했던 50대 후반의 한 아주머니의 경우도 '웬수 할머니'의 경우와 비슷했다. 젊은 시절 화상을 입어 손가락이 손바닥에 붙어 버렸고 그 후 평생을 손바닥을 쥐지도, 펴지도 못하고 살아왔었다. 또한 어떤 모임에서도 손을 제대로 내 놓을 수가 없어 손도 불편했지만 항상 마음이 더 어두웠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그 손 덕분에 공부도 마쳤고 먹고살 만하게 된 자식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어머니의 손에 대해 신경 써주지 않자 결국 당신 스스로가 병원을 찾아왔던 것이다.

30년 이상 손가락이 손바닥에 붙어 있었던 터라 손가락을 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관절은 탈구가 심하지 않아 피부 이식수술로 성공적으로 펼 수 있게 되었다. 수술 후 그 아주머니가 입원해 있는 동안, 필자를 거슬리게 만들었던 것은 가끔씩 병문안을 왔던 아주머니 아들딸들의 차림새였다. 시계와 핸드백, 목걸이 등 각종 장신구들이 한눈에 봐도 명품임이 분명했는데, 손가락과 손바닥이 한 덩어리가 된 어머니의 도움으로 자신들은 그 정도로 살게 됐으면서도 어머니의 손은 그 오랜 세월을 외면하고 지냈던 것이 아닌가!

라디오 프로그램의 '웬수 할머니'나 필자가 치료했던 '손가락 구축 아주머니' 같은 상황을 볼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새끼일 때는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어미가 늙어 먹이사냥을 못하게 되면 새끼가 먹여 살린다는, 까마귀의 효성에 관련된 시조이다.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 하였던고/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박효관)

연세 드신 부모님들께 자식들을 위해 더 이상 희생하는 대신 스스로의 행복을 좀 챙기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까마귀보다 못한 자식들에게는 당신들도 머지않아 '웬수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행복지기(은종)]

우린 까마귀보다 못한 자식이 되지말자..그리고 내 자식을 까마귀보다 못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기위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긋다는...

[情나누기]

↑위에 은종이 말처럼... 스스로의 노후 준비도 중요하지만 , 지금의 나 부터라도 , 우리의 부모님들께... 최선을 다해 , 정성을 다해 , 효도 하자~... 아버지 ,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