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시절에 덕유산 산행을 하며 고생한 기억 때문에 나에겐 덕유산이 내내 무서운 산이었다.
그 무서움을 덕유산 눈꽃산행을 했던 카페 정기도보에서 말끔히 씻어버리니 이제는 덕유산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해졌다.
이러저리 검색을 하던 와중에 덕유산 원추리군락에 대한 포스팅을 읽고는 마음이 더욱 끌려 꼭 가보리라 다짐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 철쭉산행은 원추리군락지를 돌아보는 산행의 탐색전이다.
직장 초임지에서 만나 지금껏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를 지난 눈꽃산행에 초대를 해 함께 한 후
그 친구는 우리 카페에 "데미샘"이라는 닉으로 회원등록을 하게 되었고,
덕유산 철쭉산행을 하는데 동행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친구도 역시 같은 직장에서 만나 함께 어울려 온 친구로 이번 산행에 합류를 하게 된 것이다.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운무에 쌓인 덕유산과 백두대간에 펼쳐진 멋진 산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계획에서 부터 마음은 이미 덕유산에 머물러 있었다...ㅎ
6월 4일 오후 3시, 친구들과 전주에서 합류하여 무주리조트 곤돌라 탑승 매표소에 도착하니 4시 36분.
매표소 문을 닫았다. 곤돌라 쪽을 바라보니 아직 운행 중이어서 헐레벌떡 달려가 왜 매표소가 문 닫았냐, 올라 갈 수는 있느냐고
물으니 곤돌라 청소하며 관리하고 있는 분 말씀이 "아니 4시 30분까지 운행한다는 것 몰랐어요? 오늘은 끝났읍니다" 헐~~~
향적봉대피소에서 예약시 안내 받은 시간은 오후 5시였는데 4시 30분이라니.....
아저씨 말씀이 아래쪽에서는 4시 30분, 위 쪽에서는 5시가 마감시간이란다.
그래도 지금 운행하고 있으니 좀 태워 줄 수 있지않겠냐고 사정해도 요지부동이다. 규칙이 그렇단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휘둘러 보는 중 곤돌라 탑승장 안 쪽에 사무실? 이 있는데 직원이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달려가 사정이야기를 하니 그 분, 잠깐 기다리라 하시더니 누군가에게 연락하여
"***야, 거기 마감했냐?...... 그럼 여기 세 분이 계신데 올려 보낼까? ..... 응?......... 그래 !! 응!! 알았어. 그럼 33번으로 가신다"
"얼른 이리 오세요. 여기 타세요."
구세주가 따로 없다. 그 분 우리에게는 구세주인데 아까 안된다 하시는 분이 "내가 안된다고 했는데 왜 올려 보내? 엉?"
하는 시비인지 태클인지를 엄청 받으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우리는 룰루랄라~ 하며 설천봉으로~~
곤돌라 아래로 펼쳐지는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니 마치 천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기분이다.
설천봉 곤돌라 탑승장에는 내려갈 사람들의 줄이 20m는 되어 보인다.
바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로 들어서니 지난번 정기도보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때는 온통 하얀 눈꽃으로 뒤덮였는데 지금은 연초록이다.
산 아래는 이제 바야흐로 초하의 짙은 녹색으로 물들고 있는데 이 곳은 아직 5월 초의 연두빛으로 가득하다.
향적봉에는 아무도 없고 신이 난 우리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인증샷을 찍고는 향적봉대피소에 내려가 예약확인을 하고 짐을 풀어 놓는다.
향적봉대피소 예약은 3일전에 했다. 사실 이 곳은 산행하려는 그 달의 15일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하는 시스템인데
내가 예약전화를 했을 때는 이미 예약이 끝나버린 상태였기에 비박까지 감행하려 생각하고 계획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발 3일 전에 확인해 보니 누군가 3명이 취소를 했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ㅎ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친구들이 챙겨 온 생선초밥에 새우튀김과 맥주로 저녁만찬을 마치고
세수하고 이까지 닦고는 다시 향적봉으로.....
식사하는 도중에 파도처럼 밀려오던 운무는 더욱 짙어지고 향적봉 넓은 마당은 온통 우리 세사람의 세상이 되었다.
