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천가지점~대항마을 선착장 11㎞
- 외눌마을 골목길 1970년대 분위기 물씬
- 낙동강·몰운대·나무섬 등 파노라마
- 희망정 전망대 아름다운 풍광 압권
- 일제 해안포 숨겼던 인공 동굴 보여
최근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약 8000년 전 사람들의 인골과 융기문토기 옥장신구 등이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는 가덕도. 한반도 최고 최대의 집단 매장터의 발견으로 초기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산 경남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한국 및 동북아시아 고고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땅이다. 수만 년 이상 부산 최대의 섬으로 존재했던 이곳은 이제 신항만의 건설과 거가대교의 완공으로 섬이 아닌 육지로 변모했다. 부산과 경남 울산의 갈등 해소와 화합을 기원하며 본지가 새롭게 시도하는 '부산 시계 종주로' 개척의 첫발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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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계 제1코스인 가덕도 둘레길은 천혜의 해안 절경 감상과 숲속 삼림욕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길이다. 본지 취재팀이 가덕도 누룽능~어음포 구간 숲길을 걷고 있다. |
가덕도는 부산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곳인 서부산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땅이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해안선과 마치 동남아시아 정글을 방불케 할 만큼 보존 상태가 양호한 천연 숲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섬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나들이를 겸한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현재 행정구역상 부산 강서구 천가동으로 돼 있는 가덕도이지만 지난 1989년 1월 이전까지만 해도 경남 의창군에 소속된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경남과 부산의 정서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50대 이상의 연령대 주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부산 시내에 갈 때 버릇처럼 "부산 좀 다녀오리다"라고 말한다.
본지 취재팀은 이처럼 부산과 경남의 정서를 함께 갖고 있는 아름다운 땅 가덕도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본격적으로 육상 부분 경계를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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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방조제를 지나는 취재팀 뒤로 신항이 보인다. |
제1코스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가덕도의 북쪽 들머리인 천가동 선창마을 웅동농협 천가지점에서 출발, 눌차마을~동선방조제~누룽능~어음포~대항새바지~대항마을 선착장으로 연결되는 구간이다. 총길이는 11㎞정도 되고 여유 있게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데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워낙 예쁘게 조성돼 있어 가족이 함께 걷기에도 그만인 길이다.
출발지인 천가동 농협지소에서 마을 들머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시내버스 종점과 멀리 신항의 거대한 크레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내버스는 가덕도가 더 이상 섬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물이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눌차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가덕도 둘레길 답사가 시작된다. 동선방조제로 인해 담수호로 변한 눌차만에는 양식장 시설이 빼곡하다. 눌차다리에서 고개를 들면 머리 위로 거가대교 접속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다리 건너 외눌마을 표지석 앞에서 우측으로 꺾어 마을 골목으로 접어든다. 수백 년도 더 됐을 거대한 고목들이 동네 수호신처럼 우뚝하다. 어촌 마을 골목길은 '개발의 뒤안길'인양 아련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오래된 시골집 시멘트 담벽에 남아 있는 표어가 눈길을 끈다. '간첩 잡아 애국하고, 유신으로 번영하자'. 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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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고목이 반겨주는 눌차마을 골목. |
골목을 빠져 나가면 해안길. 가리비와 굴 등 조개류 껍질이 수북한 조개무지를 보면서, 최근 발굴된 가덕도 신석기유적지를 화제 삼아 흥겹게 걷다보면 동선방조제의 북쪽 끝부분인 눌차새바지다. 바로 눈앞에서 1300리 물길 낙동강이 대양과 조우하고 있다. 그 건너로 다대포와 몰운대가 보이고, 해상에는 무인도인 나무섬과 남·북 형제섬이 평화롭게 떠 있다. 10분쯤 천천히 걸으면 방조제 남쪽 끝인 동선새바지 갈림길에 닿는다. 가덕도 둘레길 안내도를 보면서 왼쪽 해안 방향 산책로로 접어든다. 동선포구를 지나 구멍이 뚫린 작은 기암 위 전망 데크를 들른 후 길을 이어간다. '강태공'의 후예들이 해안선을 따라 연이어 서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낚고 있다.
