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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스크랩 오키나와-7>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두자매는
LoBo 추천 0 조회 473 18.02.03 20: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차안에서 즐겁게 수다를 떠는데 은재에게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옆에서 들으니 경재문제였다. 부모가 전화연결이 안돼 누나에게라도 연락이 온 건데 그이후 분위기가 급냉했다


灣을 끼고 나고市를 떠난다. 반대차선엔 오늘도 차량이 길게 정체되고 있다.

산업시설이 없어 경제활동이 낮은 이 섬에서 상습정체를 일으키는 건 트럭,화물차가 아니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만 몰린다는 거,


달려오는 차들

각각 3톤짜리 총알

그리고 당신의 살과 뼈                               -뉴욕시 교통선전문구-


고속도로로 진입해 북부 숲지대를 뚫고 남하한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산이 멀어진다             -다네다 산토카-


점심 식당을 향해 가고 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가 보이자 무작정 차를 돌렸다.

규모나 세련된 면에선 한국과 확연히 차이나는 오키나와 휴게소



휴게소 한가운데 통로가 있어 건물 뒤편으로 갈 수 있는데 거기엔 예상못한 절경이 숨겨저 있었다.

번잡한 고속도로옆 별볼일 없는 휴게소에 왔는데 지중해 리조트였다니 ! 그 앞에 서자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메뉴판이 야외에 세워져 있어 나랑 짱이 것만 골라 카메라로 찍어뒀다


건물안 계산대로 가 일본말을 거는 여직원에게 말없이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보여주고 주문성공.

주문표를 받아 식당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거의 꽉 차서 4명 앉을 테이블은 구석에 하나만 남아 있다





은재랑 현주는 다른 곳 구경하고 우리를 찾아왔다.


급피곤한 현주


산다는 것은

나비처럼 내려앉는 것

어찌 되었든                                -니시야마 소인-


은재가 간이 매점에서 먹기리를 몇개 사왔다


딱 한국의 만두 맛


이건 좀 짜다


잠시후 아줌마가 음식쟁반을 들고 왔는데 가만히 보니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였다. 난 쌀밥을 원했는데 이건 소바.


그제서야 주문표랑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내가 여직원에게 불찰로 옆 음식사진을 보여 준게 사단이었다,


음식은 두개 입은 4개라 서빙 아줌마에게 젓가락을 더 갖다 달라고 했다.

아줌마가 가고 은재가 여기 젓가락 있다고 해서 보니 짱이 식판 안에 빈그릇과 젓가락이 두개씩 더 챙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정성에 감탄, 미안해 하고 있는데 아줌마가 와서 말없이 또 놓고 갔다


두개만 시키길 다행이다

오키나와 소바가 유명하다지만 우동처럼 탱탱한 면발이 아닌 묵처럼 툭툭 끊어지고 덜 익은 것처럼 밀가루냄새가 나서 우리 취향이 아니었다


내껀 소바에 밥에 치킨조각에 샐러드가 올려져 8천원. 짱이껀 우동에 큼지막한 튀김까지 7천원이 안된다. 아줌마가 다 가져다 주고 치워주고...

그동안 같은 돈 내고 시중 인스턴트 라면, 방부제 비닐봉투에 우동, 순두부에 김찌 쪼가리 하나 사서 셀프란 영어에 주눅이 들고 서비스란 말에 현혹되어 상까지 치워주던 난 뭐였나. 그래놓고 경상수지가 적자니 해외여행 가지 말라는 위정자들.


식당을 나와 군것질 코너를 지나가는데 바람결에 살짝 원두커피향이 실려왔다. 메뉴로 써 붙이진 않았지만 물어보니 커피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 150엔. 맛있는 커피타령하는 현주를 위해 기쁘게 사왔는데 이것도 에소프레소가 아니라 맹탕 드립커피다

한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미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를 오키나와에서는 맛보기 힘들것 같다.


