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효심편 14)
아버지의 수고의 노정을 찾아가게 하소서 아버님께서 계시는 곳은 무한한 인내의 세계요, 무한히 수고하는 자리라는 것을 저희들이 알고 있사옵니다. 선조 이래 지금까지 저질러진 모든 죄상을 대하시는 아버님의 심정과 뜻을 아는 저희들은 창조본연의 존재를 찾기 위하여 그다지도 수고의 길과 참음의 길을 걸어오신 아버님 앞에 민망스런 심정으로 머리숙이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기나긴 세월을 하루와 같이 저희의 선조와 더불어 참으시고, 선조와 더불어 싸워 나오시면서 인간들을 붙들기 위하여 허덕여 나오신 아버님을 저희들이 이 시간 마음을 넓히고, 몸을 숙이어 마음에 모셔들이고 몸으로 붙들 수 있게 하여 주시옵기를,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땅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수고의 길을 피해 가는 사람은 많사오되, 당신의 사정을 알고 당신의 심정을 마음 몸에 지니기 위하여 수고의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은 심히 적다는 것을 알게 되옵니다.
아버님을 위하여 충성하고, 아버님을 위하여 제물이 되어 아버님의 제단을 꾸미고, 아버님의 참으시는 심정을 땅 위에 나타내는 인간들이 심히도 적다는 것을 알게 될 때에, 아버님께서는 지극히 불쌍한 분이신 것을 알게 되옵니다.
인간을 사랑하시면서도 탄식하시는 아버님이시며, 인간을 대해 염려하며 수고하시는 아버님이심을 저희가 느끼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나의 아버님이여! 이제 그와 같은 아버지의 사정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인류 앞에 옮겨질 수 있는 날이 어서 속히 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온 인류의 가슴가슴에 그와 같은 아버지의 사정이 사무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사옵니다. 아버님! 이 한 날, 이 거룩한 날에 당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복을 받기를 고대하는 무리가 많사온데, 복은 하늘의 것이고 수고와 고난과 참음의 노정은 인간이 담당해야 할 것임을 아는 무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에게 기쁨이 있다 할진대 그것을 아버지 것으로 돌리고, 행복과 감사함의 심정이 있다 할진대 그것도 아버지의 것으로 돌리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슬픔과 원한에 사무친 아버지의 서러움의 노정을 저희 것으로 맡는 아버지의 아들딸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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