부민교회 부설 가덕기도원까지 길은 해안에 바짝 붙은 채 별다른 오르내림조차 없는 편한 길이다. 20분쯤 가면 가덕기도원. 기도방과 빨래터 샘터 등의 시설이 있다. 기도원을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계단을 따라 가면 10여 분 후 긴 의자 2개와 너럭바위가 있는 쉼터 겸 전망대가 나온다. 바다 건너 다대포와 몰운대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진우도 장자도 같은 퇴적섬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멀리 금정산 고당봉이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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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능 해안 절경은 희망정 해안과 쌍벽을 이룬다. |
쉼터를 지나 한 굽이 오르내리면 10분 후 생교동골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서면 널찍한 임도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맑은 물 흐르는 작은 계곡이 보인다. 바다로 곧장 흘러 들어가는 계곡이다. 계곡 아래 해안으로 잠시 나가 보면 철거된 군 막사 터가 있고 주변 해안선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시 길을 재촉하면 옛 집터에 새로 마련된 정자가 있다. '누룽능이란, 누런 바위을 깨 보면 벌건 나이테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붙은 지명'이라고 설명해 주는 안내판이 있다. 헬기장을 통과하고 햇볕조차 잘 들지 않는 그윽한 숲 속 계단길을 오르내리면 20분 후 길 왼쪽의 전망대에 닿는다. 가덕도 최고봉인 연대봉과 최남단의 작은 봉우리인 국수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 5분쯤 가면 옛 어음포다.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가면 시원한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른다. 먼저 가던 어르신들이 냉수욕을 하고 있다. 취재팀 중 누군가 "신선이 따로 없네요"라며 부러움 섞인 한 마디를 던진다. 어음포(魚音浦)는 '물고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포구'라는 뜻을 담고 있는 옛 마을로 한때는 가덕도의 중요 어항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마을이 없어지고 흔적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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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새바지 인근 희망정 앞에서 본 가덕도 동남쪽 해안. |
40여 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대항새바지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옛 해병대 경비초소 건물 앞 '희망정' 정자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진행해야 하지만 잠시 바닷가 쪽으로 30m 정도 내려선다. 텅 빈 초소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광에 숨이 막힐 듯하다. 희망정으로 복귀, 왼쪽으로 열려 있는 길을 따르는데 얼마 가지 않아 코끼리 머리 모양의 구멍 뚫린 바위가 다가선다. 특이한 모양이다. 한 굽이 오르내리면 해안산책로가 끝나면서 대항새바지에 닿는다. 가덕도의 마을 이름에서 흔히 등장하는 '새바지'는 '샛바람이 부는 곳'이란 뜻을 가진 향토어다.
대항새바지 해안을 따라가면 남쪽 방파제 부근 바위에 인공 동굴 3개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해안포를 숨겨 놓고 연합군 군함에 대항하기 위해 파 놓은 가덕도 해안포 기지다. 대항포 주민들 중 가장 연장자라고 밝힌 허종혁(84) 할아버지는 "1942년에 일본군이 처음 가덕도에 해안기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외지에서 고등학생 나이 정도의 징용자들을 데려와서 모두 12개의 대포굴을 뚫었다. 일본군이 물러난 것은 1945년 해방되기 몇 달 전에 미군 폭격기가 가덕도를 폭격하면서다"고 증언했다.
해안포 동굴 앞에서 100m쯤 되돌아 나가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시멘트길로 오르면 작은 고갯마루에 선다. 왼쪽 해안에 자갈마당이 보인다. 몽돌해수욕장 형태여서 피서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고갯마루를 완전히 넘어서면 대항 포구가 드러난다. 대항마을 부두 선착장에서 코스를 마무리하고 천성행 도선을 탄다. 15분 남짓한 동안 도선을 타고 가며 서쪽에 우뚝한 거가대교의 위용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밋거리다.
