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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536> 예천 용궁면 비룡산 걷는 맛 보는 맛 먹는 맛 모두 '일품' 평균 해발 200m 남짓, 체감 높이 1500m보다 힘들어 우리땅 물돌이 마을 중 으뜸인 회룡포 한 바퀴 종주 원산성에선 내성천 낙동강 금천 합수점인 삼강 조망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 회룡포 뽕뽕다리 구경도 | |
하늘 아래 숲이 울창한 마루금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펼쳐져 있다. 이 마루금 한 줄기가 숨을 고르며 몸을 낮춘 곳에 조그만 마을이 오롯이 터를 잡고 있다. 주변은 온통 금빛 모래밭.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과 하얀 모래밭이 감싸고 있는 마을 사이에는 한 줄기 조용한 강물이 스며 이 마을을 한 바퀴 휘감아 돈다. 그야말로 모래 한 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소재한 물돌이 마을 회룡포를 두고 한 설명이다. 회룡포를 감싸고 있는 산은 해발 250m 남짓한 비룡산이고, 회룡포를 휘감아 흐르는 물굽이는 봉화에서 강폭을 넓혀온 낙동강의 지류 내성천이다.
경북에서도 비교적 오지에 속하는 예천의 조그만 물돌이동인 회룡포는 6년 전 모 방송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소위 떴다. 하지만 회룡포와 내성천변 금빛 백사장 그리고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회룡대가 길손들의 주된 관심사였지 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비룡산은 사실 지금도 관심 밖이다. 얼마 전 예천을 찾은 기자는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겨우 이곳에 올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회룡포를 힐끗 바라본 후 아쉽게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당시 회룡대에서 만난 박용성 문화관광해설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룡산은 덩치는 작지만 종주하면 꽤 괜찮은 산이지요. 시간이 날 경우 한번 소개해 주세요. 분명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경험한 비룡산은 평균 해발이 200m도 채 안되지만 체감 높이는 1500m급으로 웬만한 봉우리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암팡지다. 동행한 한 베테랑 산꾼은 "처음 높이를 듣고는 관광을 겸한 트레킹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품 속에 안겨보니 그리 쉬이 봐선 안 될 산"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봉우리를 갈아탈 때마다 등로는 낙동강 바닥까지 완전히 떨어졌다 올라선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조그만 산이라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비룡산에 서면 회룡포를 돌아 나온 내성천, 문경에서 발원한 금천, 그리고 낙동강 등 세 강이 만나는 지점인 삼강(三江)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비록 다리가 놓여 나루터도 유명무실해지는 등 운치는 예전만 못하지만 이 합수 지점에는 수령 200년 된 회화나무 한 그루와 10여 년 전까지 운영됐던 낙동강의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행은 용궁면 회룡마을~회룡포 안내도~아미타대불(장안사 쉼터)~장안사~회룡대~봉수대~원산성~삼강앞봉~의자봉~적석봉~사림봉 갈림길~사림봉~사림봉 갈림길~사림재~용포마을~강변 등산로~회룡포 안내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10분 정도. 줄을 잇는 관광객에 비해 등산객은 의외로 적어 산길이 꽤나 묵어 있다. 특히 삼강앞봉~의자봉에 이르는 구간은 등로가 거의 없어 산행팀이 사실상 개척했다. 회룡마을에서 내성천변 뽕뽕다리 가는 도중 우측에 회룡포 안내도가 보인다. 계단을 올라서면 조선 후기 이 고장 출신의 은둔시인 구계 김영락이 용주팔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를 새긴 용주팔경 시비. 이 시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입구엔 '회룡대 1.5㎞, 주봉인 사림봉 4.1㎞'라 적혀 있다. 부드럽게 출발한 산길은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적어도 너댓 개의 조그만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25분 뒤 숲을 벗어나 대형 아미타대불 앞에 선다. 3년 전 장안사 2700여 명의 신도가 시주해 불사했다. 전망대인 회룡대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불과 300m. 처음이라면 그 모습이 이채롭고 신비하다. 규모 면에선 안동 하회마을에 미치지 못하지만 물이 돌아가는 정도나 풍광만은 한 수 위라는 것이 중론이다.
