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성 의흥을 거쳐 오늘 상해에서 심양 집으로 돌아와서 메일확인도 할겸 컴퓨터를 켜고 광주시립국악단의 고수로 활동중이신 이명식선생의 "이명식의 국악세상" 카페에 들어가보니 이번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 소식으로 난리가 아니었다.
며칠 전 한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잠시 만나서 식사를하면서 느낀 점은 '형님은 세상을 즐기는구나'였는데 과연 얼마지나지 않아 오늘 드디어 그 즐김이 기쁨으로 회답을 해주었다.
기억을 잠시 더듬어 옛일을 회상해 보자면, 아마도 2004년 여름이었던가 전남 강진의 한 포구횟집에서 우리 청람회 모임을 가졌을 때, 모두들 술기운이 불콰해질 무렵 이명식선생이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내게 건네던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내용인 즉 "어이 동생, 자네는 예술을 어찌고 생각헌가?" "먼 말씀이다요?" "내가 봤을 때 말이시 예술의 기본 바탕은 배가 고파야 비로소 그 곳에서 한(恨)이 나오고, 그 한을 바탕으로 자기의 애 끓는 감정을 표현 할 수가 있단 말이시" "아~" 솔직히 나도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트로트 부터 클래식까지 두루 섭렵을 해 봤지만, 국악 분야에는 술 기운이 주체를 못할때 겨우 가야금산조나 김영동의 음악 정도나 듣는 잼병인지라 그저 묵묵히 형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소줏잔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술자리의 술이 바닥을 드러 낼 즈음 이명식 선생이 나와 하선형님에게 손짓을하며 "어이 동생들, 나가서 향이나 한 대 꼬시르재"(나가서 담배나 한 개피 피우지 않겠나) "좋지요" 잠시 혼잡한 자리를 피해 석양의 낙조를 바라보고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갯바위 위에 시원하게 실례를하고 담배를 한 개피 입에 물고있을 때, 또 장난기가 발동하셨는지 "자네들 내가 북치는 고수라고해서 창(唱)을 못 헐지 알았재? 웃지지 마소"하면서 서편재의 한 가락을 뽑는데 그 기운이 가히 바다를 쪼갤만하여 나와 하선이 형님이 넋을 놓고 듣고 있다가 창이 끝나자 앵콜을 외쳤더니 "되얐네,이 사람들아 객기는 한 번이먼 족허시"라며 끝끝내 사양하신다.
그 날이 우리가 살아 오면서 들었던 이명식 형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창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기쁜 날 왜 자꾸 눈 앞이 흐릿해지면서, 그 날 들었던 소리가 또 듣고 싶은걸까.....
苦塵甘來: 그 모진 세월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과 투혼으로 고난과 풍파를 이겨낸 명식이 형님에게 경의를, 豪氣揚揚: 식구들 부양하기에도 버거운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아 갈 때마다 "동생한테 술 값 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주머니를 털어서 소줏값을 내며 호탕하게 웃던 형님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아아~~ 우리네 인생은 大江東去浪淘盡千古風流人物러니......
이 글은 제 블로그( biog.naver.com/neosun01 )에도 같이 보냈습니다. |
첫댓글 아~~~한편의 소설입니다.....넘 멋진 아우님을 두신 이선생님은 참으로 행복하시겠네염././//고맙습니다..^^*
허허허,,,, 그때가 생각나네그려,,,,기억력도좋으네 ,, 암튼 먼 이국땅에서 몸 건강히 잘있게나 ,,,,,, 담에는 보너스로 한대목 더 들려줌세 ~~~~
옛썰~~ 어제 말씀드린대로 게시판에 "보이차"코너를 하나 만들어 주시면 그 곳에다가 부족하지만 제가 공부하는 내용을 같이 올리도록하겠습니다. 공부는 평생을 해야한다고 하던데 제가 그 꼴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형님을 교훈삼아 부지런히 뛰어볼랍니다^^ 건강하시고요.
네^^* 보이차 코너 만들겟어염..^^*
지기님 코너하나 만들어주세요,,,, 글솜씨가 너무좋아서 기자해도 되겠어,,,,,,,, ㅎㅎㅎ
ㅎㅎ 만들었답니당..^^*
武陵泛舟 님 좋으신 말씀 아름답구요 좋은 자료 많이 부탁해여
네, 감솨~~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정말 좋은 글입니다. 빛고을국악전수관의 고법반 초급에 두번 등록해 배웠던 초자입니다. 여유로우면서도 열정적인 지도에 감사드립니다. 잠시 호강도 다시 밥 벌이 때문에 중단했지만 늦었지만 이명식 선생님의 대통령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깊은 예술 세계에도 경하드리고, 앞으로 더욱 큰 성취와 보람이 가득하시길 빌고 믿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후배 양성하시고 열려 많은 제자들로부터 숭앙 받고 이끄시는 지도자가 되시길 빕니다.... 다시 경하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