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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초 여자축구부의 힘찬 화이팅 ⓒ손춘근 |
‘여자축구의 재발견’이라 해도 손색없을 2010년. 지난 29일에는 2010년 여자축구의 대미를 장식할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있었다. 우이초등학교에서 여자축구부를 창단한 것으로 여자축구의 인기가 서울지역의 신생팀 창단으로 이어진 반가운 뉴스였다. 29일 오후 2시, 우이초 시청각실에서 열린 창단식에는 운동복을 예쁘게 맞춰 입은 16명의 선수들과 함께 배종용 교장, 정양석 국회의원, 박경수 강북구의원 등 수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그렇듯 웃고 떠들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애국가 및 교가 제창으로 창단식이 시작되자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창단한 우이초 여자축구부는 지난 1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발표한 ‘여자축구 활성화 지원 종합계획’의 혜택을 받는 세 번째 여자축구부다. U-20 및 U-17 여자월드컵을 통해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문체부는 오는 2013년까지 총 49억 8천만 원을 들여 전국에 45개의 초-중-고-대학 여자축구팀을 창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체부의 지원 혜택을 처음으로 받은 팀은 지난 10월 22일 창단한 함안 대산중이었고, 이어 충주 남산초가 여자축구팀을 창단해 문체부의 지원을 받았다. 우이초 여자축구부는 지난 9월부터 창단을 논의하기 시작해 3개월 만에 선수단 구성을 마치며 창단에 이르렀다. 현재 16명에 불과한 우이초 여자축구부는 약 10여 명의 선수를 추가로 선발해 25~30명 정도의 선수로 첫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우이초 여자축구부는 여전히 선수를 모집중이다. 우이초 여자축구부의 창단으로 서울지역 초등부 여자축구팀은 2개가 됐고, 전국적으로는 22개로 늘었다. 200개가 넘는 남자 축구부의 10%에 불과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지만 KFA와 여자축구연맹, 문체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 입어 전국 각지의 많은 초등학교에서 창단을 문의하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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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회 제공을 강조한 배종용 교장 ⓒ손춘근 |
우이초 배종용 교장, “여성들에게도 다양한 기회 제공해야” 우이초 여자축구부 창단식을 통해 느낀 점은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운동하는 여성에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자 선수들이 축구부에 가입한 가장 큰 이유는 ‘축구가 좋아서’이고, 배종용 교장이 여자축구부를 창단한 이유도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핸드볼 대표팀의 에이스인 윤경신을 키워냈다는 배종용 교장은 핸드볼팀과 남자축구팀 운영의 경험이 자신감으로 작용했지만, 그보다 여성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한 소신이 더 컸다고 말한다. “우리 학교 남자축구부가 열심히 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자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다양성의 기회를 줘야 되지 않습니까? 기회 차원에서 용기를 낸 것이죠.” – 배종용 교장 딸에게 축구를 시키는 학부모의 인식 역시 다르지 않다. 물론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축구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최근에는 공부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축구를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딸들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본인들의 임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한국의 기성세대에게는 실현하기 힘든 말이기도 했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끔 최대한 서포트를 하는 것이 부모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최대한 지원할 생각입니다.” – 오건민 씨(주장 오현 선수의 아버지) 우이초의 주장인 오현(5학년) 선수는 3학년 때부터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정식 축구부가 아닌 아버지의 조기축구회나 클럽에서 취미처럼 축구를 해왔다. 그러나 우이초 여자축구부의 창단과 함께 오현 선수는 주장을 맡아 정식으로 축구를 하게 됐다. 오현 선수의 표정에서는 생기가 넘쳤다. “공부보다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원래 3학년 때부터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반대하셔서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남자 아이들이랑 몸을 부딪히면서 우이초 클럽반에서 공을 찼어요. 그런데 이번에 우리 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생겼으니까 정식으로 하려고요.” – 오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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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초 여자축구부의 주장 오현(우)와 아버지 오건민 씨 ⓒ손춘근 |
축구를 하고 싶은 소녀들, “성적 떨어지면 축구 못해요~” 최근 한국축구는 공부하는 축구선수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초중고 주말리그가 단적인 예다. 주말리그를 통해 학업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축구를 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이 제도를 통해 경희고의 김현은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당당히 입학했고, 초등부에서는 전교 1등 하는 축구선수가 나오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우이초 여자선수들도 성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하고 싶은 축구를 하는 대신 성적을 유지하겠다고 부모님과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처지다.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오현 선수도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축구부 승락을 얻어냈다고 한다. 이는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이초 여자선수들 중 대부분은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많았고, 일부는 평균 90점 이상의 상위권인 선수도 있었다. 이날도 몇몇의 선수들은 창단식을 마친 후 학원을 가야 한다며 부지런히 발길을 돌렸다. 안경을 쓴 김은서 선수는 “축구가 좋아서 축구부가 만들어지면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축구와 학업은 같이 할 것이라며 학원으로 향했다. 교문 밖으로 나가면서는 “요즘은 영어로 인터뷰를 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된다”라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것처럼 말해 당돌함을 안기기도 했다. 축구를 자아실현의 도구로 느끼는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지소연-여민지를 보고 축구를 시작한 이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주변 어른들이 잘 도와주길 바란다. 서울 우이초=손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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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식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선서를 하는 우이초 여자축구부 선수단 ⓒ손춘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