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들꽃마루의 노랑(황화) 코스모스
마루는 산의 꼭대기,
파도가 일 때 치솟는 물결의 꼭대기,
혹은 최고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올림픽공원 들꽃마루는 다양한 종류의 들꽃들로 조성된
야생화 단지다
들꽃마루엔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종류의 들꽃들이 원두막을 중심으로 양쪽 경사로를 따라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들꽃마루는 사진가들이 뽑은 올림픽공원 9경 중 제8경으로
들꽃마루 언덕 위에는
휴게쉼터인 원두막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어릴적 분홍, 진분홍, 빨강, 노랑, 하양 등
다양한 색상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만 보고 자란 나는
무리 지어 피어난 노랑코스모스의 황금빛 물결을 처음 접한 날 무척 신기했었다
멀리서 보면 유채꽃과도 같은 꽃,
하루가 멀다 하고 빗줄기를 뿌리는 요즈음
전국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꽃축제가 검색창에 즐비하지만
실제로 꽃들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새벽길을 달리다 보니 서서히 하늘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둠이 밀려가고 여명이 밝아오면서 하늘은 진분홍빛으로 물들어 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모처럼 하늘이 열리고, 흰구름에 빛 좋은 햇살이 찬란하게 쏟아진 날
행운처럼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의 노랑코스모스와 만날 수 있었다
노랑코스모스(Cosmos sulphureus)는 멕시코가 원산지며
쌍떡잎식물 국화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40~100cm의 크기로 줄기가 곧게 서며 가지를 많이 친다
줄기에 마주나는 잎은 깃꼴겹잎으로 갈라진 열 편이 넓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며,
7∼10월경 가지 끝에 1개씩 피는 지름 5~6cm 정도의 꽃으로
중심부의 노란색 통상화(관상화) 주변으로 꽃잎처럼 보이는 설상화(혀꽃)가 보통 8~10개며
색깔은 노랑 또는 주황색이다
노랑(황화) 코스모스는 1930~1945년 경 우리나라에 들어온 꽃이라 한다
초기엔 관상용 식물로 심어 길렀는데
이 꽃이 야생화되어 자랄 정도로 우리나라 풍토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1912년~1926년 사이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 꽃인 듯 친숙해진 코스모스와는 달리,
색상과 미모가 코스모스에 조금 쳐지는 탓에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었지만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수분에 큰 영향 없이 건조에 잘 견디며, 꽃대가 많아 오랫동안 꽃이 피며
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꽃대를 세워 꽃을 피우고, 한번 파종하여 꽃을 피우면
그 자리에 씨가 떨어져 자연 발화가 되어 매년 꽃을 피우니
최근에 각 지자체에서 무리로 키우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왜 이 녀석들을 코스모스라 함께 부르지 않고,
노랑 or 주황색을 가진 이 꽃들만 따로 '노랑(황화) 코스모스'란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종까지 분리시켜 준 걸까,
조금만 자세히 보면
노랑코스모스는 코스모스와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있는데
특히 잎 모양은 코스모스가 깃꼴로 두 번 갈라져 있는 갈래조각(열편)이 가는 선형인 반면,
노랑코스모스는 넓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기 때문에
얼른 보아도 코스모스가 아니다 싶고,
꽃 또한
노랑코스모스의 설상화(혀꽃)는 주황과 노란색으로 코스모스에는 없는 색이며,
혀꽃도 통통하게 겹으로 피어, 다소 둔해 보이는 모습이어,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코스모스(cosmos)]
한 겹의 가는 잎으로, 실바람에도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냘픈 자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노랑코스모스(Cosmos sulphureus)의 술푸레우스(sulphureus)라는 학명은
유황(sulfur)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노랑코스모스의 꽃잎이 마치 유황색처럼 노랗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여 노랑코스모스의 영명도 옐로 코스모스(yellow cosmos)이며,
노랑코스모스라는 우리 이름은 바로 이 영명에서 유래했다
연이틀 비가 내린 관계로 들꽃마루의 노랑코스모스 꽃대가
이리 쓰러지고 저리 쓰러졌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니, 꽃대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꼿꼿하게 일어서리라,
노랑코스모스의 꽃말이
'야성적인 아름다움, 넘치는 야성미'라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비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에 잘 어울리는 꽃말인 듯싶다
시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노랑코스모스 꽃잎에 담배 연기를 쏘이면
마술처럼 꽃색이 순식간에 주황색이나 적색으로 변한다고 하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코스모스(cosmos)란 그리스어의 코스모스(κόσμος)에서 유래하였다는데
"우주" or "이 식물로 장식한다"는 뜻이 있단다
즉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한 후 마지막에 그곳을 코스모스로 장식하였다니,
이 꽃이 더 거룩해 보인다
조석으로 날씨가 선선하고 비바람에 낙엽이 떨어져 뒹굴고 있다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 했던가,
벌써부터
초대하지 않은 가을이.. 고독하고, 쓸쓸하고, 허허로운 가을이..
