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레소리’를 보고
서영옥(2013. 5. 24)
얼마 전 영화 ‘두레소리’를 봤다. 지난해 후배가 참 괜찮다고 소개해 준 건데 여유 있을 때 봐야지 하고 미루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 얼마 전 모처럼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는데 그냥 보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뭘 할까 하다 문득 휴대폰에 저장해 둔 두레소리가 생각났고 그렇게 해서 미뤘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 나에겐 낯선 영화였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꽤 유명한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왜 유명한 영화인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두레소리는 국악을 전공하는 고등학교 청소녀․소년들의 이야기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합창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했던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학생과 선생님이란 사실이 놀랍고 신선하다. 영화의 제목 ‘두레소리’는 실제 이들이 만든 합창 동아리 이름이라고 한다.
영화는 학생들의 ‘소리’로 시작한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3학년인 슬기와 아름이는 단짝 친구. 둘은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국악을 해 왔지만 가정환경은 많이 다르다. 할머니가 판소리 명창인 슬기, 부모가 없어 식당을 하는 이모와 사는 아름. 그런 환경 때문에 고민도 크다. 슬기는 명창 손녀에게 거는 가족과 학교의 기대가 늘 큰 부담이고, 아름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늘 돈이 아쉽고 또 고생하는 이모에게 미안해 학비만이라도 아낄 수 있는 ‘국립대학교’ 진학이 최선일 수 밖에 없는 학생이다.
진로 고민만으로도 벅찬 이 소녀들이 어떻게 합창단을 만들게 됐을까?
학교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교육청으로부터 합창대회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국악을 전공하는 학교라 합창은 낯설지만 교육청 통보라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 고민 끝에 학교는 새로 부임한 함현상 선생에게 출석일 수가 부족한 아이들을 모아 합창부를 만들어 지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출석점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합창은 전혀 관심 없는 일! 게다가 서양음악 전공의 함 선생과 어릴 적부터 국악만 해온 아이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함 선생과 아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심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지만, 준비하던 공연이 신종 플루로 취소되어 버리자 학교는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해산 시키고 진학 준비에 집중할 것을 지시한다. 합창을 시작할 때도 합창부를 해체 할 때도 아이들에게 한 번도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학교. 하지만 더 이상 학교의 지시가 아닌 아이들의 요구로 합창연습은 계속 되고 준비한 공연을 복지관에서 하게 된다. 이 일로 합창부를 담당했던 함선생은 징계를 받고 또 다시 학교는 합창부를 해체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서울 학생 동아리 한마당’에 참가를 결심하고 부모님과 학교의 눈을 피해 연습을 하고 그 과정에서 단짝 친구인 슬기와 아름 서로간에 갈등도 생기지만 영화는 대회에 참가해 멋진 합창을 들려주는 두레소리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자신들의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찾아가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감동스러운 영화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에 사는 학생들은 국악을 하건 외교관을 꿈꾸건 농부를 꿈꾸건 경쟁해야 하고 평가받고 강압받는 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학교에서 또는 어른들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고 성공하기 위해선 대학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는 현실이 그렇고. 또 겉보기엔 그럴듯한 멋진 예비 예술가처럼 보이는 이 소녀들도 사실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미래가 불안하고 힘든 우리 사회 청소녀․소년의 모습이라는 것도 영화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감동은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합창단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음악들은 우리 국악에 대한 아름다움과 함께 내는 소리의 멋짐을 다시 생각하면서 음미하게 한다.
장구를 열심히 치면서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중학교 3학년인 딸아이와 꼭 함께 보고 싶은 영화다.
첫댓글 이 영화도 언제 한 번 센터에서 틀면 좋을 듯 하네요. 그리고 무늬만 글쓰기 회원이지만 ^^ 뱀발 하나 덧붙이자면 청소녀라는 표현이 맞나요? 청소년으로 쓰면 남녀를 다 포함하는 개념인 것 같은데.
영화는 다음에 상영할 계획이에요.^^
청소년이 불편해 그냥 썼어요.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음.~ㅎㅎ
ㅋㅋ 한동안 감동을 가지고 살았답니다~~ 음악도 있는데... 집에서 보내줄께요!!!
음악 주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