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못'의 데뷔음반 '비선형(Non-linear)'이 나왔다. 처음엔 'M.O.T.'이라 썼던 그룹 이름은 '연못'의 '못'에서 딴 것이었고, '비선형'은 '일차 함수가 아니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는데, 그들의 음악은 과연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콜드플레이 같은 브릿팝인가 하면, 포티쉐드 같은 트립합이었고, 일레트로니카와 재즈의 색채까지 너울댔으니.
맑은 연못보다 끝간데 없이 우울하고 축축한 음지, 습지에 가까운 못(池)에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중독됐다. 두 멤버 모두 한국멘사 회원에 각각 연세대 전파공학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자라는 이력도 화제가 됐다.
이들이 다음해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을 무렵 '비선형'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기념비적 음반이 돼 있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심사평은 그들을 가르켜 "한국 대중음악계의 협소한 지형도에서 발견된 처녀지의 가능성"이라고 상찬했다. "당대의 트렌드, 음악적 저변, 상업적 가능성 등 그 어떤 맥락과도 유리된 못의 최초 입지"에서 점쳐졌던 그들의 가능성은 지난해 5월 나온 두번째 음반 '이상한 계절'에서 다시 한번 꽃을 피웠다.
콜드플레이나 본조비의 음반에 참여했던 베테랑 조지 마리노의 마스터링으로 빚어진 14곡에는 실험적인 비트, 감성적인 멜로디, 시적인 가사와 공학적으로 쌓아올린 사운드가 빛난다. 데뷔 음반을 낸 뒤 3년이 넘도록 페스티벌 무대나 기획공연을 제외한 지방 공연을 한 적이 없었던 이들이 첫번째 전국 클럽 투어 '지(池)'로 부산에 온다.
'크라잉넛'처럼 내지르고 날뛰는 청춘이 있다면 이들처럼 침잠하고 응시하는 청춘도 있다. 25일 대구에서 시작된 투어는 26일 오후 7시 부산대 앞 클럽 인터플레이를 돌아 서울로 간다. 다음날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는 '크라잉넛'의 부산 공연도 있다. cafe.daum.net/interplaycafe. 최혜규기자 i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