◆ 떠나기 전에
- 천가초등학교 교정 '척화비' 챙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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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이 파놓은 대항새바지의 해안포 진지. |
가덕도에서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하기 전, 둘러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천가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척화비(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35호)'다. 코스 출발지인 농협 천가지소에서 천가동주민센터 앞까지 약 500m 거리를 가면 만나는 천가초등학교 정문을 지나면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에 조선 말기인 1871년(고종8년)에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흥선 대원군의 명령으로 전국 각지에 설치됐던 척화비가 서 있다.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였는데 싸우지 않는다면 곧 화의하는 것이요, 화의를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洋夷侵犯非戰則和, 主和賣國)'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척화비는 1995년 인근 공사장 땅에 파묻혀 있던 것을 공사 인부가 발견했는데 이후 초등학교로 옮겨졌다.
◆ 교통편
- 하단역 58번 시내버스, 선창마을 하차
출발지인 가덕도 선창마을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하단역과 동아대학교 앞에서는 58번 버스를 탈 수 있고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는 김해공항을 경유하는 1009번 좌석버스가 운행된다. 답사를 마친 후 대항마을 부두에서는 가덕도 최후의 도선 선장인 김태복 씨가 운행하는 '외항포~대항~천성' 간 도선인 진영13호를 타고 천성마을로 간 후 천성마을에서 520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대항마을 기준 도선 출발 시간은 오후 1시50분, 4시50분(마지막 배) 등이며 하루 4회 운행된다. 천성마을에서는 매시 15~20분에 부산역 행 520번 버스를 탈 수 있다. 간혹 용원행도 있기 때문에 기사에게 물어보고 타는 것이 좋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부산 신항까지 간 후 북컨테이너터미널 정문 앞을 거쳐 가덕도 선창마을까지 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목적지 검색에 '부산 강서구 천가동 농협 천가지점'을 입력하면 된다. 차량 회수를 하려면 천성마을에서 오후 3시 20분, 4시 20분, 5시 20분, 7시(막차)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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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주 옛날에는 바다였다는데!
대한민국과 세계가 교류하는 국제 물류 중심지인 부산신항 일대는 약 2000년 전에도 외국과 바닷길을 통한 교류가 활발했던 유서 깊은 물류의 현장이다. 고려 중엽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許黃玉)이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에서 뱃길을 따라 '돌로 만든 배(石舟)'를 타고 왔다고 기록된 것에서 그 일단을 찾아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수로왕의 명을 받고 바닷가에 나가 있던 신하 유천간(留天干)이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 일행을 태운 돌배를 처음 발견, 맞이한 곳이 바로 신항과 접해 있는 현재의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의 작은 돌섬인 망산도(망산도)라고 한다. 또 허황옥 일행을 내려 놓고 돌아가던 '돌로 만든 배'가 뒤집혔다는 바위가 '유주암'인데, 망산도에서 남동쪽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이번 주 답사한 '부산 시계를 걷다' 제3코스에서는 부산신항과 그 옛날 허황옥의 배를 처음 맞이한 섬인 망산도, 허황옥 일행의 배가 뭍에 닿은 곳이라는 별포진 등을 거친다. 비록 규모는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물적 인적 교류가 일어나고 있는 서부산권의 지정학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코스다. 총거리는 14㎞이며 산길이 전혀 없는 평탄한 구간이다. 대부분의 구간이 도로를 따르게 돼 있어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걷기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산길 숲길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지만, '부산 시계를 걷는다'는 의미에서는 어느 정도의 지겨움은 감수할 필요도 있겠다. 그래도 코스 막바지인 보배산 아랫자락은 그나마 한적한 시골길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 천천히 걸어도 5시간이면 충분한 14㎞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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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 강서구 송정도 옥포마을의 옥포제1저수지 둑길을 지나고 있다. 취재팀 머리 위로 가깝게 보이는 비스듬한 능선을 따라 부산 경남의 경계선이 흐른다.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보배산 정상. |
출발은 제2코스의 종착점이기도 했던 가덕도 선창마을의 버스회차종점에서 한다. 신항만배수지 앞 삼거리~부산항홍보관~진해구 용원동 망산도~유주비각~녹송교~송정JC~송정초교~옥포마을 굴다리~옥포마을 버스정류소~별포진~진해구 가주동 주포마을 경주 이씨 재실(종착지)로 이어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쯤 걸리지만, 홍보관 방문과 휴식 식사시간 등을 포함하면 5시간 정도는 잡아야 넉넉하다.
