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니어들의 운동 파크골프
김종박/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수필 분과장
5월 초 동대문구 파크골프장에서 아내와 함께 파크골프를 치게 됐다.
군자교 옆의 공터 천변에 구청에서 새롭게 마련하여 전날 공식 오픈하고 이용 동호인들에겐
플레이 첫날이라고 한다. 파크골프(Park Golf) 애호가인 어느 지인이 며칠 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면서 동대문구에 있는 한 파크골프 동호회에 가입하면 새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파크골프 애호가인 나에게 참여를 권유해와 흔쾌히 응했던 결과이다.
아침 8시에 장소로 갔더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설렘과 기대감에 차 코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우리 부부 또래의 연령대로 보였다. 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골프채 등
파크골프의 기본 장비 외에 코로나19로 모두들 하얀 마스크 차림이다. 그리고 동쪽 저만큼
용마산이 보이는 하늘아래 무심코 흘러가는 중랑천변에 자리한 파란 펜스로 둘러쳐진 작은
규모의 아담한 나인(9) 홀 코스장(場)이 쾌적한 느낌과 함께 눈에 살포시 들어왔다.
첫날이라서인지 코스장에 들어가기 전, 새내기인 아내와 같은 새로 온 신참자들에게 채 잡는
법과 어드레스 자세, 스윙하고 타수 계산하는 법 등 파크골프 기본 전반에 관해 친절하게
동대문구 파크골프협회 소속 전문가에 의한 사전 교육이 있었다. 서로들 초면인 피교육자들은
간단한 수인사를 나눈 후 우리 부부도 다른 사람들처럼 진지하게 교육을 받았다.
그 후 네 명씩 한조가 되어 기다렸었던 새로 지은 코스장에 들어갔다. 본격 교육의 연장선
차원으로 동협회의 선배 동호인이 한 명씩 교관격으로 같은 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얀 마스크를 써서들 보다 부자연스럽고 서툴렀지만 가르치는 교관선배들이 성의를 다해
주어서인지 모두들 열심히 배우는 즐거운 모습들. 나아가, 서로들 엇비슷한 또래들이어서인지
재미와 행복감이 더해 보였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하는 축구나 태권도와 같은 격한 운동이
아니고 파란 잔디 위를 천천히 걸으면서 더불어 하는 가벼운 운동인데다 또한 자신들 나이
대에 잘 맞는 운동이어서 더욱 그랬으리라.
몇 라운드를 교육받은 뒤 서로 다시 조를 짜 몇 새내기들끼리 라운드를 돌았다.
파크골프를 쳐온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오늘이라고 특별히 새로운 흥미를 별로 느끼지 못했
겠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오늘 처음 참여한 사람들에겐 짜릿한 흥분을 주는
새로운 삶의 참 재미를 샘솟게 하는 운동이 바로 파크골프였으리라. 그들의 생기 있는 얼굴과
밝은 웃음, 즐거운 놀이 모습에서 그러한 면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6년 전, 아내의 폐암 케어를 위한 준비차 실버타운인 가평의 C 실버 빌리지에 몇 달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부대시설인 파크골프장을 처음 접하고 파크골프가 시니어들의 운동으로
안성맞춤임을 알게되었다. 그 후 기회가 되면 즐기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파크골프란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 합성수지로 만든 공을 쳐 잔디 위 홀에 넣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 놀이다. 장비나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세게 휘둘러도 멀리 안
나가는 까닭에 '장타'에 대한 부담감도 별로 없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러한 파크골프 스포츠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창안되어 시작됐는 바, 홋카이도에는
600여 개의 파크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하와이, 호주, 중국, 미주 등에서도 현재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바야흐로 이 운동을 주민들의 스포츠 특히
나이 든 세대를 위한 스포츠로 착안해서 제공하는 지자체가 늘자 주민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하늘공원 파크골프장이나 양평군의 남한강변 36홀 파크골프장 등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천변이 있는 자치구로서 강남구, 영등포구, 양천구와 동대문구 등에서도 주민을
위한 스포츠로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지만 갈수록 그 이용객이 넘쳐나 사전 예약이
넘쳐나 실제 운동 참가가 매우 힘든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파크골프장엔 코스를 만들기 위한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다. 한강변, 중랑천변 등에 소재한
구들은 그러한 공간적인 면에서 좀 여유로울 수가 있어서 천변을 끼고 있는 구들은 파크
골프장을 우선 설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골프는 에티켓 스포츠라 한다. 게이트볼이나 골프와 유사한 파크골프도 에티켓 지킴을
중시하여 잘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만 한다. 말하자면, 기술보다 매너가 우선
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라운드 시 다른 사람이 퍼팅 하면 누구나 말을 삼가거나 조용히
하고 컵의 앞에 서거나 무단횡단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세기말 '인간 100세'(HUMAN HUNDRED)라는 말이 고개를 내밀더니 이젠 21세기
생활인의 전용어인 것처럼 느껴진다.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이 그만큼 별로 실감나지
않은 고령화 장수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장수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삶이 우리의 바람이다.
그러려면 자기 연령대에 맞는 운동을 게을리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딱 맞는 운동이
파크골프라고 생각한다.
많은 구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 성동구도 다행히 중랑천이나 청계천을 끼고
있으니 찾아보면 파크골프장의 부지가 확보될 수 있으리라. 구민을 위한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져 많은 시니어 성동구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때가 오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출처 : 성광일보(http://www.sgilb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