넘실거리는 운무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데미샘은 "내가 우리 민요 한 가락 가르쳐 줄까?" 하며 멋지게 노래를 한다. 나머지 우리 둘은 데미샘의 선창을 따라 부르며
깔깔깔 웃고, 세월과 함께 쌓여진 우정으로 마음은 훈훈해져 온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엔가 10대 20대 시절에 즐겨 부르던
우리 가곡들을 하염없이 부르기 시작한다. 동심초, 꿈길, 동무생각, 사월의 노래, 그 집 앞, 고향생각, 청산에 살리라....등.
운무는 지척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지고 향적봉에 맴도는 우리들의 노래는 그칠 줄을 모른다.
저녁 8시가 넘도록 머물다 내려오니 대피소 소등은 9시30분.
향적봉대피소는 국립공원 내 대피소 중 유일하게 전기온돌을 설치한 곳이라서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새벽녘에 너무 덥고 답답해 밖에 나와보니 남자 두 분이 대피소 옆에서 비박을 하고 있다. 새벽공기는 무척 차가웠다.
하늘에 별들이 하나 둘 보이고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있는 쪽 하늘은 어슴푸레 하다.
어제 저녁 일찍 온 산객들에게 식탁을 빼앗기고 풀밭에 앉아 식사를 했기에 오늘 아침은 식탁에 멋지게 앉아
여유롭게 이 산 저 산을 바라보며 식사하리라는 염원으로 해서 일찌기 자리 차지하여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메뉴는 참치김치찌게와 된장고추, 김.
식사준비 중에 식탁 옆에 있는 샘에서 세수도 하고, 화장도 하며 우리는 다시 깔깔깔~~~
옆 테이블의 남자분 중 한 분은 계속 반찬타령에 양념타령까지 한다. 산에서는 메뉴불문, 맛있고 없고 불문~!!
대신 에너지 넘치는 음식으로, 먹을 수 있을만큼 많이 먹자는 내 주의~ㅎ
커피까지 끓여 마시며 상쾌한 아침공기에 가슴을 넓게 펴고 멀리 천왕봉까지 보이는 멋진 능파를 감상한다.
사진전문가 한 분이 그 멋진 능파를 잡기 위해 이러저리 자리를 이동해 가며 작업준비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중봉으로~
지난 눈꽃정기도보시 눈꽃터널이 되었던 그 길은 지금은 철쭉꽃터녈이 되어 우리를 반긴다.
아직 4/1도 피지않은 철쭉꽃이지만 그 모습을 더욱 예쁘게 느끼는 우리들이다.
덕유산은 흙이 풍요로운 육산이어서 식생이 다양해 보였는데 철쭉과 참나무, 구상나무, 주목의 아래쪽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박새라는 난처럼 보이는 식물은 마치 덕유산을 뒤덮기라도 하듯 지천으로 널려있다.
중봉이 향적봉보다 해발이 50여m 낮아서인지 철쭉은 중봉쪽이 더 많이 피어난 것 같았으며
중봉에 가까울수록 원추리군락이 더욱 눈에 띄더니 덕유평전 쪽은 거의 원추리 밭이었다.
중봉에 올라 환하게 펼쳐진 덕유평전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어서 빨리 저 화원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지만 중봉의 그 탁~ 트인 전망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동쪽으로는 지리의 능선이, 남으로는 남덕유의 능선이, 그림을 그린듯 펼쳐지고 서쪽 무주와 안성쪽에는 구름바다이다.
정기도보시 내려갔던 오수자굴 쪽에 일별을 하고 발길을 재촉해 덕유평전 서북사면에 펼쳐진 꽃의 바다로 내달린다.
감탄, 감탄, 감탄!!! 멀리, 오늘 내려 갈 안성쪽에 펼쳐진 구름바다와 어우러진 철쭉꽃.........
덕유산의 아름다운 풍광에 우리 발걸음은 한없이 느려져 한 시간에 1km의 속도로 가고있다.