선창마을은 사실 부산 시계길 제1코스의 출발점이었다. 1, 2코스를 통해 가덕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선창마을에 선 것. 이제부터는 섬을 벗어나 육지로 들어서게 된다. 선창마을 시내버스 종점에서 부산신항쪽으로 길을 잡는다. 신항만 건설 이전에는 바다였던 곳이다. 부두시설 설치 공사를 통해 차량 통행 가능한 어엿한 도로가 놓였으니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배를 타지 않고는 오갈 수 없었던 길이다. 신항 남컨테이너부두에서 북컨테이너부두를 잇는 다리가 눌차교다. 눌차교 아래 바닷물이 흐른다. 결국 얼핏 보면 항만 공사로 인해 가덕도와 육지가 붙어버린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약간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눌차교 주변에 '낚시 금지' 현수막이 심심찮게 보이지만 수십 명의 '강태공'들은 아랑곳 없는 듯하다. 바늘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라고 해봐야 어른 손바닥 보다 작은 '새끼 돌돔' 정도여서 '손맛'이랄 것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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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송정동 옥포마을에서 경남 창원시 진해구 가주동 주포마을을 향해 가는 취재팀 왼쪽 멀리 가덕도가 보인다. |
직선 도로를 따라 10분쯤 더 가면 신항만 배수지가 설치된 작은 야산 앞 삼거리. 왼쪽으로 틀어 건널목을 건넌다. 이 작은 동산은 사실 신항만 매립공사가 벌어지기 전까지만해도 '견마도(牽馬島)'라는 이름을 가진 어엿한 섬이었다. 인도를 따라 20분가량 가면 '안골↑, 북컨배후지→'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측 북컨배후지쪽으로 꺾는다. 중간 사거리를 건너 직진, 3분 뒤 동방물류센터 앞 삼거리에서 우측 버스정류소쪽으로 틀어 직진한다. 15분 후 길 우측에 부산항홍보관 건물이 나온다. 1층에 매점도 있고 쉼터도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 좋다. 건물 8층의 신항홍보관에 가면 고성능망원경으로 신항일대와 멀리 가덕도 연대봉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옛 견마도에서 곧장 오면 5분여 밖에 걸리지 않을 길을 30분 넘게 걸어서 둘러 왔음도 알게된다. 배수지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둘러올 수 밖에 없었던 것.
◇ 2000년 전 허왕후 맞은 망산도 별포진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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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홍보관의 망원경을 통해 신항일대를 볼 수 있다. |
홍보관에서 좀 더 가면 견마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주)태광 앞 삼거리. 왼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용원 방향으로 간다. 20분쯤 갔을까. (주)정아마린 앞 얕은 바다에 길이 10m 안팎의 자그마한 바위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허황옥이 타고 온 돌배가 뒤집어진 것이라고 전해지는 유주암(維舟巖)이다. 주인을 내려 놓고 돌아가기 싫어서였을까. 사실 돌배가 물에 뜰 수야 있을까만은, 역사와 신화가 혼재된 수로왕과 허황옥의 운명적인 만남 이야기에 주요 소품으로 등장하는 '돌로 만든 배'는 그로부터 약 2000년 동안이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유주암 옆을 지나 용원 입구 사거리에 닿으면 왼쪽의 작은 섬쪽으로 꺾는다. 바로 수로왕의 신하들이 허황옥 일행의 배를 발견하고 맞이했다는 망산도다. 2분 남짓, 바다 쪽으로 바짝 붙은 인도를 따른다. 발 딛은 인도는 경남 땅이고 둑 아래 왼쪽 바다는 부산이다. 망산도의 이력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지나 정자 앞으로 간다. 망산도와 우측에 유주암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망산도와 유주암은 2007년 신항 조성에 따른 행정구역 조정 이전까지는 경남에 속했던 유적이다. 그래서 경상남도 지정 기념물 제89호였지만 이후 부산시 기념물 제54호가 됐다. 섬 안에 '망산도'라는 비석이 있다.
