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 오중주
쌀쌀해진 요즘 날씨에 많이 찾게 되는 따뜻한 허브티의 조상님 격이라 볼 수 있는 '히비스커스 (Hibiscus) 차'는 혈압을 낮추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해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차로 우려냈을 때 붉은 루비와 같은 빛으로도 유명한 히비스커스 차는 수단이나 이집트에서는 결혼 피로연에 올려질 정도로 귀하게 여겨지던 신 맛의 차입니다.
붉은 루비같은 아름다운 색을 지닌 히비스커스 차
이집트 미의 여신인 '히비스 (Hibis)'와 닮거나 동일하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이스코 (σχω/Iskho)'가 합쳐진 단어 '히비스커스'는 무궁화와 같은 과의 꽃이며 '미의 여신을 닮은 꽃', '미의 여신에게 바치는 꽃'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히비스커스의 꽃말은 서양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간직한 사랑', 동양에서는 '섬세한 아름다움'이라 알려져 있으며 흰색, 분홍색, 주황색, 보라색 등의 다양한 색의 꽃잎을 가지고 있으며 '하와이 무궁화'라 불리며 훌라 춤을 추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머리 장식이나 목걸이에 사용되는 모든 꽃들이 바로 이 히비스커스입니다.
허브티로 쓰이는 히비스커스 '로젤' 종
다양한 색의 히비스커스 꽃들 중 허브티의 재료로 사용되는 종은 바로 분홍색 꽃잎의 '로젤 (Roselle)' 종입니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즐겨 마신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오래된 역사의 히비스커스 허브티와 어울리는 클래식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는 어떨까요?
독일의 대표적인 낭만 음악 작곡가 중 한 명인 '로베르트 슈만 (Robert Peter Schumann, 1810-1856)'이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자신의 피아노 스승 비크의 딸이었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클라라 비크 슈만 (Clara Joshphine Wieck-Schumann, 1819)'와 결혼을 하게되고 2년이 지난 1842년, 자신의 뮤즈이자 미의 여신이었던 클라라에게 헌장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오중주 작품번호 44번 (Piano Quintet in E flat Major, Op.44)'입니다.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1악장 Allegro Brillante, 2악장 'In Modo d'una Marcia. Un poco largamente', 3악장 'scherzo. Molto vivace-Trio 1-Trio 2', 4악장 'Allegro a non troppo', 이렇게 4개의 악장으로 이뤄진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는 행복한 사랑에의 진실된 환희가 전곡에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만 해도 심장이 요동치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테마로 가득차 있는 1악장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약간의 어두움은 히비스커스 차의 시큼한 신맛과도 닮아 있습니다. 거친 바람이 지난 후에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듯 이 사랑의 기쁨을 나타내는 테마는 슈만 부부의 행복했던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한 야시장에서 판매 중인 히브스커스 차
행진곡 풍의 2악장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고난과 역경을 딛고 쟁취했던 슈만과 클라라 부부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한 편으로는 자신의 소중한 뮤즈와의 사랑이 부서질 수 있다는 슈만의 불안감이 붉은 히비스커스 차 처럼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 붉게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여인과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춤을 추는 느낌을 주는 빠른 춤곡의 3악장은 즐거운 결혼식 중간에 덩실덩실 춤을 추는 행복감에 넘치는 신랑 신부의 모습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미의 여신에게 바치는 꽃 히비스커스와 허브티의 조상 히비스커스 차
1악장의 사랑의 기쁨을 상징하는 주제가 다시 한번 화려하게 펼쳐지는 마지막 악장은 밝고 붉게 불타오르는 슈만의 열정과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마시는 붉은 히비스커스 차의 모습이 겹쳐지는 인상적인 악장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작곡한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이 정열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작품을 붉은 정열과 잘 어우러지는 붉지만 따뜻한 히비스커스 차 한잔과 함께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박소현 / CLASSI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