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에서 호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길을 가던 남매가 급류에 맨홀로 빨려 들어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주위사람들이 보고 119에 전화를 했지만 곧바로 구조를 하지 못하고 40분 후에에서야
한 명은 구조가 되었지만 이미 사망한 후였고 여성도 멀리 떨어진 반포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시골에서 길가에 있는 탱자나무 울타리의 개구멍은 주로 개들이 들락거리는 구멍이다.
그에 반해 맨홀(manhole)은 직역하자면 사람이 들락거리는 사람구멍이다.
다시 말하자면, 땅속에 묻은 수도관이나 하수관, 전선 따위를 검사하거나 수리 또는 청소하기 위하여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만든 구멍을 말하는데 터널 속이나 철교 따위의 옆에 사고를 피하기 위하여 만든 구멍이나 자리도
포함된다. 또 배의 탱크나 갑판 위에 사람이 출입할 수 있게 만든 작은 승강구를 지칭하기도 하는 데 맨홀에는 구멍도 있지만
덮개도 있다.
배를 탈 때 오래된 광탄선을 탄 적이 있다. 광탄선이란 광석이나 원유를 적재하는 선박을 말하는 데 보통 일반 벌크선보다는 대형선이 많다. 내가 탄 배는 선령이 20년이 넘은 데드웨이트로 16만톤짜리였다. 항로는 호주, 브라질, 남아연방, P.G. 일본이었다.
원유를 실으면 가열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인도네시아산 원유는 왁스성분이 많아서 높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초창기 호남탱커에서 인도네시아산 원유를 싣고 중남미로 갔다가 히팅카고에 대한 주의사항을 몰라 화물이 굳어져 펌프로 퍼 내지 못하고 맨홀을 열고 인부들이 들어가 삽으로 퍼낸 사고도 있었다.
탱커나 광탄선은 카고홀더 아래에 히팅라인이 설치돼 있다. 선창 아래에 기관실에서 스팀을 보내 원유를 가열하고 난 다음에는 드레인이 되어 기관실로 도로 돌아가도록 배선이 돼 있는데 오래되면 가열관이 부식되는 수가 있다. 스팀라인이 부식되면 드레인 라인으로 기름이 새어 들어가는 수가 생긴다. 드레인 속에 시커면 기름이 섞여 나오면 기관실에 있는 카스케이드 탱크에서 기름이 수면 위로 둥둥 뜨게 되는 데 이를 보고 기관사들은 관이 터졌구나 알 수 있다.
가열관에 파공이 생겼으면 수리를 해야 되는 데 어디서 터졌는지 찾아내야 한다. 당직을 마치고 카고 홀더로 내려가서 맨홀뚜껑을 열고 탱크 속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암흑같은 탱크 속으로 들어가 파공 부위를 찾아야 했다. 기관실에서 스팀밸브를 열어 스팀을 보내야만 어디서 새는지 알 수가 있으므로 한참 기다렸더니 스팀라인이 드거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스팀라인 외부에 묻어 있던 기름이 증발하여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급히 바깥으로 기어 나왔다. 까딱했으면 개스에 질식되어 황천으로 갈뻔 하였다.
맨홀 속으로 들어갈 때는 안전을 위하여 먼저 개스 프리를 하고 산소농도를 첵크한 후에 안전을 확인한 후에 들어가야 하고 반드시 연락병(신호수)을 세워 두어야 한다. 혼자 들어가면 위험하다.
서울뿐만 아니라 각도시에는 맨홀이 많이 설치돼 있다. 빗물이 불어나면 하수구에서 역류하여 맨홀에서 분수처럼 물이 역류하여 튀어 나올 수도 있고 뚜껑이 열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