정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마을버스 대기장소 쪽 골목으로 100m쯤 가다가 '용원남로 17번지' 앞에서 좌회전, 다시 150m가량 가면 '유주비각(維舟碑閣)'을 만난다. 높이 1m75㎝, 너비 76.5㎝ 크기의 비석에는 이 주변 일대가 허황옥이 도래한 장소라는 점을 뜻하는 '대가락국 태조왕비 보주태후 허씨 유주지지(大駕洛國 太祖王妃 普州太后 許氏 維舟之地)'라는 글씨가 음각돼 있다. 경남 기념물 제89호다.
◇ 기존 육지부분 부산시계길 답사 본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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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왕 신하가 처음 허황옥 일행의 배를 맞은 망산도. |
다시 망산도로 돌아 나와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사거리 쪽으로 간 후 건널목을 건너 직진한다. 우측에는 휴식을 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5분 후 국도 2호선과 14호선이 동시에 지나는 삼거리에 닿으면 우측으로 튼다. 15분쯤 가면 가동천을 가로지르는 녹송교를 건넌다. 이 가동천은 부산과 경남의 경계를 이루는 하천. 일단 다리를 건넌 후 5분쯤 가다가 오른쪽의 '부산-거제 연결도로홍보관'과 도로변 '가주마을→' 표지판을 보면서 우측 램프웨이로 내려선 후 곧바로 왼쪽으로 110도 정도 꺾는다. 굴다리 아래를 통과해 두번째 굴다리 밑 사거리인 송정교차로에서 우측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송정초등학교 쪽 왕복 2차로인 1017번 지방도를 탄다. 송정초등학교 정문 앞을 통과, 10분쯤 더 가서 만나는 굴다리를 통과하면 옥포마을 버스정류소 앞에 닿는다. 이곳에서 왼쪽 주포마을 쪽 임도로 진입한다. 왼쪽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녹산공단 일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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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옥이 타고 온 배가 뭍에 닿았다는 별포진. |
5분 후 정자나무 아래 쉼터. 이곳이 바로 허황옥 일행이 육지에 오르기 위해 배를 댄 곳으로 전해 지는 옛 나루터인 '별포진(別浦津)'이 있던 자리다. 그러니까 수로왕과 허황옥 시절에는 이곳부터가 육지였다는 말이다. 우측으로 틀어 300m쯤 가다가 (주)성원테크 앞에서 우측으로 살짝 돌아 민가 앞을 지나면 공장 뒷쪽 길로 이어진다. 5분 후 눈 앞에 우뚝한 보배산을 보면서 옥포제1저수지 둑길을 따라 가다가 살짝 내려선다. 왼쪽 내리막 임도를 타면 3분 후 이번 코스의 종착점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 가주동 주포마을 경주이씨 재실 앞 공터에 닿는다. 재실 뒷편 보배산 능선을 따라 부산과 경남의 경계선이 통과한다. 재실 앞에서 담소를 나누던 주민 6~7명이 반갑게 인사한다. 그 중 한 사람이 "어, 조금 전 용원 망산도 앞에서 보이던 그 양반들이네. 아, 그 먼 길을 걸어왔단 말이오? 아이고야, 목마를텐데 막걸리 한 사발씩 시원하게 들이키소"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듬뿍 담은 사발을 건넨다.
# 떠나기 전에
- 부산항홍보관 관람 위해선 사전예약 필수
제3코스에서 거치게 되는 부산항홍보관은 바다와 해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신항은 물론이고 부산항의 전체적인 역사와 역할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와 자료가 소장돼 있고 홍보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찾아간다고 홍보관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사전에 견학 신청을 한 후에 찾아가야 한다.