내 심장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심장은 흔들리는데 신기하게도 정신은 또렷해지는 알 수 없는 긴장감..,
낭만을 좋아한다.
오늘 같이 따스한 햇살이나,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
늘 가슴에 품고 있는 꿈길 속 아득한 은하수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것들,
하늘을 달리고 숲 속을 맴돌아 꽃길에 서 있는 내 볼을, 살포시 어루만져 주고 가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나
헤아릴 수 없는 망망한 바다와 미지의 세계 같은,
그런 것들,
.................................................
나는 최고의 순간은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 생각한다
해묵은 노목에 성글게 피어난 고고한 기품의 꽃을 보게 되었을 때,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을 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걸을 때,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에 내 첫 발자국을 남길 때,
골목길을 걷는데 어느 집에선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아름다운 연주음이 흘러나올 때,
조형미와 비례미가 뛰어난 문화재가 있고 그 작품이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 앞에서, 감동이 복받쳐 올라
차마 그 자리를 뜨지 못할 때, 등등이
그런 날이 아닐까 싶다
오늘,
모처럼 하늘이 열리고
흰구름 두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에 산들바람과
빛 좋은 햇살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날
행운같이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랑코스모스 꽃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최고의 순간이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첫댓글 들꽃마루풍경이 아주 시원해 보입니다.
가을 을 대표하는 코스모스.노란색은 더 화려하게 눈길을 끄는군요
규모로 보아
안성팜랜드 같은 들판보다는 사뭇 협소하나
그래도 들꽃마루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왔답니다.
늘 첫 번째 댓글로 힘을 실어 주시는 고수님,
감사합니다
올해는 양켠 모두가 황화였나요?
한켠은 지난번에
얼핏보니 그냥 재래 코스모스 같았였는데요?
낼 공원이나 한번
어슬렁거려 봐야겠네요?
원두막 쉼터를 기준으로
장미광장이 있는 방향은 코스모스(cosmos)로 아직 개화가 되지 않았고,
반대편은 노랑코스모스(Cosmos sulphureus)로 지금 한창입니다.
내일 다녀오신다면,
정말 청순하고 싱싱한 꽃들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랑코스모스와 함께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요,
장관입니다!
자주 가면 때마다 다른 풍경을 보는데 부지런하지 못하여 좋은 걸 못 보네요.
올림픽공원 인근에 사시는가 봅니다.
어디든지 자주 간다는 건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일을 하시다보니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신 듯.. 하네요.
공감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지기님, ~^^
노랑코스모스도 잘심어놓으니 멋지네요
가을내음이 물씬 풍겨옵니다.
넓은 뜨락을 지닌, '안성팜랜드' 만은 못하지만,
올림픽 공원은 언제가도 볼 거리가 많으니
한 번쯤 다녀올만 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