이제 은재 햄버거를 사주려고 '고디스 ' 를 향해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심심해 은재에게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하자 스맛폰으로 최신곡을 들려주는데 이번엔 너무 시끄러웠다. 어른 취향이 아니다

고디스는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북쪽에 있어서 ' 대관람차 있는 곳은 안 갈거 같다 ' 라고 했더니 은재가 실망해 ' 그냥 들리기만 해도 안되냐 '고 한다


처 죽여놓고

파리의 前生을

생각한다                   -고마쓰 가쓰쇼-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시내를 통과하자 거리에 백인들과 좀 더 도회적인 상점들이 많이 보였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는 신호와 함께 골목으로 쑤욱 들어갔는데...

골목에 면한 담을 헐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철망팬스를 친 손바닥만한 뒷미당에 동서양인들 10 여명과 개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쏟아졌다

분위기 있는 햄버거집을 기대했던 우리도 순간적으로 엄청 당황해서 정차도 못하고 그 앞을 슬슬 빠져 나왔다. 숨어서 마약하고 있는 갱단의 한복판에 멋모르고 뛰어든 것 같았다.

애견까페였다.

골목을 빠져 나와 차를 세우고 온 가족 웃음보가 터졌다. 그 망신 한복판에 내가 있었다.


햄버거는 날라갔고 어쩔수 없이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인 대관람차 있는 곳으로 향했다

<클릭하면 확대됨>




주변 주차장들이 다 무료고 다행히 가까운 곳에 빈 자리가 하나 나서 거기다 차를 댔다

은재 짱이에게 현찰을 주고 맘껏 놀고 사진찍고 오라고, 짱이는 언니 잃어버리지 않게 잘 붙어 다니고, 엄마 아빠는 여기 취향이 아니라고, 우리는 여기서 쉬며 언제까지 기다리겠으니 천천히 오라하고 보냈다. 두 자매는 방생한 물고기처럼 후다닥 사라지고 현주는 뒷자리로 가서 피곤한 몸을 뉘였다


이 세상의

무거운 짐 내려놓고

낮잠을 자네                            -마사오카 시키-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젊었을 때는

벼룩 물린 자국도

예뻤었지                       -고바야시 잇사-


애들 기다리며 좁은 시트에서 조용조용 몸을 뒤척이고 다음 장소를 고민하고 나도 낮잠을 청해본다.

그 사이 옆차 앞차 뒷차들이 수시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외로워서 혼자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본다              -오자키 호사아-


한편 애들은 지들끼리 기념사진 찍어주고




들국화만 꺾어 든 아이 얼굴에 옅은 햇살                    -다네다 산토카-






스티커 사진 꾸미다 Lag 걸려 직원 불러 다시 수리하고 추억 만들고...

언니는 동생같고 동생은 듬직한 언니같아 둘이 얼마나 잘 다니는지 다행이다. 만약 은재가 맏딸로서 듬직하고 짱이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철부지 막내였음 이렇게 친구처럼 여행하기도 어려웠을거 같다


1시간 넘게 놀고 스타벅스에 갔다가 한국인 모녀가 싸우는 것 구경하고


엎드려서 쓰고 있는 편지를 닭이 엿보고 있다        -오자키 호사아-



시원한 녹차라떼 같은 걸 샀는데 너무 맛있어 아빠 좋아할 것 같다고 고대로 들고 무사히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현주도 낮잠을 개운하게 자고 깨고, 난 스타벅스 음료수를 맛있게 쭉쭉 다 빨아 먹었다,

내가 빨대로 바닥까지 훑어 먹고 씹히는게 건포도라고 했더니 은재가 " 다음에 나도 그거 사 먹어야지 ! " 해서 엄청 미안했다. 우리를 위해 안 먹고 사 온줄을 미처 몰랐다. 두 자매가 녹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뛰어오던 포르투갈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짚차 오픈카 한대가 거리와 도로를 활보한다. 금발의 육감적인 여자와 우람한 덩치의 백인 군인이 세상 다 가진듯 행복해 한다.

턱이 빠진 줄도 모르고 그들을 처다보며 아메리칸 빌리지를 떠난다


미인이었던

그대의 마지막도

해골이구나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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