견학 신청은 부산항만공사(BPA)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busanpa.com)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첫 메인화면에서 '부산항홍보관견학' 버튼을 클릭하면 별도 페이지로 이동한다. 그리고 주말과 법정 공휴일은 개방하지 않으며 평일에만 관람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하자. 건물 8층에 위치한 홍보관에서는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신항 일대와 가덕도 연대봉 등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도 있다.
# 교통편
- 하단역서 58번, 금곡·화명동서 1009번 이용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이나 동아대학교 앞에서 58번 시내버스,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화명동 김해공항을 경유하는 1009번 좌석버스를 이용해 가덕도 선창마을 노선버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종착지인 주포마을에서는 하단역 행 16번 마을버스를 탄다. 오후 3시, 5시, 7시, 9시(막차) 출발. 경주 이씨 재실에서 마을 삼거리 쪽으로 5분 가량 걸어 내려가야 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부산 신항 정문 앞을 지나 선창마을까지 가야한다. 시내버스 종점 부근에 주차하면 된다. 차량 회수를 하려면 주포마을 경주 이씨 재실 앞에서 웅동행 마을버스(오후 3시10분, 5시, 6시05분 출발)를 타고 용원(망산도 앞)에서 내린 후 선창행 마을버스로 갈아탄다. 1시간 간격.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부산 최대의 섬 가덕도는 수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땅에서 섬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다가 격변의 21세기 들어 섬이라는 '꼬리표'를 서서히 떼어내고 있다. 거제도와 이어지는 거가대교 건설을 통해 육지와 연결됨으로써 이제는 배편을 이용하지 않아도 쉽게 다가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신항이 건설됨에 따라 이제는 항공 촬영으로 봤을 때 육지나 진배 없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착시현상일 뿐, 가덕도는 여전히 섬이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또는 걸어서 가덕도를 오갈 수 있게 됐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여전히 육지와 맞닿아 있지는 않다.
섬이 아닌듯 한 섬, 가덕도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부산 경남의 화합과 동반성장을 상징하는 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가덕도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같은 역동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된다.
◇ 가덕도 서부 해안도로 따르는 17.5㎞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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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 최남단 봉우리인 가덕도 국수봉 부근 전망대에서 가덕도등대와 주변 풍광을 살피고 있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은 거제도다. |
이번 주 답사한 '부산 시계(市界)를 걷다' 제2코스는 가덕도의 남쪽 끝마을까지 갔다가 섬의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거가대교와 부산신항의 위용을 원없이 감상한 후 북쪽 끝 마을에서 마무리하게 된다. 부산 최남단의 봉우리인 국수봉(國守峰·265m)에 올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가덕도등대와 주변 해상의 절경을 감상하는 멋도 기가 막힌다. 하지만 가덕도 최남단 마을이자 어촌인 외양포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군 막사와 일본식 우물, 주택 등을 지날 때는 이국적 분위기에 심취하기 보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떠오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구체적인 코스는 대항마을 선착장~양포고개~국수봉~전망대(가덕도등대 조망)~외양포 일본군 막사~외양포구~양포고개~대항마을~지양곡고개~천성마을~삼거리~두문마을~장항고개~장항마을~율리 정자나무(팽나무)~부산신항 남측부두 옆길~선창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연결된다. 총길이 17.5㎞에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휴식과 식사 포함해 6시간30분쯤 걸린다. 국수봉과 외양포 구간은 숲길 산행로와 임도로 이뤄지고, 대항마을에서 선창마을까지는 포장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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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따르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부산신항의 위용에 놀라게 된다. |