회룡대서 나와 묘지 앞 갈림길에서 원산성(2.2㎞) 방향으로 간다. 200m 뒤 만나는 봉수대에선 왼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몇 차례 오르내리다 보면 다시 갈림길. 왼쪽 사림봉, 제2전망대 방향으로 갈 경우 전체 산행시간이 2시간 이내여서 우측 원산성 방향으로 간다. 급내리막길이다. 노루발풀 으아리꽃이 눈에 띈다. 역시 오르내리기를 수 차례, 원산성에 올라선다. 갈림길에서 10분. 원래 흙과 돌을 섞어 쌓은 토석혼축성이었지만 돌은 오간데 없고 흙만 남아 있다. 둘레가 920m인 성 한쪽에 원산성 안내판이 없다면 성인줄 모르고 지나칠 것 같은 분위기다. 5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성저마을, 산행팀은 왼쪽 배골로 내려선다. 갈림길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낙동강 내성천 금천 등 세 강이 합류한다는 삼강(三江)이 위치해 있지만 일부 수목에 의해 가려져 시원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옛 삼강나루 옆에 회화나무는 보이지만 주막 또한 다리 때문에 보이질 않는다. 배골 가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 길이 거의 쏟아지는 수준이다. 10분이면 이정표가 보이는 너른 풀밭에 선다. 풀밭을 가로질러 곧바로 삼강앞봉(0.8㎞)을 향해 오른다.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나무를 벌목해 낙동강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닿는다. 삼강앞봉이다. 이정표도 서 있다. 원산성 보다 거리는 멀지만 시야는 훨씬 더 넓게 확보된다. 보는 각도가 달라져서 인지 낙동강변 삼강주막이 약간 보이는 듯하다. 제2전망대 방향으로 직진하지 않고 이정표 뒤 소나무 사이로 내려선다. 잡목이 얼굴을 칠 정도로 좁다란 소로지만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발목을 덮는 카키색 낙엽길도 운치있다. 10분이면 내려선다. 낙동강과 불과 30, 40m쯤 거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길이 사라져 수 차례 시행착오 끝에 내려선 지점에서 물마른 작은 계곡을 건너 왼쪽 지능선 아래를 돌아 우측으로 강과 나란히 간다. 쓰러진 나무를 넘고 아래로 통과하며 뚫고 개척한다. 오디가 잘 익은 산뽕나무 옆으로 잡풀을 헤치다 보니 발아래 '낙동강 등산로 입구'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길을 찾은 셈이다. 이 때부터 된비알. 한 굽이 오르니 낙동강과 삼강교가 보이고 우측이 낭떠러지인 등로를 따라 오르면 마침내 의자봉. '나무의자봉'이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 강 아래에서 보면 의자를 빼닮아 명명됐다 한다. 조망은 없다. '적석봉'이라 적힌 안내판이 가리키는 좌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길찾기는 무난하다. 20분 뒤 적석봉. 역시 조망이 없다. 이제 사림봉은 불과 500m. 용포마을 갈림길을 지나 한 굽이 올라서면 회룡포와 회룡대, 그리고 회룡포를 휘감은 내성천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비룡산 주봉인 사림봉(256m)은 적성봉에서 10분이면 닿는다. 우측 20m 지점에 산신제단이 있다. 하산은 왔던 길로 가다가 용포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8분이면 사림재에 닿고, 여기서 우측 6분 더 가면 마침내 용포마을에 도달한다. 여기서 강변 등산로를 따라 내성천과 나란히 걸으면 들머리에 닿는다. 용포마을에서 30분 걸린다. 들머리에서 내성천 쪽으로 가면 회룡마을로 진입하는 일명 뽕뽕다리가 있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 놀던 곳으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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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B.코스 한번 도전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