송계삼거리에서 동업령쪽으로 내려 걸으니 그 곳은 사람의 발길이 뜸하여서인지 숲은 거의 원시림 같았고
길은 평탄하여 사브작 사브작 걸어가기에 좋았다.
젊은시절 그렇게 무서워했던 덕유산이 이렇게도 편할 수가!!
아마 오르는 수고로움을 곤돌라가 대신해 주니 우리가 이 나이에 겁도 없이 덕유산을 오를 수 있었으리라.
지금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계획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는데
평소엔 반대였던 내가 간사하게도 오늘은 찬성하고 싶어진다.
동업령에 도착하니 대전과 광주에서 온 산악회 사람들이 다수 사진을 찍고 동료를 부르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내내 고요한 산행이었는데 사람들의 목소리로 덕유산이 갑자기 활기를 찾는 것 같다.
동업령에서 안성탐방매표소로 내려오는 길은 약간의 가파름도 있었지만 설치한 계단들이 영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내려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친구 한 사람의 신발이 편치 않아서 내려오는데 고생을 하였지만
칠현계곡의 시원스런 물소리가 지친 발걸음을 위로해 주니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간다.
안성탐방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30분.
향적봉대피소 출발시간이 오전 8시였으니 6시간 30분 걸린 셈이다. 중간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빼면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안성탐방매표소에서 무주리조트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쉽지않다.
이 곳에서 무주군 안성면소재지까지 가서 무주읍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무주읍내에서 설천면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설천면에 도착해 또 다시 무주리조트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성택시를 불러 차가 있는 무주리조트로 가기로 했다. 택시 요금은 3만원.
택시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가는 거리는 상당해 보였다. 달리는 차 안에서 덕유산을 올려다 본다.
원추리꽃 만발하는 7월 초순을 기약하며 리조트에 도착하니 연휴를 즐기려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우리는 다시 리조트에서 진안군을 거치고 완주군을 통과해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 30분.
우등고속버스 5시 50분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니 8시 50분, 거의 막힘없이 올라 온 것이다.
고속터미널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니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온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덕유산 정상에서 하룻밤을 노래와 많은 이야기로 채웠던 이번 산행은 다시 추억의 장으로 넘어가고
나는 그 추억으로 한동안 또 행복하리라.
누군가 그랬다. 추억이란 인생의 보물 창고이고, 그 보물창고에 쌓인 추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래,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친구가 있고 또 그들과 나눈 추억이 가득한 나는 행복하다.
그래서 이번 덕유산 산행은 행복산행~~ㅎ
첫댓글 멋진 곳 다녀오셨군요.. 강철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강철체력은 아니구요~ㅎ
향적봉에서 동업령까지는 거의 평길이다시피 경사도가 완만해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멋진 덕유산을 못잊어 원추리꽃 만발할 때 다시 찾아갈까 생각 중입니다.
지난번 눈꽃산행때 눈으로 찜했던 그 길을 다녀오셨네요~
사진멋져요~ (카메라 바꾸셨어요? ㅋㅋ)
카메라는 그대로인데 앞 쪽 9장만 "효과"를 썼어요. 사진이 영 흐리고 색감이 나질 않아서요~ㅎ
찜했던 그 길을 마져 걸어야 하는데 이번은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였기에 다음을 기약했어요.
향적봉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신새벽의 장관을 보고, 천천히 걸으면서 원추리꽃과 다른 이쁜 꽃들도 보며
삿갓골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올 계획을 세워 봅니다....ㅎ
그렇게 하시면 덕유산종주가 되는건가요?
그런데 "효과"과 뭔가요?
사진 업로드 하셔서 위 쪽의 메뉴를 쭉~ 보시면 효과라고 있어요.
거길 클릭하심 "선명하게' "뽀샤시" ...등이 나와요^^
업로드 하시면서 보면 여러 메뉴가 나오니 거기 메뉴 적절히 사용하시면 액자도 만들고 .....
시도해 보세요~ㅎ
그리고 삿갓골재에서 자고 육십령으로 넘어가면 종주가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녜~ 감사합니다^^
해인님..그때그겨울 눈산...덕.유.산....봄도 좋네요..저도 향적봉에서 하룻밤보내고싶습니다.
기회가 될 때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