출발지인 대항마을은 160여년간 이어져 내려온 전통 어로방식인 '가덕도 숭어잡이'로 유명한 어촌이다. 매년 봄철 이 마을 어부들은 육지와 바다로 이어진 밧줄과 6척의 무동력 목선이 포위하듯 드리운 그물을 이용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방식으로 숭어떼 사냥을 벌인다. 육지와 바다가 이어진 긴 그물이라는 뜻으로 '육수장망(陸水長網)'이라 일컫는 그물은 대항마을이 자랑하는 가덕도 숭어잡이의 상징 용어로 통하기도 한다. 여하튼 철이 가을로 접어든 요즘은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봄철에는 운이 좋다면 숭어잡이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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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해안포 사령부의 잔재들. |
남쪽 외양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살짝 오르막을 쳐서 양포고개에 오르면 지나온 걸음 뒤로 대항마을의 아름다운 전경과 가덕도 최고봉인 연대봉(烟台峰·458.6m)의 늠름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양포고개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면 국수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마치 남국의 밀림을 연상케하는 우거진 숲이 인상적이지만 오솔길은 뚜렷하다. 10여분 가면 무덤을 만나는데, 정면 1시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15분쯤 더 오르면 갈림길이다. 얼핏보면 오른쪽으로 가기 쉽지만 왼쪽으로 꺾은 후 곧바로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능선에 오르면 뚜렷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5분 후 부산의 최남단 봉우리인 국수봉 정상이다. '나라를 지키는 봉'이라는 뜻을 가진 봉우리다. 정상에는 참호가 있고, 3분쯤 더 가서 만나는 위성봉에는 대공포 진지가 있다. 진지를 은폐하기 위해서인지, 정상 주변의 나무들을 자르지 않아 조망은 별로다.
◇ 일본군 막사 주택 우물 남은 외양포 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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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했던 외양포 마을의 우물. |
멋진 풍광을 보려면 진행방향으로 100m쯤 더 가면된다. 어차피 돌아와야하기 때문에 배낭은 벗어두고 가면 되겠다. 툭 불거진 바위 위 전망대에 서면 그 유명한 가덕도등대와 푸르디 푸른 남해바다, 거제도 등이 한눈에 들어오며 탄성을 자아낸다. 영도 태종대등대보다 3년 가량 늦은 1909년12월 25일 첫 불빛을 쏜 가덕도등대는 벌써 102년째 불빛을 밝히며 부산항과 진해항 마산항으로 향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온 유서깊은 등대다. 특히 서양식 건축 기법으로 지어져 문화재적 건축사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인정받아 부산시 지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국토해양부 등대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옛 등탑과 함께 지난 2002년 새로 건설된 높이 40.5m짜리 등탑은 이제 부산신항으로 드나드는 선박들의 밤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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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서부해안도로 저 편으로 거가대교가 보인다. |
다시 국수봉 정상으로 돌아와 대공포 진지 참호를 따라 하산한다. 과거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길 답게 걷기 편한 갈지(之)자형이다. 20여분 내리막을 타면 무덤 앞 갈림길. 오른쪽으로 나가면 5분 후 일제강점기 일본군들이 사용했던 해안포진지와 막사터에 닿는다. 부산 지역에서 옛 일본군 진지가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곳은 이곳 외에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콘크리트로 건립된 벙커형 막사 주변에는 위장막을 대신한 것인지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을씨년스런 풍경임에는 틀림없다.
막사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마을길로 접어든다. 외양포는 부산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어촌마을이다. 그러나 현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들 대부분이 아직도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식 주택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선착장에 서면 눈앞 멀리 거제도가 바라뵌다. 선착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마을길을 따른다. 한 번 더 오른쪽으로 꺾으면 일본군 헌병대가 사용한 우물이라고 해서 '헌병샘'이라 불리는 일본식 우물이 있다. 이 마을에는 총 4개의 일본 우물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대부분은 사용불가다. 일본군 진지와 막사, 주택, 우물에 이르기까지 외양포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부산의 마을이라 하겠다. 헌병샘에서 다시 양포고개까지 오르는 길은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정도의 시멘트임도다. 멋스러운 소나무들이 심심찮게 나타나 길손에게 인사를 건넨다. 양포고개를 넘어 대항마을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양포고갯마루에서 대항마을까지 갈 때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1시 방향의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도 무방하다.
◇ 거가대교·신항 보며 부산경남 역동성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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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세 그루 중 한 그루만 남은 율리 팽나무. |
대항마을 선착장 앞 삼거리 우측에 부산슈퍼 가 보인다. 그 옆 자연산횟집 건너편 골목으로 진입, 100여m 가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 아스팔트 도로에 닿는다. 이곳에서 지양곡을 넘어 천성마을까지는 45분 정도 걸린다. 천성마을은 용원발 마을버스 강서1번의 종점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운행하고 있는 천성~대항~외양포간 도선의 기점이기도 한 제법 큰 마을이다. 바다 쪽을 보면 왼쪽에 거가대교 휴게소로 알려진 천성휴게소가 보인다. 천성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거가대교 진입 삼거리를 지나 해안 풍광이 아름다운 두문마을을 통과한다. 두문마을에서 왼쪽으로 펼쳐진 진해만과 거가대교 풍경을 보면서 30분쯤 걸으면 도로가 왼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부분에 작은 폭포가 있다. 이름은 없지만 길 걷는 나그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장항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타다보면 공중화장실이 있는 언덕 위에 닿는데 이곳에서는 부산신항과 토도 입도 호남도 등 작은 무인도가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대한민국 국제 물류의 중심이 꿈틀대는 듯하다. 신항 북쪽으로는 보배산과 굴암산 불모산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장항마을을 지나 신항 남쪽부두 옆을 따라 난 직선도로를 따라 20분쯤 가다가 오른쪽 하천을 가로지른 첫 번째 작은 다리를 건너 율리마을로 들어선다. 이곳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거대한 당산나무가 있다. 수백년 된 팽나무인 이 당산나무는 내륙의 어느 나무와 견줘도 전혀 손색 없는 기품을 뿜어낸다. 율리에서 코스의 종착점인 선창마을 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정도면 닿는데, 걷는 내내 부산 신항의 위용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 떠나기 전에
- 율리 팽나무 2그루 지난해 나루공원으로
가덕도 서북부의 작은 마을인 부산 강서구 천가동 율리마을에는 수령 300년 이상된 노거수인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원래 지난해 초까지 비슷한 수령의 팽나무 3그루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의 수영강변 나루공원 남쪽 끝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노거수가 바로 가덕도 율리마을의 나머지 팽나무들이다. 부산시와 해양항만청은 지난해 3월 말 율리마을의 팽나무 세 그루 중 두 그루가 부산신항 남측컨테이너배후부지 및 가덕도 순환도로 조성 공사로 인해 고사위기에 처하자 주민들과 논의 끝에 다른 곳으로 옮겨 심기로 했고, 그 이식 대상지로 결정된 곳이 나루공원인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팽나무 두 그루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당산제를 지내기도 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 그리고 시민들이 생소한 환경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팽나무를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 만이 율리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 교통편
- 부산역 출발 520번 천성 하차 후 도선 이용
일단 가덕도 천성마을까지 간 후 배편으로 대항까지 가야한다. 부산역 광장 맞은편 버스정류소에서 520번 버스를 타고 천성에서 하차한다. 첫 차는 오전 6시30분에 출발하며 그 다음 부터는 매시 40분에 출발한다. 부산도시철도1호선 하단역이나 동아대학교 앞에서 58번,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김해공항을 경유하는 1009번 좌석버스를 이용해 종점인 선창마을에서 내려 천성행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천성에서는 가덕도 최후의 도선 선장인 김태복 씨가 운행하는 '천성~대항~외양포'간 도선인 진영13호를 탄다. 오전 7시20분, 9시20분, 낮 12시50분, 오후 3시50분 등 하루 4회 운행.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거가대로를 타고 가덕도로 진입, 천성IC에서 내려 천성마을에 주차한 후 도선을 이용해 대항까지 가면 된다. 대항마을까지 차량이 진입할 수가 있지만 코스 답사 후 차량 회수가 아주 불편하기 때문에 천성마을에 주차를 하는 것이 편리하다. 코스 종착점인 선창에서 천성행 마을버스가 오후 5시, 6시40분(막차) 등에 출발하니 차량 회수에 참고하자.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개척단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